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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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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30 10: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22,980
추천수 :
127
글자수 :
668,817

작성
24.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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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1화 육자검법(8)

DUMMY

“소인은 표두 학범이라고 합니다. 사범님에게 한 수 배우고자 합니다.”


학범이 포권례를 올리고 우렁차게 내뱉었다.

그는 30대의 장한으로 눈이 부리부리했다.

세옥의 무공을 시험해 보겠다는 심보다.

“감사합니다. 나는 이세옥이라고 합니다.”

세옥이 포권례를 올렸다.

“강호의 별호는 없습니까?”

“음란서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옥의 말에 표사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무공은 어느 파입니까?”

“내공심법은 상아파입니다.”

표사들이 웅성거렸다. 그들은 처음 듣는 문파였다.

“상아파는 어디에 있습니까?”

“천 년 전 멱라강 일대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그럼 누구에게 배운 것입니까?”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마왕퇴의 마녀 상아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무공의 이름이 있습니까?”

“육자검법입니다.”

표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들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이제 취조는 그만 하시고 대결을 하시지요.”

세옥이 빙그레 웃으면서 목검을 쥐었다.


표사들이 긴장하여 세옥을 쳐다보았다.

계집애처럼 생긴 세옥이 얼마나 무공을 잘하는지 궁금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학범도 목검을 잡고 세옥을 노려보았다.

세옥은 목검을 사선으로 비스듬히 잡고 있었다.


“얍!”


학범이 기합을 내뱉고 신형을 날렸다.

그는 세옥의 급소를 노리고 맹렬하게 검초를 전개했다.


‘검초가 빠르고 정확하구나.’


세옥은 녹수소요보를 전개하여 학범의 검세를 피했다.

녹수소요보는 경공이고, 경공은 보세(步勢)다.


무공은 보세로 시작된다.

보세가 빠르고 정확해야 제대로 무공을 전개할 수 있다.


‘왜 이렇게 빨라?’


학범은 세옥의 보법에 놀랐다. 그가 세옥의 요해처 24곳을 빠르게 찌르고 베고 있는데 세옥은 가볍게 피하고 있었다.

“무(無)!”

세옥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는 학범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면서 목검을 휘둘렀다.

“와아!”

표사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비(飛)!”

세옥은 바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세옥이 두 번째 초식을 전개했을 때는 검이 보이지 않았다.

“섬(閃)!”

“예(刈)!”

“파(派)

순식간에 반각의 시간이 지나갔다.


학범은 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보고만 있는데도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출(出)!”

다섯 번째 초식은 물을 가르고, 여섯 번째 초식은 용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용문표국의 연무장에는 거대한 물푸레나무가 지붕위로 솟아 있었다. 그가 신형을 날리자 물푸레나무 가지 사이로 사라졌다.

천지간이 싸늘하게 얼어붙고, 검풍이 휘몰아쳤다.

물푸레나무 잎사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


표사들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물푸레나무 잎사귀가 자욱하게 떨어졌다.

세옥도 백의를 표표히 날리면서 떨어져 내려왔다.

“와아!”

표사들이 발을 구르면서 함성을 질렀다.

“대협의 신위에 감탄했습니다. 저희가 대협의 무공을 배우게 된 것은 하늘이 복을 주신 것입니다.”

학범이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대협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표사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대협은 당치 않습니다.”

세옥이 겸손하게 답례를 하고 표사들을 일으켜 세웠다.


*


세옥은 하루는 용문표국에서 표사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하루는 상애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쳤다.


‘이놈이 왜 이렇게 진보가 빨라?’


아이들 중에서 불과 열 살밖에 안 된 춘이의 무공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글도 하루가 다루게 발전하고 있었다.

“우리 춘이가 아주 열심이네.”

세옥은 춘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를 악물고 무공 연습을 하는 춘이가 신통했다.

“무공 열심히 배우면 나도 아저씨 부인 삼을 거예요?”

춘이가 생글생글 웃었다.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다.

“이놈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저씨가 그런 사람으로 밖에 안 보여?”

세옥은 펄쩍 뛰었다.


쥐방울만한 놈이 이런 소리를 하다니.


머리에 쥐가 나는 기분이었다.

“내가 싫어요?”

“이놈아, 아이들은 그런 소리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 벼락을 맞아 죽을 거다.”

