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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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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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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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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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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가진 미친놈 (3)

DUMMY

119화


“됐다. 걔는 로저가 아니었어도, 무병장수는 힘들었을 거야. 아그네스랑 결혼해서 부부 싸움을 했어도, 아그네스 손에 맞아 죽었을 거다. 넌 그냥 쉬고 있어. 이따가 네 차례가 되면, 묻는 말에 대답이나 잘 해.”

“......”

“야, 커드워스. 나머지 한 명은 왜 안 왔어? 너희 열한 명이잖아. ‘최면’ 고른 걔는 왜 빠졌냐고? 귀찮게 나눠서 오는 이유가 뭐야? 그냥 지난달에 다 오지 그랬어?”

“그게... 그때는 아직 백 레벨을...”

“아! 자신 있는 놈들만 먼저 출발했구나. 그런데 ‘최면’ 고른 그 계집애는 아직도 자신이 없대? 왜 혼자 남았어? 혼자서 날 만나는 게 더 무서울 텐데.”

“그게 이저벨의 부친인 워스터 백작께서 웨스털랜드주의 장관을 새로 맡으신 상태라...”

“그래서 뭐?”

“현재 웨스털랜드주에는 수천 마리의 소머리 괴물들이 창을 들고.”

“프웁! 크흐흑!”


순간 빵 터진 하지운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했다.

숲에서 돌대가리들을 상대로, 속성 과외를 하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를 일거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크하하하하! 내 제자들이 드디어 출두했구나! 이 스승이 참으로 뿌듯하다! 장하도다! 소머리 전사들이여! 드레이시 창술의 뛰어남을 만방에 과시하라!”


하지운을 제외한 모두의 낯짝이 대번에 참담하게 일그러져 버렸다.

모든 미스터리가 이렇게 허무하게 풀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모두들 마음속으로 장탄식을 하고 말았다.

왕국 전체를 이 잡듯이 뒤져도, 소머리 괴물에게 무기술을 전수할 정도로, 절륜한 상또라이가 이놈 말고는 단 한 놈도 없다는 걸 이제야 생각해 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왕국 어디에선가는 벼락 맞을 정신병자들이 이런저런 반인륜적인 망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또 반대로 로저 놈 못지않은 대단한 고수가 어딘가에서, ‘애는 착해.’ 소리를 들으며, 힘숨찐의 삶을 꾸려 가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사회적인 미친 초고수는 흔치 않다.

브리갠트 왕국 내에서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온 고강한 인성 쓰레기는 고작 두 명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중이다.

한 놈은 형틀에 알몸으로 묶인 채 평생의 죗값을 다 늙은 몸뚱어리로 치르는 중이고, 한 놈은 그 모습을 보면서 히죽거리고 있는 중이다.


“너, 정말 사람이냐? 맨손이어도 끔찍한 소머리들에게 도구 쓰는 법을 가르치다니! 이 왕국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 셈이냐? 넌 완전히 미쳤어! 넌 구제 불능 인간쓰레기야! 넌 어떤 욕이든 먹어도 싸! 내 혀도 뽑아라, 이 정신병자야!”

“그러지 뭐.”

“으아브으우우으브으!”


로버트 세비니 호소인의 혀도 뽑혔다.

그리고 이내 터져 버렸다.


이들은 아직도 이십일 세기 현대인의 물이 덜 빠진 것이다.

짜임새 있는 현대의 법체계에서 자유로워진 소시오패스가 어디까지 거침없어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세비니로 거듭난 청년의 뚫린 입에서, 이런 서릿발 같은, 꾸지람이 터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세비니 형제의 입아귀에서 동시에 비통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형제가 쌍으로 주둥이가 불편한 상태라, 비참한 심경을 사람의 언어로 표현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운이 앨리스 틸리얼 호소녀 앞으로 다가가 눈을 맞추고 다정한 경고를 날렸다.

구 페넬로페 양이 경기를 일으키면서도, 이를 악물고 개소리에 집중했다.


