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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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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7.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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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006

작성
24.07.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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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화. 어느 곳을 고를까요 (2)

DUMMY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안다.

소설로 만난 작가 마크 벤턴은 개인이 버텨내는 삶의 무게를 존중하는 참 어른 같았는데, 현실로 만난 최재범은 남이 버티는 삶의 무게를 관찰하길 즐기는 ‘좋은 쪽으로’ 미친놈이었다.


‘아는 만큼 소설에 반영하는 거죠.’


사람사는 이야기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기 바빴다.

홍길도 대표가 우리에게 제작사로 ‘잭팟 필름’과 ‘스타트 컷’을 추천하자 최재범의 눈이 번뜩였다. 입술이 양옆으로 늘어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는 뭐에 반응한 걸까?’


시나리오 작업하며 종종 마주한 얼굴이다. 흥미로운 인간사를 듣거나,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기가 막히는 캐릭터다! 생각이 들면 최재범은 저런 얼굴로 내 팔을 탁탁 쳤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타인과 나누길 바랐다.

홍길도 대표가 직원의 부름에 잠시 자리를 비우러 일어났다. 그가 회의실과 멀어진 걸 확인하고 최재범이 다급히 내 팔을 탁탁 쳤다.


“일한 씨.”

“왜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 조금 전 신애리 님이 조심하라고 한 회사를 대표에게 바로 추천을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만큼 이 바닥이 좁아요.”


최재범이 탑 영화사에서 출판사 직원에게 화낸 것도 소문이 쫙- 돌았다. 말에 살이 붙어서 ‘신인 작가가 겁 없이 영화사 대표와 흥행 감독을 들이박았다’라고 와전됐다. 그 탓에 ‘최재범은 다루기 어려운 작가’로 찍혔다.


“감독들 사이에서 작가님은 같이 작업하기 싫은 사람이래요.”

“상관없습니다. 소문만 믿고 사람을 판단하는 감독은 저도 필요 없어요. 그건 그렇고-.”


최재범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잭팟 필름’과 ‘스타트 컷’의 홍보 책자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어떤 말이 나올지 예상이 됐다. 만나러 가자고 하겠지.


“안돼요!”


최재범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막았다.


“작가님, 잭팟 필름과 스타트 컷은 보류합시다.”


도박이니, 뭐니.

사건에 휘말려 있을 때 만나면 잡음 나기 쉽다.


“괜히 나쁘게 엮일 수 있어요. 신애리 선배가 머지않아서 사기 업체가 밝혀질 거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결과 확인한 후에 상황을 보고 만납시다.”


안전한 방안을 제시했건만, 최재범은 싫은지 대답이 없다.


“작가님.”


저는요.


“작가님이 힘들게 얻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 조심했으면 합니다. 똥은 옆에 있기만 해도 냄새가 밴다고 했어요. 그들과 말도 섞지 않길 바랍니다.”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어요?”

“무슨 기회요?”

“사기꾼이 사기 치는 걸 구경할 기회.”

“설마.”


씩- 웃는 최재범의 해맑음을 보고 알아차렸다.


“즐기러 가는 겁니까?”

“살면서 사기꾼을 직면할 일이 몇 번이나 있겠어요? 잘 봐놨다가 작품에 녹아내야죠. 안 그래요?”


안 그래요. 저는 지겹게 봤어요.

빚을 갚기 전까지 집으로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사채업자가 찾아와서 겁을 줬다. 이를 알 리 없는 최재범은 나도 그들을 만나보길 바라고 있었다.


“작가님은 사기꾼의 어떤 점이 궁금해요?”

“사람을 속일 때 짓는 뻔뻔한 얼굴이요. 1열에서 직관하고 싶어요.”


삐걱-.

홍길도 대표가 돌아왔다. 나는 급히 목소리를 줄였다. 대표가 들리지 않게 랩 하듯 빠르게 전달했다.


“신애리 선배가 이번 일, 절대 비밀이라고 한 거 알죠?”


<7분의 행방>의 투자금 원정 도박 사건은 비공개 수사로, 외부 유출이 금지돼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최재범은 끄덕였다. 그러고는-.


“홍길도 대표가 이 상황을 몰라야지, 저 회사들과 만나게 해 줄 것 아닙니까?”


엉뚱한 소리를 한다.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의 목적을 채우기 위해서 간다는 거구나. 사람에 대해 저 정도 관심이 있어야 작가가 되는 걸까? 작가가 돼서 저런 관심을 두게 된 건지 모르지만, 대단한 집념이다.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모르는 홍길도 대표는 웃으며 다가왔다.


