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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물약독점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단타로
작품등록일 :
2019.07.30 13:42
최근연재일 :
2019.08.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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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918

작성
19.07.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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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혼자 물약독점 01화-돌아가다(1)

DUMMY

나혼자 물약독점 01화-돌아가다(1)


지랄 맞은 돈.

돈.

돈.

개 같은 인생. 돈이 없어서 뼈 빠지게 일했다가, 돈이 없어서 병에 걸리고 돈이 없어서 죽어간다.

돈이 뭐길래, 삶을 이렇게 피폐하게 만들까.

겨우 내 나이 스물여덟.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계를 위해서 공장에 들어가 일을 했다.

고졸 무경력에 공고 출신도 아니라 찾아간 공장은 안전과는 거리가 먼 폐기물 처리 공장이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나를 써줘서 가족들을 위해서 한 푼이라도 벌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하지만 폐기물 사이에 뭐가 섞여 있었는지는 몰라도, 어느 날부터 살이 빠지고 기운이 없더니.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장은 자기와는 관련 없다는 차가운 반응.

퇴직금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아픈 몸을 이끌고 퇴직금을 달라고 공장으로 찾아갔을 때 사장이 한 말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배운 것도 없는 가난한 새끼 거둬줬더니, 뭐? 퇴직금? 하여튼 대한민국 법이 빨갱이 법이야! 소송을 걸 든 말든 알아서 해 새끼야!”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서 치료를 해봤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내 치료비를 위해, 공부를 곧 잘하던 동생도 대학을 그만두고 일을 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지쳐가는 가족들의 표정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처음에는 세상을 원망도 많이 했다.

아니, 지금도 원망한다.

돈.

돈이 뭐길래.


그러던 중, 옆자리에 입원한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보던 게임방송이 눈에 들어왔다.

‘세컨드 월드’

흔히 말하는 풀다이브 게임.

전세계적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명성이 자자한 게임이었다.

죽어가는 하루하루였지만.

그날부터 욕심이 생겼다.

매일 돈 때문에 일만 하던 내 인생.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그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인생에서 처음으로 강렬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백혈병에 걸린 채로, 병원비도 없는 내가 게임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풀다이브 게임을 하기 위한 머신만 해도 보급형이 200만원을 호가했다.

당장 하루 입원비 8만원이 없어서 언제 쫓겨날지 벌벌 떠는 마당에 무슨 게임이란 말인가···. 어불성설이지.

그래도 돈이 없어서 게임은 할 수 없었지만, 그 정보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은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머릿속 상상의 세계에서 수천 번 수만 번 ‘세컨드월드’를 플레이했다.

상상 속에서 무슨 직업을 할지. 초반에는 어떻게 캐릭터를 성장시킬지, 서브직업으로는 무얼 선택할지.

하루하루 죽어가는 무료한 삶이어서였을까? 나는 더욱더 세컨드 월드의 정보수집에 집착했다.

맵 전역.

스토리.

세컨드월드 업데이트의 역사.

랭커 정보.

실제로 플레이는 하지 못했지만, 플레이어들이 인터넷 세상에서 떠드는 글과 영상은 무료였다.

같은 동영상도 몇 번씩 재생했다.

그리고,


‘나였으면, 여기서는 이 스킬을 썼을 텐데···.’

‘불편해도, 여기서는 다른 콤보를 쓰는 게 더 효율적인데···.’


나의 집착은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밤을 꼴딱 새우며 정보수집을 한 결과.

의사 선생님은 내 경과가 점점 안 좋아져 간다고 했다.


“박한일 환자? 요즘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간호사가 그러던데요?”

“생각할 게 많아서···.”


의사 선생님은 걱정이 된다는 듯 내게 물었지만,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잠을 못 잔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나의 상상은 점점 더 상세해졌다.

내가 만약 플레이한다면, 시작 클래스는 뭐로 하지?

지금 있는 정보를 토대로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빨리 렙업할 수 있는 길은?

이미 앞서고 있는 랭커들에게는 개방 특전이라는 게 주어진다던데 내가 그들을 따라잡을 방법은 없을까?

