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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헛똑똑이 봉봉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19
최근연재일 :
2020.01.13 18:0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61
추천수 :
12
글자수 :
242,034

작성
19.1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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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8: 봉봉, 복귀하다-2

DUMMY

“하지만 다치셨잖아요!”

“얼굴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모퉁이 저 멀리에서 다시금 쇠붙이가 딱딱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나비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지요. 긴 코트 자락 사이로 체액이 줄줄 새어나왔어요. 나비는 기침을 하더니 라라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답니다.

“그, 그 석궁은 봉봉의 것이로군요. 봉봉과 아는 사입니까?”

라라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비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수첩을 꺼내어 라라에게 건넸어요. 수첩에도 체액이 잔뜩 묻어서 끈적끈적해보였지요. 라라는 죽어가는 곤충을 눈앞에서 보니 무섭기도 하고, 무슨 영문인지도 알 수가 없어서 수첩을 선뜻 받아들 수가 없었어요.

“제발 받으십시오. 이걸 반드시 봉봉에게 전해주셔야 합니다.”

나비가 애걸했어요. 날카로운 금속이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커졌답니다. 꽤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게 분명했어요. 라라는 수첩을 받아들려다가 나비를 공격한 괴물의 그림자를 보고야 말았어요.

“배...... 뱀이다!”

“제발 받아요!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봉봉을 피신시켜주십시오!”

나비가 라라에게 수첩을 던지듯이 떠넘기고는 쓰레기통에서 몸을 일으켰어요. 그리고 찢어진 날개를 활짝 폈지요. 나비는 날개를 펄럭이면서 괴물에게 돌격했어요. 라라는 머리를 감싸 쥐고서 그대로 뒤로 돌아 도망쳤답니다.

그녀의 뒤편으로 나비의 육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골목 전체에 나비의 체액이 날렸고요. 나비가 입고 있던 코트 자락마저 박살이 났지요. 라라의 더듬이는 그녀가 그런 걸 알고 싶지 않은데도 모조리 알려주었어요. 더듬이가 알려준 사실이 하나 더 있었지요. 정체불명의 괴물이, 라라는 뱀이라고 생각한 괴물이, 이제는 라라 자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 말예요.

“골목에서 나가야 해, 빨리!”

라라는 줄달음을 쳐서 순식간에 대로변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곧장 병원을 향해 달려갔지요. 라라를 쫓던 괴물은 골목의 어둠 속에 숨어서 입맛을 다실 뿐 거리로 나오지는 않았답니다. 아직 대놓고 모습을 드러낼 시기가 아니었으니 말예요. 괴물은 줄달음을 치는 라라를 어둠 속에 숨어 노려보다가 자취를 감췄답니다. 건반을 두드리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음이 뒤따랐지요.


라라는 겁에 질린 채 병원에 도착해서는 동생들에게 매달린 채로 울고불고 난리를 쳤어요. 동생들과 봉봉은 그녀를 진정시키느라 꽤나 애를 먹었지요. 라라는 한참이나 지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지요. 그녀는 손님용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았어요. 그리고 나비가 전해준 수첩과 봉봉이 부탁했던 물건들을 건네며 자기가 겪은 일을 말해주었어요.

봉봉은 라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더듬이로 미간을 쓸었답니다. 다소 당황스러웠어요. 라라가 수첩을 건넸을 때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지요.

“이 수첩을 전해준 나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도 몰라요. 상태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았어요.”

라라가 훌쩍이면서 말했답니다.

봉봉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찐덕하게 굳어버린 수첩을 억지로 열고서 페이지를 넘겨보았지요.

“이거야 원, 식용 수첩이 되어버렸군. 구더기들이 좋아하겠어.”

봉봉은 수첩을 말리려고 창가에 두었어요. 그리고 개미 세 남매를 바라보았답니다.

“라라 양에게 수첩을 전해준 나비가 바로 제가 불렀다는 동료 탐정입니다.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요. 라라 양, 이런 일을 겪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갔어야 하는데.”

봉봉은 젠틀맨답게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과했어요. 아주 젠틀하게 고개를 꺾어서 라라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들었지요.

봉봉은 수사용 코트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허리춤에 석궁을 찼어요. 마지막으로 멋들어진 중절모까지 착용했지요.

“여러분은 이 일에서 손을 떼십시오. 당장 댁으로 돌아가셔서 숨어 계셔야 합니다. 코코를 공격한 충이 누구든 간에, 이제는 우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봉봉, 우리는 함께 검은 개미를 퇴치했잖습니까. 이번에도 힘을 합쳐야 할지도 몰라요.”

판판이 혼자 떠나려는 봉봉을 말리며 말했어요. 정말 이런 장면에서 늘 쓰고는 하는 닳고 닳은 목소리 톤으로 대사를 읊었답니다. 봉봉도 닳고 닳은, 낡아빠진 대사를 했고 말이죠.

“안됩니다. 판판, 당신에게는 너무 위험해요. 이제는 가정이 있잖습니까. 보십시오. 이것이 우리가 상대해야하는 존재의 정체입니다! 나 혼자 가든, 당신과 함께 가든 이 자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둘이 가서 위험에 처하느니 나 혼자 가겠습니다.”

봉봉은 코코의 수첩을 펼쳤어요. 그리고 코코가 캉캉의 정체에 대해 적어놓은 글귀를 보였지요.

“세상에!”

판판과 누이들도 글을 읽고서 경악했어요.

“100쌍의 티타늄 다리를 가진 거대 지네라고요?”

“그래요. 100쌍의 티타늄 다리를 가진 거대 지네입니다. 코코가 이 지네의 머리에는 번개 모양 흉터가 있다는 것까지 적어놓았군요. 필경 몇 년 전에 일어난 전쟁에서 얻은 흉터겠지요. 이 자가 장작 품절 사건의 흑막입니다. 웬만한 곤충들로서는 이 지네를 상대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세 분께서는 안전한 곳에 숨으셔야합니다. 나 참, 땔감 구하러 다니다가 이게 다 무슨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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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4: 격돌! 봉봉 VS 캉캉 19.12.25 1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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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1:과학 진드기 수사 19.12.22 23 0 12쪽
38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0: 신문물 19.12.21 21 0 11쪽
37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09: 안 남아있는 나날 19.12.20 22 0 12쪽
»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8: 봉봉, 복귀하다-2 19.11.13 20 0 6쪽
35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8: 봉봉, 복귀하다-1 19.11.12 35 0 7쪽
34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7: 코코-2 19.11.11 21 0 7쪽
33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7: 코코-1 19.11.10 2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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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5: 역습의 봉봉-1 19.11.07 2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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