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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087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12 04:02
조회
4,579
추천
95
글자
18쪽

02화 - 3

DUMMY

묘한 대치상황. 이런 걸 전에 본 적이 있을까. 아까 아침에 활기차게 인사했을 때,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여자애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굉장히 난감하다. 리유는, 마치 꼬꼬마들이 보는 아동용 프로그램, 뽀뽀뽀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처럼 귀엽게 등장했다. 손은 토끼 귀처럼 머리 위에 대고 깔짝깔짝 흔들고 있고, 표정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밝게 웃는 표정이다. 몸은 엉거주춤하게 금방이라도 제자리에서 깡총 뛸 것 같은 자세다. 저 자세로 오래 있으면 허리 아플 것 같은데.

나는 멍하니 그러고 있는 리유를 봤다. 달리 놀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여자애들은 원래 이러고 노나? 귀엽다고 해 줘야 되나? 아니면, 웃으면서 ‘어디서 개수작이야’ 하고 태클을 걸어 줘야 하나? 리유 역시 어색한지 웃고 있는 얼굴이 조금씩 경련한다. 그러더니 곧 자세가 허물어지며 넘어지려 한다. ‘어어’ 하며 받아주려 했지만 리유는 ‘이쿠!’ 하면서 자세를 바로 잡는다. 그러더니 나를 노려본다.

“뭐야아~ 귀엽다고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기껏 토끼 했는데!”

“……미안, 이라고 해야 되나. 그보다 뒤에 ‘냥’ 붙인 건 뭔데. 고양이야?”

“‘냥’이 귀여우니까!”

“…….”

리유는 불만스런 표정과 말투로 나에게 항변한다. 가까이까지 다가와서, 허리에 손을 올려놓고 야무지게 말한다. 하지만 어째 위협적이거나 미안한 마음보다는 마냥 귀여운 느낌밖에 안 든다. 이렇게까지 본인이 귀여우면서 스스로 귀여움을 어필하는 여자애는 처음 봐서 굉장히 난감하다. 우와, 키 엄청 작네. 가까이에 와서 쳐다보니 더 작은 것 같다. 150 간신히 넘으려나. 가뜩이나 동안에 하는 짓도 분위기도 어린데 키까지 작으니 영락없이 초등학생 같다. 당당하에 나에게 삿대질하는 손가락마저 아이 손가락처럼 너무 작고 귀엽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그건 내가 물어볼 거야! 여기서 뭐하는 거야!”

“뭐하긴, 점심 먹고 있잖아.”

“흥!”

리유는 여전히 화난 모양으로 험상궂게, 하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귀여운 목소리로 말한다. 내 대답에 되묻더니 ‘흥!’ 하고 팔짝팔짝 한 바퀴 동산 위를 뛰논다. 팔짝 팔짝 뛸 때마다 작게 묶은 꽁지머리가 흔들흔들 해서 귀엽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다시 돌아온다.

“여긴 내가 먼저 왔거든!”

“……방금 뛰고 온 건 무슨 의미야.”

“상관없잖아! 흥!!”

정말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본인의 귀여움을 어필하고 싶을까. 아니, 뭐, 효과는 굉장하긴 한데. 리유 귀엽지, 나도 좋아해. 그 증거로, 별로 친하지도 않고 마주친 적도 별로 없는 ‘여자애’ 인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있잖아. 어쩌면 너무 작고 귀여워서 여자애로 느껴지지 않는 걸까.

“혼자 점심 먹어?”

“……어, 그렇지.”

“헤헤헤헤─”

정곡을 찌르는 리유의 말에 나는 다시금 움찔 했다. 아니, 이 학교 여자들은 왜 이렇게 다들 정공법으로 말하는 거야. 여자애라면 좀 돌려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남 아픈 곳을 쿡쿡 찔러대다니. 게다가 그렇게 말하는 리유의 표정은 굉장히 도도하고 비웃는 것 같은 표정이다. ‘후훗’ 하고 웃더니 가소롭다는 듯 나를 내려다본다.