세옥이 눈알을 부라렸다.


춘이를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난감했다.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욕을 하거나 때릴 수도 없었다.

“왜요? 왜 벼락을 맞아요?”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주 나쁜 짓이야. 너도 그런 생각하지 말고 좋은 생각을 해. 어린놈이 되바라져서······.”

세옥이 혀를 찼다.

“흥!”

춘이가 콧방귀를 뀌고 돌아갔다.

“호호. 저 아이가 소형제를 좋아하나봐요.”

포숙정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가까이 왔다.

“아이들 교육을 좀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의원님이 애를 좀 써주세요.”

“아이들이 애정이 결핍되어 있어요.”

포숙정은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이었다.


춘이가 무슨 소리를 해도 웃어넘긴다.

“표국은 좀 어때요?”

“엉망이죠.”

포숙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표국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세옥은 포숙정과 함께 용문표국으로 돌아왔다.

노복림이 창가에 앉아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표국은 곳곳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표물을 호송하는 행렬이 자주 습격을 받았다.

“국주님이 안 계시니 도적들이 우리 용문표국을 우습게 보는 것 같습니다.”

노복림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포숙정에게 말했다.

“벌써 다섯 번이나 습격을 당했는데 이젠 표물 운송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요.”

포숙정도 답답했다.


표국의 신용이 떨어져 운송 의뢰도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나가면 표국의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습격하는 놈들을 처벌해야겠습니다.”

세옥이 말했다.

이럴 때는 칼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요? 놈들은 갑자기 나타나서 습격을 하고 달아나는데 그들의 위치를 알 수 없어요.”

“가짜 표물을 운송하고 우리가 뒤에서 따라가면 됩니다. 놈들이 습격을 해오면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하고요.”

세옥이 계획을 세웠다.

“좋아요.”

포숙정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쏴아아아.


비가 내리고 있었다.

황궁에서 조회를 마치고 돌아온 백경천은 대청으로 들어오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백추설이 패도로 대청에서 무공을 연습하고 있었다.

“무얼하는 게냐?”

백경천이 낮게 물었다.

백추설은 인사도 하지 않는다. 산에서 멋대로 자라 예의라고는 모른다.

“비가 와서요.”

백추설이 퉁명스럽게 내뱉고 밖으로 나갔다.

“쯧쯧······.”

백경천이 혀를 차고 태사의에 앉았다.

그는 소매 속에서 고서를 꺼내 펼쳤다.


금석학의 대가라고 불리는 위청 노인이 고문을 번역했다.

고문은 천 년 전의 인물 천령지존(天靈至尊) 진무양의 무공비급이었다.


그런데 내공심법이 없네.


백경천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문파마다 독특한 내공심법이 있고, 연마하는 방법도 다르다.

소림사의 내공심법이나 도가의 내공심법도 다르다.

그런데 천령지존의 무공에 내공심법이 없다니.

비급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왕퇴에서 나온 비급이다.


백경천은 하녀를 시켜 우문호를 불렀다.

우문호는 그의 수제자다.

“대인, 부르셨습니까?”

우문호가 서재로 들어와서 예를 올렸다.

“이게 자네가 마왕퇴에서 가지고 나온 비급이야.”

“고문을 해석했습니까?”

“보게.”

백경천이 해석한 책자를 우문호에게 건네주었다. 우문호는 천천히 책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건······.”

우문호가 놀란 얼굴로 백경천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천령지존의 천무검법입니다.”

우문호가 몸을 떨면서 대답했다.


책의 내용은 내공심법이 빠져 있고, 글자도 드문드문 빠져 있었다. 해석이 불가능한 고문이라고 했다.

“가능하겠나?”

“글자가 드문드문 빠져 있어서······.”

우문호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접었다.

“연마해 보겠나?”

“예.”

우문호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백경천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왕퇴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 대해 조사해 보겠습니다.”

우문호는 세옥과 아향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그들을 생각하자 머릿속에서 분노가 일어났다. 마왕퇴에서는 시진국과 장전일도 살아나왔다.

“그렇게 하게.”

“마왕퇴에 다시 가보는 것이 어떤가?”

백경천의 말은 다른 비급이 있는지 찾아보라는 뜻이다.

“예.”

우문호가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탁문정이 태사의 뒤에 있는 장막을 걷고 나왔다.

“우문호를 믿을 수 있어요?”

