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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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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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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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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4화 표국대전(3)

DUMMY

“놈의 이름이 무엇이냐?”

“놈의 이름을 물어봤는데 우리는 알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헐!”

노백봉은 기가 막혔다.


어떤 놈이 감히 그따위 말을 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초주 바닥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하다니.

“죽은 놈은 몇이야?”

“악양뿐입니다.”

표사의 대답에 어리둥절했다.

“뭐? 구문극은?”

“허리가 부러졌습니다. 평생 기어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노백봉은 말문이 턱 막혔다. 쥐수염 구문극의 인생도 쫑 났다고 생각했다.

“다른 놈들은?”

“죄 병신이 되었습니다.”

“죽이지 않았다는 말이냐?”

“예. 칼집으로 아작을 냈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이야?

“악양은 어떻게 죽었냐?”

악양은 노백봉에 못지않은 역사였다. 그의 철주는 바위를 부수고 집을 무너트린다. 한 번 휘두르면 아름드리 거목도 우지끈하고 부러진다.

놈은 황소의 뿔을 잡고 싸워서 쓰러트린 일도 있었다.

그를 역발산이라고도 불렀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만하다는 뜻이다

항우가 유방의 군대에 쫓기다가 사면초가에 몰리자 비탄에 잠겨 불렀다는 <해하가(垓下歌)> 나오는 말이다.


힘은 산을 뽑을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수 있는데

때가 이롭지 못하고

오추마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네.

우희야, 너를 어찌하면 좋으냐?

우희야, 너를 어찌하면 좋으냐?


항우는 소위 해하가를 비통하게 부른 뒤에 오강(吳江) 근처에서 자결했다.

천하를 호령하던 역대급 장사 항우도 끝내 비참하게 죽은 것이다.

우희라고 불리던 우미인도 항우를 따라 자살했다.

“악양이 철주로 놈의 대갈통을 부수려고 내리쳤는데 놈의 검이 반토막을 내고 그대로 베었습니다. 악양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단칼에 죽었습니다.”

“음.”

표사의 말에 노백봉은 털썩 주저다.


초주 최고의 역사로 불리는 악양이 일검에 죽었다고 하자 소름이 끼쳤다.

“놈의 검이 신검이라도 되냐?”

악양의 철주는 장정 둘이 낑낑대고 들어야 한다.

그런 쇳덩어리를 일검에 반토막을 내다니.

“철주를 반토막 내었으니······.”

“표사놈들은 무얼하고 있었어? 구경만 하고 있었냐?”

“표사들이 일제히 공격했는데 놈이 죄 쓰러트렸습니다. 다행히 검집으로 쳐서 죽지는 않았지만 팔다리가 부러져 엉금엉금 기어서 돌아왔습니다.”

갈수록 태산이다.

노백봉은 팔다리에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았다


‘대체 놈은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가?’


노백봉은 목이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대인, 무림고수를 모셔 오는 것이 어떻습니까?”

양계신이 아뢰었다.

“내가 그놈을 상대하지 못할 것 같으냐?”

노백봉이 버럭 역정을 냈다.


노백봉은 악양 못지않은 역사였다.

“대인, 대인은 이제 강남표국의 국주입니다. 굳이 놈을 상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음.”

노백봉이 신음을 삼키면서 허공을 노려보았다.

양계신의 말이 옳다.

내가 누군데?

초주에서는 왕이나 다름없다.


*


세옥은 소철로부터 초주 일대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 받았다.

초주 일대는 노백봉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초주현의 현령은 허수아비이고 실제로는 노백봉이 다스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무뢰배들은 저자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뜯고, 장사가 잘 되는 가게가 있으면 협박을 하여 강제로 빼앗았다. 그런 집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잡아다가 유린을 한 뒤에 첩으로 삼거나 버렸다.

노백봉에게 유린을 당한 뒤에 자결한 여자들도 여럿이었다.