“왕따도 아니고, 혼자 밥 먹어! 우헤헤헤!”

“……그렇지, 뭐. 미안합니다, 왕따라서.”

“헤헤헤헤헤─ 그걸 또 그렇게 쉽게 인정하면 안 되지! 바─보.”

리유는 팔짝팔짝 뛰면서 가공할만큼 때려주고 싶게, 얄밉게 말한다 본인 딴에는 굉장히 도도한 느낌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리, 도도한 것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강하다. 다만 초등학생이 떽떽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빡침이 올라오긴 한다. 한숨 쉬고 인정할 건 인정 했다. 리유는 좋다고 팔짝팔짝 뛰다 조금 지쳤는지 숨을 헐떡이며 내 곁으로 와 서 있는다. 귀엽네.

“그럼 넌 여기서 뭐하고 있었는데.”

“나! 나, 나는……”

어랏. 의외로 반격? 더듬거리며 말하는 리유는 머뭇거리며 말하는 걸 꺼린다. 얼굴까지 살짝 빨개져서, 무언가 부끄러워하는 기색.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리유를 싱긋 웃으며 바라본다.

“밥 먹고 있었어!”

“헤에. 뭐야, 놀릴 처지는 아니네.”

“흥흥흥! 나, 난! 여기서 자연의 운치를 즐기고 있었다구!!”

“그러셔. 먹는 김에 같이 먹자. 밥 어딨는데?”

“어, 어…… 난 이거.”

쥐어짜내듯 대답하는 리유. 계속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느긋한 말투로 대답하니 도리어 당황하는 건 리유다. 어색하게 대답하며 주머니에서 빵을 꺼낸다. 길죽하고 초콜릿이 잔뜩 발라져 있는 빵. 분홍색 흰색 파란색 가루 같은 것도 뿌려 있다. 으엑, 엄청 달겠다. 저런 걸 밥 대신으로 어떻게 먹는데. 그러려니 하고 앉으라고 내 옆을 가리켰다. 리유는 아니꼽게 나를 보더니 털썩 호쾌하게 앉는다. 여자애라 깔끔 떨면서 흙바닥이네 어쩌네 할 줄 알았는데.

리유는 빵을 뜯어서 한 입 앙 하고 베어 물고, 나는 먹던 밥을 그대로 먹는다. 잠시 동안 서로 먹을 것을 묵묵히 먹기만 했다.

“근데 새로 뜯은 거 보니까 먹고 있진 않았나보네?”

“막 먹으려고 하는데 저 쪽에서 너 오는 거 보여서 숨어 있었어.”

“에에. 참 열정적이구나.”

“헤헷☆ 근데 귀엽다고도 안 해주고!”

“그래, 귀여웠어. 충분히 귀여웠어.”

“정말? 헤헤헤헤.”

리유는 뺨을 부풀리며 귀엽게 말한다. 어찌나 그리 귀여운 것에 집착하는 지. 못 이기는 척 립서비스로 한 마디 하니 그게 또 좋다고 환히 웃는다. 꼭 ‘칭찬해주세요─’ 하는 강아지 같네. 반응도 강아지 같아서 귀엽다. 할 수 있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애한테 그렇게 할 순 없지. 그러다 또 어색해지면 어떡하게.

“왜 혼자 밥 먹어?”

“음─ 하아. 그러게.”

리유가 환히 웃어서 분위기가 괜찮아졌다 싶은데 다시금 예고도 없이 리유가 직구를 날린다. 나는 의기소침해져서 작게 대답했다. 그건 아까 도시락을 사서 여기 오면서 수도 없이 생각했던 일이다. 천하의 이 정웅도가, 교실을 벗어나 혼자 밥을 먹고 있다니! 뭐라 말로 이을 수가 없고 그냥 이어지는 건 한숨이다. 반찬인 소불고기를 곱씹으며, 리유를 보고 말했다.

