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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헛똑똑이 봉봉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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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19
최근연재일 :
2020.01.13 18:0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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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
글자수 :
24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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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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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6: 귀향

DUMMY

“나 어때요?”

총총이 걷다 말고 대뜸 판판에게 물었어요.

“내가 아는 곤충들 중 가장 아름다워.”

“정말로요?”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네가 영화배우보다 훨씬 예뻐.”

판판은 지렁이 마차를 잡으려고 팔을 휘저으면서 말했답니다. 총총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헤실헤실 웃었지요. 오랫동안 배를 타느라 속이 뒤집어지는 것만 같았는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답니다. 물론 새신랑답게 콩깍지를 가득 끼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가요? 듣는 곤충 기분이 좋았으면 된 거지요. 논문 쓰는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총총은 못생기지도 않았으니까요.

아무튼, 판판이 마차를 잡는 건 쉽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그가 발견하는 마차마다 손님이 타 있었거든요. 빈 마차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어요. 판판은 여러 차례 지렁이 마차를 부른 끝에, 마침내 네 번째 마차를 잡을 수 있었답니다. 마차가 그들 앞에 멈췄고 판판은 총총의 손에서 가방을 받아 뒤쪽에 실었어요. 그 다음에 자신의 가방도 실었죠.

“봉봉 씨의 사무실로 가는 거였죠?”

총총이 판판의 손을 잡고 지렁이 마차 위로 오르면서 물었답니다. 판판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총총을 따라 마차에 탔어요.

“봉봉이 집을 구하기 전까지는 사무실 위층에서 머물러도 된다고 편지에 적어서 보냈었어.”

“그러면 빨리 집을 구하도록 해요. 너무 오래 봉봉 씨의 사무실에서 지내는 것도 실례니까요.”

“며칠만 쉬었다가 집을 알아보러 다닐 생각이니까 폐를 끼칠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 좀 쉬어.”

판판이 마차의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총총을 따라 푹신한 의자에 기댔어요. 마차 안은 바깥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으슬으슬하고 추웠지요. 판판은 두꺼운 코트를 벗어서 총총과 함께 덮었답니다. 지렁이 마차가 느린 탓도 있지만, 항구에서 봉봉의 사무소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두 곤충은 서로의 어깨에 몸을 의지한 채 한 시간 정도 푹 잤지요.


안 그래도 느린 마차가 더 느려지면서 슬금슬금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고 있었을 때 즈음, 판판이 먼저 깨어났답니다. 판판은 총총과의 결혼식을 준비하던 1년 동안 뻔질나게 드나들고는 했던 건물이 눈앞에 보이자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물론 판판의 고향은 넥터 허브가 아니라 저어기 멀리 떨어진 농촌 마을이지만 그만큼 반가웠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해주세요.

판판은 총총을 부드럽게 흔들어서 깨웠어요. 총총이 정신을 차릴 때쯤 지렁이 마차가 사무소 앞에 멈췄답니다. 판판이 고개를 바깥으로 내밀고 거리를 둘러보는데 익숙한 모습이 보였답니다.

“누나?”

판판의 목소리를 듣고 한 일개미가 고개를 돌려 마차 쪽을 보았어요. 봉봉이 지난밤에 마주쳤던 일개미인 라라였답니다.

“판판?”

판판은 재빨리 내려서 마차에서 내리려는 총총의 손을 잡아주었어요. 라라는 의외라는 듯 두 동생들을 바라보았지요.

“난 네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심지어 여행지에서 만난 곤충들까지 말이야. 이젠 놀랍지도 않지.”

판판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어요.

“언니 반가워요. 오랜만이에요.”

총총이 긴 치마로 눈을 질질 쓸며 걸어가 라라를 끌어안았어요. 라라도 반가워하며 동생을 안았지요.

“그런데 언니,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탐정 선생한테 따질 게 있어서.”

라라는 지난밤에 기분 나빴던 일 때문에 사무소까지 온 것이었어요. 라라는 한번 화가 나면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지 왜 밖에 서있어?”

판판이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을 비비며 물었어요.

“문이 잠겨있으니까 그렇지. 게다가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판판이 라라의 말을 듣고 문에 다가가 문고리를 돌렸어요. 정말로 꽉 잠겨있었지요. 판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사무소의 문을 열었답니다. 예전에 봉봉에게서 미리 받아둔 열쇠였지요.

세 개미는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어요. 라라가 말했던 것처럼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요. 바람이 숭숭 통하는 2층에도 올라가보고, 보일러실에도 내려가 보았지만 봉봉의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세 개미는 문을 닫고 다시 사무소 밖으로 나왔어요. 일단은 사무소 대신 원래 살던 집에 가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잠깐만요!”

그들이 집으로 향하는 골목에 접어들려는데 여리지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답니다. 철모를 쓴 조그마한 공벌레가 헥헥거리며 뛰어오고 있었어요.

“나리! 아가씨들! 잠깐만요!”

