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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헛똑똑이 봉봉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19
최근연재일 :
2020.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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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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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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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법정. Chapter 10: 반딧불이 법정

DUMMY

“피고는 할 말 있습니까?”

늙은 풍뎅이 판사가 말했어요. 그의 축 쳐진 더듬이는 ‘난 빨리 들어가서 자고 싶은데 이 소란 때문에 주말에도 여기에 나와서 일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재판은 대충대충 빨리 끝내자.’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봉봉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내줄 생각이 없었답니다.

“제가 할 말은 단 하납니다. 제게도 변호충을 주시거나 스스로 변호할 기회를 주십시오!”

봉봉이 일어나서 외쳤어요. 맞은편에 앉은 다섯 검사들이 혀를 찼지요.

“안타깝지만”

“그 부탁은”

“하나가”

“아닌 것”

“같은데~?”

검사들이 한 문장을 다섯 개로 나누어서 말했어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약을 올리기까지 했지요. 열 받은 봉봉의 더듬이가 마구잡이로 흔들렸답니다.

“생각해보겠소. 그 동안 검사들은 최종발언을 하시오.”

봉봉은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이제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곧 검사들은 벌써 최종발언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어서 판사한테 다가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무당벌레 경비한테 몽둥이로 다리를 따콩따콩 두드려 맞고 자리로 끌려오고 말았지요. 이동통신 전투술 제 1장을 재빨리 쓴 덕에 많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화가 났어요.

“일주일 전, 피고는 고의로 친위대원을 부려!”

검사가 열변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왕궁의 보안을 약하게 만들고!”

다른 검사도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일어난 풍뎅이를 따라 걸었지요.

“알현실로 들어가서 와인 한 잔 빨고!”

다른 검사도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긴 칼로 국왕을 찔러 죽였습니다!”

이 검사도 일어났어요.

“그러므로 우리는 사형을 구형합니다!”

마지막 검사까지 일어났지요. 다섯 검사가 서로 말을 이어받으며 두 문장을 완성했어요. 정신 사납게 원을 그리며 걸으면서요. 봉봉은 웬 모지리들이 재판을 맡았다며 고개를 저었지요.

“이 모지리들아! 나는 와인 안 마셔!”

봉봉이 화가 나서 젠틀맨다운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어요. 그러다가 무당벌레 경찰이 방망이를 흔들거리는 걸 보고 입을 꾹 다물었지요.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적어도 나는 내가 할 말은 혼자 끝낼 수 있는데.’

봉봉이 생각했지요.

“피고는 죄를 인정하시오?”

나이가 지긋한 풍뎅이 판사가 판사봉으로 봉봉을 가리키며 물었어요. 봉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지요.

“인정하든 안하든 당신은 유죄요. 사형 땅땅땅. 재판 끝.”

판사가 하품을 하며 판사봉을 두드렸어요. 아침에 아내와 싸우고 나왔는데 벌써 돌아가야 한다는 게 짜증났지만 재판은 더 귀찮은 걸요. 봉봉은 결국 화를 못 참고 다시 의자에서 일어났지요.

“이 멍청한 놈들! 그만 수작 부려! 이게 어딜 봐서 재판이야!”

봉봉이 소리를 지르니까 법원이 폭발했어요. 풍선 터지듯 빵하고 터졌지요. 봉봉은 바로 기절하고 말았고요. 봉봉의 머릿속에 있는 정신적인 봉봉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연구해보다가 지금껏 익히지 못한 이동통신 전투술을 단번에 익혀서 몸에 과부하가 걸렸었다는 걸 알아냈답니다.

“그건 그렇고, 법정놈들이 이제 내가 판사를 죽였다고 언론에 뿌리겠군, 에휴, 몸이 일어나기 전까지 비법서라도 읽어야지 뭐.”