“여자애들하게 말을 잘 못 하겠어. 여자애들이 날 어색해하는 것도 있고. 뭐─ 이해는 하겠는데. 너무 대놓고 티내니까. 먼저 다가가기도 어렵다고 해야 하나.”

“음, 왜 그럴까. 너 착한 애 같은데.”

“그렇지~? 그래 보이지! 내 옆에 앉은 애, 성빈이란 애도 그렇고, 다 봐 주는 사람은 봐 준다니까! 그래, 내가 잘못된 게 아니었어!”

“……아닐지도.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해. 남자애니까.”

“뭐야, 왜 평이 그렇게 바로바로 바뀌는데! 신빙성 없어!”

“에헤헷.”

리유는 빵을 앙 물으며 대답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여러모로 아이 같은 녀석이다. 빵도 내 성격 같으면 우적우적 20초 안에 다 먹을 만한 크기인데 새끼손톱만큼 야금야금 조금씩 뜯어 먹는 리유다. 뭐, 그래도 될 만큼 충분히 작은 체구에 귀엽긴 하지만. 정말 토끼나 그 비슷한 설치류가 뭐 갉아 먹는 것 같은 느낌이네.

“그거 맛있어?”

“응! 엄청 달고 좋아. 먹어볼래?”

“아니, 단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에에에엣─?! 그, 그럴 순 없어!”

“남의 취향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는데. 그걸 강요하면 안 되지.”

“아니야, 단 건 진리라구! 밥에 초콜릿 뿌려 먹어야 돼!”

“……그건 아니지. 진짜 그렇게 먹냐.”

“아니☆ 헤헷.”

“…….”

리유는 빵을 쭉 내민다. 단순히 내 쪽으로 내밀기만 했는데도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으윽, 속 느글느글하려고 한다. 정중히 사양하니 놀라는 리유. ‘어떻게 그럴 수가! 우리 부족 전통에 어긋난다!’ 하는 원주민 같은 느낌이랄까. ‘단 거 좋아하니 어린애 같애’라고 말하면 거의 신성모독 수준이 될 것만 같다. 결국엔 또 실없는 농담으로 말이 끝난다. 할 말이 없다.

“그럼, 너는 왜 혼자 먹고 있는데.”

“…….”

리유는 내 질문에 대답이 없다. 이크, 잘못 건드렸나. 금세 풀죽은 표정이 돼서 먼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리유 사실 짐작이 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야, 남자애고, 좀 특별한 경우니 애들이 배척하는 게 그럴듯하고 느껴지지만 리유 같은 경우는 다르다. 충분히 귀엽고 착한 여자애인데, 왜 그런가 여자애들이 리유랑 노는 모습은 전혀 못 봤다. 이렇게 애교 잘 부리고 귀여운 애를 왜? 그보다 더 못 생기고 이상한 애도 애교 부리면 좋다고 자기들끼리 까르르 깔깔 웃는 여자애들인데.

“나는, 흣! 말 했잖아. 자연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무, 무, 무슨 소리를! 그, 그렇게 함부로 입을 놀리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야!”

“말투, 이상해 졌는데.”

“아, 아니, 그럴 리가? 그런식으로 날 능멸하다간 목숨이 아홉 개라도 모자랄 것이야??”

“점점 더 이상해지는데. 정곡을 찔린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구~~!!”

리유는 애써 태연한 척 변명하려 한다. 하지만 말투가 점점 이상해진다. 약간 고어체 비슷하게 말하더니 이제는 의문문으로 끝날 것도 아닌데 끝을 올리는 이상한 말투로 말한다. 계속해서 내가 공격을 이어가자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마구 부정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더니 숨까지 씩씩대며 나를 쳐다본다. 얼굴이 빨갛게 됐다. 어유, 분노? 얼굴이 하얘서 그런가 빨개진 게 금방 티가 난다. 키가 작아서 그런가, 분명 나는 앉아 있고 리유는 서 있는데 눈높이는 비슷한 것 같다. ‘흥’ 하고 고개를 돌리는 리유.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그렇게 막말하는 남자애를 누가 좋아해! 흥이다 흥! 멍청이 바보!”