‘노백봉이 인간 말종이구나.’

세옥은 분노를 느꼈다.

노백봉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철과 표국의 표사들은 흥분해 있었다.

그동안 강남표국 노백봉의 위세에 눌려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세옥이 나타나 노백봉의 세력인 악양을 제거하여 신이 난 것이다.


세옥은 이튿날 날이 밝자 소철과 표사들에게 무공을 전수했다.

그들이 단숨에 무림고수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점점 무림의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다.


점심때는 거리로 나섰다.

거리는 어쩐지 생기를 잃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으나 활기가 보이지 않았다.

“거리가 조용하네요.”

포숙정이 거리를 살피면서 말했다.

“사람들이 주눅이 들었습니다.”

소철이 말했다. 그가 초주의 시가지를 안내하기 위해 따라 나온 것이다.

“악양 패거리에게 주눅이 든 것입니까?”

세옥이 소철에게 물었다.

“예.”

“걸인들이 유난히 많네요.”

난전과 거리에 남루한 거지들이 바글바글했다.


초주는 번화하고 농경지가 많은 지역이었다.

농민들은 풍요로운 삶을 살았는데 시가지에는 폭력배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악양 패거리 때문이지요.”

“그 자들이 노백봉의 부하들입니까?”

“관청에서는 단속을 하지 않고······.”

소철이 혀를 찼다.


그들은 한 노점으로 들어갔다. 술과 안주를 시켜놓고 먹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악양이 살해되었대.”

그들의 뒤에 앉아 있던 사내들이 낮게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악양이? 악양을 누가 죽여?”

“강남표국이 용문표국을 습격했는데 고수가 있었대, 한 칼에 죽였대.”

“와아.”

사내들이 함성을 질렀다. 허름해 보이는 사내들이었다. 어젯밤의 사건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세옥은 술을 마시면서 거리를 묵묵히 보았다.

걸인들이 지나가면서 음식점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강남표국에서 그냥 있나?”

“진령산에 고수를 부르러 갔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소철이 세옥에게 술을 따랐다.

“소형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포숙정이 세옥에게 물었다.

“초주 일대의 무뢰한들을 정리해야겠습니다.”

세옥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시선은 계속 걸인들을 쫓고 있었다.

“관청에서 그냥 있을까요?”

소철의 말은 강남표국이 관청에서 비호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저에게도 배경이 있습니다.”

세옥이 빙그레 웃었다.

“예?”

“황후마마의 영패가 있습니다.”

“황후마마요?”

소철이 놀라서 쳐다보았다.


황후 부명화의 영패에 대해서는 포숙정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소협, 검이 명검인 것 같습니다.

소철이 세옥의 검을 보면서 말했다. 어젯밤에 악양의 철주를 일검에 반토막을 내는 것을 보았었다.


‘어떻게 저런 검이!’


소철뿐이 아니라 용문표국 표사들도 눈이 휘둥그레져 입을 딱 벌렸었다. 예사로운 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고철같기까지 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세옥이 검을 보여주었다.

소철이 두 손으로 검을 받아서 살폈다.

소철은 세옥의 검에서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훌륭한 검입니다.”

검을 만지자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세옥이 주인을 불러 솥에 삶고 있는 만주가 얼마인지 물었다.

주인이 얼마라고 이야기하자 은자를 꺼내 값을 치루고 걸인들에게 나누어주라고 말했다.


*


진령산 중턱이었다.

산자수명하여 초주 일대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산, 여러 채의 와가(瓦家)들이 산재해 있는 골짜기에 땀을 흘리면서 올라오는 장한이 있었다.

강남표국 표사 평비였다.

‘도사들은 왜 이렇게 높은 산에서 도를 닦는 거야?’

평비는 투덜거리면서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숲은 울창하고 골짜기로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어디서 그런 놈이 나타나 가지고······.’


용문표국을 습격하러 갔을 때 평비도 따라갔었다.

