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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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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7 10: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25,899
추천수 :
140
글자수 :
706,127

작성
24.07.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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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7화 표국대전(6)

DUMMY

“공자님, 옥소부인은 상대하지 않습니까?”

시동무사가 뒤에서 물었다.

사마염은 탁문정이 옥소를 불면서 산을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옥소부인은 무림 8대고수라고 한다.”

“옥소부인이 왜 여기까지 온 것입니까?”

“백추설을 감시하러 온 것이겠지.”

“딸을 감시합니까?”

“친딸이 아니다. 백경천이 종년을 건드려 낳은 딸이다.”

“와아.”

시동무사가 입을 벌렸다.

“가자.”

사마염이 뚜벅뚜벅 걸음을 떼어놓았다.


*


달빛이 푸르게 지붕을 비추고 있었다.

아향은 초주의 용문표국 지붕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지붕위에 백의를 입은 세옥이 우뚝 서 있었다.

밤바람에 옷자락이 표표히 날린다.


‘잠이 오지 않는 건가?’[


세옥이 지붕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고수들만 아니면 내가 올라가서 말동무를 해줄 수 있는데······.’


세옥이 지붕에 있는데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재상 백경천의 부인 탁문정.

딸 백추설도 어둠속에서 지붕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사마염도 왔다.

그도 어둠속에서 용문표국 지붕을 노려보고 있었다.


‘포숙정은 왜 그림자처럼 서생을 따라다니는 거야?’


포숙정이 항상 옆에 붙어 있었다.

세옥을 보는 그녀의 눈빛에 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못된 바람둥이······.’


세옥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여자들이 너무 많다.


‘계집년들이 수치도 몰라.’


세옥에게 여자가 꼬이는 것은 여자들 탓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서생 오라버니를 건드리기만 해봐라.’


아향은 용문표국의 지붕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세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지치지가 않았다.

그녀의 뒤에 적의군 1백명이 도열해 있었다.

유사시에 출동하여 세옥을 도울 것이다.


탁문정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백추설을 노려보았다.

용문표국 뒤쪽에 있는 아름드리 물푸레나무에 올라가 숨어 있다.

수령 수백 년은 될 것 같은 나무다.

백추설의 임무는 끝이 났다.

이제는 대량성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붕위에 있는 세옥을 살피고 있었다.


‘계집애가 왜 서생을 지켜보고 있는 거야?’


백추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설마 보검이 탐이 나서 서생을 죽이려는 거야?

백추설이 서생을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림맹의 사마염까지 왔으니······.’


사마염은 용문표국에서 조금 떨어진 대나무숲에 매복하고 있었다.

초주의 용문표국이 용담호혈이 되었다.

그런데도 세옥은 지붕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번이라도 서는 거야?


옷자락이 밤바람에 날린다.


‘무림맹은 왜 온 거야?’


탁문정은 무림맹이 출동한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무림맹뿐이 아니다.

황후 부명화가 파견한 적의군도 골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적의군까지 오고······.’


세옥이 그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왜?

무엇 때문에?

탁문정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용문표국에 왜 이렇게 고수들이 많이 와 있어?’


탁문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서생과 포숙정은 방에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와우산에서 놈은 내 것이었는데······.


부용선자가 독을 살포하는 바람에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용의 내단을 얻는 데는 실패했으나 그 황홀한 순간은 잊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뜨거운 순간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번만 더 그 순간을 누릴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당장에 놈의 방에 쳐들어가고 싶었다.

포숙정을 일장에 쳐죽이고 서생놈과 뜨거운 순간을 갖고 싶었다.


서생놈······.


탁문정은 옥소를 입으로 가져갔다.

“부인.”

“물러가라.”

“예.”

여종이 머리를 조아렸다. 탁문정이 옥소를 불리 시작했다.


그대가 나에게 모과를 선물하니

나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보답하노라

실은 보답이 아니라 영원히 사랑하자는 것이네.


投我以木果

報之以瓊琚

匪報也永爲以好也


시경 국풍편에 나오는 모과라는 제목의 시다.


그대가 나에게 복숭아를 보내주니

나는 아름다운 구슬로 보답합니다.

실은 보답이 아니라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것이에요.


投我以木桃

報之以瓊瑤

匪報也永爲以好也


세옥은 아름다운 퉁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퉁소소리의 노래는 모과라는 노래다.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무림에서 퉁소를 부는 여자는 옥소부인 탁문정이라고 그랬는데······.’


