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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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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5 10:0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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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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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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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1화 여장남자(2)

DUMMY

백만겁은 포숙정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포숙정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국과 양생당이 어수선하기는 했다.

국주인 마영풍이 죽고 포숙정은 두 번이나 습격을 당했다. 게다가 서달까지 죽자 직원들이 모두 술렁이고 있었다.

“총표두님, 국주님은 돌아가시고··· 요즘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네요.”

포숙정이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의원님, 더 힘을 내셔야지요.”

백만겁은 형식적으로 포숙정을 위로하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은퇴할 생각이에요.”

“은퇴요?”

“제가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럼 표국의 문을 닫으실 생각이십니까?”

“아니요. 표국은 총표두님이 운영하세요.”

“제가요?”

백만겁은 눈을 크게 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백만겁은 포숙정의 진의를 알지 못해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


포숙정이 표국을 그에게 운영하라고 하다니.

그것은 백만겁이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나는 욕심을 버렸어요. 국주님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무얼 더 바라겠어요? 총표두님이 잘 운영하세요. 직원들도 잘 돌보고······.”

“부국주님이 계신데 제가 어떻게 표국을 맡습니까?”

“국주님이 살아계실 때 항상 총표두님을 이야기했어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총표두님에게 표국을 맡겨야 된다고요.”

그 일은 포숙정에게 처음 듣는 말이었다.

백만겁은 감동하여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국주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백만겁은 마영풍이 자신을 표국에서 내치려고 하던 일이 떠올랐다.


마영풍은 그가 도박에 빠진 것을 알고 있었다.

표국의 자금도 횡령했다. 자신이 국주가 되면 자금 횡령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

마영풍은 이런 일을 모두 덮어주려고 했던가. 그렇다면 마영풍을 잘못 죽였다.

죽이지 않았어도 되는데.

“내일부터 총표두님이 표국을 맡아서 운영해요.”

포숙정이 다짐을 하듯이 재차 말했다.

“의원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나는 은퇴해서 조용한 곳에서 살 생각이에요.”

“양생당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소일거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며칠에 한 번씩 들리기는 하지만 성밖에서 지낼 생각이에요.”

“예. 그러셔야지요.”

“총표두님은 표국에 돌아가셔서 영업을 개시할 준비를 하세요.”

“예.”

백만겁은 인사를 하고 물러나왔다. 그는 기분이 너무 좋아 날아갈 것 같았다.


포숙정은 그가 살수들까지 동원하여 죽이려고 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굳이 포숙정을 죽일 필요가 없어.’

백만겁은 중개자를 만나서 포숙정을 죽이는 일을 철회해 달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백만겁이 양생당 대문으로 나가는데 무림맹의 장전일이 들어왔다.

백만겁은 장전일에게 가볍게 포권례를 올렸다.

눈에 가시 같던 사내였다. 그러나 포숙정이 떠나면 그도 무림맹으로 돌아갈 것이다.


장전일은 백만겁과 인사를 나누고 포숙정에게 갔다.

“오늘 또 사건이 있었다고요?”

포숙정에게 인사를 하고 물었다.

“총관 서달이 살해되었어요.”

“범인이 누구입니까?”

“누구 짓인지 짐작은 하고 있어요. 살수들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사혼곡의 본거지를 찾은 것 같습니다.”

“어디예요?”

“대량성에서 서쪽으로 300리 떨어진 계산(鷄山)에 깊은 골짜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예요?”

“사람들을 모아서 습격을 할 생각입니다. 이 공자님도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이 공자를요? 호호.”

포숙정이 요란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세옥이 여자로 변장하여 무림인들 앞에 나선다는 생각을 하자 뒤집어질 것 같았다.


*


장전일은 세옥의 모습을 보고 웃었다.

세옥이 또 여장을 하고 있었다. 전에도 보았으나 이번에는 더 잘 어울린다. 삿갓까지 쓰고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무림에서 여자가 남장을 하는 것은 더러 보았으나 남자가 여장을 한 것은 본 일이 없었다.

“고육책이에요.”

포숙정이 웃음을 깨물고 말했다.