“네네. 그렇지요, 제가.”

“……에에에에~!!”

리유의 공격에 난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째 리유가 말하면 정신적으로 그리 타격이 오질 않는다. 어린애가 하는 말 같아서 그런가. 그저 귀여울 뿐이다. ‘흥흥!’ 하며 떽떽거리는 것도 오히려 귀여울 정도. 리유는 잔뜩 삐쳐서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는다.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돌리고 서 있다.

“뭐, 기분 나빴다면 미안.”

“……흥흥!”

사실 정말 미안해서 그런 건 아니고, 밥 먹는데 정신 사납게 주위를 자꾸 알짱거려서 그런 거다. 자기 딴에는 극렬하게 삐친 척을 하지만 누가 봐도 ‘관심 좀 가져줘!’ 하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강아지 같다.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삐친 걸 강조하기 위함인지 내 쪽은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린 체 빵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

“……사실은 친구 없어.”

“그래.”

이젠 어떻게 되도 모르겠다 하고 묵묵히 남은 밥을 마저 다 먹는데 리유가 와서 말한다. 풀 죽은 표정으로 내 옆에 다시 앉으며 말한다. 약간 애처롭기까지 하다. 강아지라면 귀가 축 늘어졌겠지. 기운 없어 보이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진 않다. 이래서 성빈이가 그렇게 충고 했던 걸까. 허나 이 이상 물어봤다간 리유 프라이버시가 있는 문제니까, 더 말로 물어보기도 그렇다. 그래서 잠시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

“……너도 친구 없지?”

“응, 그렇지.”

“…….”

리유는 넌지시 묻는다. 나는 리유 쪽을 쳐다보지 않고 밥만 묵묵히 먹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무언가에 대한 기대 때문에 힐끔 리유를 쳐다봤다. 살짝 볼이 붉어진 작은 얼굴이 귀엽다. 다음 말이 뻔히 드러나 보여서 뭔가 웃음이 나울 것 같다. 너도 친구 없고, 나도 친구 없다. 그렇다면 이어질 말은 뻔하지 않은가. 적의 적은 내 동지라고, 서로 친구 없는 사람끼리 친구하자는, 그런 말이겠지.

“그럼 너도 나랑 같네.”

“그렇지.”

서로의 같음을 발견하고, 서로에 대한 공감을 하게 되고. 서로의 부족한 면을 체워줄 수 있음을 느낀다면, 그게 친구로 가는 첫 걸음일거야. 근데 왠지 방금 한 생각, ‘연인’ 이나 ‘결혼’ 같은 얘기인데. 에이, 저런 어린애랑 무슨 연인을 하겠다고. 암만 봐도 초등학생 6학년 정도로 보이는 앤데. 무엇보다 가슴주의자(?)인 나로서는 저 절벽은 무리다.

“너도 그럼 나처럼 단 걸 먹으면 되겠다.”

“……결론이 이상하잖아!!”

“왜??! 너도 나랑 같으니까 같이 단 걸 먹으면 되잖아! 단 것 먹으면 기분 좋아진다구!”

“그게 아니라! 하 참.”

너무나 충격적인 결론에 나는 나도 모르게 방금 전까지 유지하던 침착을 버리고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히잉’ 하고 꼬리를 내릴 것 같던 리유는 도리어 같이 성을 내며 반박한다. 적어도 단 것에 대한 신념은 누구보다 강한 것 같다. 혀를 차며 나는 다시금 흥분을 가라 앉혔다. 「너도 친구가 없어 ─ 나도 친구가 없어 ─ 우린 같네 ─ 그럼 같이 단 걸 먹자」 라니. 무슨 결론이 그래. 하긴, 여자애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먼저 말하기 창피할 거 아니야. 여기선 남자인 내가, 늠름하게 먼저 나서줘야겠지.