지금 주류직업보다 나중에 등장한 클래스가 앞으로 더 전망이 밝진 않을까?

새로운 직업의 스킬 분석을 해볼까?

내가 보는 건 인터넷 글과 영상에서 이젠 TV 프로그램. 전문공략집까지 넓어졌다.

잠을 자는 시간도 부족했다. 하루하루 새로운 정보가 쏟아졌다.

인상 깊은 자료는 수십 번을 되돌려봤다.

‘세컨드월드’의 비씨아웃싸이드 갤러리에서 매일 다른 사람들과 흔히 말하는 키배를 뜨면서 토론도 했다.

그렇게 많은 정보를 모았다.


하지만···. 그렇게 몇 달을 보내자 절망감만이 남았다.


‘어차피···. 플레이하지도 못하는데···.’


직접 플레이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가족한테 얘기하고 그만 퇴원하고 마지막 소원이라고 게임을 하고 싶다고 얘기해볼까?

아마 미쳤다고 하겠지.

그래도, 플레이해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재밌겠지?

그러니까 다들 이렇게 난리지.

하긴, 풀다이브 머신이 처음 생기고도 난리였었지.

이제 미디어는 끝났다고.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체험’과 ‘간접체험’인 영화나 드라마가 비교할 거리나 되겠냐면서.

그런 풀다이브 머신 게임의 최고 인기게임인 세컨드월드다.

랭커들은 한 달에도 몇천, 몇억씩 번다는 소문도 있고···. 실제로 위튜브의 동영상도 70% 이상이 ‘세컨드월드’에 관한 내용이다.

세상은 그야말로 ‘세컨드월드 신드롬’의 한가운데 있는데···.

나는 그놈의 돈이 뭐라고 세컨드월드를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못했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뭔가 착잡한 기분이다.


* * *


내 몸 상태는 날이 가면 갈수록 안 좋아져만 갔다.

치료방법은 골수이식뿐인데, 골수이식을 할 치료비는 없었다.

아버지의 갈라진 손.

어머니의 지친 표정.

동생의 희망이 없어진 얼굴.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쌓여간다.

차라리 빨리 죽었으면.

그러면, 이런 고통도 없을 텐데.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크다.


* * *


요즘은 두통이 좀 덜해서 다시 ‘세컨드월드’의 상상을 했다.

다만 지금까지 상상과 다른 점이라면,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세컨드월드를 한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상상이었다.

그래 봤자 지금까지 한 상상과 다른 점은 없었지만.

세컨드월드에는 ‘전투클래스’와 ‘생산클래스’가 존재한다.

생산직은 상인, 블랙스미스, 테일러, 채집가, 광부, 공학자, 마법부여자, 보석세공, 연금술, 조각가, 탐험가 등이 있었다.

랭크가 올라감에 따라서 하급, 중급, 상급, 레어, 에픽, 유니크, 레전드리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데, 상급이상만 되어도 상당한 가격에 거래된다.

세컨드월드의 아이템매매가 현질이 되는 이상. 세컨드월드는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의 상상의 나래는 또 다른 장으로 넘어갔다.

예전에 하던 상상이 전투클래스의 육성에 중점이 있었다면, 지금 하는 상상은 돈벌이.

물론 전투클래스로도 돈벌이는 할 수 있었지만, 생산직 클래스가 돈을 벌어들이는 상상을 하는 것도 쏠쏠했다.

게다가, 이미 레시피가 공개된 아이템 제작법을 나는 전부 섭렵한 상태였다.

몇 수십 번을 본 공략집의 모든 아이템 제작법은 머릿속에 각인되어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재료를 충당할지.

그리고, 직접 채집을 하는 게 효율적인지, 아니면 벌어들인 돈으로 대량 구매하는 게 효율적인지에 대한 계산을 하는 것만으로 너무나 즐거웠다.

아!

내가 세컨드월드를 빨리 알았으면, 이걸로 돈을 벌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하긴, 내가 처음부터 세컨드월드를 했었다면, 상상 속에서 버는 것처럼 쉽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과거로 돌아가서 게임을 한다는 상상은 너무나 즐거웠다.