봉봉의 머릿속 조종실에 앉은 봉봉의 영혼은 뒤를 한번 돌아보았어요. 온몸에서 기운이 쫙 빠져나갔는지 봉봉의 마음속 복도의 불이 전부 꺼져 있었지요. 지난겨울처럼 억지로 당분을 넣어서 불을 지핀다고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답니다. 봉봉은 어쩔 수 없이 이동통신 전투술 비법서의 영적 복사본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지요.

봉봉은 몸의 키틴질을 연속적으로 강화해주는 SMS 기술, 즉 연속적 분자 강화(Successive Molecular Strengthening)은 대충 훑어보고 과감히 건너뛰었어요. 그리고 곧장 2장을 읽기 시작했어요. 2장은 몸에 존재하는 한정된 에너지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었어요. 뇌뇌는 이것을 MMS, 순간적 운동량 분할(Momentary Momentum Segmentation)이라고 적어두었답니다.

“오 대충 알겠어. 내가 흥분한 바람에 어설프게 읽은 이 부분을 활용해보려다 망한 모양이야.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모조리 밖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내가 기절했고 이 분홍색 방에는 가스등 하나 들어오지 않는 거로군. 좋아, 3장은 뭐지?”

봉봉이 정신적인 종이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겼어요. 3장 맨 앞 페이지에는 1자와 2장을 완벽하게 익히기 전에는 절대로 엄두도 내지 말라고 적혀있었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이 깨어날 때까지 할 일이 없는 봉봉은 3장도 읽었어요.

“SNS, 도약성 신경 공격(Saltatorial Nerve Strike)이라. 그래. 그런 거였어. 1장으로 몸을 강화하고, 2장으로 튼튼해진 몸의 한 점으로 에너지를 보내서 이 기술을 쓰는 거야. 단번에 신경을 박살내는 기술인 것 같군.”

봉봉은 시간을 들여서 2장과 3장을 정독하고 더 읽을 건 없는지 몇 번이나 책을 넘겨보았어요. 버섯 도령이 LTE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당부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하지만 그런 건 적혀있지 않았어요. 뇌뇌가 번역하면서 빼먹은 걸까요?

봉봉은 몸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LTE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이동통신 전투술 비법서를 읽고 또 읽었어요. 하지만 비밀을 알아낼 수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갔던 탓인지, 봉봉은 사형 집행일 전날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답니다. 다음 날에 목이 댕겅댕겅할 거라는 간수의 말을 듣고서 봉봉이 얼마나 놀랐는지요.


“인섹타디아 데일리 특보: 수벌 탐정 봉봉, 판사를 살해하다.

국왕 살해충 봉봉에 대한 재판이 있던 와중, 법원의 별관이 통째로 전소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생존충은 피고 봉봉의 발밑에서 커다란 섬광이 일었다고 진술했다. 경찰들은 봉봉이 재판장에 폭약을 들인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주일 내내 왕궁 지하에 박혀 있던 곤충이 폭약을 매입한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충들은 섭정 G와 다섯발톱당 당수 토토 박사는 무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사와 다섯 검사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로즈나이프가 신문 기사를 읽고서 G가 누운 채 골골 대고 있는 침대 위에 올려놓았어요. 로즈나이프는 발치에 놓인 스툴에 앉아있었죠. 토토 박사는 옆에 서있었고요.

“이게 뭐 어떻다는 거지?”

로즈나이프가 G에게 물었어요. G는 아이고 나 죽네 아이구 하면서 징징거리다가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표정을 삭 바꾸고 문을 힐끔거리다가 로즈나이프를 바라보았어요.

“봉봉은 넥터 허브로 돌아오기 전에 인치나에 가 있었었네.”

“그래서?”

로즈나이프가 물었어요.

“봉봉이 머무르던 마을에는 무술 학교 버섯 사원이 있네. 그곳에는 무림 고수 뇌뇌가 송이버섯 버섯도령을 모시며 살고 있지.”

토토 박사가 헛기침을 하고 대신 말을 받았어요.

“무술가 뇌뇌? 인치나의 별동대의 중대장이었던 그 뇌뇌? 혼자서 말벌 이백 마리를 잡고 장수풍뎅이 30마리를 무찌르며 휴전 협정 때까지 계곡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전설의 사마귀? 그러면 이 기사에 실린 게 말로만 듣던 이동통신 전투술이란 말이냐?”

