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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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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30 10: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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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글자수 :
668,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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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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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0화 육자검법(7)

DUMMY

백추설이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귀공자의 모습이다.

여장을 하고 있을 때보다 더욱 예쁘다.


‘남장을 하니까 미모가 더욱 빛나네.’


몽이는 속으로 탄복했다.

마침내 대량성에 돌아왔는데 백추설은 아버지의 집인 백경천의 상국부를 찾아가지 않고 운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객잔에 투숙했다.


백추설은 무슨 생각인지 시장에서 고급 남자 옷을 사서 갈아입었다. 그러자 귀공자처럼 빛이 났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몽이는 백추설의 엉뚱한 짓에 얼굴을 찡그렸다.

분명히 사고를 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변하객잔(汴河客棧)이다.

“나는 외출을 할 테니까 따라오지 마라.”

“어디 가시게요?”

“구경이나 할 것이다.”

“그럼 저도······.”

“따라올 필요없어. 너는 집에 가서 보고나 해.”

백추설이 쌀쌀하게 내뱉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처럼 냉랭하다.

“도(刀)는?”

“그냥 간다.”

백추설이 객잔을 나섰다.


비천혈도는 몽이가 항상 등에 맸고, 백추설은 한 자 남짓 되는 패도를 허리에 차고 갔다.

몽이는 백추설이 멀어지는 것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몽이는 상국부로 걸어갔다.

상국부에 이르자 감회가 일어났다.

2개월 만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몽이는 상국부로 들어가 백경천에게 인사를 올렸다.

“왔느냐?”

백경천이 몽이의 뒤를 살폈다.

옆에는 처남 탁석인이 서 있었다.

백경천은 백추설이 보이지 않아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가씨께서는 잠시 객잔에 머물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객잔이냐?”

“변하객잔입니다.”

“음.”

백경천이 신음을 삼키고 생각에 잠겼다.


백추설이 아직도 그를 원망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무공을 보았느냐?”

탁석인이 물었다. 그의 눈빛이 음험했다.

“예.”

“어느 정도냐?”

“절대고수입니다. 소인은 그런 무공을 처음 보았습니다.”

“비천검법이 맞느냐?”

“예.”

몽이의 보고에 탁석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백추설이 비천검법을 익혔다는 말인가.


전 백도교 교령 천태산.


사도 제일고수로 무림을 피바다로 만들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무공을 백추설이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백추설은 기껏해야 20세를 갓넘겼을 텐데.

“아가씨는 어디 있느냐?”

“대량성을 구경한다고 외출하셨습니다.”

“네가 등에 멘 것이 비천혈도냐?”

“예.”

비천혈도는 백도교 전임 교령 천태산이 사용하던 도였다.


*


세옥은 포숙정과 함께 양생당으로 돌아왔다.

살수집단 사혼곡에 대한 공격은 큰 성과가 없었다. 그들은 본채를 불태우고 철수했다. 그러나 무림맹이 사혼곡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무림에 널리 퍼졌다.

“사혼곡은 살수집단이다. 반드시 무림에서 제거하라.”

장전일이 무림인들 앞에서 선언했다.


무림인들은 일단 대량성으로 돌아온 뒤에 해산했다.

“소형제의 무공이 더 진보한 것 같아요.”

포숙정이 별체의 뜰에서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귀화파파에게 무공을 전수받았습니다.”


세옥은 뜰에 핀 꽃을 보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별채다.

“귀화파파는 전부터 알았어요?”

“어릴 때부터 저를 키워 준 분입니다. 주화입마에 걸려 당가촌을 떠났어요. 귀화산에 숨어서 주화입마를 치료했다고 하더라고요.”

세옥은 서악교가 당가촌에서 만두가게를 하고, 구걸행각을 하던 그를 받아준 이야기를 모두 했다.

팔백초 이야기는 빼놓고.


포숙정은 세옥이 많은 풍파를 겪었다는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형제에게 은인이네요. 강호에서 활약했어요?”

“강호에서는 서촉이미라고 불렸대요.”

“서촉이미 서악교?”

포숙정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예. 아세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요. 강호에서 미인으로 유명했는데······.”

“지금도 예뻐요.”

“여자는 다 좋아한다니까. 누가 음란서생 아니랄까봐.”

포숙정이 눈을 흘겼다.

그녀의 눈빛에 애정이 흐르고 있었다.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세옥은 이튿날 포숙정이 그 동안 모은 은자를 모두 농장으로 옮겼다.

조간과 담화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들에게 은자를 잘 보관하게 하고 필요할 때만 꺼내 쓰게 했다.

이제 아이들은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감사해서 업어주고 싶네요.”

세옥이 포숙정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호호.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포숙정이 눈웃음을 쳤다.

농장의 이름도 상애원(相愛苑)이라고 지었다.


