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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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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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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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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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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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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념을 가진 미친놈 (12)

DUMMY

128화


“아, 안 돼!”


제인 드 라 게어 호소녀의 손톱 열 개가 모두 원래 길이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갔다.

바닥에는, 삼십 센티 정도 길이의, 꼬챙이 열 개가 비스듬하게 꽂혀 있다.


손톱이 전부 잘려 나가자마자, 수납장에서 검을 꺼내던 귀여운 제인 호소녀가 일순간 멈칫했다.

잠시 후 그녀의 머리가 목의 절단면을 미끄러지며 발 앞으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흙바닥으로 꼬꾸라지던, 그녀의 몸통과 머리가 갑자기 자유 낙하를 멈추고 허공에 둥둥 뜬 상태를 유지 중이라는 것이다.

얼마 안 있어, 그녀 또한 앞서 죽은 두 청년 옆에 소곳하게 눕혀졌다.


전장에서 죽은 시체치고는 굉장히 깔끔한 상태를 유지 중인 세 남녀와는 달리, 살아 있음에도 목불인견의 참상을 유지 중인 또 다른 세 남녀가 하지운의 발 앞에 굴러다니는 중이었다.

이들도 남자 둘과 여자 하나로 구성된 혼성 삼인조인데, 악덕 사업주 하 사장에게 받는 대우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들은 모두 양 팔꿈치와 양 무릎에 투척용 단창을 한 자루씩 꽂고 있었는데, 하지운은 결코 이것들을 뽑아서 치료를 해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이 세 남녀의 졸개들이 우두머리를 구해 보겠다고 겁 없이 달려들자마자, 이들의 사지에 꽂힌 단창을 미친 듯이 흔들어 젖힌 것만 봐도 능히 알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광소를 터뜨리며 헤드뱅잉을 하는 것만 보아도, 이 셋의 앞날이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데이비드 밸런 호소남이, 무려 십육 미터 상공에서 번개 같은 속도로, 내려찍은 열두 자루의 단창을 이 세 남녀가 팔다리로 대신 받아 냈었다.

그럼에도 배은망덕한 하가 놈은 이들에게 여태 단 한 마디의 감사 인사조차도 하지 않은 것이다.


염동력으로 수백 개의 고기 방패를 제멋대로 동원할 수 있고, 수십 가지의 지대공 요격 능력을 갖춘 하지운에게 ‘공중 부양’은 너무도 처량한 능력이었다.

더 이상 투하 가능한 공대지 무기가 남아 있지 않았던 데이비드 호소남이 도로 지상으로 내려와 검을 뽑았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목이 잘렸던 것이다.


그 직후 하지운은 허리를 좌측으로 틀면서, 목뒤를 노리고 날아오던, 헨리 레트웰 호소남의 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버렸다.

그러고는 헨리 호소남과 눈을 똑바로 맞춘 하지운이 어느새 왼손으로 옮겨 잡은 검을 그의 심장에 쑤셔 박아 버리고 말았다.

그런 후 제인 호소녀의 강화된 손톱과 목까지 잘라 버린 하가 놈이, 그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본격적인 패악질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미친놈이 본격적으로 신명이 나서, 성안을 순식간에 광란의 도가니로 휘몰고 갔다.

하지운의 흥이 솟구쳐 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흡수할 가치가 없는 능력 세 개를 주워 버렸다.

비행 능력의 하위 호환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공중 부양’, 손발톱 무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 ‘손톱 강화’ 그리고 ‘차트 분석’이 상태창에 뜬 것이다.


전생에 헨리 레트웰 호소남이 어쩌다가 자살했는지, 단숨에 유추해 버린 하지운이었다.

‘차트 분석’은 저승의 목록에 있던 초능력이 결코 아니다.

헨리 호소남 고유의 주특기일 뿐이다.


헨리 호소남은 별 쓸모도 없는 권능 쪼가리를 넘기는 대신 하지운의 수납장에, 십 톤 용량의 저장 공간과 함께, 십 킬로 무게의 금덩어리를 남겨 두었다.

능력자 본인을 저고도 저속 드론 따위로 전락시키는 ‘공중 부양’ 같은 능력에 비하면, 진정으로 쓸모 있는 권능 ‘순금 10kg’을 넘겨주고 간 것이다.

