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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헛똑똑이 봉봉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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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19
최근연재일 :
2020.01.13 18:0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57
추천수 :
12
글자수 :
242,034

작성
19.1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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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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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5: 역습의 봉봉-2

DUMMY

“젠장, 탈출했나보군.”

“그럴 리가 없어. 출입구는 셔터로 닫아놨던 저 문밖에 없다고.”

“다른 통로는 없는 게 확실하고? 창문이나, 굴뚝같은 거 말이야.”

더듬이가 짧은 하늘소가 물었어요. 주인 하늘소는 창문이나 곁문은 전부 밖에서 잠가서 안에서는 열 수 없다고 말했지요. 굴뚝은 애초에 없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들 뒤에서 셔터가 쾅 소리를 내며 닫히는 게 아니겠어요? 세 곤충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지요. 셔터에 달린 작은 틈을 열고 그들을 쳐다보는 벌 한 마리가 있었어요. 봉봉이었답니다.

“신사들 안녕하신가?”

봉봉이 콜록거리면서 말했어요. 하늘소 두 마리가 동시에 봉봉에게 돌진하다가 부딪쳐서 나동그라졌지요. 봉봉은 그들을 보며 혀를 차더니 창고에서 들고 나온 장작을 그들에게 보였어요. 창고 안은 무척이나 어두컴컴했어요. 해삼의 뱃속처럼요. 그들은 장작에 그려진 붉은 반딧불이 마크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장수하늘소는 야행성 곤충인데 이 친구들이 못 알아볼 정도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어두운 거랍니다.

“이게 뭔지 알려주면 셔터를 열어주겠네. 그렇게 열어보려고 해도 소용없어. 내가 자네들 몰래 나오면서 기계 장치를 부쉈거든.”

봉봉이 몸을 숙여서 창고 안에서 찾은 특제 자물쇠로 셔터를 단단히 잠그면서 말했어요. 그들 바로 앞에서 열쇠를 흔들거리기까지 했지요.

“우리는 말 못해.”

“그러면 어쩔 텐가? 계속 거기서 버틸 셈인가? 난 지금부터 지구대에 갈 생각인데 마침 자네에게 맞은 뒤통수가 아직도 아파서 말이야. 그 무당벌레 치들도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이 시간에 찌개를 먹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말일세. 그리고 그 다음에는 병원에서 진단서도 떼야지. 내가 자네 하나는 확실하게 고기경단 형에 처하게 해주겠네.”

봉봉이 자기 머리를 때린 하늘소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그 하늘소는 분해서 두 턱을 비볐답니다. 봉봉은 다시 한 번 장작을 하늘소에게 디밀었어요.

“물론 인장에 대해서 말해준다면 없던 일로 해줄 수도 있네. 그리고 나는 이 장작을 가져가서 내 보일러에 넣고 말이야. 어떤가?”

“어떻게 알아낸 거지? 철저하게 숨겼는데.”

무당벌레가 두 하늘소를 밀치고 봉봉을 마주보며 물었어요.

“확실히 뭔가가 있기는 한가보군. 그것만 알면 됐네. 나머진 나 혼자 알아낼 수 있어.”

봉봉은 만족스럽게 씩 웃으며 셔터에서 몸을 뗐어요. 장작 하나 못 찾아서 하루 종일 수도 곳곳을 헤맨 주제에 어떻게 반딧불이 마크에 대해 알아내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봉봉은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답니다. 원래 애매하게 머리 좋은 친구들이 자기 머리를 너무 믿잖아요. 곤충들도 마찬가지지요.

봉봉은 랜턴과 장작이 담긴 포대를 손에 들고서 어기적거리며 걸어갔어요.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몸을 슬쩍 돌려 못된 도매상들을 보았답니다. 풀어헤쳐진 코트 자락이 눈발에 흩날렸어요. 양봉벌치고는 제법 멋있었지요. 게다가 가로등 빛이 봉봉을 비추고 소복하게 쌓인 눈들이 빛을 반사한 덕에 조명도 꽤 훌륭했답니다.

“요즘은 시국이 험해서 조직범죄는 엄벌에 처한다는 것도 말해줘야겠군. 잘 있게. 아침에 보도록 하지.”

봉봉은 시크하게 한마디를 하고는 그대로 모퉁이를 돌아 골목에서 사라져버렸어요. 도매상들은 화가 나서 셔터에 달린 창틈을 닫았지요. 벌써 멀찍이 사라져버린 봉봉의 발자국을 보는 것만 해도 부아가 치밀었답니다.

“예전에 인섹트 위클리에서 읽은 적이 있어.”

