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0:5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51,932
추천수 :
1,776
글자수 :
262,578

작성
24.06.20 10:50
조회
518
추천
32
글자
12쪽

41화.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 (1)

DUMMY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는 괴짜들이 만든 행사였다.


“버스가 극장이라고요?”

“네-. 기가 막히죠?”


강철수 피디는 영화제 위원장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영화제를 열려면 47개국에서 출품한 280여편의 영화를 영화제 기간 내에 2회 이상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답니다.”


제주도는 인구가 적어서 극장이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제 운영팀이 생각해낸 방법이 북쪽의 제주시와 남쪽의 서귀포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째로 빌리는 거였다.


‘제주도 끝에서 끝이잖아요? 너무 먼데.’


보고 싶은 영화가 제주시에 한편, 서귀포시에 한편이 있으면 제주도를 반 바퀴 돌아야 한다. 해안 도로를 끼고 달리면 두 시간 거리다.


‘비효율적이야.’


운영팀은 낭만에 효율이 왜 필요하냐고 했단다. 영화제에 참석하겠다고 제주도까지 온 관객이라면 실속을 따지며 놀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이때는 실속보다 더 잘 놀게 판을 깔아주는 게 낫다고 했단다.


“불편함마저 즐길 방법이 있을 거라고 밀어붙였어요.”


이벤트 팀이 운영팀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이동하는 셔틀버스에 스크린을 설치하자고 했다.


“극장이라고 꼭 건물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자고 했답니다. 버스가 ‘바퀴 달린 극장’이 되는 거예요.”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눈앞에는 아름다운 영화가 나오고 귀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버스라, 괜찮네.


“영화를 보다가 스르륵 잠들어도 좋게, 담요와 목베개를 기념품으로 나눠주기로 했대요. 눈뜨면 다음 상영관에 도착하는 겁니다.”


이벤트 팀은 빈틈없이 꽉 채워 살아야 하는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버리는 시간’을 선물하자고 했단다.


“영화 한 편쯤은 보지 않고 흘려보내도 된다는 거죠. 이러나 저러나 버스는 달리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니까요. 그 자체로 만족스럽게 말입니다.”

“오-.”

“운영팀장과 이벤트 팀장은 자기들이 의견을 내고 완전히 반해서는 미친 아이디어라며, 꼭 해야 한다고 위원장을 달달 볶아서 오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답니다. 관객 반응이 아주 좋대요.”


영화제 기간에 나도 타봐야지.


“<칙칙폭폭>은 오늘 오전 10시 40분 버스에서 상영한답니다.”


강철수 피디의 말에 한숨이 나왔다. 같은 시간에 제주시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칙칙폭폭>의 첫 번째 상영이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일정이 겹치네요.”

“아쉽지만, 그렇게 되었네요.”


영화제에서 잡아준 <칙칙폭폭> 스케줄은 이랬다.

둘째 날, 제주시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 후에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

셋째 날, 서귀포시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 후에 감독과의 대화 진행. 같은 날 저녁에 노을이 지는 제주도 서쪽의 ‘특설 야외 무대’에서 상영 후 [해를 담은 노레] 공연을 한다.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오늘은 영화제 둘째 날로 <칙칙폭폭>의 첫 상영날이다.


“감독님, 오늘 질의응답 잘해야 합니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철수 피디의 명령을 받들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어우 떨려.’


극장은 관객으로 가득했다. 나는 먼저 티켓부스 전광판을 봤다.


[<칙칙폭폭> 매진]


홍보대사 ‘이두나’의 효과는 컸다. 감독과의 대화의 진행을 맡게 되었다는 내용을 개인 잇스타에 올려, <칙칙폭폭>의 티켓 판매를 도왔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시작이 좋다.


[3관, <칙칙폭폭> 입장하겠습니다.]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간다.


‘화장실에 다녀올까?’


갔다 왔는데, 또 마렵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물도 자꾸 마시게 된다. 오분 정도 여유가 있으니까, 빨리 움직이자. 의자에서 일어나는데, 영화제 스태프 명찰을 단 사람이 다가왔다.


“유일한 감독님이시죠?”

“아, 네.”


긴장하고 있던 터라 목소리가 크게 나갔다.


“감독님. 티켓부스 뒤에 직원 휴게실 있습니다.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영화 끝나기 오 분 전에 이쪽으로 오시면, 저랑 같이 들어가면 됩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티켓을 보였다.


“저도 영화를 보려고요.”

“표를 구매하셨어요?”

“네.”

“출품 감독은 모든 영화 관람이 무료입니다.”


알고 있다. 그냥 나는-.


“기념으로 일반 표를 가지고 싶어서요.”


이런 나를 보고 스태프가 웃었다.


“많이들 그렇게 하세요. 그럼 관람 후에 객석에 앉아계시면 제가 앞에서 호명할게요. 그때 앞으로 나와주세요.”

