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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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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14 19:2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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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6
추천수 :
512
글자수 :
916,378

작성
23.11.2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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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마왕의 길 (15)

DUMMY

113화


“아우, 씨발! 존나 아파! 내가 씨발! 뭘 걷어찬 거야? 아아악, 씨발! 발목이 부러졌나 봐! 씨발 내 발목이 부러졌다고! 세상에! 무려 내 발목이!”


하지운의 경망스럽기 짝이 없는 개지랄에도 젊은 초능력자 군단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또다시 놈의 주변이 킬링 필드로 변질돼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방금 음속을 돌파한 채로 그들 사이를 스쳐 갔던 물체는 ‘골렘’이다.

티머시 웨이버튼 호소인이 소환한 신장 이 미터 삼십, 중량 오 톤의 눈부신 은빛 기갑 전사다.


전생에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했었던 알폰소 군은 권능도, 기계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골렘 소환’을 골라 왔다.


하지운보다 고작 나흘 늦게 넘어온 그는 콘체스터주를 둘러싼 거대한 삼림 지대에서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권능을 키워 왔다.

그리고 불과 보름 전에 기어코 백 레벨을 찍어 버렸다.

눈물 없이는 회상할 수 없는 진실로 고된 날들이었다.


삼십 레벨 전까지 골렘의 소재는 진흙이었다.

그때의 진흙 골렘은 알폰소 군의 표현에 따르면 ‘쓸모없는 똥 덩어리’ 그 자체였다.

축구와 열정의 도시 마드리드의 청년답게 감정 표현도 진솔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사실 초반에는 알폰소 군 홀로 소년 가장처럼 개고생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골렘이 혼신의 힘을 다해 날리는 흙먼지 가득한 펀치를 맞고, 아파해 줄 만큼 인심 좋은 괴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숲속을 정처 없이 헤매다가 혼자 돌아다니는 소머리를 발견할 때면, 알폰소 군은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냅다 소머리의 쌍방울을 걷어차 버리곤 하였다.

물론 터지지 않는 수준에서 아프게 차 버리는 섬세한 테크닉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러고는 사력을 다해 빤스런을 해 버렸다.

분노가 오존층에 닿은 괴물이 오늘만 살 기세로 쫓아오기 때문이다.


한참 추격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진흙 골렘을 마주친 괴물들은 백이면 백 모두 화들짝 놀라 버리곤 하였다.

그러다 어느새 알폰소 군에게 알들을 걷어차인 일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지가 달린 진흙 덩어리에게 정신이 팔려 버리게 되는 것이다.


괴물이 진흙 골렘의 매력에 흠뻑 빠질 때쯤, 숨죽이고 있던 알폰소 군이 괴물의 등짝에 족발당수를 날려 버렸다.

그런 후 하반신에 마비가 오는 소머리의 몸뚱어리를 온몸으로 내리 누를 때면, 기다리고 있던 진흙 골렘이 소머리의 머리통을 꼭 끌어안아 버린다.

그렇게 괴물들을 질식사시키면서 눈물 어린 레벨 업을 거듭해 온 것이다.


그 눈물겨운 산고의 시간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방금 칠십 미터 밖에 있는 야산의 산자락을 뚫고 들어간, 은빛 기갑 전사다.


팔불출 알폰소 군이 하도 소환물 자랑을 늘어놓아서, 짜증이 날 대로 났던, 동료들이 골렘에게 테스트를 빙자한 집단 폭행을 자행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알폰소 군은 물 마법사 에바 양과 함께 일행의 리더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에바 양의 물대포조차 튕겨 내는 어마무시한 골렘의 위용에, 모두들 감복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대단한 기갑 전사가 산기슭을 뚫고 들어간 후 소식이 없다.

괴수 놈만이 방방 뛰면서 지랄 발광 중이었다.


놈의 발을 덮고 있던 부츠가 어느새 기능성 러닝화로 변해 있었다.