이미 공개된, 혹은 유출된 랭커들의 개방특전중에 뭐가 제일 매력적인지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개방 특전을 먼저 얻는다는 건 이미 랭커로서 앞서나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또 한 번 앞서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 것이었다.

물론 개방 특전을 얻고도 랭커에서 물러난 사람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초기 랭커들이 상위권에 계속 머무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역시 플레이한다면 전투클래스지!’


이렇게 병원에 누워서 매일 같이 보내는 무료한 하루하루. 앙상해져만 가는 근육과 뼈들.

이런 상황에서 직접 몸을 움직여 적과 싸운다는 건, 나에겐 너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뭔가 영웅 같지 않은가?

어렸을 때 봤던 TV 프로그램의.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싸워서 누군가를 지켜내고. 악당들로부터 모두를 구하는.

어쩌면, 무너져버린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는 내 바람이 이런 식으로 나타난 걸지도 모르지만.


* * *


나는 도대체 매일매일 무얼 하는 거지.

사람은 살아가는 건데.

살아가야 하는 건데.

이렇게 매일매일 죽어만 가고 있다.

나만 죽어가면 괜찮다.

왜 나는 내 가족까지 죽여가고 있는 걸까.


“쿨럭. 쿨럭.”


기침할 때마다 고통이 온몸을 내달린다.

뼛속까지 느껴지는 통증.

그치질 않는 지끈거리는 두통.

항암치료로 빠져버린 머리카락.

위에서 넘쳐 오르는 토사물.


‘죽여줘···. 제발···.’


고통에 따라 해서는 안 될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녔다.


‘젠장···.···.!’


죽어버리자. 뛰어내리자.

살아있는 1분 1초가 지옥인데. 나를 이렇게 아프게 만든 건 사회인데. 내가 더 살아서 무엇하랴.

2년 동안 병실에만 갇혀서 살았다.

고통 속에서 살았다.

이 이상 지옥이 어디 있을까?

하루하루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세상에 무슨 미련이 있다고 하루를 더 살겠다고, 침대에 누워서 알약을 삼킨단 말인가.

모두가 잠든 새벽.

아니, 잠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적어도 이 중환자실에서는 모두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새벽.

부들거리는 팔로 몸을 일으켰다.

팔에 꽂혀있는 링거를 들고 나는 문을 열고 조심스레 계단으로 향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풉···.”


한칸 한칸 올라가는 계단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생각하니 실소가 튀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링거는 왜 들고 나왔을까. 어차피 죽어버리려고 하면서.


‘어쩌면···실은 더 살고 싶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어쨌든, 스스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명명한 H병원 중환자동 계단을 나는 한칸 한칸 올라갔다.

일부러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 칸.

두 칸.

세 칸.

···.

계단을 헤아리는 수가 두 자릿수가 되고 나서 방금 센 수가 맞는지 어쩐지 헷갈릴 즈음.

옥상으로 나가는 문에 도착했다.

이제 저 문을 넘는 순간.

나는 자유로워진다.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나는 심호흡하고 마음을 굳게 먹은 후 손잡이로 손을 천천히 뻗었다.


‘덜컹!’


···.

···.

문은.

잠겨있었다.

한참을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죽지도···못 하는 병신···.’


그래, 병신은 죽지도 못한다.

아니. 어쩌면 더 살라는 계시일지도 모르지.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링거를 가지고 나온 것도. 어쩌면 사실 나는 더 살고 싶은 걸지도 모르잖아.

그래.

살아보자.


“오늘은. 그래, 오늘은 침대로 돌아가서 자자. 내일부터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몸이 갑자기 떨려오더니, 어지러워졌다.

급히 손을 뻗어 난간을 잡으려 했지만 헛손질.

의식 멀리 링거를 꽂아두는 거치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시야가 희미해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5년 전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세컨드월드’가 전 세계 동시 오픈하고 1년 뒤인. 2134년 5월 봄날로.

23살. 군대를 전역하고 공장에서 일하던 박한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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