이문청이 찾아오자 상애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공을 연마하게 했다. 그에게도 상아검법의 내공심법과 녹수소요보를 가르쳐주었다.


“녹수소요보는 전설의 경공인데······.”


이문청은 감격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다.

녹수소요보와 같은 전설의 경공을 배우게 되다니.

경공은 보세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무공이 한층 증진하게 된다.

“내공심법도 보통의 내공심법이 아니야.”

상아검법의 내공심법은 천 년 전의 내공심법이다.

“형님은 어느 문파입니까?”

이문청이 세옥에게 물었다.

“문파? 상아파라고 할까?”

“상아는 무슨 뜻입니까?”

“천 년 전에 이 무공을 만든 사람 이름이야.”

이문청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문청은 조간과 담화와도 잘 어울렸다.


세옥은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틈틈이 약재를 재배하게 했다.

상애원에서 키운 약재는 양생당과 대량성의 여러 의원에 공급하기로 했다.

포숙정은 아이들을 좋아했다.

양생당을 제자들에게 맡기고 상애원에 와서 지낼 때가 많았다.

여자 아이들의 머리도 감겨주고, 옷차림도 돌봐주었다. 포숙정이 아이들을 돌봐주자 아이들이 꽃처럼 예뻐졌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세옥은 포숙정이 전과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과 웃고 떠들면서 즐거워했다.


세옥은 무공연마를 하다가 포숙정에게 다가갔다.

“의원 노릇도 팽개치고 여기서 아이들과 살고 싶네요.”

포숙정이 무공을 연마하는 아이들을 보고 말했다.

아이들은 구걸이나 도둑질을 하지 않게 되어서 좋아하고 있었다.

포숙정을 엄마처럼 따랐다.

“아이들이 포의원님을 잘 따르네요.”

세옥은 아이들이 포숙정을 따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상애원 옆의 뽕나무밭에는 잎사귀가 무성했다.

세옥은 포숙정과 함께 밭둑을 걸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없잖아요.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포숙정이 말끝을 흐렸다.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은 포숙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일기라고는 오빠 가족밖에 없었다.

“그럼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세요.”

“나한테 자식이 없는 건 아니에요.”

“네?”

“국주님의 첩이 낳은 자식이 둘이나 낙양에 있어요. 내가 그들의 적모(嫡母)예요.”

“아······.”

세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포숙정이 마영풍의 본처니 첩이 낳은 자식이라도 그녀의 자식이 된다.


그때 용문표국에서 표사가 달려왔다.

표사는 20대의 장한으로 이름이 소보였다.

“의원님, 총표두님이 살해되었습니다.”

소보의 말에 포숙정이 눈을 크게 떴다.

세옥도 뜻밖의 사태에 가슴이 철렁했다.

“누가 살해한 거야?”

“누구의 짓인지는 모릅니다.”

“시체는 어디 있어?”

“강가의 풀숲에 있습니다. 천광정에서 3백보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알았어. 곧 갈 테니까 먼저 가봐.”

포숙정이 표사에게 지시했다.

“예.”

표사가 다시 말에 올라타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혼곡의 짓인가?”

포숙정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옥은 백만겁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가능성이 제일 높지요.”

“소형제, 가볼래요?”

“예.”

세옥은 포숙정을 따라 말을 타고 천광정을 향해 달려갔다.


천광정이 가까운 풀숲에 백만겁이 쓰러져 있고, 여러 사람들이 둘러싸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말에서 내려 시체를 살폈다.


‘목이 베어졌네.’


세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예리한 검이나 도에 의해 베어진 상처다.

저항한 흔적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상대는 무공 고수다.

현장에는 표사들까지 잔뜩 몰려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포숙정은 백만겁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금도 전해주고, 자녀들이 원하면 표국이나 양생당에서 일을 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저······.”

세옥이 포숙정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금화가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양생당의 포숙정 서재다.

“무슨 일이야?”

포숙정이 차를 마시면서 물었다.

“백만겁과 서달이 의원님을 감시하라고 했어요.”

금화가 머리를 잔뜩 숙였다.

“백만겁이 사혼곡의 중개자로 보이는 놈을 만두가게에서 만난 일도 있답니다.”

세옥도 포숙정에게 말했다.

백만겁과 서달이 배신자라는 것은 확실했다.


표국은 국주 마영풍에 이어 총표두까지 살해되자 어수선했다.

부국주 노복림은 표물을 호송 중이었다.

“표국이 한동안 어렵겠네요.”

백만겁의 장례가 끝나자 세옥이 포숙정에게 말했다.

“표사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해야겠어요.”

“표국은 어떻게 할 겁니까?”

“부국주님에게 맡길까 해요. 첩의 아이들이 자라면 넘겨주어야지요. 소형제가 나를 도와줘요.”

“어떻게 도와 드립니까?”