“자료는 다 보셨어요?”

“좋네요.”


능청스러운 최재범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있었다.


“작가님 마음에 든다니 다행입니다. 이게 다 유일한 감독의 <칙칙폭폭>이 흥행해서 얻은 정보입니다.”


대표가 나를 보고 웃었다.


“웹플릭스에서 <칙칙폭폭>의 성적이 잘 나옵니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 미팅 자리에서 얻은 제작사 자료입니다. 이것도 보실까요?”


홍길도 대표는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펼쳐 보였다.

조금 전 신애리에게 들었던 작품명이 적혀있다.


‘7분의 행방’


임동한 감독의 작품 정보다.


“협력 자료라 가져가도 된다기에 챙겨왔어요. 보면 알겠지만, 제작비가 300억 이상 잡혔죠? 여길 맡은 제작사가 잭팟 필름과 스타트 컷입니다.”

“대형 작품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회사라 권해주시는 겁니까?”

“그렇죠.”

“만나보고 싶네요.”


최재범의 말에 불도저 홍길도 대표가 벌떡 일어났다.


“미팅 진행할까요?”

“저는 내일도 좋습니다.”

“통화해 보겠습니다.”


홍길도 대표가 나간 사이, 나는 최재범을 흘겨봤다.


“만나기만 하고 오는 겁니다. 계약 관련 대화는 하지 않을 거예요.”


사기꾼들의 말발에 넘어가 서류에 도장이라도 찍으면.


“위험한 대화는 피하는 겁니다. 아셨죠?”

“한 곳은 괜찮다니까, 계약에 관해서 미리 들어보는 것도-.”


네- 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인상을 팍 쓰고 최재범을 봤다.


“두 곳 다 거르세요.”

“다 거르다니요?”


당연하죠.


“투자금이 한두 푼도 아니고 몇십억 원이 도박판으로 흘러 들어갔어요. 재정에 구멍이 났을 텐데 그걸 몰랐다? 둘 다 운영이 허술한 회사인 겁니다.”


제 생각에는요.


“검찰이 찾아와서 도박했냐고 묻는데 서로를 감싼 것부터가 냄새가 나요. 힘을 합쳐서 억울하다고 말했다고 할 때, 우습더라고요. 같이 해 먹었거나, 알면서도 이 영화를 끌고야 한다는 책임감에 모른 척하는 거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라면.


“한 곳은 사기꾼, 다른 한곳은 멍청한 거예요. 둘 다 믿을 수 없는 제작사라는 겁니다.”


친한 언니에게 사기 당한엄마를 봐도 그렇다.

정말 나쁜 짓인지 모르고 돈을 준 걸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욕심이 문제였다. 백만 원이 이백만 원이 되고, 천만 원이 이천만 원으로 돌아오는 계모임이 어디에 있겠어.

엄마는 친한 언니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불린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을 거다. 단지, 친한 언니가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었을 뿐.

그렇기에 뒤늦게 친한 언니에게 건네준 인감도장과 신분증 그리고 대리인 승낙 서류가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사채금을 부풀렸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던 거겠지.

엄마를 돕기 위해 홀로 사기 수법에 알아보다가 알았다. 왜 엄마가 사채업자를 욕하기보다 자신의 미련을 탓했는지.


‘잘못인 줄 알고 덥석 문건 자신이었으니까.’


죄책감에 엄마는 나약해졌다. 이런 식으로 삶을 무너트리는 사기 수법이 치가 떨리도록 싫다.


“제가 볼 때는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좋아요.”

“일한 씨가 완강하게 나오니까, 더욱 그들의 얼굴이 보고 싶네요. 어떤 표정으로 우릴 속이려 들까요?”

“관찰만 하고 오는 겁니다. 말발에 넘어갈 것 같으면 잡아끌고 나올 거예요!”

“그러세요.”




***




홍길도 대표의 도움으로 다음날 바로 잭팟 필름과 스타트 컷을 순서대로 만났다.


“그 어떤 영화보다 재미있는 관람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온 최재범은 차를 탈 때까지 조용하더니-. 운전석에 앉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저 말을 뱉어냈다. ‘재미있는 관람’이라···!

정말 그랬다. 신애리에게 두 회사의 속내를 미리 듣지 않았다면 홀렸을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더러운 속내를 숨긴 인간의 가식적인 얼굴은 흥미롭더군요.”


최재범은 감탄을 쏟아내며 나를 봤다.