“믿어야지.”

백경천이 희미하게 웃었다.


*


용문표국의 깃발을 세운 마차 두 대가 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합비를 향해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다.

길이 울퉁불퉁하여 마차가 빠르게 달리지 못했다.


쏴아아아.


잿빛의 하늘에서 빗줄기가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합비의 동쪽에 있는 소현산(昭峴山)이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서 도망을 치던 오자서가 소관(昭關)이라는 관문을 넘지 못해 고민을 하다가 하룻밤 새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곳이다.

“여기가 소관이에요?”

포숙정이 말 위에 앉아서 세옥에게 물었다. 손으로 빗물을 훔친다.

“예.”

세옥이 표국 행렬을 보면서 대답했다.


소관 양쪽으로 숲이 울창했다.

그들은 표국 행렬을 5백보쯤 떨어져 가고 있었다.

삿갓을 쓰고 피풍까지 썼으나 빗줄기 때문에 흠뻑 젖고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영웅 오자서가 여기를 넘다가 머리가 하얗게 세어졌다면서요?”

“초나라의 경비가 삼엄해서 오자서가 고민을 했지요.”

오자서는 영웅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부모형제가 초나라 왕에게 죽임을 당하자 초나라를 탈출, 오나라에 망명하여 손무와 손을 잡고 초나라를 멸망시켜 처절한 복수를 한다.

오나라를 대국으로 만들었으나 오나라에서도 모함을 당해 비참하게 죽는다.

“그래서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란 말이 나온 거예요?”

“그건 이백(李白)의 추포가(秋浦歌)라는 시에서 나온 말입니다.”

“시를 외워요?”

“예.”

“한 번 외워줘요.”

포숙정이 눈웃음을 쳤다.

비를 맞아서 하얀 얼굴이 비에 젖은 꽃잎 같다.

세옥이 낮은 목소리로 시를 외기 시작했다.


흰 머리칼이 삼천장

근심이 많아 이토록 길어졌나.

알지 못하겠구나.

거울속 어디에서

가을 서리를 맞았던가.


그때 포숙정의 눈이 커졌다.

저 앞에 가는 표국행렬을 향해 한 무리의 사내들이 일제히 병장기를 휘두르면서 달려들고 있다.

습격이다.

숲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


1) 백발삼천장은 고민이 많으면 하룻밤에도 머리가 하얗게 세어진다는 뜻입니다. 현대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탈모나 머리가 빠르게 세어진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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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3화 표국대전(2) NEW 20시간 전 49 0 13쪽
122 122화 표국대전(1) 24.06.29 61 0 12쪽
» 121화 육자검법(8) 24.06.28 79 0 11쪽
120 120화 육자검법(7) 24.06.27 83 0 12쪽
119 119화 육자검법(6) 24.06.26 95 0 13쪽
118 118화 육자검법(5) +2 24.06.25 93 1 13쪽
117 117화 육자검법(4) +2 24.06.24 97 1 12쪽
116 116화 육자검법(3) +2 24.06.23 104 1 12쪽
115 115화 육자검법(2) 24.06.22 98 0 11쪽
114 114화 육자검법(1) +2 24.06.21 121 1 13쪽
113 113화 귀화파파(4) +2 24.06.20 113 1 13쪽
112 112화 귀화파파(3) +2 24.06.19 109 1 12쪽
111 111화 귀화파파(2) 24.06.18 107 0 13쪽
110 110화 귀화파파(1) 24.06.17 113 0 11쪽
109 109화 강호출도(3) 24.06.16 112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117 0 11쪽
107 107화 강호출도(1) 24.06.14 121 0 15쪽
106 106화 밤을 걷는 아이들(7) 24.06.13 111 0 12쪽
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114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133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122 0 12쪽
102 102화 밤을 걷는 아이들(1) 24.06.09 135 0 13쪽
101 101화 여장남자(2) 24.06.08 128 0 12쪽
100 100화 여장남자(1) 24.06.07 126 0 15쪽
99 99화 영웅호색(10) 24.06.06 125 0 13쪽
98 98화 영웅호색(9) 24.06.05 132 0 13쪽
97 97화 영웅호색(8) 24.06.04 121 0 12쪽
96 96화 영웅호색(7) 24.06.03 130 0 13쪽
95 95화 영웅호색(6) 24.06.02 15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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