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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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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2 23:40
연재수 :
2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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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27
글자수 :
933,051

작성
23.09.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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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정진 (2)

DUMMY

88화


“날치는 날개라도 있지! 이 새끼들은 왜 날아? 씨발, 좆나 무섭게 생겼네! 방금 그거... 뭐였지? 인면어 같은 건가?”


그나마 뗏목의 이동 속도라도 빨라서, 아직은 바닥에 들이박은 놈이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절대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하지운은 간만에 오줌을 쌀 것 같은 짜릿한 스릴을 느꼈다.

거시기가 바짝 쪼그라든 하지운이 허공에 대고 간절하게 외쳤다.


“바람의 원소들아! 제발 힘을 내 줘! 쌀 것 같아!”


이곳은 강의 하류다.

정말 바람의 원소들이 힘을 내 주긴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흘러 나가면 바다다.

바닷속에는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초대형 괴수들이 득시글거리는데, 그 대부분이 소리에 민감한 놈들이다.


그놈들 중 몇몇은 벌써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놈들이 도착하면 태대마법사고 나발이고 없다.

바로 한 입 거리라는 것이다.


「이 씨발 고객 새끼야! 그냥 숲을 돌아가지! 며칠 더 걸린다고 그 지옥에 기어들어 가고 지랄이야! 마력 더 쥐어짜, 이 웬수 같은 인간아! 나도 쌀 것 같다고!」


“자, 자기야! 거의 다 왔어!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이제 한 백 미터 남았... 저게 뭐여? 저거... 지느러미야? 씨발! 메갈로돈이야?”


하지운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방출되었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강풍에 돛과 돛대가 금세 걸레짝이 되었다.

돛대가 터져 나가는 동시에 하지운의 몸뚱어리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뗏목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면서, 동시에 자신의 등 뒤편으로 바람 마법을 발동시켰다.


자신의 몸통에다 스스로 만든 강풍을 명중시킨 것이다.

온 전신이 다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지,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덕에 하지운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하지운이 타고 있던 뗏목은, 처음 보는 초대형 바다 괴수의 주둥아리 속에서, 가루로 변해 버렸다.


너무 아파서 한참을 흙바닥에 웅크리고 있다가 겨우 일어섰다.


「야, 이 미친 인간아! 항공 모함을 타고 건너도 부족할 마당에, 거기에다 뗏목을 띄워? 바다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린데! 너 제정신이야?」


“아니... 그러니까... 왜 바다 생물이 강까지 기어들어 와? 이건 룰 위반이지...”


「야, 네 입으로 이거 올림픽 아니라면서? 룰을 왜 찾아?」


“근데... 저게 고래야? 악어야? 뭘 만들어서 물에다가 집어넣은 거야? 저걸 어떻게 상대하라고 저렇게 만든 거야?”


「저거 상대하라고 만든 거 아니야.」


“... 아아...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는 거구나. 메시지가 확실해서 좋다. 그래도 강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주의 좀 주면 안 돼?”


「저게 말하면 알아들을 놈으로 보이니?」


“근데... 자기야, 화 많이 났어?”


「당연하지! 이 정신 나간 인간아!」


“저기... 그래도 오늘 밤에 말야... 올 거지? 오늘 밤에도 오는 거 맞지?”


「......」


“왜? 왜? 설마... 안 올 거야? 그 정도로 화났어? 승아야, 화 풀어!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그만해, 바보야! 갈 거야. 누가 안 간대? 창피해 죽겠어, 정말! 제발 애처럼 티 좀 내지 마.」


결국 둘은 한 달 전, 비록 꿈속에서 한 것이기는 했지만, 아다 딱지를 뗄 수 있었다.

서른이 넘은 성인 남녀가 뒤늦게라도 음양의 화합을 이룰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한 경사가 있을 순 없다.


문제는 둘 다 이전보다 더 찌질해졌다는 것이다.

하나는 상대방이 조금만 화를 내면 그 짓을 한 주 건너뛸까 봐 절절매고, 다른 하나는 상대가 다른 년이랑 눈빛이라도 주고받을까 봐 감시하느라고 눈알이 벌게져 있다는 것이다.


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지만, 이 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살면서 처음 겪는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스트레스 받는 시간임이 분명했다.

물론 둘 다 온전히 살아 있는 인간은 아니지만 말이다.


“네가 저번에도 화났다고 두 주 동안이나 오지도 않고 듣씹까지 했으니까,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거 아냐!”


「미친놈이! 그때는 화만 내고 넘어가 준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어딜 그 얘기를 들먹여! 네가 그때 잘했어? 잘했다고 그 얘기를 꺼내는 거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널 생각해서 한 행동인데... 왜 내 맘을 몰라줘!”


「이 개또라이 새끼야! 왜 날 위해서 네 거시기를 잡아 뜯어? 아무리 재생 능력이 있어도 그렇지, 멀쩡한 생살을 왜 잡아 뜯냐고!」


“남의 손때 탄 거니까 찝찝할까 봐 그랬던 거잖아. 기왕에 쓸 거 새거 쓰라고.”


