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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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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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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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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2,693

작성
23.10.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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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마왕의 길 (1)

DUMMY

99화


어둠이 짙게 깔린 을씨년스러운 숲속을 후드를 뒤집어 쓴 거구의 사나이가 홀로 걷고 있다.

그의 이름은 하지운.

오늘 하루 동안 이백한 명의 인간을 도륙한, 극강의 무예를 자랑하는, 무자비한 마법 폭력배다.


그가 이 동네로 넘어 온 후, 단 일주일 만에, 임무 목록의 문장 수가 이천오백 개를 넘겼었다.

그때는 이 많은 인간을 뭔 수로 다 죽이나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하루 만에 목표치의 팔 퍼센트를 달성하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적들이 오늘과 비슷한 전력으로 매일 불나방처럼 달려든다고 가정하면, 두 주면 임무를 전부 수행하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적들이 그 정도로 생각이 없는 빡대가리들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쩌면 임무가 더 빨리 완료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참사가 왕성으로 전해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따를 것이다.

제후들에 대한 험프리의 장악력이 바닥까지 꼬라박힐 것이고, 친왕파 귀족들의 결속력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것이다.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가 성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버리는 놈도 나올 것이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놈도 나올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원망의 화살은 험프리 놈에게 몰릴 것이다.


왜 감당도 못할 놈에게 시비를 걸었냐는 말이 나올 것이 뻔하다.

로저의 피붙이들을 다 죽였으니 협상을 시도할 엄두도 안 날 것이고,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제물로 바친 후, 바짝 엎드려 빌자는 놈도 기어 나올 것이다.


그럼 그 상황에서 제물로 바쳐질 놈은 사실 한 놈밖에 없다.

누가 봐도 그놈은 브리갠트의 현 국왕 험프리다.


친왕파라는 놈들이 왕이 잘나갈 때나 친왕파지, 왕이 위태로워지면 언제 등에 칼을 박아 버릴지도 모르는 게 그놈들이다.

어쩌면 제 놈들끼리, 서로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다가 다 죽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운은 아무 짓도 한 것이 없는데, 난데없이 임무가 완료되어 버려서, ‘깨어나 보니 지구’와 같은 얼척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은 절대 하지운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곳에서 최소 삼사 년은 머물다 돌아가기로 이미 결심을 굳혔다.


자신이 참가하고 있는 이 살인 게임이 무슨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리고 지금처럼 다른 참가자들을 쥐 잡듯이 닦달한다 해도, 딱히 더 얻을 정보도 없어 보인다.


틈만 나면 고민하고 있지만, 결론은 항상 달라지는 게 없이 그대로다.

존나게 강해지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것이다.


하지운 자신이 너무 강해지면, ‘그분’이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을 제거할지도 모른다는 병신 같은 고민은 해 보지도 않았다.

그런 중이병스러운 망상을 하기에는, 당장 본인의 여자 친구부터가 너무 무서웠다.


일개 말단 저승사자만 해도 맞짱 떠서 이길 자신이 없는데, 이런 세상을 통째로 창조할 수 있는, ‘그분’이 하지운 같은 놈을 보고 부담감을 느낄 거라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망상이 대가리에서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자신은 끝도 없이 강해지는 것에 집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미칠 듯이 강해져 버리면, 저승에서도 함부로 자신을 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하였다.


사람 일이라는 것은 알 수가 없는 것이고, 어떤 거시기한 상황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승의 무서운 할마시들이, 그의 능력이 아까워서라도, 하지운을 헌신짝처럼 버리질 못하고 한 번은 더 고민해 보도록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그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가 죽던 날 승아가 저승에서 분명히 얘기했었기 때문이다.

‘너는 원래 대상자가 될 수도 없는데’라고 말이다.


그때야 갓 죽어서 눈깔에 뵈는 것이 없어 대충 듣고 흘렸지만, 다른 참가자들을 만나 보고는 그 말이 보통 심각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만 병신들이 다 넘어온 상태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뽑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삼십 대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라고 할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강간범, 마약 딜러에 킬러까지 등장했다.

적어도 인성을 기준으로 뽑은 것은 절대로 아닌 것이 확실했다.

부잣집 외동딸부터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자식까지 전생에 누린 부의 수준도 각양각색이었다.


더 이상 다른 참가자들을 들볶아 봤자 하지운의 정신만 더 사나워질 것 같았다.


‘그런 병신들도 참가 대상자가 되었는데... 난 왜 대상자가 될 수조차 없었던 거지? 도대체 내 결격 사유는 뭐야?’


하지운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말해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승아조차도 이 고민에 대해서만은 절대 반응을 하지 않았다.

몇 달째 고민 중인데도 완벽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운의 머릿속에 이 생각이 떠오르기만 하면, 승아는 입을 꼭 다물고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 버리곤 하였다.


적어도 하지운의 결격 사유가 ‘별거 아닌 것’은 절대 아니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참가자들을 달달 볶았는데, 뭐 딱히 나오는 것이 없다.