실제로 놈의 왼 발목 주변 부위에 시커먼 피멍이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동물 조종’을 골라 온 코스타리카 출신의 후안 에스테반 군은 전생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야생 동물 보호소에서 일했었다.

그래서 간단한 상처 치료 정도는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젊은이이다.

그런 그가 보기에, 하지운의 발목 상태는 끽해 봐야 미세 골절이다.

흉포한 괴수 주제에 더럽게 엄살이 심한 것이다.


“오늘 너희 때문에 무려 두 번이나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근래 들어 이토록 놀라 본 적이 없다. 한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내 지척까지 접근하지를 않나, 또 한 놈은 웬 쇳덩이를 소환해서 내 발목을 분지르질 않나. 너무 놀라서 심장이 내려앉을 지경이다.”


한참을 지껄이던 하지운이, 진정이 안 되는 듯, 자신의 가슴을 문지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겨우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헛소리를 이어 갔다.


“너희 같은 무시무시한 엘리트 전사들은 처음 겪어 본다. 지난달에 저 두 병신과 같이 왔던 놈들은 너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진면목을 드러내야 할 것 같다. 이 무서운 놈들! 진심으로 상대해 주마!”


도대체 뭐가 무섭다는 것인지 진심으로 납득할 수 없었던 가련한 여섯 남녀 앞에서, 하가 놈이 ‘변신’ 능력을 풀어 버렸다.

사실은 지속 시간인 한 시간이 다 되어서,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 것이다.

이 와중에 "화장실 좀 다녀오면 안 되겠냐?"고 물어볼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던 하지운이다.


구십 레벨이 되면서, 지속 시간이 오십 분에서 한 시간으로 십 분 연장되었다.

백 레벨이 되는 순간, 이 지긋지긋한 지속 시간도 없어지는 것이다.


잠시 우두둑거리며 뼈마디 부러지는 소음을 뿜어 대던 하가 놈이, 중이병 환자 같은 껄렁한 자세를 취한 채로, 치명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미터 팔십의 붉은 머리 괴수가 삼 미터 삼십의 머리 검은 마귀로 탈바꿈한 것이다.


4.0버전의 하지운을 영접한 일행의 눈에 일제히 감동의 눈물이 맺혔다.

이들의 눈물은 단순히 하지운의 외형 변화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완전 미친 장난꾸러기 하지운이 억누르고 있던 살기도 일부를 살짝 풀어 버렸던 것이다.


그동안의 ‘살심의 영역’은 사실 하지운의 관점에선 유치원 놀이터 수준의 공간이었다.

강인한 친구들을 만난 김에, 초등학교 운동장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보았다.


친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아직 자신들의 초능력을 공개조차 못해 본 젊은이들이 급속도로 무너져 갔다.


‘안 되겠다, 안 되겠어. 이제 브리갠트 내에서는 더 이상 성장이 안 될 거 같아. 다른 애들이랑 수준이 너무 안 맞는다. 얼른 정리하고 숲 건너편으로 진출해야지. 튜토리얼 지역에서 깽판 치는 것도 슬슬 질린다.’


승아랑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하지운이, 갑자기 오두방정을 떨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서릿발 같은 호통을 내질렀다.


“이 미친 새끼가! 큰 웃음 주다 말고, 왜 난데없이 오줌을 튀기고 지랄이야? 아오! 더러워 죽겠네!”


호통과 동시에 날린 하지운의 헛발질에, 느닷없이 허공에서 피보라가 휘몰아쳤다.

대략 일 초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귓구녕을 찢어발기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젊은 처자 하나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오, 씨발! 여자잖아! 진짜 미치겠네! 아니, 이놈의 집구석은 어떻게 된 게, 연놈 할 것 없이 죄다 변태밖에 없냐?”


다급하게 고개를 돌린 채, 그녀의 터져 나간, 오른 다리를 치료한 하지운이 그 자리에서 알몸의 처자를 땅속에 묻어 버렸다.

