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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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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2 10:00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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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9,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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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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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2화 표국대전(1)

DUMMY

용문표국 표두 학범은 표사들과 함께 표물을 운송하면서 틈틈이 세옥에게 육자검법을 배웠다.

세옥은 포숙정과 함께 말을 타고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표국 행렬을 습격하는 자들이 많아 그들이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세옥은 여장을 하지 않고 남장을 했다.


비가 오고 있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다.

표물을 실은 마차는 힘들게 고갯길을 올랐다.

표사들이 빗속에서 마차를 밀어야 했다.


합비로 넘어가는 소현산의 관문 소관이었다.

옛날에는 초나라와 오나라의 국경이어서 관문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관문이 없어지고 폐허가 되어 있었다.

“핫핫! 표물을 두고 가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요란한 웃음소리와 숲에서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뛰어나왔다. 사내들은 얼추 수십명에 이르렀다.


‘비적들이구나!’


학범은 바짝 긴장했다.

표물을 운송하는 동안 내내 비적들이 나타날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막아라!”

학범은 재빨리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예!”

표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면서 방어태세를 취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눈치를 살피다가 달아나기 바빴을 그들이었다.

“이놈들아 살고 싶지 않은 게냐? 네놈들 자식들이 내년 이맘때에 제삿밥을 먹게 할 작정이냐?”

비적들의 우두머니로 보이는 자가 대한도를 들고 호통을 쳤다.

육척이 넘는 거구의 사내였다. 보기만 해도 압도적이어서 위축된다.

“핫핫! 제삿밥을 먹을 놈들은 네놈들 후손이다.”

학범은 위축되지 않으려고 큰소리로 외쳤다. 기선을 제압하려는 비적들에게 호통으로 맞섰다.

“살길을 열어줘도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쳐라!”

비적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명령을 내렸다.

“죽어랏!”

패거리들이 일제히 표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장내는 순식간에 혈투가 벌어졌다.


‘과연 이 공자의 검법이 절묘하구나!’


학범은 비적들과 싸우면서 자신의 검법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검초를 전개할수록 예리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순식간에 비적 두 놈을 쓰러트렸다.


용문표국 표사들도 비적 패거리에게 밀리지 않고 용맹하게 싸웠다.

오히려 비적 패거리가 여기저기서 죽어 나가고 있었다.

“이놈들아, 감히 용문표국을 건드려? 모조리 제삿날로 만들어주겠다. 핫핫!”

학범은 더욱 사납게 비적을 공격했다.

“아아악!”

비적 하나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 떨어졌다

“살(殺)!”

육자검법의 초식이다. 학범은 허공으로 날아오르면서 검을 내리쳤다.

“크으윽!”

비적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피를 왈칵 뿜었다.


학범의 눈에 이제 비적들은 보발 것 없는 무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을 섬멸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표사들도 맹렬하게 비적들을 공격했다.


“이놈!”


그때 벼락을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학범에게 날아왔다.

청색 옷을 입은 중년사내다. 그의 검이 학범의 머리를 쪼갤 듯이 내리쳐왔다.

학범은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다.


창--!


검과 검이 부딪치자 요란한 금속성이 일어났다.

“앗!”

학범은 뒤로 주르르 밀려나면서 휘청했다.

‘비적에게 이런 고수가 있다니!’

학범은 등줄기가 서늘해져 왔다.

그때 빗줄기 사이로 백의인영이 날아왔다.

무술사범 세옥이었다.


“예(刈)!”


세옥이 검을 휘두르자 무서운 검풍이 일어났다.

검풍이 빗줄기를 가르고 청의인영에게 날아갔다.

“누, 누구야?”

청의인영이 황급히 검을 피하고 세옥을 노려보았다.


백의를 입은 세옥이 빗줄기 사이로 표표히 날아내렸다.

“네놈부터 이름을 밝혀라.”

세옥이 상아검을 사선으로 비껴들고 청의인영을 쏘아보았다.

“나, 나는······.”

청의인영은 이름을 말하려다가 말끝을 흐리고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후후. 무림의 7품고수는 되는 것 같은데 이름도 못 밝히냐?”

“네놈 따위가 부를 이름이 아니다.”

“하하. 그런가? 그럼 염라대왕이 부르라고 해야겠구나!”

세옥이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한 마리 새처럼 날렵하다.


“섬(閃)!”


그의 신형이 허공에서 팽그르 회전을 했다.


아······.


학범과 표사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파(派)!”

그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빗방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아악!”

청의인영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어느 새 세옥의 검이 그의 가슴에 박힌 것이다.

세옥이 검을 뽑자 피가 쫘아악 뿜어졌다.