“부국주가 돌아오는 중이에요”

“예.”

“표국의 무술사범을 맡아줘요.”

“그건······.”

“표국이 안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도와줘요.”

“알겠습니다.”

세옥은 포숙정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용문표국은 표사들이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표국은 국주, 부국주, 총표두, 표두, 표사로 조직이 이루어져 있었다.

표두는 표사 10명을 거느리고, 총표두는 표두들을 거느린다.


총관이 있는데 서류작업을 하는 인물이었다.

계약과 자금관리, 표사들의 임금을 지불하는 등 자금에 대한 임무를 하고 있었다.


용문표국의 부국주 노복림이 돌아왔다.

그는 먼 산동의 임치까지 표물을 호송했다.

임치는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도읍이었던 곳으로 소금과 비단 생산이 왕성했다.


표물을 호송하고 소금을 200가마나 사왔다.

“제가 없을 때 국주님이 돌아가시고··· 면목이 없습니다.”

노복림은 용문표국과 양생당에서 일어난 일에 당혹스러워했다.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포숙정에게 미안해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어요. 내가 부덕한 탓이에요.”

포숙정이 세옥을 불러 노복림에게 인사를 시켰다.

“이세옥입니다.”

세옥이 포권례를 올렸다.

“노복림입니다.”

노복림도 포권례를 올렸다.

“소형제는 무림지보라는 그 사람이에요. 소문은 들었겠죠? 그건 그렇고······.”

포숙정은 노복림에게 용문표국의 국주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


노복림은 40대 중반이다.

포숙정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제가 어떻게 표국을 맡겠습니까? 의원님께서 국주를 맡으셔야지요.”

노복림이 사양했다.

마영풍의 죽음이 표국뿐 아니라 무림까지도 널리 퍼져 있었다.


표국과 양생당은 이제 포숙정이 주인이다.

“우리 표국은 나만의 것이 아니에요. 표국에 딸린 식구들도 많잖아요?”

“그럼 두 분 자녀분들이 성장할 때까지만 국주를 맡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복림이 진심으로 말했다. 그는 충직한 인물이었다.

“그래요. 부국주님이 표국을 맡으면 표국 사람들이 모두 좋아할 거예요.”

“왜 저에게 표국을 맡기려고 하십니까?”

“표국에 누가 있어요? 백만겁 같은 배신자에게 넘어가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

“백만겁이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 부국주님이 표국을 맡아주세요. 당분간은 여기 소형제가 무술사범을 맡을 거예요.”

“말씀을 거역할 수 없으니 따르겠습니다.”

노복림이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양생당은 내가 운영할게요.”

“하하. 양생당은 의원인데··· 저는 하래도 못합니다.”

노복림이 유쾌하게 웃었다.


노복림은 표사들을 모아놓고 노복림이 국주, 세옥이 무술 사범이라고 선언했다.

표사들은 노복림이 국주가 되는 것은 불만이 없었으나 세옥이 무술사범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웅성거렸다.

“저는 오랫동안 무술사범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범은 당분간만 하겠습니다. 제 무공에 대해서 의심스러운 분들은 누구든지 나와서 대결을 해도 좋습니다.”

세옥이 웃으면서 말하자 건장한 표사가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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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표국대전(1) 24.06.29 61 0 12쪽
121 121화 육자검법(8) 24.06.28 78 0 11쪽
» 120화 육자검법(7) 24.06.27 83 0 12쪽
119 119화 육자검법(6) 24.06.26 93 0 13쪽
118 118화 육자검법(5) +2 24.06.25 93 1 13쪽
117 117화 육자검법(4) +2 24.06.24 97 1 12쪽
116 116화 육자검법(3) +2 24.06.23 103 1 12쪽
115 115화 육자검법(2) 24.06.22 98 0 11쪽
114 114화 육자검법(1) +2 24.06.21 121 1 13쪽
113 113화 귀화파파(4) +2 24.06.20 112 1 13쪽
112 112화 귀화파파(3) +2 24.06.19 109 1 12쪽
111 111화 귀화파파(2) 24.06.18 107 0 13쪽
110 110화 귀화파파(1) 24.06.17 112 0 11쪽
109 109화 강호출도(3) 24.06.16 112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117 0 11쪽
107 107화 강호출도(1) 24.06.14 121 0 15쪽
106 106화 밤을 걷는 아이들(7) 24.06.13 111 0 12쪽
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114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133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122 0 12쪽
102 102화 밤을 걷는 아이들(1) 24.06.09 135 0 13쪽
101 101화 여장남자(2) 24.06.08 128 0 12쪽
100 100화 여장남자(1) 24.06.07 126 0 15쪽
99 99화 영웅호색(10) 24.06.06 1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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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영웅호색(8) 24.06.04 121 0 12쪽
96 96화 영웅호색(7) 24.06.03 1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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