“네.”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렀다가 후다닥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캄캄하다. 관객으로 꽉 찬 객석을 보고 손이 떨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가 감독인 줄 모를거다. 그래도 혹시 팜플렛에 들어간 손톱만 한 사진을 기억하고 알아볼까 봐, 얼굴을 가리고 맨 뒷자리에 갔다.

어라?

관객에게 좋은 자리를 드리려고 가장 구석진 자리를 예매했는데, 같은 줄에 유해일, 김노아, 이레오가 앉아있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인지 모자에 마스크까지 했다.


“야, 너희가 여기 왜 있어?”


최대한 소리를 줄이고 말했다.


“공연 연습한다고 했잖아?”

“관객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보고 가려고요.”


아....!

해일의 말에 노아와 레오는 얼음처럼 굳어서 눈만 끔뻑인다.


“얘네는 상태가 왜 이래?”

“자기가 한 연기를 볼 자신이 없대요. 근데 또 궁금해서 보고 싶기는 하고. 자아가 분열된 상태예요.”

“그건 나도 그래.”


더 대화했다가 배우가 뒤에 있는 걸 들키면 소란스러워 지겠지?

말을 아끼고 아이들을 빗겨서 조심조심 구석 자리로 갔다. 내 옆자리에 피디님이 있다.


“오셨어요?”

“당연히 와야죠. 이거 받아요.”


팝콘이다. 엄청나게 크다.


“다들 이거로 얼굴 가리고 들어왔어요.”

“큽... 감사합니다.”


콜라까지 받고서 의자에 앉았다. 얼떨결에 좌석 한 줄이 모두 <칙칙폭폭>팀이다.


“무대 인사할 때 레오도 올까?”


앞에서 관객의 소리가 들렸다.


“레오 목소리 듣고 싶어서 특설무대 영화도 예매했는데.”

“나는 해일이!”

“나는 노아!”


오-. 아이들의 팬이 왔네.

노아, 레오는 자기 이름이 들릴 때마다 입을 틀어막고 몸을 비튼다. 팬과 마주하자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나 보다. 해일이만 익숙한지 얌전했다.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 홍보대사가 알려주는 영화 관람 에티켓! 하나-]


스크린에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에서 만든 영상이 나왔다. 끝나면 우리 영화가 시작되겠지?


‘하...........’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따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

<칙칙폭폭>의 오프닝 곡이 흘러 나온다.

자그마한 학교에 종례를 알리는 소리가 울리자, 시꺼멓게 탄 해일, 노아, 레오가 입김을 후- 뱉으며 뛰어 나왔다.


“어우, 귀여워.”


시뻘건 볼, 뭉텅 거리게 잘린 머리카락,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의 몸을 툭툭 건들며 뛰었다.


‘저때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그을려 온 피부색이 남아있었는데-.’


노아와 레오는 한국에 온지 일년이 되어가며 뽀얀 피부색을 되찾았다.

영화 속 아이들은 시골길을 달리고 길가에 놓인 운동기구를 하나씩 다 건들고, 마트에 가서 시꺼먼 손으로 과자를 잡았다.


“파하하하하하-”


아이들의 유치한 놀이에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 속에서 해가 저문다.

재식은 가족과 밥을 먹고, 민호는 할머니와 노인정에 놀러 간다. 동구가 터덜터덜 길을 걸어서 집에 들어가자-.


“어우씨, 저거 뭐야.”


서서히 드러나는 부서진 가구들, 바닥과 벽에 묻은 알 수 없는 얼룩에 관객은 놀랐다. 아버지가 등장하고-.


“어머, 어떡해.”


폭력과 함께 동구의 얼굴에 웃음은 사라진다. 그리고 관객의 얼굴엔 분노가 일렁였다.


“저건 아니지.”

“하......”

“시바.”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이를 보며 관객은 연신 탄식했다.


[더는 버티기 힘들 거 같아서 편지를 남겨.]


서울에 전학 간 동구가 유서같은 메일을 보냈을 때, 관객석에 침묵이 흘렀다.


- 우리가 갈게! 버텨 인마!


재식과 민호가 동구를 구하기 위해서 가출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사람들이 기뻐하길 바랐는데.

운다.


“흐.....으....읍.....”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동구에게 편이 있음에 기뻐서인지, 도와주는 손길이 너무 약해서 안타까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옅게 떨리는 관객의 어깨가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울컥했다.


‘나도 한때는 동구였는데-.’


이제 그런 동구를 바라보는 사람이 됐다.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지옥에 달려와 준 엄마처럼, 동구에게 친구가 간다. 편집하며 수십 번은 본 영상인데, 관객을 통해 이제야 저 감정이 전달된다.


‘저런 친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거구나.’


동구의 엄마는 결국 등장하지 않았다. 동구의 아빠는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졌고 열세 살 소년은 가족 없이 홀로 센터에 남았다. ‘해피 엔딩’같지만, 결코 그렇지 못한 내용으로 영화는 막이 내렸다. 상영관에 불이 켜졌다.


“와- 좋다.”


찝찝함을 남겨두고 영화가 끝났음에도, 관객이 웃을 수 있는 건.

아이들이 다시 만났기 때문이겠지.