세옥은 민망한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포숙정과 사혼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같이 별채로 오자 세옥이 여장을 하고 있었다.

“어울려요?”

포숙정이 장전일에게 물었다.

“예. 뭐······.”

장전일이 얼버무렸다. 세옥의 여장이 맵시까지 있다.

“예쁘죠? 진짜 여자 같네.”

포숙정은 자신이 화장을 시켜놓고도 신기한 듯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화장을 잘해서 그래요.”

세옥은 쑥스러운 표정이다. 여장을 한 모습을 장전일에게 또다시 보여주어 민망했다.

“무림인들이 우리 소형제를 잡아먹지 못해 눈이 뒤집혀 있으니 도리가 없어요. 소형제는 밖에도 못 나가는데 이렇게 하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용의 내단 때문에 세옥은 무림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장전일은 입이 무거워 세옥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용의 내단에 대해 욕심도 내지 않았다.

“고육지책이 맞네요.”

장전일이 미소를 짓고 차를 마셨다.

세옥이 여장을 한 것이 낯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분간입니다.”

세옥이 말했다.

“이 공자님, 기회가 오면 사혼곡을 처단해야 하는데 동참하시겠습니까?”

장전일이 물었다. 그는 세옥의 아래위를 연신 살폈다.

“사혼곡이 살수들의 집단이지요?”

세옥이 물었다.

“맞아요. 돈을 받고 청부살인을 하는 집단이에요.”

포숙정이 눈을 번뜩이면서 대답했다. 그녀는 사혼곡을 반드시 제거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사혼곡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조사 중에 있습니다. 조만간 본거지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장전일이 대답했다.

“본거지를 찾으면 꼭 참석하겠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을 쌓는 게 좋아요. 이젠 무림인으로 살아야지요.”

포숙정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녀는 세옥을 보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여장이 세옥에게 너무 잘 어울렸다.


‘뭐 이렇게 예쁜 사내가 있어?’


포숙정은 세옥을 홀린 듯이 보았다.

속된 말로 깨물어주고 싶다.

“이 공자님, 무공연습은 많이 했습니까?”

장전일이 화제를 바꾸었다.

“예. 무공이 빠르게 증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공은 어떻습니까?”

“내공심법도 연마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장전일은 세옥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와 차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세옥은 소탈하고 모가 나지 않는 성품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교만하지도 않다.

‘이 사람은 위선적이지 않아.’

세옥도 장전일이 마음에 들었다.

장전일은 다른 무림인들처럼 허세도 부리지 않고 있었다.


*


장전일은 세옥과 차를 마시고 돌아갔다.

세옥은 혼자서 내공심법을 연마하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여장을 한 상태로 양생당을 나왔다.

무염을 찾고 만두가게도 가보아야 했다.

장전일의 지휘를 받고 있는 무사들은 세옥의 출입을 간섭하지 않았다.

장전일이 지시를 내려놓은 모양이다.


대량성은 주나라의 도읍이다.

밤이 되었어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거리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세옥은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걸었다.

여자의 옷이라 천의 질감도 다르다.

천이 부드럽고 몸에 착착 감기는 기분이었다.


‘내가 여장을 하고 다녀야하다니······.’


세옥은 여장이 불편했으나 무림인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걸었다.

기루가 즐비한 홍등가는 불을 환하게 밝히고 호객을 하고 있었다.

전란의 시대지만 황제 시영이 나라를 잘 다스려 대량성은 점차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무염이가 탈이 없어야 하는데······.’

세옥은 무염이 무림인들에게 쫓기고 있을 생각을 하자 불안했다.

변하방과 적의군이 쫓고 있으니 도망을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저 사람은 맹인무사 아니야?’


세옥은 행인들 사이로 맹인무사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와우산에서 청룡사걸 셋이 맹인무사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세옥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왼손에 들고 있는 상아검이 진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사람이 대량성에서 무얼하는 거지?


세옥은 한참동안이나 맹인무사를 지켜보았다.

그는 사람들과 부딪치지도 않고 일정한 보폭으로 걸음을 떼어놓고 있었다.

기운만으로도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뭐야?


맹인무사가 걸음을 멈추고 세옥을 쏘아보았다.