“여기에 로저의 대표적인 원수 집안 것들이 다 모여 있어. 지난번에 온 것들은 피붙이들이 한 짓만 놓고 보면, 어중간한 입장에 있던 연놈들이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수월하게 대화가 끝났어. 걔들도 금방 납득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더라고. 뭐, 새 집안이 작살나도 ‘몰살까지 당하겠나?’ 하는 생각이었겠지.”

“......”

“그런데 여기 있는 연놈들 중에 특히 다섯. 틸리얼, 윌러벌, 세비니, 웨이버튼, 터싱엄. 이 다섯 개의 벌레 소굴에 배정받은 것들은 심정이 같을 수가 없었겠지. 가슴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머리로 추측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비록 몇 달 안 됐지만 새로운 피붙이들에게 느끼는 애틋함, 안타까움 등의 감정. 환생해서 다시 얻은 가정을 꼭 지켜 내고 싶다는 사명감.”

“흐윽...”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좌우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대충 비웃은 하가 놈이 잡소리를 쉬지 않고 늘어놓았다.


“내가 보기에는, 너희들이야말로 현실 구분이 전혀 안 되고 있어. 걔들이 진짜로 너희의 피붙이야? 솔직히 나 같으면 걔들이 죽든 말든, 혼자 오지로 숨어 들어가서, 몇 년 동안 죽자 사자 수련만 했을 거야. 네깟 것들이 고작 능력 하나만 백 레벨 찍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어? 너희가 백 명이 넘는 호위대에 둘러싸인 저 늙은 요괴를 감당할 수 있냐? 나와 너희의 수준 차이를 짐작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니? 순 강간범들로 가득한 집구석들을 수호하겠다고 이렇게 우르르 몰려와? 내가 유인한 건 맞지만, 이 정도로 쉽게 걸려드니까 오히려 당황스러워. 그렇게 새로 얻은 벌레들이 사랑스러웠니? 목숨을 던질 만큼? 내가 원래 날 때부터 공감 능력이 부족해. 설명 좀 해 줘.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어흐으윽...”


입을 벌려도 울음밖에 안 나왔다.

감정적으로 호통치는 것이 무서워진 청년들이, 이성적으로 대거리를 하려 해도, 막상 떠오르는 말이 없었던 것이다.

미친놈이 하는 말 치고는 논리적으로 딱히 어긋나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가 놈이 하고 있는 짓은, 자신들의 기준에서 보면, 천인공노할 개짓거리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사실 자신들이 지켜 내겠다고 지랄을 하고 있는, 각자의 피붙이들도 저 마귀 놈 못지않은 버러지들인 게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딱히 원한도 없으면서 남의 집에 쳐들어가 살인, 강간을 일삼은 늙은 방화범 새끼.

출세에 눈이 멀어 멀쩡한 집안에 누명을 씌우는 짓에 앞장서 놓고, 그걸로도 부족해서 그 집 안주인을 공개적으로 치욕을 주고 죽인 변태 살인마.

단지 시기심 때문에, 수백 년을 교류해 온 사돈댁에 난데없이 테러를 저지른 살모사 세 마리.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들로선, 살살해 주면 안 되겠냐는, 비굴한 눈물 공세가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호통부터 날리는 바람에, 애꿎은 혀만 두 개씩이나 작살나 버렸다.


“저 혀 없는 두 머저리 연놈들이야 처음부터 눈깔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로 등장했었지. 그래서 나도 속으로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어, 까불면 본보기로 써먹으려고. 괴상할 정도로 침착해 보이는 저 터싱엄 놈은 일단 관찰 중이고, 열정은 넘쳐 보이는데 은근히 겁이 많은 웨이버튼 놈은 귀여워서 봐주는 중이야. 손버릇이 더러운 저 남자 좋아하는 변태는 실컷 때려 줬더니 분이 좀 풀렸고, 전생에 수의사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놈은 예의가 있어서 존중하는 중이지. 저 공룡 학대범은... 여기서, 로저 때문에 신세를 조진, 유일한 피해자라... 불편해하는 중이고...”