물론 머리통은 꺼내 놓은 상태로 말이다.


“안 그래도 상태창만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바람에, 웃겨 뒈지는 줄 알았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서, 남의 발에다 오줌을 싸고 지랄이야! 너, 나보다 미쳤어? 누가 더 미쳤는지, 겨뤄 보자는 거야?”


방금 전 자신이 의도적으로 살기를 질질 흘렸다는 건 그새 잊어 먹은 하가 놈이다.

놈은 자타 공인 정신병자답게, 앓는 소리를 내며 서럽게 울어 대는, 젊은 처자에게 배려 없는 상소리를 잘도 지껄여 댔다.


“그만 울어. 주둥이를 확 잡아 찢어 버릴까 보다. 뭘 잘했다고 울고 지랄이야? 지혈까지 시켜 줬잖아. 당장 그쳐. 기껏 치료해 준 다리통 도로 밟아 버리기 전에.”


무릎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환자가 환부만 아물게 해 줬다고, 그 끔찍한 고통이 없어졌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서슬 퍼런 악귀 놈의 악다구니에 질려 버린 그녀는, 이를 앙다물고, 헐떡임을 멈추려 몸부림쳤다.


사실 하지운의 눈에 보이는 상태창에는 단 세 가지 정보만 공개되어 있다.

국적, 소속 그리고 권능의 명칭이다.

당연히 국적과 소속은, 전생의 것이 아닌, 현재의 것이 적시돼 있다.


‘국적 : 브리갠트’, ‘소속 : 틸리얼’, ‘권능 : 투명화 100레벨’ 이 세 줄이 다이다.

꼴랑 이것만 보고, 자신을 암살하겠다고 코앞에서 알짱대는, 병신의 성별을 알아맞히는 건 아무리 하가 놈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전생에 야외 노출을 전문으로 하는 성방 BJ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병신 취급까지 받는 건 지극히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두 백작이 똥오줌을 지리면서 기절해 버렸고, 혼성 육인조는 달려들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하지운의 코앞까지 접근한 그녀다.


비록 해일처럼 덮쳐 오는 살기에 인내심이 바닥나 선 채로 오줌을 갈기긴 했지만,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 용맹한 전사가 바로 그녀란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다.


“와아... 너희들 존나 못됐다. 십이월이 열흘도 안 남았어. 이 날씨에 너희 중에서 젤 어려 보이는 애를 홀딱 벗겨서 나한테 접근시킨 거야? 저 꼬라지를 하고서 내 목을 따라고? 너희들은 잔뜩 껴입고 있는 마당에? 나더러 살인귀니 마왕이니 떠들 게 아니었네. 너희가 나보다 한 수 위다. 오늘 정말 여러모로 배우는 게 많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우린 쟤 몰라! 지금 처음 보는 거라고! 우리가 시킨 거 아니야! 쟤 정말로 우리 일행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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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마왕의 길 (17) 23.11.25 39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40 2 10쪽
» 마왕의 길 (15) 23.11.21 3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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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마왕의 길 (13) 23.11.16 4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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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마왕의 길 (11) 23.11.12 46 2 10쪽
109 마왕의 길 (10) 23.11.10 48 2 10쪽
108 마왕의 길 (9) 23.11.08 51 2 11쪽
107 마왕의 길 (8) 23.11.06 49 2 11쪽
106 마왕의 길 (7) 23.11.04 47 2 10쪽
105 마왕의 길 (6) 23.11.01 49 2 9쪽
104 마왕의 길 (5) 23.10.31 50 2 10쪽
103 마왕의 길 (4) 23.10.27 50 2 10쪽
102 마왕의 길 (3) 23.10.25 49 2 9쪽
101 마왕의 길 (2) 23.10.24 55 2 10쪽
100 마왕의 길 (1) 23.10.21 5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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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정진 (11) 23.10.18 4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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