쿵--!


청의인영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시체 위로 빗줄기가 하얗게 쏟아졌다.


*


용문표국 표사들은 경미한 부상자만 있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세옥은 포숙정과 함께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비적들은 13명이나 죽었다. 나머지는 부상자들과 함께 달아났다.

“사범님께서 의술까지 고명하신지 몰랐습니다.”

학범이 감탄하여 말했다.

“단순한 비적들이에요?”

포숙정이 학범에게 물었다.

“청의인영이 수상하기는 한데······.”

학범이 더듬거렸다. 그도 청의인영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뭐가 수상해요?”

“비적의 무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배후가 있다는 말이군요.”

포숙정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밤이 되었다.

소관은 폐허가 되어 있었으나 지붕과 기둥이 남아 있는 건물이 있었다.

말들도 비를 피해 쉬게 하고, 표사들도 불을 피우고 쉬었다.

비를 맞으면서 수립리를 고단하게 행군해 왔다.


쏴아아아.


밤이 왔는데도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다.

표사들이 건량과 술을 마시고 잠을 청했다.

“표사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습니다. 육자검법을 전수받아 검술이 발전했습니다.”

학범이 세옥과 포숙정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계속 연마해야 합니다.”

세옥은 학범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예. 열심히 연마하겠습니다.”

학범이 술을 마셨다. 세옥은 그와 함께 술을 마셨다.


학범이 표사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세옥은 포숙정과 함께 술을 마시고 건량을 먹었다.


쏴아아아.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표사들은 여기저기 쓰러져 잠을 청하고 있다.


세옥은 무너진 벽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비가 오는 소관은 음산하기까지 했다.

“소형제······.”

옆에서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던 포숙정이 낮게 불렀다. 어둠속에서 포숙정의 눈이 요염하게 반짝이고 있다.


에그··· 우리 마녀······.


세옥은 포숙정에게 마녀가 또 빙의했다고 생각했다.


*


표국의 마차가 합비를 향해 출발했다.

깃발을 높이 세우고 의기양양하게 행진해 나갔다.

표국 행렬을 습격한 비적들을 물리쳐 표사들은 당당했다.

사기가 넘치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날이 화창하게 개었다.

좌우의 산들이 비에 씻기어 선연하게 녹빛을 띄었다.

포숙정은 세옥과 함께 마차의 뒤를 따라갔다.


어젯밤에 그와 사랑을 나누었다.

표사들이 있는 폐허가 된 소관에서 사랑을 나눌 수 없어서 밖에 있는 헛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지붕이 날아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음습한 곳이었다.


포숙정은 세옥과 사랑을 나누면서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자신의 몸속이나 머릿속에서 세옥과 사랑을 하게 만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세옥과의 사랑은 감미로웠다.


그와 하나가 된 충일감······.


어느 순간 또 다른 그녀가 세옥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세옥이 자신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이게 뭐지?

세옥이 또 다른 자신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와 세옥이 두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꿈을 꾼 것처럼 아련했다.

그러나 세옥과의 사랑이 끝난 뒤의 달콤한 여운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소현산을 내려와 합비에 이른 것은 해질 무렵이었다.

표물을 지정한 상인에게 인계하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표두 학범과 표사들은 합비에서 하루를 쉰 뒤에 돌아가게 하고 포숙정은 세옥과 함께 장강(長江, 양자강)으로 향했다.

장강에서 가까운 곳에 초주(蕉州)가 있고, 초주에는 용문표국 지점이 있었다.


*


강남표국 국주 노백봉은 얼굴을 찌푸렸다.

총표두 양계신과 표두 방덕이 헐레벌떡 달려와 합비의 소관에서 용문표국에 당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비적과 함께 습격을 한 인물 중에 진령산의 장로 맹희도와 사촌인 맹신이 있었다.

“누가 감히 맹신을 죽여?”

노백봉이 양계신과 방덕을 쏘아보았다.

“백의를 입은 자라고 합니다.”

양계신이 대답했다.

“백의? 그러면 이름도 모르는 자란 말인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용문표국에 있는 자인가?”

“용문표국에 무술사범이 새로 왔다고 합니다.”

“어떤 놈인지 당장 알아 봐.”

노백봉이 명령을 내렸다.

“예.”

방덕이 물러갔다.

“진령산에 알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양계신이 노백봉을 쳐다보았다.

“본격적인 전쟁이야.”

노백봉이 눈을 부릅떴다.


노백봉은 진령산(晉嶺山)에 대해서 생각했다.

진령산에는 진령도관의 도사(道士)들 수백명이 있다.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 용문표국을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다.