무당벌레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말했어요. 그의 목소리가 창고를 타고 낮게 울렸어요. 다른 두 곤충들이 그에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 탐정이 말이야, 경찰들이 일주일이 넘도록 찾아내지 못한 여왕개미를 불과 며칠 만에 구출해냈다고 하더군. 여왕개미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한 군데도 다치지 않았었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무당벌레는 한참 동안 말을 않다가 다시 입을 열었어요. 입에 달린 턱들이 귀엽게 빠끔거렸지요.

“그 탐정은 수벌이었어. 저 탐정도 수벌이지.”

그 말을 들은 두 하늘소는 이마를 탁 쳤어요. 넥터 허브에서 제일가는 탐정한테 당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운수가 지지리도 나쁜 날이었답니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나가서 캉캉님께 알려야 해.”

무당벌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외쳤어요. 다른 두 하늘소도 무당벌레의 말에 동의했지요. 이들은 일단 가스등을 켜서 창고 안을 밝히기로 했어요. 주인 하늘소가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서 벽에 대고 쫙 그었답니다.


그리고 그대로 빵! 창고가 터졌어요.


도매상들은 봉봉이 사라진 줄 알았지만 사실 봉봉은 어둠 속에 숨어서 창고를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도매상들이 어쩌는지 확인하려는 속셈이었죠.

“내가 저래서 내 건물에 가스시설을 안 넣는 거지, 암.”

봉봉은 흔적도 없이 박살나버린 창고를 보며 말했습니다. 봉봉은 얌전하게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분해서 그럴 수가 없었던 거랍니다. 뒤통수를 얻어맞고 갇혔던 일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었지요. 뭐라도 되갚아야할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가스등의 레버를 줄곧 열어뒀던 거죠. 가스가 잔뜩 나오도록 노즐도 조정해두고요. 아마 하늘소가 성냥을 그었을 때쯤에는 창고 안에 산소보다 가스가 더 많았을 거예요.

봉봉은 벽돌 무더기에 깔린 채 신음하고 있는 하늘소들과 무당벌레를 보았어요. 그들 뒤에서는 통째로 터져버린 너른 창고가 그대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지요. 얼마나 기운차게 빵 터졌는지 옆 건물들에도 금이 갈 정도였어요. 옆 건물들도 창고여서 다행이지 가정집이었으면 큰 일이 날 뻔했어요. 수 미터 밖에서 여린 이파리를 기어오르고 있던 진딧물 무리들도 머리에 돌무더기를 맞아서 아야했답니다.

봉봉은 폭발 소리를 들은 무당벌레 지구대가 투투투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걸 보았어요.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자신은 곧장 병원으로 갔습니다.

사실 지구대로서는 봉봉도 조사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봉봉은 탐정 면허가 있었어요. 그리고 딱 봐도 비실비실하고 골골대는 게 당장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보였답니다. 어찌나 불쌍해 보이는지 병원에 곧장 들어서 옮겨주고 싶었어요. 아 그리고 하나 더, 봉봉의 예상과 달리 이들은 오밤중에도 찌개를 먹고 있었어요. 빨리 사건을 수습하고 돌아가서 다 먹고 퇴근 전에 설거지도 해놔야 했죠. 그래서 봉봉은 나중에 따로 조사하기로 하고 일단 보내주었답니다. 멋진 모자를 쓴 무당벌레 하나가 옆에서 부축을 하면서 병원까지 함께 갔어요. 다들 멋진 무당벌레를 보고 감탄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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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반딧불이 법정.Chapter 02: 봉봉과 바다 19.12.29 19 0 13쪽
45 반딧불이 법정, Chapter 01: 에이전트 로즈나이프 19.12.28 22 0 13쪽
44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6: 법정의 선고 19.12.27 22 0 2쪽
43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5: 휴가 19.12.26 22 0 5쪽
42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4: 격돌! 봉봉 VS 캉캉 19.12.25 18 0 9쪽
41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3: 넥터 허브 지하 미로 2 19.12.24 25 0 13쪽
40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2: 넥터 허브 지하 미로 1 19.12.23 19 0 13쪽
39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1:과학 진드기 수사 19.12.22 22 0 12쪽
38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10: 신문물 19.12.21 21 0 11쪽
37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09: 안 남아있는 나날 19.12.20 22 0 12쪽
36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8: 봉봉, 복귀하다-2 19.11.13 19 0 6쪽
35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8: 봉봉, 복귀하다-1 19.11.12 35 0 7쪽
34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7: 코코-2 19.11.11 21 0 7쪽
33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7: 코코-1 19.11.10 26 1 7쪽
32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6: 귀향 19.11.09 22 0 10쪽
»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5: 역습의 봉봉-2 19.11.08 19 1 7쪽
30 작전명 곤충구이 스튜. Chapter 5: 역습의 봉봉-1 19.11.07 2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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