‘이제부터는 저승에서 날 애지중지하도록, 존나게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결격 사유고 개나발이고, 나만 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마! 일단 목표는 드래곤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저승에서 정규직으로 뽑아 주겠지. 안 그러면 대충 일용직으로 부려 먹다가 헌신짝처럼 버릴 것이 안 봐도 4K다. 승아가 있다고 해서 날 더 챙겨 줄 거란 생각은 조금도 안 한다. 수틀리면 승아를 도로 내 머릿속에 던져 넣고 둘을 동시에 소멸시켜 버리면 그만이니까.’


「자기야... 힘내... 사랑해...」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꼭 필요할 때마다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는 그녀라도 있어서 말이다.


‘자기야! 내가 어떻게든 존나 성공해서, 우리 자기 저승에서 떵떵거리고 살게 해 줄게! 그 할마시들보다 더 잘나가게 해 줄게!’


「자기 때문에 진짜 미치겠다... 제발 입조심해! 다 듣고 있다고...」


심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격렬한 애정 표현을 마친 하지운이 오늘의 메인 요리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사실 낮에 잡도리한 것들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소심한 험프리가 제 놈의 친위대만 보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불장난하는 영감도 같이 보냈다.


불꽃의 영감은 숲속에서 싸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자신의 능력 자체가 숲속에서 함부로 사용하기가 거시기한 점도 있지만, 과거에 숲속에서, 영 좋지 않았던 아픈 추억도 가슴속에 맺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관장 나리의 간곡한 요청에도 함께 움직이지 않고, 숲 밖에 따로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불꽃의 영감도 생각이라는 것이 있어, 숲으로 들어서는 길목마다 수하들을 배치해 두었다.

하지운이 어디로 나올지 짐작할 수가 없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해야 할 조치였다.


영감은 숲으로 진입한 토벌대가 로저 드레이시, 즉 하지운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숲속에서 싸우는 것에 능한 하지운에게 각개 격파를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일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토벌대가 숲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방관한 이유는 간단했다.

험프리의 근위대나 하지운이나 아무나 뒈져 버려도 영감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버스의 입장에서 근위대와 하지운이 양패구상을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틸리얼 가문의 참모들 대부분이, 토벌대를 몰살시킨, 하지운이 극도로 지친 상태로 숲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거버스의 생각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 거버스 자신이 들이닥쳐 지친 하지운을 주살한다면, 완벽한 어부지리가 되는 것이다.

백 살이 되기까지 이 년도 안 남은 영감탱이가 핑크빛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그 징그러운 애새끼를 뭐 하러 부활시키신 건지... 그놈의 최초의 전사인지 나발인지... 이번에는 반드시 그놈의 온 몸뚱어리를 싹 다 태워 버리겠다. 아무리 그분일지라도 두 번 다시는 그 흉측한 괴물 새끼를 부활시키지 못하실 것이다.’


한참 장엄한 꿈속에 빠져 있던 불꽃 영감의 눈에 망토로 온몸을 가린 거구의 윤곽이 서서히 들어왔다.


오늘의 만찬 대마법사 거버스 틸리얼을 잡아먹기 위해, 태대마법사 하지운 군이 친히 귀한 걸음을 하신 것이다.


작가의말


 또 늦었네요.

 이전 에피소드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

 쓰던 것을 지워버리고 다음 에피소드로 넘겼습니다.

 이야기 전개를 좀 더 빠르게 해야 할 것 같아 고민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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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마왕의 길 (3) 23.10.25 52 2 9쪽
101 마왕의 길 (2) 23.10.24 58 2 10쪽
» 마왕의 길 (1) 23.10.21 57 3 9쪽
99 정진 (12) 23.10.19 52 2 10쪽
98 정진 (11) 23.10.18 53 2 9쪽
97 정진 (10) 23.10.15 59 3 10쪽
96 정진 (9) 23.10.12 58 3 9쪽
95 정진 (8) 23.10.10 66 3 10쪽
94 정진 (7) +3 23.10.08 70 3 9쪽
93 정진 (6) 23.10.06 66 4 9쪽
92 정진 (5) 23.10.04 63 3 9쪽
91 정진 (4) 23.10.02 61 4 10쪽
90 정진 (3) 23.10.01 69 3 9쪽
89 정진 (2) 23.09.29 69 3 9쪽
88 정진 (1) 23.09.27 77 3 9쪽
87 인연 (14) 23.09.25 77 3 10쪽
86 인연 (13) 23.09.23 78 3 10쪽
85 인연 (12) 23.09.21 77 3 10쪽
84 인연 (11) +2 23.09.20 81 3 10쪽
83 인연 (10) 23.09.18 91 3 9쪽
82 인연 (9) 23.09.16 79 3 10쪽
81 인연 (8) 23.09.15 76 3 10쪽
80 인연 (7) 23.09.13 79 4 10쪽
79 인연 (6) +2 23.09.11 80 3 9쪽
78 인연 (5) 23.09.09 90 2 9쪽
77 인연 (4) 23.09.08 88 3 9쪽
76 인연 (3) 23.09.06 88 3 9쪽
75 인연 (2) +2 23.09.05 9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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