“......”

“그런데 앨리스, 넌 참 어중간하다. 널 틸리얼로 보기도 애매하고... 저 늙은 벌레가 널 알아보지도 못하잖아. 딸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건데. 넌 그냥 입조심해. 쟤들처럼 함부로 지껄이다 다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 그럼 정말 고통 없이 깔끔하게 보내 줄 테니까. 솔직히 넌 굳이 빨아먹을 것도 없어 보인다. 진짜로 편하게 보내 줄 수 있다는 얘기야.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갑자기 떠올라도, 꾹 눌러 버려. 묻는 말에 대답만 해. 내 말 정확하게 이해했어?”

“네... 완벽하게 이해했어요... 감사...합니다...”

“내가 가스라이팅을 너무 심하게 했나 보다. 감사 인사를 받을 얘기는 아니었어. 아까 물 먹인 건 미안하고, 그냥 마음의 준비나 해. 아, 맞다. 네 몸 원주인의 원한도 당연히 내가 갚을 수밖에 없을 테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

“네...”

“잠깐 의식의 흐름대로 딴소리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의 임무는 복수 대행이잖아.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말야. 저승에서는 왜 이딴 짓을 임무라고 줬을까?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망자의 한을 풀어 주는 거? 너희 중 여섯 명의 원래 몸 주인들은 뒈져도 싼 것들이었잖아. 미성년자들을 끈질기게 쫓아가서 기어코 죽이다가, 도중에 정의 구현을 당한 연놈들이니까. 그딴 버러지들의 한을 뭐 하러 풀어 줘? 그 시간에 인물 반반한 여종이나 몸 좋은 하인 놈을 구슬려서, 환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게 수천 배는 더 보람차겠다. 안 그래?”


작가의말

운명 같은 건가요? 저 숫자는...

귀신같이 돌아가 있네요.ㅠㅠ

어쨌든 지금 쓰는 부분은 주인공의 사고방식을 설명하는 부분이라

전부터 어디에 끼워 넣을지 고민하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한 덩어리로 이어서 쓰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간만에 무리했더니 드러눕고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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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신념을 가진 미친놈 (14) 23.12.27 29 1 9쪽
130 신념을 가진 미친놈 (13) 23.12.25 31 1 9쪽
129 신념을 가진 미친놈 (12) 23.12.22 37 1 10쪽
12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1) 23.12.20 33 1 9쪽
127 신념을 가진 미친놈 (10) 23.12.18 38 1 9쪽
126 신념을 가진 미친놈 (9) 23.12.16 36 1 9쪽
125 신념을 가진 미친놈 (8) 23.12.14 38 1 9쪽
124 신념을 가진 미친놈 (7) 23.12.11 35 1 9쪽
123 신념을 가진 미친놈 (6) 23.12.09 37 1 9쪽
122 신념을 가진 미친놈 (5) 23.12.07 36 1 9쪽
121 신념을 가진 미친놈 (4) 23.12.05 39 1 10쪽
» 신념을 가진 미친놈 (3) 23.12.03 40 1 9쪽
119 신념을 가진 미친놈 (2) 23.12.01 36 1 10쪽
11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 23.11.30 46 2 11쪽
117 마왕의 길 (18) 23.11.28 44 1 10쪽
116 마왕의 길 (17) 23.11.25 41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42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39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44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45 1 10쪽
111 마왕의 길 (12) 23.11.15 49 1 10쪽
110 마왕의 길 (11) 23.11.12 49 2 10쪽
109 마왕의 길 (10) 23.11.10 51 2 10쪽
108 마왕의 길 (9) 23.11.08 54 2 11쪽
107 마왕의 길 (8) 23.11.06 52 2 11쪽
106 마왕의 길 (7) 23.11.04 49 2 10쪽
105 마왕의 길 (6) 23.11.01 52 2 9쪽
104 마왕의 길 (5) 23.10.31 53 2 10쪽
103 마왕의 길 (4) 23.10.27 53 2 10쪽
102 마왕의 길 (3) 23.10.25 5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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