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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동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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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0.10.23 22:38
최근연재일 :
2010.10.23 22:38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3,478
추천수 :
276
글자수 :
222,022

작성
10.10.09 23:31
조회
427
추천
7
글자
10쪽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30

DUMMY

연수는 컴퓨터 화면에 익스플로어창을 띄우고 있었다. 연수는 자주 가던 인터넷 카페를 클릭했다. 카페창이 열렸다. 그저 그렇고 그런 곳으로, 타로카드나 유행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었다.

"인형과 술래잡기하기."

연수는 아무 생각 없이 게시물을 클릭했다.

"일본 모 사이트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어떤 사람들은 이 놀이를 '자기 자신에게 저주걸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놀이를 실제로 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화장실에 두었던 못이나 칼이 엉뚱한 장소에 놓인 것을 목격하는 등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일본 모 사이트에서는 실제로 이 놀이를 하던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사람이 이 놀이를 했다가 빙의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인형과 술래잡기하기'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형의 배를 갈라라.

그 다음에 당신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자른 것을 인형의 배에 넣고 바느질한다. 그리고 당신은 화장실로 가서 칼로 인형의 배를 세 번 찌르며 외친다.

'이번엔 네가 술래다. 이번엔 네가 술래다, 이번엔 네가 술래다!'

그런 다음에 당신은 소금물을 입안에 머금고 벽장이나 방안에 숨어야 한다. 명심해라. 날이 샐 때까지 소금물을 삼키거나 뱉어서는 안 된다.

날이 샌 뒤에는 인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소금물을 뱉는다." 연수는 스크롤을 내렸다. 줄줄이 달린 댓글들이 나타났다.

"그녀는예뻤다: 참 내원. 할 짓도 없네."

"사랑해네코미미: 저도 이거 해봤는데, 별 일 없던데요?"

"내사랑모에: 내 친구가 사촌형한테서 들었는데 이거 진짜라던데. 인형을 화장실에 뒀었잖아?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바로 문 앞에 있더래. 게다가 옷을 벗는데, 옷에서 칼이 후두둑 떨어지더라는 거야. 원래 칼은 인형 옆에다 두는 거잖아? 그러니 옷에서 나올 일이 없는 거지."

있더래, 있더래, 있더래. 전부다 이런 식이었다. 이미 타인을 한 번 두 번 경유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직접 듣고 본 것처럼 말하곤 했다. 연수는 섬뜩하지만,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판단했다.

연수가 다른 창을 클릭하려는 순간, 마지막 댓글이 눈에 띄었다.

"도와줘요: 도와주세요. 자정이 될 때마다 엄마가 나타나요."

"내사랑모에: 그야 배가 고프신가보죠."

"도와줘요: 우리 엄마는 죽었단 말이에요!"

"사랑해네코미미: 이 사람 여기 말고 다른 게시물에도 이런 댓글 달았던데. 옛다, 여기 관심 하나 줄게. 이거 먹고 떨어져라."

"마이오토메:아 짱나. 니가 무슨 도베르만이냐? 여기저기 도배하고 다니게?"

연수는 마우스를 움직여 "도와줘요"위로 옮겼다. 그러자 글자 색깔이 바뀌었다. 연수는 글자를 클릭했다. 회원정보 창이 떴다.

"이름:비공개

사는 곳:서울시 행복동 행복 2단지"

연수는 게시판 옆의 창으로 눈길을 옮겼다. 그곳에는 회원들의 접속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도와줘요"라는 글자와 함께 무표정한 스마일아이콘이 떠 있었다. 연수는 마우스를 그곳으로 가져갔다.

"도와줘요님을 초대하시겠습니까?"

"네/아니요."

연수는 "네"를 클릭했다. 곧 채팅창이 화면에 떴다.

"도와줘요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푸른달빛: 안녕하세요."

"푸른달빛: 도와줘요님, 안녕하세요?"

"푸른달빛: 도와줘요님?"

십여 분이 지나도록 도와줘요는 대답이 없었다.

"푸른달빛: 도와줘요님, 지금 뭐하고 계세요? 전 지금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 중인데요. 오늘 타로카드 점을 보니까 희생 카드가 나오더라고요. 도와줘요님도 타로 볼 줄 아세요?"

희생카드는 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 카드였다. 한 남자가 발목을 묶인 채 나무에 걸려 있었다. 어떤 이는 중세의 형벌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유다를 뜻하는 것이라고도 했고, 또 어떤 이는 북구신화에서 오딘신이 지혜를 얻기 위해서 수행하던 모습이라고도 했다. 사실, 연수는 타로카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여자 친구를 꼬일 때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보는 것 정도였다.

주로 이 카페에 오는 이유는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이 어떤 게 있나 보기 위해서였다.

"도와줘요: 조금요."

"도와줘요: 제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푸른달빛: 어떤 건데요?"

"도와줘요: 어떤 집이 있었어요. 그 집에는 식구가 네 명 있었어요. 엄마, 아빠, 여자아이 하나, 남자아이 하나.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칼로 목을 그었어요."