“그래.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지.”

G가 말했어요. 로즈나이프는 G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지요. 이제 배 타러 가야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요.

“나보고 뇌뇌를 죽이라는 거군.”

“그래. 그 놈이 몇 개월 만에 봉봉을 저만큼이나 성장시켰다면 아직 팔팔하다는 뜻이라네. 그런 놈이 남아 있으면 균형이 맞지를 않아. 가서 놈을 죽이고 사원을 불태우게. 어느 것도 남기지 말고.”

로즈나이프가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그리고 병실 밖으로 나가려다 G를 돌아보았지요.

“봉봉은 어쩔 것이냐?”

“왜 이제 와서 가족애가 되살아났나?”

토토 박사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면서 물었어요.

"아니. 목을 따는 날에 이곳에 있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란다."

로즈나이프는 병실 문을 닫고서 항구로 내려가 곧장 인치나로 가는 배를 탔어요. 뇌뇌 박사는 밤에 잠들기 직전에 습관적으로 수점을 쳐보다가 강대한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아내고 대비를 하기 시작했지요.

“오랜만에 내 전투 장갑을 꺼내서 갈아두어야겠어.”

뇌뇌는 잠자리에 드는 대신 사원 지하에 위치한 무기고로 내려가 전쟁 때 꼈던 칼날 장갑을 꺼냈어요. 뇌뇌는 전쟁이 끝난 뒤 수천 곤충의 체액이 묻은 (칼날 장갑을) 다시는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봉인해두었는데 로즈나이프 때문에 다시 꺼내게 된 거죠.

칼을 쇳돌에 가는 날카롭고 섬뜩한 소리가 사원 지하의 복도를 타고 조용히 울렸어요. 로즈나이프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로즈나이프는 갑판에 나와 선수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손목에 찬 팔찌를 만지작거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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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반딧불이 법정. Chapter 14: 피날레, 번개전사 강림, 에필로그 20.01.13 17 0 6쪽
58 반딧불이 법정. Chapter 13: 오페라 작전 20.01.12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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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이 법정. Chapter 10: 반딧불이 법정 20.01.09 22 0 10쪽
54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9: 프로토콜 66 20.01.08 17 0 12쪽
53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8: 깊은 저 지하 속 스위트룸 20.01.07 24 0 13쪽
52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7: 마지막 20.01.06 19 0 12쪽
51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6: 글로리어스! 20.01.05 23 0 13쪽
50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5: 문은 두 번 두드려야 열려 -2 20.01.02 23 1 7쪽
49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5: 문은 두 번 두드려야 열려 -1 20.01.01 24 0 9쪽
48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4: 도넛 회동과 티타임 19.12.31 19 0 14쪽
47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3: 라멘 19.12.30 23 0 13쪽
46 반딧불이 법정.Chapter 02: 봉봉과 바다 19.12.29 19 0 13쪽
45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1: 에이전트 로즈나이프 19.12.28 22 0 13쪽
44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6: 법정의 선고 19.12.27 22 0 2쪽
43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5: 휴가 19.12.26 22 0 5쪽
42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4: 격돌! 봉봉 VS 캉캉 19.12.25 18 0 9쪽
41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3: 넥터 허브 지하 미로 2 19.12.24 25 0 13쪽
40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2: 넥터 허브 지하 미로 1 19.12.23 19 0 13쪽
39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1:과학 진드기 수사 19.12.22 22 0 12쪽
38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0: 신문물 19.12.21 21 0 11쪽
37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09: 안 남아있는 나날 19.12.20 22 0 12쪽
36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8: 봉봉, 복귀하다-2 19.11.13 19 0 6쪽
35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8: 봉봉, 복귀하다-1 19.11.12 35 0 7쪽
34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7: 코코-2 19.11.11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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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5: 역습의 봉봉-1 19.11.07 2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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