“친구 할래?”

“우리 친구 하자.”

“엇.”

“어.”

앞의 ‘친구 할래’는 내가 한 말이고, 뒤의 ‘친구 하자’ 는 리유가 한 말이다. 그리고 서로 놀라 움찔 했다. 둘이 동시에 말한 건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던 건가. 리유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아니꼽게 나를 본다. 뭐랄까, 불쾌하다는 뜻? 아니, 표정을 잘 못 읽겠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한 마디 한다.

“찌찌뽕!”

“아!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찌찌뽕이니까 찌찌!”

“그렇다고 진짜 꼬집으면…… 좀 놓지. 진짜 아픈데.”

“에헤헤헤헷☆ 꺄아─ 더러워─”

“더, 더러울 정도는 아니잖아.”

리유는 아니꼬운 표정에서 밝은 표정으로 얼굴이 바뀌더니 순식간에 내 젖꼭지를 꼬집는다. 어찌나 그 손길이 은밀한지 습격하는 자객과 같이 신속하고 빠르게 내 마이 속으로 손을 넣어 정확히 ‘그곳’을 꼬집는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난 강한 고통과 거부감을 느끼며 몸서리 쳤다. 쬐끄만 애가 못하는 짓이 없어! 리유는 사촌 동생이 사촌 오빠한테 장난 치고 도망가는 것처럼 까르르 웃으며 도망간다. 어휴, 한숨 쉬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밥도 다 먹었다.

“어차피 너는 못 꼬집잖아~ 이건 내 승리지롱~ 헤헷☆”

“……그리 못 꼬집을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에엣?! 그, 그, 그건! ……그거 성희롱이잖아!”

“어떤 의미로 성희롱인데.”

“그…… 내가 좀 빈곤하긴 하지만! 성장기니까!”

“알아서 자폭하네. 빈곤이라기보다는…… 무(無)에 가까운 공허(空虛)가 아닐까 싶지만.”

“으으으으!!!”

리유의 도발에 나는 조금 큰마음 먹고 받아 쳤다. 솔직히 성장기 여고생의 가슴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정말 나쁜 짓이고, 굉장한 변태 같지만 어째 리유의 가슴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과감히 말했다. 그렇다하더라도 나랑 같은 나이의 여자애고, 아무래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어 나도 조금 창피해졌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려는 느낌이 든다. 표정으로는 전혀 그렇게 드러내지 않으려 뻔뻔하게 말하지만.

리유는 충격을 받은 듯 자기 가슴을 어루만지며 쓸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미안. 농담이 심했나.’ 하고 말하니 리유는 ‘흥, 바, 바보! 변태! 변태 변태 변태~~!!’ 하며 귀엽게 쏘아 붙인다. 그래도 엄청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저런 식으로 앙탈 부리며 대답할 수 있다는 건 그걸 증명하는 것이겠지. 용기를 내서, 난 리유에게 다가갔다.

“히익!”

“해치지 않아, 그냥 귀여워서 그래.”

“……헤헷☆”

용기를 내 다가가서 아직 체 여물지도 않은 아이같은 여고생의 야들야들한 가슴을…… 이 아니라!! 어디 사는 어떤 변태야! 그대로 리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 넘게 차이 나게 키가 작기에, 한참 내려 보게 된다. 리유는 히익 하며 몸을 움찔 하지만 곧 다정한 내 목소리에 생긋 웃으며 반응한다.

이건 장점이라고 해야 할지, ‘귀엽다’ 고 표현만 해 주면 긴장하다가도 금세 좋아하면서 경계를 풀어버리는 거.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이런 변태도 있는데. 아, 아니 딱히 리유를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애초에 이런 여자애론 뭘 할 수도 없잖아. 그냥 사촌동생 같은 느낌인데.