목을 긋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연수의 손이 멈췄다. 혀끝에 감돌던 레몬향의 세제가 생각났다. 꿈속에서 여자의 머리는 히죽 웃는 얼굴로 싱크대 개수대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이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니야. 영원히 사는 거야.'

"도와줘요: 그 후로는 모든 것이 이상해졌어요. 아버지와 동생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달라졌어요."

"푸른달빛: 충격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도와줘요: 그런 게 아니에요. 뭐랄까. 지나치게 무덤덤하달 까. 밤마다 부엌에서는 설거지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때로는 가스레인지에 저절로 불이 들어와요. 그런 걸 보면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아버지도 동생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자기 얘기야.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어.'

연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도와줘요: 언젠가 여자아이는 아빠에게 물었어요.

'아빠, 이상하지 않아? 밤마다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칼로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찌개냄비가 상에 놓여 있는 게.'

그럼 아빠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죠.

'엄마가 찌개를 끓였나 보지.'

그럼 여자아이는 말하죠.

'하, 하지만 아빠. 엄마는 죽었잖아!'

'그래? 그랬었나?'

그게 전부였어요. 아빠도 동생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생각하려는 것 같지 않아요."

"푸른달빛: 님이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닌가요?"

"도와줘요: 모든 게 이상해요. 미칠 것 같아요. 제발 도와줘요."

연수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연수는 키보드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푸른달빛: 혹시 님이 사는 곳이 행복 2단지인가요?"

연수는 자신도 모르게 타자를 쳤다. 직감이었다. 딩동. 채팅창의 알람소리가 울렸다.

"도와줘요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접속이 끊어졌다. 연수는 후유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 했나. 사는 곳을 물어볼 건 또 뭐람."

어차피 인터넷은 익명의 공간일 뿐인데. 다들 넷상에서는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피차간에 책임질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익명성의 스치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들 서로를 모른다. 모르는 것이 편했다. 가끔 넷상의 일과 현실의 일을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실에 뛰어나오는 순간, 책임질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건 귀찮아."

연수는 창을 닫았다. 연수는 종료버튼으로 마우스를 가져갔다가 멈췄다.

"이상하잖아. 기분이 안 좋아."

연수는 다시 인터넷 창을 띄었다. 이번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사로 눈을 돌렸다. 포털의 인터넷 기사들은 대체로 자극적인 기사를 걸어놓곤 했다.

연수는 검색창에 "목 절단, 자살"이라는 단어를 넣어보았다. 그러자 자살방지사이트와 홍보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창에 한가득 떠올랐다. 연수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자살이라는 글자를 지웠다.

"행복 2단지 목 절단" 엔터를 치자 행복 2단지의 시세 기사가 떴다. 스크롤을 내리자 찾던 기사가 떠올랐다.

"주부 우울증이 불러온 참극! 행복 2단지에 거주하던 주부 A씨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목을 절단했다....."

연수는 메신저 창을 띄었다. 연수는 욱을 메신저 창으로 초대했다. 욱은 조금 위쪽에 있는 행복 3단지에 살고 있었지만, 소문에는 빠삭했다.

"푸른달빛: 야, 지금 뭐하냐.

"한국의올랜드: 지금 게임하는 중인데. 페이트 할로 아타락시아인가? 내가 워낙 클래식한 걸 좋아하잖나. ㅎㅎㅎ. 그런데 왜?"

"푸른달빛:너 혹시 행복 2단지에서 생긴 일 알아?"

"한국의올랜드: 무슨 일?"

"푸른달빛: 그 있잖아. 주부 우울증 자살사건."

"한국의올랜드: 아, 그거? 너만 빼고 다들 알고 있던데."

"푸른달빛: 어느 동에서 있었는지 알아?"

"한국의올랜드: 340동 1205호. 행복 고등학교 다니는 여자애 집이라던데. 그러고 보니 너네 동이네. 너 전혀 몰랐냐? 막 경찰차도 출동하고, 앰뷸런스도 오고 그랬다던데."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한 밤중에 시끄러웠던 것이 기억났다. 부모님이 그 일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어서, 연수는 모르고 있었다. 분명 두 분도 알고 계셨을 텐데, 어린 연수가 듣기에는 좋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푸른달빛: 아...동네에 별관심이 없어서. 넌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한국의올랜드: ㅎㅎ. 말했잖아. 다들 알고 있다고. 기사에 워낙 자세하게 써놔서,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알던데 뭐. 그런데 왜 그건 물어?"

"푸른달빛: 응. 그냥 좀 알아볼게 있어서. 고마워. 이만 나가볼게."

연수는 메신저창을 닫았다. 연수는 컴퓨터 전원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수는 대충 웃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연수야, 너 저녁 안 먹니?"

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갔다 와서 먹을게요. 먼저 드세요."

연수는 현관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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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3 Daon타이탄
    작성일
    10.10.10 02:17
    No. 1

    아 끔찍하다..가족임에도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지금 뒤에 있는 엄마가 살았는지도 죽었는지도 불분명해지는 이 느낌이 너무 ..소름돋네요. 으흐. 감사히 읽고가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강대봉
    작성일
    10.10.11 21:58
    No. 2

    잼있게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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