저들은 커가고, 서로를 계속 도울 거란 희망이 보이니까.


“이따가 바닷가에 발 담그러 갈까?”

“재식이처럼 너 던져버린다.”

“무거워서 네가 빠질걸?”


혼자 온 관객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일행이 있는 사람은 옆을 보고 웃었다.


“힘들면 말해. 참지 말고.”

“오글거리게 왜 이래.”


훈훈한 분위기 속에 이두나가 무대 위에 올랐다.


“반갑습니다,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의 홍보 대사를 맡은 이두나입니다.”

“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네-.

들뜬 분위기에 나는 피디님을 봤다. 그 옆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해일, 노아, 레오가 보인다.


‘우리 정말 잘했다.’


수고 많았어요.


“감독과의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두나가 고개를 들어 우리가 있는 쪽을 봤다.


“감독님도 우리와 함께 관람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디 계신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선이 내 쪽으로 몰렸다.


“유해일이다!”

“김노아다!”

“이레오다!”


캬아-.

스크린에서 보던 아이들이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환호성이 터진다.


“동구야 누나가 지켜줄게!”


불쑥 튀어나온 관객석의 말에, 파하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이두나가 활짝 웃으며 손을 들었다.


“감독과의 대화인데, 감독님만 모시면 서운한 분위기인데요? 배우분들도 나와주시겠어요?”

“와-.”


관객석이 들썩였다. 예상에 없던 일이라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았을까? 괜찮냐고 물으려는데 벌써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한다.


“네 분 모두 모실게요. 앞으로 나와주세요!”


짝. 짝. 짝. 짝.

관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걸음 걸을 때마다 박수를 치며 우리를 반겨줬다. 힘차게 무대에 오르자 이두나가 인사를 시켰다.


“안녕하세요, <칙칙폭폭>을 연출한 유일한입니다.”


고개를 숙였다.


“동구 역할에 유해일입니다.”

“재식 역할에 김노아입니다.”

“민호 역할에 이레오입니다.”


함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관객과 시선이 마주친다, 가슴이 저릿하다.


“질문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빠른 진행이 필수겠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감독 혹은 배우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이두나는 환한 미소로 관객석을 둘러보다 뒤쪽을 가리켰다.


“흰 모자를 쓴 분에게 마이크 전달 부탁드립니다.”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받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동구야.”


영화에 감정을 이입했는지, 손주를 부르듯 편하게 말하셨다.


“웃는 모습이 예쁘네,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알재?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봤다. 알재?”


영화에 한가득 몰입해 계신 할머니를 향해 동구가 답했다.


“네, 이제 알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오디션 부분을 삭제하였습니다. (기존 27-29화) +2 24.06.07 88 0 -
공지 후원금 감사합니다. 24.05.30 44 0 -
공지 (월-금) 오전 10시 50분에 연재합니다. (6/27 수정) +2 24.05.18 993 0 -
48 48화. 직진 (2) NEW +3 22시간 전 224 26 12쪽
47 47화. 직진 (1) +4 24.06.26 314 31 12쪽
46 46화. 차기작 (4) 24.06.25 344 30 12쪽
45 45화. 차기작 (3) +1 24.06.24 395 30 13쪽
44 44화. 차기작 (2) +2 24.06.23 457 31 12쪽
43 43화. 차기작 (1) 24.06.22 482 29 12쪽
42 42화.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 (2) 24.06.21 507 30 12쪽
» 41화.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 (1) 24.06.20 519 32 12쪽
40 40화. OTT 플랫폼 (5) +2 24.06.19 539 25 12쪽
39 39화. OTT 플랫폼 (4) 24.06.18 538 26 12쪽
38 38화. OTT 플랫폼 (3) 24.06.17 570 28 12쪽
37 37화. OTT 플랫폼 (2) 24.06.15 589 32 12쪽
36 36화. OTT 플랫폼 (1) 24.06.14 620 26 12쪽
35 35화. 메소드 연기 (2) +1 24.06.13 616 29 12쪽
34 34화. 메소드 연기 (1) 24.06.12 618 27 12쪽
33 33화. 뭉치면 살고 (5) 24.06.11 661 27 12쪽
32 32화. 뭉치면 살고 (4) 24.06.10 669 32 12쪽
31 31화. 뭉치면 살고 (3) 24.06.08 712 31 13쪽
30 30화. 뭉치면 살고 (2) 24.06.07 749 30 12쪽
29 29화. 뭉치면 살고 (1) +2 24.06.06 820 29 12쪽
28 28화. 프리 프로덕션 (2) 24.06.05 904 34 14쪽
27 27화. 프리 프로덕션 (1) 24.06.04 929 35 13쪽
26 26화. 오디션 24.05.30 1,122 39 11쪽
25 25화. 단합 +3 24.05.29 1,168 40 12쪽
24 24화. 시작 +3 24.05.28 1,242 38 12쪽
23 23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8) +2 24.05.27 1,232 35 12쪽
22 22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7) 24.05.25 1,201 3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