금 시세가 아무리 요동쳐도 무조건 억 단위의 현금과 맞먹는 최고의 유동 자산을 획득했다.

그 즉시 기쁨이 광기로 표출돼 버렸다.


각종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용사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삼십여 명을 염동력으로 멈춰 세웠다.

갑자기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서른 명이 넘는 용사들이 아랫배를 움켜쥔 엉거주춤한 자세로 비틀거렸다.

그 뒤를 따르던 또 다른 삼십여 명의 용사들의 정수리에 무지막지한 위력의 강풍이 내리꽂혔다.

예순네 개의 콧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과정을 거치며, 삼십이 인의 용사들이 거칠게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그들의 대갈통 낙하 궤적에는, 엉거주춤하게 내밀어진, 앞선 동료들의 둔부가 있었다.


그렇게 브리갠트 사상 최초로 환상 속의 종족 켄타우루스가 강림했다.

그것도 무려 서른두 마리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 이 모든 이적의 원흉 하지운조차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뒤를 따르던 동료 용사들이 비명을 삼키며 몸을 띄웠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반인반수의 동료들을 피하면서 악귀 놈에게 접근하기 위해, 상상 속의 동료들을 뛰어넘을 결심을 한 것이다.

이미 달려오면서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백여 명의 용사들이 허공에 날아오르는 순간, 하가 놈의 입에서 기묘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끼요옷! 와다다다다다다닥!”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발의 염동력 펀치가 허공에 작렬했다.

단숨에 오십 미터가 넘는 피와 살점의 개천이 탄생했다.

피보라를 일으키며 바닥에 처박힌, 다리 없는, 용사들의 입에서 지옥 밑바닥에서나 들을 법한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백사십여 명의 중환자가 발생했지만, 아직도 내성 안에는, 무려 칠백여 명이라는 만만치 않은 수의 병력이 포진 중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들 중에 소 피나 여우 피를 먹은 자가 서른 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홉 개나 되는 가문이 뭉쳤다고 수백의 엘리트 전사 집단이 출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이들이 백칠십 명이나 되는, 소 피 혹은 여우 피를 먹은, 엘리트 전사들을 동원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심지어 이 아홉 개의 가문 중 상위 영주의 가문은 다섯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네 가문은 앨커스터 백작령에 속한 중견 영주들의 집안이다.


브리갠트 왕국 내에 백 명이 넘는 엘리트 전사 집단을 운영할 수 있는 세력이 딱 스물이다.

이것도 이미 망한 드레이시 가문을 포함한 숫자이며, ‘운영하고 있는 세력’이 아닌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세력’의 수이다.


변경 주를 제외한 다른 주에서는, 유력한 상위 영주들도 휘하에 열댓 명 정도의 엘리트 전사들을 보유한 자들이 대부분이다.

괴물들이 코빼기도 디밀지 않는 곳에서, 고액 연봉자들을 무더기로 육성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부 변경과 달라붙어 있는 앨커스터주이기에, 각 가문이 보유한, 엘리트 전사의 머릿수가 비교적 많은 편인 것이다.


나머지 칠백여 명의 병사들 중, 개돼지 피라도 먹은 자가 절반이 채 안 된다.

그 외의 모든 병사들은, 평생 먹은 거라고는 평범한 식재료밖에 없는, 순정 상태의 인간들이다.

그들 대부분이 평상시에 농노들이나 관리하고, 영주들의 성내에 설립된, 거주지의 치안이나 담당하던 경비병들이다.


그들 같은 평범한 병사들이 평생을 살면서, 이삼 초 만에 백사십여 명의, 엘리트 전사가 박살 나는 장면을 목격할 가능성은 사실 제로에 가깝다.

보통 이런 미친 꼬라지 안 보고 평생 적당히 누리며 살다가, 자기 침대에서 노환으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들은 소속 가문을 잘못 만난 죄로, 이런 정신 나간 생지옥을 목격해 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운에게 한 대라도 맞기 전에, 각자 알아서 미쳐 버렸다.

그들의 입장에서, 현재 하지운이 보여 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인간의 상식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하게 벗어나 버린 행위였다.