공벌레는 힘이 드는지 길바닥에 철퍼덕 엎어지고 말았답니다. 그리고는 몸을 둥글게 말아서 판판의 발치까지 데굴데굴 굴러왔어요. 바닥에 엎드린 채로 간신히 팔을 들어 판판에게 쪽지를 건넸지요. 판판이 쪽지를 받아서 안에 적힌 글을 읽는 동안 총총과 라라가 공벌레를 일으켜주었어요.

“판판, 봉봉입니다. 마중을 나가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어쩌다보니 일이 꼬여서 지금 두 잎 클로버 병원에 있습니다. 종이는 작고 할 이야기는 많군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병원으로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직접 가고 싶지만 의사가 오늘 저녁까지는 움직이지 말라고 말리고 있습니다. 길에서 만난 꼬마 친구에게 이 쪽지를 들려서 보냅니다. 돈은 이미 줬으니 팁 달라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추신, 병원 밥이 맛이 없어서 그런데 오는 길에 뭐라도 사다주시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


이 쪽지 덕에 봉봉은 한 시간 뒤에 부드러운 쿠키와 당분 음료를 맛볼 수가 있었어요. 판판은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봉봉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지요. 의사한테 동상에 걸린 탓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답니다. 라라도 전날 밤에 한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다 봉봉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입을 다물었지요. 총총도 적잖이 놀란 건 말할 필요가 없었지요. 정작 본인은 과자가 끝내준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요. 판판은 봉봉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장작을 사러나갔다가 소매상들이 하나같이 재고가 없다고 말하기에 도매상한테 갔습니다. 그런데 그치들에게는 운이 없게도, 그들은 풋내기 범죄자들이었던 겁니다. 그들 중 하나가 나를 공격했지만 난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무당벌레들이 그들을 구금하고 있습니다.”

판판은 어이가 없었어요. 그냥 별 생각 없이 장보러나갔다가 우연히 얽히고 얽혀서 정말로 우연히 범죄자들과 맞닥뜨렸다는 거잖아요. 세상에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도매상들이 범죄자들이라는 겁니까? 뭘 저질렀는데요?”

판판이 물었지만 봉봉은 자기도 아직은 모르겠다면서 어깨를 으쓱거렸어요.

“그것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말이나 행동거지에서 내게 숨기고 있는 구리구리한 뭔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을 뿐입니다. 아, 이걸 보십시오.”

봉봉은 간호사에게 선반에 있는 가방을 집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간호사는 가방을 들어 봉봉에게 건넸답니다. 봉봉은 가방의 단추를 풀어서 안에 들은 장작을 판판과 누이들에게 보여주었어요.

“이 표식을 보십시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끝끝내 대답하지 않더군요. 일반적인 선량한 도매상이었다면 ‘납품할 매장이나 업체를 구분해두려고 해당 업체의 상표를 찍어뒀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 가진 단서는 이게 전붑니다. 몸이 나아지는 대로 다시금 발품을 팔며 수사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봉봉 씨, 선생님 말대로 범죄자들이라면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거대 범죄 조직하고 맞붙는 거라면 어떻게 해요?”

총총이 걱정스러워하며 봉봉을 말렸어요. 이렇게 말리면 탐정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는 여러분 모두 아시죠?

“여왕님,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물론 돈 벌려고 면허를 딴 거지만 탐정이 된 이상 악을 묵인할 수가 없답니다. 더군다나 목전에서 목격한 거라면 더욱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일이 기우에 불과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만, 조사해봐야 아는 일이지요.”

“아무튼 선생님은 움직이지 말고 계세요.”

총총이 어떻게든 봉봉을 말리려고 했어요.

“맞습니다.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니까 그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봉봉은 판판의 말을 듣고 “쯧쯔” 거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요. 봉봉은 경찰들의 수사 실력을 그다지 믿지 않았답니다. 물론 그들은 현행범을 귀신같이 잡아낼 수 있고 치안 유지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냈지만 다른 면에서는 젬병이었지요. 정보력은 술집 주인이나 거리의 유충들보다 달렸고, 기동성도 탐정들에 비해 밀렸으니까요. 미스터리 사건 수사에 있어서 탐정들보다 유일하게 나은 점은 대규모의 인력을 빠르게 동원할 수 있다는 점 정도였는데 지휘관들이 무능해서 장점을 잘 발휘하지도 못했답니다.

“판판, 생각해보세요. 경찰들은 일주일이 넘도록 당신의 어머니를 찾지 못했지 않습니까? 나는 며칠 만에 찾았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기억나십니까? 당신이 제제 씨와 주먹다짐을 벌였던 일을? 그때 내가 와서 탐정 면허를 들이미니까 찌개가 식는다고 도로 지구대로 돌아가 버렸잖아요.”

“그래도 오전에는 쉬세요.”

잠자코 듣고만 있던 라라가 끼어들면서 말했어요. 봉봉은 그녀를 보고 놀라더니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답니다. 라라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당장은 쉴 겁니다. 예전에 일을 하다가 만난 믿을 만한 동료를 지구대로 보내두었습니다. 그 친구가 뭐라도 알아낸다면 바로 전보를 보내주겠다고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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