「야, 이 천하의 개미친 새끼야! 그건 결벽증 있는 너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 내가 한 번이라도 찝찝하다고 한 적 있어? 내가 관음증 있다고 했지, 결벽증 있다고 했어?」


“어쨌든 아무리 화나도 듣씹은 하지 마. 만나서 귀싸대기를 날리더라도, 일단 얼굴 보고 화내.”


「너야말로 네 몸이라고 함부로 막 다루지 마. 네가 가시에 찔렸던 것 때문에, 나 아직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그런데 몸에다 불 지른 걸로 부족해서, 그걸 잡아 뽑아! 내가 귀신이라고, 마음에 상처가 안 남는 줄 아니?」


“... 알았어. 조심할게. 저기... 아무리 그래도 연락은 끊지 말아 줘. 내가 너랑 연락이 안 되면, 진짜 죽을 거 같아서 그래...”


솔직히 하지운은 여자 친구에게 대차게 깨질 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 강 하류를 건너는 개또라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다 이유가 있어 한 짓이다.

하지운은 지금 이 순간 알프스를 넘었던 한니발이나 나폴레옹이 된 듯한 심경이다.


탤머스주에서, 깽판을 치고 잠수를 탄, 아서 퍼렛이 있을 만한 곳은 사실 뻔했다.

탤머스주와 테일강 사이의 삼림 지대. 이곳밖에 없다.


놈이 익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능력은 ‘사령술’이다.

그 능력이 어떻게 발동될지, 굳이 설명을 안 들어도, 뻔히 알 것 같은 하지운이었다.


‘보나 마나 제 놈이 손수 죽인 놈만 언데드로 만들 수 있겠지. 그러면 제 놈이 갈 곳이라고는 여기 이 숲밖에 없겠네.’


로저가 받았던 보고에 따르면, 퍼렛 가문은 이곳의 백작인 휴버트 도일리 휘하에 있는 가문 중에서도 중간쯤 하는 가문이다.

그들 일족의 위세가 해축으로 치면, 유로파도 버겁고 컨퍼런스나 겨우 갈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고작 도일리 가문 휘하에 있는 열몇 놈 사이에서 말이다.


그런 집안의 후계자 놈이 잘나 봐야, 강간왕 리처드보다 조금 나은 수준일 것이 뻔했다.

그 실력으로, 냄새나는 시체 몇 구 이끌고, 왕국 내를 활보하다가는 금세 붙들려서 산 채로 불태워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놈도 바보가 아니라면, 우선 숲으로 숨어들어 가, 소머리들을 잡아 죽이는데 정성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언데드로 만들 재료도 모으고 사령술도 성장시켜야 하니, 놈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것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놈들을 몰래 뒤쫓아 가서, 소리 없이 하나씩 죽여야 하니, 일이 고되기가 말도 못 할 것이다.


행여 재수 없게 숲속에서 다수의 소머리들에게 포위된 경우, 자살만큼 훌륭한 대처법도 없다.

산 채로 놈들에게 붙들리고 나면, 아무리 울면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산낙지의 심경을 절절하게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하지운의 임무 목록에 놈이 멀쩡히 존재하고 있다.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다.


‘놈이 이곳으로 넘어 온 지, 대략 팔 개월 정도 되었을 거다. 그사이에 다른 곳에서 놈에 대한 보고가 올라온 것이 없으니, 이곳에서 쭉 죽치고 있었다는 얘기이고. 소머리들이 활개 치는 이곳에서 반년을 넘게 살아남았으니, 놈도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 있을 건데. 지금쯤이면 이 숲을 거의 제패하고 미션 수행하러 나갈 타이밍을 재고 있을 테지. 그런 마당에 내가 굳이 숲의 정면으로 들어가서, 놈에게 준비할 여유를 줄 필요가 있나.’


테일강이라는 천혜의 장벽이 뒤에 있으니, 놈이 뒤를 걱정할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 하지운이다.

놈의 허를 찌르기 위해 굳이 강을 건너는 수고로움을 무릅쓴 만큼, 하지운은 여친에게 당한 갈굼을 놈에게 다 되갚아 줄 생각이다.


빠르게 숲을 훑으며 놈에 대한 억하심정을 차곡차곡 다져 나갔다.

놈이 하지운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친 적이 없다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뻔뻔하기 짝이 없는 하가 놈에게는 화풀이할 샌드백이 절실했을 뿐이다.


테일강과 탤머스주 사이에 있는 삼림 지대의 면적은 무려 탤머스주의 1.5배에 달한다.

이것도 백팔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행해진, 피눈물로 점철된, 개간 사업을 통해 좁히고 좁힌 결과다.

원래는 두 배가 훨씬 넘었다.


그 때문에, 하지운의 능력으로도, 놈을 발견하는데 이틀씩이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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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정진 (5) 23.10.04 6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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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 (2) 23.09.29 6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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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인연 (10) 23.09.18 9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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