탁문정에게 납치되어 와우산으로 끌려갔었다.


왜 여기에 와서 퉁소를 불고 있는 거야?


퉁소소리는 달빛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가고 있다.

“올라가 보지 않아요?”

포숙정이 속삭이듯이 물었다. 세옥은 방에 앉아서 내공심법을 연마하고 있었다. 마녀의 내공심법으로 내단을 5할 정도 흡수했다.

“내가 뭣하러 올라가겠소?”

세옥은 탁문정이 좋은 일로 지붕위에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올라갈 필요가 없다.

주위의 지붕에도 다수의 무림인들이 올라와 있다.

그때 옥소 소리가 북쪽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귀가 예민한 세옥은 상당히 멀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퉁소 소리는 초빈(招賓)으로 바뀌어 있었다.

초빈은 귀한 손님을 부른다는 뜻이다.

“밤새도록 불고 있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사람들이 잠을 못 자잖아요?”

“그럼 올라가 보겠소.”

세옥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옥이 방에서 나와 지붕으로 신형을 날렸다.

탁문정은 이미 지붕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지붕에 무림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흥!”


세옥이 달빛 사이로 빠르게 신형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남쪽으로 신형을 날리다가 북쪽으로 날리고, 다시 동쪽으로 날리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무림인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었다.


경공이 엄청 빠르네.


백추설은 세옥을 따라가다가 신형을 멈추었다.

녹수소요보를 전개하는 세옥을 따라갈 수 없었다.

“뭐야?”

무림인들도 추적을 하다가 포기했다.

“젠장······.”

백추설은 달빛이 하얀 초주의 읍내를 우두커니 살폈다.


탁문정은 성곽에서 달빛을 받고 서 있었다.

세옥이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날아왔다.

“소형제.”

탁문정은 속으로 놀랐다.

“옥소부인······.”

“초빈을 듣고 따라온 거예요?”

초빈을 알아듣는 사람은 강호에서 많지 않다. 문인들 중에도 음악을 알아야 한다.

“경공이 놀랍네요. 무공도 빠르게 진보했고······.”

와우산에서 보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경지에 이르다니.

“여기는 웬일입니까?”

“바람 쐬러 왔어요.”

“흥! 바람을 쐬러 초주까지 왔습니까?”

“소형제는 용문표국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내가 신세를 지고 있어요.”

탁문정은 세옥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단을 내력으로 흡수했어요?”

“내 경공을 봤겠지요?”

세옥의 경공도 보고 무공도 보았다.


벌써 8품고수급이다. 내단을 흡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재상부로 오지 않을래요?”

“강호인들은 관리들과 멀리합니다.”

“그럼 술이나 마셔요.”

탁문정이 호리병을 세옥에게 건네주었다.

세옥이 호리병을 받아들었다.

“독주예요. 우리 가문에서 담그는 술이에요.”

탁문정이 툭 내던지듯이 말하고 세옥의 반응을 살폈다.


세옥이 담담하게 마개를 따고 한 모금을 마셨다.

탁문정은 세옥을 가만히 살폈다.

세옥은 독주를 마시고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이 자가 용의 내단을 취한 것이 확실하구나.


탁문정은 속으로 감탄했다.

만독불침이니 독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탁문정도 독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는 이미 해독제를 복용했다.

“옥소부인, 나를 왜 불렀어요?”

“와우산에서의 일은······.”

탁문정이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그의 혈도를 찍고 강제로 내단을 취하려고 했었다.

“잊는 것이 좋겠지요.”

“소형제가 원하면 오늘······.”

달빛 아래서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속으로 은근하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미 한 몸이 되었었으니.

“하하. 불의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세옥이 한 마디로 거절했다.

“내가 강요를 한다면?”

탁문정은 분노가 일어났다.

“정일사태가 어찌 죽었는지 아십니까?”

“음.”

탁문정이 신음을 삼켰다.


정일사태는 진기를 모두 빼앗겨 치욕스러운 모습으로 죽었다.

“소형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에요?”

“겸애······.”

탁문정은 할 말을 잃었다.

세옥이 탁문정의 호리병을 낚아채 한 모금을 마셨다.


*


땡--!


사경(四更)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종소리가 지붕과 골목으로 퍼져나갔다.