진령도관은 전설의 위서진인(渭西眞人)을 조사로 받들고 있다.

위서진인 이후 세력이 약해졌으나 백운도장 종리춘이 등장하여 활약하면서 갑자기 명성이 높아졌다.


종리춘의 무공이 8대고수 수준이라고도 했고, 대종사급이라고도 했다.

표사들 중에 진령도관의 제자들이 많아 강남표국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국주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총표두 양계신이 물었다.

“비적들은 모두 죽고 두 놈만 살아온 것이 확실해?”

“예.”

“용문표국에서 무술사범을 고용했으니 우리와 전쟁을 하겠다는 의도야. 용문표국을 공격할 준비를 하라.”

노백봉이 양계신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양계신이 머리를 조아렸다.


*


초주로 가기 위해 배를 탔다.

장강삼협(長江三峽)을 배를 타고 모두 구경하려면 4, 5일이 걸린다.

세옥은 포숙정과 의논하여 장강삼협의 하나인 무협(巫峽)만 구경하기로 했다.


무협은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 강 양쪽의 협곡이 그림 같았다.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네요.”

포숙정이 무협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탄성을 내뱉었다.

“아름다운 강이지요. 천하제일 절경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세옥도 아름다운 경치에 가슴이 저렸다.


무협은 장장 160리에 이른다.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저녁에는 안개처럼 비가 내려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화가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지 못할 거예요.”

포숙정이 장강 양쪽의 산을 보면서 말했다.


강 양쪽의 산들이 모두 이 세상 같지 않았다.

세옥은 무산의 봉우리 12개를 관통하면서 흐르는 강물이 풍경에 흠뻑 젖어들었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포숙정이 세옥에게 어깨를 기대왔다.

“하하. 왜 죽습니까?”

세옥은 포숙정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세옥은 포숙정에게 입을 맞추었다.

무협을 지나는 여행은 이틀이 걸렸다.

장강은 황하와 달리 홍수가 크게 나지 않아 시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장강 일대에 살면서 창작을 했다.


좋은 비 시절을 아니

봄이 되어 만물이 소생한다.

바람타고 밤에 몰래 내리니

소리없이 만물을 적신다.


두보(杜甫)의 유명한 시 <춘야희우(春夜喜雨)>다.

봄날 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비일 것이다.


무협이 끝나는 나루에서 내려 초주로 향했다.

초주 용문표국은 소철이 지국장이었다.

세옥과 포숙정이 들어오자 깜짝 놀라서 맞이했다.


초주 표국은 어수선했다. 표사들의 경비가 삼엄하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포숙정이 소철에게 물었다.

“강남표국이 쳐들어온다고 합니다.”

소철이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1) 두보(杜甫)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귀절 <호우시절(好雨時節)>은 정우성과 고원원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일이 있습니다.

가슴이 설레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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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화 표국대전(3) +2 24.07.01 78 2 11쪽
123 123화 표국대전(2) 24.06.30 73 0 13쪽
» 122화 표국대전(1) 24.06.29 77 0 12쪽
121 121화 육자검법(8) 24.06.28 90 0 11쪽
120 120화 육자검법(7) 24.06.27 95 0 12쪽
119 119화 육자검법(6) 24.06.26 101 0 13쪽
118 118화 육자검법(5) +2 24.06.25 99 1 13쪽
117 117화 육자검법(4) +2 24.06.24 103 1 12쪽
116 116화 육자검법(3) +2 24.06.23 112 1 12쪽
115 115화 육자검법(2) 24.06.22 103 0 11쪽
114 114화 육자검법(1) +2 24.06.21 125 1 13쪽
113 113화 귀화파파(4) +2 24.06.20 116 1 13쪽
112 112화 귀화파파(3) +2 24.06.19 113 1 12쪽
111 111화 귀화파파(2) 24.06.18 110 0 13쪽
110 110화 귀화파파(1) 24.06.17 116 0 11쪽
109 109화 강호출도(3) 24.06.16 114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120 0 11쪽
107 107화 강호출도(1) 24.06.14 124 0 15쪽
106 106화 밤을 걷는 아이들(7) 24.06.13 114 0 12쪽
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118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137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125 0 12쪽
102 102화 밤을 걷는 아이들(1) 24.06.09 138 0 13쪽
101 101화 여장남자(2) 24.06.08 131 0 12쪽
100 100화 여장남자(1) 24.06.07 130 0 15쪽
99 99화 영웅호색(10) 24.06.06 127 0 13쪽
98 98화 영웅호색(9) 24.06.05 135 0 13쪽
97 97화 영웅호색(8) 24.06.04 1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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