백의인영이 일검에 악양의 철주를 베고 몸뚱이까지 갈라버렸을 때 그는 너무나 놀라서 정신을 잃었었다.

가까스로 눈을 뜨자 백의인영이 훨훨 날아다니면서 강남표국 표사들을 검집으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어, 어떻게······.’

평비는 백의인영이 너무나 빨라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강남표국 표사들은 개 패듯 패는 백의인영에게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하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평비는 눈을 감고 기절한 척했다.

“가라. 이 덜떨어진 새끼들아. 다시 한 번 우리 표국에 와서 시비를 걸면 제삿날인지 알아라. 카악!”

용문표국 표사들이 끙끙대고 앓는 강남표국 표사들을 대문밖으로 내던지고 침을 뱉었다.

국주 노백봉이 그에게 진령산에 가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한 것이다


평비는 마침내 진령도관의 산문에 이르렀다.

문을 지키는 도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맹희도 장로를 찾았다.

맹희도 장로는 연통을 받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평비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평비가 인사를 하자 총채를 들고 물었다.

“도사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맹신에 관한 일인가?”

“예. 변을 당해 죽었습니다.”

“음.”

맹희도가 신음을 토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맹신은 그의 친동생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보라.”

“초주에서 우리 강남표국 표사들이 용문표국의 무술사범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하산하시겠습니까?”

복수를 하러 오겠느냐는 질문이다.


맹희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자가 무공이 아주 강했습니다.”

“먼저 하산하라.”

맹희도가 무겁게 말했다.

“도사께서는?”

“장문인의 허락을 받고 하산할 것이다.”

“예.”

평비는 맹희도 앞을 물러나왔다.


백운도장 종리춘이 나타나 진령도관의 맥을 잇는다고 선언했다.

진령도관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폐가처럼 변해 있었다. 무예를 연마하는 제자들은 10여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은 도인이 아니라 사실상 산적들이었다.

낮에는 도를 수행하는 흉내를 내고 밤에는 마을에 내려가 도적질을 했다.

종리춘은 진령도관을 접수하고 도인들에게 무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위서진인의 진전을 모두 이어받았다. 너희들은 진인의 무공을 배워 무림에 명성을 떨치라.”

종리춘이 선언했다.

“무공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도인들이 물었다.

“우리 무공은 위서신공이다.”

“위서신공?”

“진령도관을 창설하신 사조 위서진인이 남긴 무공이다.”

종리춘의 무공이 출중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제자가 되었다.

그들은 검도를 연마한다.

수백명의 제자들이 먹을 양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강남표국의 도움을 받았다. 강남표국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진령도관에서 해결해 주었다.


평비는 터덜터덜 표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가 표국에 이르렀을 때 어수선했다.

“무슨 일이야?”

동료인 표사 마창에게 물었다.

“용문표국이 난전에서 소동을 일으켰어.”

“무슨 소동?”

“난전의 수동이패를 개작살 냈어.”

“수동이패?”

수동이패는 난전에서 자릿세를 뜯어내는 패거리였다.


절반은 노백봉에게 상납했다. 그러한 수동이패가 난전에서 돈을 뜯다가 용문표국의 무술사범에게 걸렸다.

그가 수동이패의 무뢰배를 작살냈다는 것이다.

“저 새끼 뭐야?”

“뭐하는 새끼인데 남의 구역에 와서 설쳐? 죽여라!”

수동이패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용문표국의 무술사범이 그들을 모조리 때려눕혔다. 그 일로 초주가 발칵 뒤집혔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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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귀화파파(4) +2 24.06.20 124 1 13쪽
112 112화 귀화파파(3) +2 24.06.19 121 1 12쪽
111 111화 귀화파파(2) 24.06.18 117 0 13쪽
110 110화 귀화파파(1) 24.06.17 124 0 11쪽
109 109화 강호출도(3) 24.06.16 122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1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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