달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초주의 밤이 깊어 집집마다 불이 꺼지고 칠흑의 어둠이 지붕과 골목을 덮어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는 것인가?


탁문정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살랑이며 불어오는 하늬바람에도 물기가 축축하게 섞여 있었다.

세옥은 술을 마시고 신형을 날려서 돌아갔다.


‘내가 유혹을 해도 흔들리지 않네. 음란서생이라는 놈이······.’


세옥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후드득.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성곽을 넘어 달려오는 무림인들이 보였다.


‘저들은 진령도관의 도사들······.’


탁문정은 눈이 커졌다.

탁문정은 조심스럽게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도사들은 빠르게 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사들이 미쳤나?’


탁문정은 용문표국 앞의 대로를 노려보았다.

대로를 가득 메우고 잿빛의 도복을 입은 도사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저 자들이 왜 온 거야?’


탁문정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둠속이라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적들이 몰려오듯 칼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때 세옥이 지붕으로 날아 올라왔다.

그가 도사들이 습격한 것을 눈치 챈 것이다.


용문표국에서도 표사들이 몰려나왔다.

용문표국 주위의 지붕에서 무림인들이 대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세옥이 지붕에서 대로로 날아내렸다.


밤이라 행인은 없었다. 그러나 어둠속에서도 도사들의 칼이 번뜩이고 있었다.

“이놈아, 오늘 네놈을 죽이러 왔으니 목을 내놓아라.”

도사들 중에 한 사람이 호통을 쳤다.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실려 있었다.

“핫핫! 내 목은 여기 있으니 가져가 봐라.”

세옥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이 악독한 놈아, 어찌 우리 산문에 와서 제자들을 죽인 것이냐? 우리 제자가 무슨 죄를 지었냐?”

“나는 너희 제자를 죽인 일이 없다.”

세옥이 받아쳤다.


세옥은 진령도관에 간 일이 없다.


‘후후. 추설이 계집애가 죽인 것을 저놈이 죽인 것으로 알고 있군.’


탁문정은 웃음이 나왔다.

“이놈아, 네놈이 노백봉을 죽이러 왔다가 제자들을 죽인 것이 아니냐? 저놈을 죽여라!”

“죽여라!”

진령도관의 도사들이 일제히 세옥을 향해 달려들었다.


세옥이 빠르게 신형을 움직였다.

탁문정은 세옥의 보법을 보고 놀랐다. 그는 녹수소요보를 전개하면서 빠르게 도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저놈이 뭘하는 거야?’


세옥은 검을 뽑지 않고 검집으로만 도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악!”

“으악!”

도사들이 세옥의 검집에 맞아 나뒹굴었다.

“이놈!”

도사들은 악에 바쳐 세옥을 공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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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표국대전(7) 24.07.05 73 0 12쪽
» 127화 표국대전(6) 24.07.04 82 0 11쪽
126 126화 표국대전(5) +2 24.07.03 85 1 12쪽
125 125화 표국대전(4) +2 24.07.02 82 1 12쪽
124 124화 표국대전(3) +2 24.07.01 107 2 11쪽
123 123화 표국대전(2) 24.06.30 97 0 13쪽
122 122화 표국대전(1) 24.06.29 104 0 12쪽
121 121화 육자검법(8) 24.06.28 112 0 11쪽
120 120화 육자검법(7) 24.06.27 116 0 12쪽
119 119화 육자검법(6) 24.06.26 124 0 13쪽
118 118화 육자검법(5) +2 24.06.25 124 1 13쪽
117 117화 육자검법(4) +2 24.06.24 121 1 12쪽
116 116화 육자검법(3) +2 24.06.23 128 1 12쪽
115 115화 육자검법(2) 24.06.22 120 0 11쪽
114 114화 육자검법(1) +2 24.06.21 141 1 13쪽
113 113화 귀화파파(4) +2 24.06.20 132 1 13쪽
112 112화 귀화파파(3) +2 24.06.19 132 1 12쪽
111 111화 귀화파파(2) 24.06.18 129 0 13쪽
110 110화 귀화파파(1) 24.06.17 135 0 11쪽
109 109화 강호출도(3) 24.06.16 131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137 0 11쪽
107 107화 강호출도(1) 24.06.14 143 0 15쪽
106 106화 밤을 걷는 아이들(7) 24.06.13 129 0 12쪽
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134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153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1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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