“일한 씨 말이 맞았어요. 짜고 치는 것처럼 두 회사가 같은 말을 하더군요.”

“문장의 순서만 바꾼다고 우리가 속을 줄 알았나?”


언어 영역 쪽으로는 타고난 최재범과 나는, 그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최재범이 손바닥을 펼쳐 내밀었다.

하이파이브를 원하는 건가? 짝- 쳤다니 그대로 내 손을 꽉 잡았다.


“두 곳 모두 아웃입니다. 저들도 한 팀. 우리도 한 팀.”


붕붕- 손을 흔들더니 놔줬다.


“우리 팀이 우위에 있었죠.”


별 탈 없이 일정이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안심하려는데······. 어?

우리가 타고 있는 차 앞으로 검정 승용차 한 대와 봉고차가 지나간다. 주차하더니 열댓 명의 사람이 내린다. 그들의 손에 검찰이라 적힌 플라스틱 박스가 들려있다.


“압수 수색, 그런 건가 본데요?”

“어딘지 알겠네요.”


최재범과 나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그들을 봤다. 녀석들이 곧 끌려 나오겠구나.


“와우!”


최재범이 작게 환호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퍽퍽 쳤다.


“오늘 정말 재미있네요. 이보다 더 재미난 일이 일어나기 힘들겠죠?”


아마도 그렇겠죠?


“일탈은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일한 씨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작별을 고하듯 알 수 없는 말을 한 최재범이 나를 봤다.


“멍청한 짓에 동참해 줘서 고마워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웃음을 삼킨 진지한 표정에 덩달아 나도 진지해졌다.

뭔가 결정한 듯한 표정이다.

왜 이별하듯 말하세요? 역시 한국은 아니구나, 떠날 마음이 생긴 겁니까?


“이쯤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작품을 같은 마음으로 해석해 주는 감독을 만났고, 억지스러운 제 조건을 살펴 가며 제작사를 알아봐 주는 홍길도 대표를 만났으니···.”


최재범이 내게 악수를 건넸다. 뭐지? 싶었지만 우선 그 손을 잡았다.


“만족합니다. 이외는 한국에서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래서요?


“나머지는 마크 벤턴으로서 미국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정말요?”


잘 생각하셨어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런 나를 향해 최재범이 말했다.


“홍길도 대표에게 제작을 부탁할 건데, 함께 설득해 주실 거죠?”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그래픽 기술이 세계적인 걸 알기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했다.






***






“엄마, 기자회견 녹화 부탁해요!”

“우리 아들 나오는데, 당연하지! 조심히 다녀와-.”


엄마의 환호를 받으며 신애리가 예약해놓은 숍으로 향했다. 오늘은 한 달 전 자신이 마크 벤턴이라 밝혀 출판계를 흔든 최재범이 <아직 서른> 영화 제작발표회를 하는 날이다.

신애리가 출연을 확정하며 함께 인사하기로 했다.


‘으윽- 떨려!’


숍은 먼저 도착한 최재범과 신애리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감독님 오셨다!”


신애리의 말에 최재범은 화장이 틀어질까 봐, 말 대신 손을 들어 인사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안내에 따라서 나는 최재범 옆에 앉았다. 이어서 홍길도 대표와 강철수 매니저가 도착했다. 다섯 명이 쪼르르 앉아서 화장을 하다니.

이 모습이 웃겨서 여기저기 쿡쿡대는 통에, 메이크업 실장님께 얼굴 실룩대지 말라고 혼났다. 그것마저 좋았다.


신애리가 준비한 벤을 타고 다 함께 호텔 기자 회견장으로 향했다. 이백여 명의 기자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자- 그럼.”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저번 달이었죠? 청춘을 위로하는 작가, 마크 벤턴이 <아직 서른>을 집필한 최재범 작가였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그가 또다시 우리를 놀라게 할 선물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찰칵찰칵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가 화려하게 터졌다.


“<아직 서른>이 영화로 제작됩니다. 제작에 날밤 영화사, 감독에 유일한, 주연에 신애리....”


한 명 한 명, 우리 팀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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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차기작 (1) 24.06.22 634 31 12쪽
42 42화.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 (2) 24.06.21 653 32 12쪽
41 41화.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 (1) 24.06.20 656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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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OTT 플랫폼 (4) 24.06.18 672 28 12쪽
38 38화. OTT 플랫폼 (3) 24.06.17 706 30 12쪽
37 37화. OTT 플랫폼 (2) 24.06.15 726 33 12쪽
36 36화. OTT 플랫폼 (1) 24.06.14 767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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