세옥의 기운을 맹인무사가 감지하고 있는 것일까.

맹인무사가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세옥도 반대편으로 걸음을 떼어놓았다.


운봉의 만두가게에 도착하자 어두워졌다.

가게 주위에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세옥은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설우가 객청에 있다가 자리로 안내하려고 했다.

‘후후. 나를 몰라보네.’

세옥은 내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설우가 자신을 몰라보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객청에는 몇몇 손님들이 앉아 만두를 먹고 있었다.

“어머, 어디를 가세요?”

설우가 놀라서 따라왔다. 여장을 한 세옥이 내실로 가자 당황하고 있었다.

“서방님도 몰라보냐?”

세옥은 내실 앞에 이르자 웃으면서 설우에게 말했다. 설우가 그제야 세옥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어머, 어머 난 몰라.”

설우가 팔짝팔짝 뛰었다.

“후후.”

세옥은 설우를 살짝 안고 입을 맞추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서방님이 왜 이렇게 변장을 했어요?”

설우는 도깨비라도 본 표정이었다.


세옥은 내실로 들어가 침상에 걸터앉았다.

“손님 나가면 문을 닫아. 차 한 잔 주고······.”

“네.”

설우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운봉과 문강이 들어왔다.

운봉과 문강이 여장을 한 세옥을 보고 까르르 웃었다.

“우리 서방님 너무 예쁘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예쁘냐?”

문강이 세옥을 앞뒤로 살폈다. 운봉은 세옥의 엉덩이까지 쓰다듬었다.

“남자들이 쫓아다니면 어떻게 해?”

운봉이 깔깔대고 웃었다.


설우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세옥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무염이 소식은 있어?”“없어요.”

운봉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무염이 보물지도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요.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그 이야기를 해요. 정말 보물지도를 갖고 있나?”

문강이 말했다. 세옥도 그 점이 의심스러웠다.

“보물지도를 갖고 있으면 왜 만두가게에 있었겠어?”

운봉의 말이다.

“무염이를 찾아야 돼.”

세옥이 말했다.

“왜요? 서방님도 보물을 갖고 싶어요?”

설우의 말이다.

“무염이가 보물을 찾으면 서방님한테 안 줄까? 무염이도 서방님을 좋아했잖아?”

문강의 말.

“좋아했는데 보물지도 얘기를 왜 안 해?”

운봉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얘기했잖아? 만두가게에서 일하는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서로 돕고 살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기로··· 무염이는 보물지도 때문에 무림인들에게 쫓기고 있어. 우리가 도와주어야 돼.”

세옥이 정색을 했다.

그 아이가 어릴 때 씻어주기까지 했는데.

보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떻게 도와줘요?”

“내일부터 무염이를 찾아봐. 찾으면 나한테 연락하고······.”

세옥의 말에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방님, 술 드려요?”

문강이 애교를 부렸다.

“그래.”

문강이 밖으로 나갔다.


세옥은 술을 마시면서 여자들에게 용의 내단을 취한 일, 내단 때문에 무림인들의 추적을 받게 된 일, 무공을 배우게 된 일을 이야기했다.

“서방님은 이제 서생이 아니네.”

운봉이 눈이 부신 듯 세옥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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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화 귀화파파(2) 24.06.18 84 0 13쪽
110 110화 귀화파파(1) 24.06.17 92 0 11쪽
109 109화 강호출도(3) 24.06.16 87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97 0 11쪽
107 107화 강호출도(1) 24.06.14 10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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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94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116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104 0 12쪽
102 102화 밤을 걷는 아이들(1) 24.06.09 116 0 13쪽
» 101화 여장남자(2) 24.06.08 115 0 12쪽
100 100화 여장남자(1) 24.06.07 114 0 15쪽
99 99화 영웅호색(10) 24.06.06 114 0 13쪽
98 98화 영웅호색(9) 24.06.05 119 0 13쪽
97 97화 영웅호색(8) 24.06.04 111 0 12쪽
96 96화 영웅호색(7) 24.06.03 113 0 13쪽
95 95화 영웅호색(6) 24.06.02 138 0 12쪽
94 94화 영웅호색(5) 24.05.31 14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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