그들의 눈에 하지운은 더도 덜도 말고 마계에서 강림한 고위급 악마 정도로 보였다.


글자 그대로 평범한 그들의 정신이 버텨 낼 수 있는 한계를 애저녁에 돌파해 버렸다는 말이다.

삼백육십 명의 순수 인간 병사들이, 자신들이 싸질러 놓은 똥오줌 위를 뒹굴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정신 줄을 놓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바닥에 내팽개친 꼴이다.

물론 병사들이 미쳐 버린 이유가 단순히 무서운 광경을 봤다는 것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콘체스터 성이 함락된 그날, 차후의 통치를 위해 살려 둔 평민 계층과 농노들을 제외한, 천오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조리 살해당했다.

그 후 웨스털랜드, 앨커스터, 어네스퍼드 등 주변 여러 주에 퍼져 있던 드레이시 가문의 휘하 가문들이 하나둘 제압당했다.

그들도 대다수가 몰살당했다.

삼천 명 가까운 사람이 죽었고, 오백 명이 넘는 인원이 노예가 되어 드레이시 토벌에 공이 있는 자들에게 하사되었다.

그들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신분이 높은 편이었던 이들은 신분이 높은 놈들이 차지했고, 출신이 한미했던 이들은 아랫것들에게 던져졌다.


이 성에 모인 아홉 가문은 모두 드레이시 토벌에, 열정적으로 앞장서서, 가담했던 대표적인 집안들이다.

이들이 다른 가문들보다 더 많은 하사품을 받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사받은 노예들 중 출신과 외모가 부족하다 싶은 여성들은 경비병들의 숙소에 몸종으로 보내졌다.


오백여 명의 노예 중 백오십 명 정도가 앨커스터주에 뿌려졌다.

그들 모두가 두 달 전에 한 명도 남김없이 살해당했다.

토벌대가 몰살당했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겁을 먹은 앨커스터주의 영주들이 노예들을 전부 죽여 버린 것이다.

그러고는 그들의 시체를 태워 버리거나, 벨라강에 던져 버렸다.

마왕 하가 놈이 앨커스터주에 들이닥쳤을 때, 풀려난 노예들이 자신들이 당한 일을 고해바치며 눈물로 호소할 경우를 미리 대비한 것이다.


하지운이 세 명의 참가자들에게 ‘이 성에서 무기를 들고 있는 것들 중에, 내 손에 편하게 죽을 자격을 갖춘, 사람 새끼는 너희 셋을 포함해서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괜히 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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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념을 가진 미친놈 (12) 23.12.22 38 1 10쪽
12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1) 23.12.20 33 1 9쪽
127 신념을 가진 미친놈 (10) 23.12.18 39 1 9쪽
126 신념을 가진 미친놈 (9) 23.12.16 36 1 9쪽
125 신념을 가진 미친놈 (8) 23.12.14 38 1 9쪽
124 신념을 가진 미친놈 (7) 23.12.11 35 1 9쪽
123 신념을 가진 미친놈 (6) 23.12.09 37 1 9쪽
122 신념을 가진 미친놈 (5) 23.12.07 37 1 9쪽
121 신념을 가진 미친놈 (4) 23.12.05 39 1 10쪽
120 신념을 가진 미친놈 (3) 23.12.03 40 1 9쪽
119 신념을 가진 미친놈 (2) 23.12.01 36 1 10쪽
11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 23.11.30 46 2 11쪽
117 마왕의 길 (18) 23.11.28 45 1 10쪽
116 마왕의 길 (17) 23.11.25 41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42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39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45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45 1 10쪽
111 마왕의 길 (12) 23.11.15 50 1 10쪽
110 마왕의 길 (11) 23.11.12 49 2 10쪽
109 마왕의 길 (10) 23.11.10 52 2 10쪽
108 마왕의 길 (9) 23.11.08 54 2 11쪽
107 마왕의 길 (8) 23.11.06 52 2 11쪽
106 마왕의 길 (7) 23.11.04 49 2 10쪽
105 마왕의 길 (6) 23.11.01 52 2 9쪽
104 마왕의 길 (5) 23.10.31 5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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