남자애 여자애 둘이서 풀숲에서 서 있고, 남자애가 여자애 쓰다듬어주는 그런 광경. 뭔가 이상하다. 분위기 이상해질 것 같아, 난 얼른 선수를 쳤다.

“친구 할래.”

“응! 친구 돼 줘!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그래. 그럼 친구다.”

“응응!”

“좀 어색한데, 그냥 리유라고 부를게.”

“웅! 너는 웅!”

“으엑. 좀 토나오는 별명인데. 좀 봐주면 안 될까.”

“싫은데! 웅웅! 얼마나 좋아!”

그 웅 자, 「수컷 웅雄」자라구. 사나이 이름을 그렇게 귀엽게 능멸할 수 있다니. 이것도 귀여운 리유만의 능력이려나. 아무리 우겨도 리유가 하겠다고 우기는 걸 어떻게 내가 막을 수는 없다.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리유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얇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차가운 느낌이 손에 닿아 참 쓰다듬기 좋다. 쓰다듬을 당하는 리유도 굉장히 기분 좋아하는 모습이여서, 한동안 만지작만지작 계속 리유 머리만 쓰다듬어줬다. ……이거 언제까지 쓰다듬어 줘야하나?


작가의말

밤은 길고 시간은 안 가네요... 흑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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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71 디플럭스
    작성일
    14.01.12 04:56
    No. 1

    제취미에 이어 제선택은 틀리지 않은듯!!
    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2 04:59
    No. 2

    오, 취향에 맞는 분 발견?!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자연의반격
    작성일
    14.01.16 20:28
    No. 3

    토끼는 뿅이다뿅 아 요즘 여장물 많이보다보니 꽤나 익숙한 설정이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6 21:09
    No. 4

    어멋, 그쪽 계열(?) 분이시군요 후후... 환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도선선자
    작성일
    14.01.21 23:39
    No. 5

    이걸 보면서 왜..난... 미연시를 하는 느낌일까.... 내가 ㅂㅌ성향인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2 00:19
    No. 6

    아뇨, 아마 맞을겁니다. 그 밥이 그 나물인 게 이 바닥이니까요... 흙흙.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神殺
    작성일
    14.03.03 19:54
    No. 7

    음.. 고딩 때 저런 친구 한 명 있었는데 말이죠.. 리유랑 신체적, 정신적 특징이 비슷한데... 특정 부위(ㄱㅅ)만 더 월등한(희세 정도?) 친구(女)가 있었죠.

    ... 근데 솔직히 귀척 볼 때 마다 짜증났다는ㅋ
    그 친구도 귀척이 좀 심해서 항상 지적해줬는데, 귀척 지적할 때마다 아니라고 잡아떼는 그 모습은............. 모에하지는 않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06 10:46
    No. 8

    로리거유라니... 사도다! 헌데 귀엽지가 않았다니. 안 귀여운 데 귀여운 척 하면 아무리 여자애라도 명치 존나 쌔게 때려 주고 싶어지거든요. 모에하지 않은 게 맞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神殺
    작성일
    14.03.08 07:03
    No. 9

    아니 그 친구 귀엽긴한데.. 저는 귀여운 애라도 귀척하면 짜증이나서.. 하핫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08 08:05
    No. 10

    네, 바로 그 점이 저 녀석이 당하는 이유... 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3 16:03
    No. 11

    ...........으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8.23 21:39
    No. 12

    리유는 사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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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1화 - 4 +14 14.01.10 6,431 155 18쪽
3 01화 - 3 +12 14.01.10 6,746 162 20쪽
2 01화 - 2 +14 14.01.09 8,311 183 19쪽
1 01화. 혼자 서는 이야기 - 1 +21 14.01.09 12,583 28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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