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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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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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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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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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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 OTT 플랫폼 (5)

DUMMY

긴급회의란 말에, 밥 먹다가 말고 날밤 영화사로 향했다.

회의실에 먼저 도착한 홍길도 대표는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불편한 내용인지 인상을 쓰다 말기를 반복하기에 가까이 가기가 어려웠다. 멀찍이 눈으로만 인사를 드리고 의자에 앉았다.

안 좋은 일인가.

<칙칙폭폭>은 후반 작업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후시 녹음이 끝났고, CG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최종 편집본에 파일만 교체하면 완성이라고 했다.

이르면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이면 상영본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파일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최근 진행한 작업을 점검해봤다. 딱히 걱정할만한 일이 없다.


‘그랬으면 편집실로 불렀을 거야.’


별일 아니길 바라며, 멍하게 벽시계를 보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강철수 피디다.


“다녀왔습니다.”


피디님은 제주도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호출당했다. 공항에서 곧장 여기로 달려왔는지 등산복 차림이다. 한라산 다녀오셨나 보네. 빨갛고 노랗고-.

옷이 눈부셔서 대놓고 쳐다보지를 못하겠다.

슬쩍 옷 색깔이 화려하다고 말을 붙여보려는데, 대표님이 통화를 끊고 다가왔다.


“개봉 일을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계획은 8월 초다. 2주일 상영하고 이후 관객동원 상황을 봐서 연장하기로 멀티플렉스 상영관 일정 담당자와 가계약을 했다.


“상영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7월 여름 방학 시즌에 일주일 대관이 가능하답니다.”


뜬금없는 소식에 멍해졌다. 강철수 피디도 당황했는지 고개를 갸우뚱 꺾었다. 7월? 고작 일주일?


‘홍보할 시간이 부족할 텐데요.’


이틀 후면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가 열리는 6월이다.

영화제 측은 본 영화제에서 ‘최초 상영하는 출품작’에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고 했다. 좋은 상영관 혹은 괜찮은 이벤트를 넣어주겠다는 거다.

이벤트를 하면 관객 반응도 좋아지겠지?

수상 이력이 있어야 OTT 플랫폼과 계약할 수 있기에, 관객상 혹은 인기상에 도움이 되는 건 다 잡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개봉 일을 늦추고 영화제에 최초 상영하기로 했다.

영화제가 끝나면 포스터에 ‘제주 국제 영화제, 화제의 작품 <칙칙폭폭>’이라고 화려한 문구를 넣을 계획까지 세워놨다.


- 홍보는 두 달 이상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대표님의 의견에 따라서 6월에 영화제 출품하고, 이후 두 달간 방송과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홍보한 다음에 8월에 개봉하려 했다.

근데 갑작스럽게 개봉일을 7월로 앞당기자니.


“대표님, 홍보팀과 상의된 거예요?”

“지금 처음 말하는 겁니다.”

“홍보팀이 8월 개봉에 맞춰서 배우들 사전 인터뷰, 방송 일정 잡기도 빠듯하다고 했어요.”

“압니다. 근데 우리 영화가 일일이 뭐를 따지면서 진행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잖아요?”


훅 찌르는 말에 쿡, 찔렸다.

최근 영화판에 <칙칙폭폭>은 흥행하기 어려울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나왔는데, 이를 입소문을 내줄 ‘개봉 첫 주의 관객’이 없을 거란다.

근거로는 우선, 주연 배우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 [해를 담은 노레]의 구독자가 70만 명에서 상승세를 멈췄다. 높은 수치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해외 구독자다.


[웹플렉스에 언제 올라와요?]


OTT 서비스를 통해서 보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홍보팀은 언론을 이용하자고 했다.


- 영화 전문기자와 평론가에게 <칙칙폭폭>을 보여주고 ‘관객 유도’ 기사를 내달라고 할게요.


<칙칙폭폭>은 재미있다고, 친구와 함께 보기 좋은 영화라고, 두 번 볼만한 작품이니까 널리 알려달라는 내용으로 써달라고 부탁했건만.

이 사람들이, 해달라는 말은 쏙 빼고-!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한 영화.]

[아이의 웃음에 섞인 울음이 들리는가.]

[가정이 안전하다는 건, 새하얀 거짓말.]


하나같이 <칙칙폭폭>이 가정폭력을 다룬 영화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 이러면 재미없어 보이잖아요!


친구랑 놀려고 만나서 울적한 영화가 보고 싶겠는가. ‘노잼’이란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흥행과 멀어져갔다. 속상했지만, 이미 퍼진 기사를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탁탁, 홍길도 대표가 볼펜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주목해 주세요.”


네.


“상영관 담당자가 말하길, 올 상반기에 미국에서 대박을 터트린 영화 세 편이 7월에 들어온답니다.”


지금 잇스타에 떠도는 액션 영화, 뮤지컬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가 그건가?


“세 편 모두 한국에서도 흥행할 거로 예상. 기간 연장을 대비해서 8월은 상영관을 비워두기로 했답니다.”

“1관부터 마지막 관까지 전부요?”

“아니요.”


말하고서 대표님은 쓰읍- 마른 침을 삼킨다.


“<칙칙폭폭>과 예술영화 한 편만 자른 것 같아요. 8월 상영작 중에 수익이 나올 것 같은 작품은 가계약을 확정 계약으로 교체했답니다.”


와.... 너무하네.


“자리가 있는데, 안 준다는 거잖아요?”

“그쪽도 먹고 살려면 냉정해야겠죠.”


이러려고 가계약으로 잡아놓고 간을 본 건가 보다.

힘이 빠진다.


“대표님, 다시 부탁해보면 안 될까요?”

“여러 번 해봤죠.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세 작품 모두 배우 내한 일정이 잡혔답니다. 그게 8월이래요.”


어마어마한 숫자의 팬이 공항에 몰리겠지. 그 모습이 연예 정보통신에 나오면 사람들은 누구? 누구? 하며 관심을 보일 테고. 예능에도 출연하고 인터뷰도 하고···. 뜨거운 반응만큼 상영은 연장될 거다.


“상영관 측은 배우가 홍보하러 왔을 때를 대비해서 상영관을 비워둬야 한답니다. 우리한테 못 빌려주는 이유죠.”


빈익빈 부익부는 어디에도 있다.

잘되는 영화는 더 잘되게 밀어주고, 안될 것 같은 영화는 기회조차 빼앗아가는 현실에 헛웃음이 난다.


“못됐다!”


칭얼대듯 소리쳤더니, 강철수 피디가 허허허허 웃었다.


“그러게요, 참- 고약하네요.”


허탈하다.

좋은 영화들이 왜 극장에 없고 사이트에 있나 했더니...!


‘우리처럼 기회를 빼앗긴 거였나 봐.’


속상함에 표정이 굳었다.


“감독님. 그렇다고 상영을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아까 말했듯이 7월 여름 방학 시즌에 일주일 정도 상영관 확보가 가능합니다. 계약할지 말지, 오늘 중으로 알려달라더군요. 그래서 두 분을 불렀습니다.”


홍길도 대표의 말처럼 일정을 바꿔서라도 들어가는 게 낫겠지. 아쉬운 건 우리니까.


“7월이면 관객이 몰리는 시기인데... 기간이 짧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 반대일 겁니다.”


홍길도 대표가 딱 잘라서 말했다.


“성수기라서 이때 맞춰서 대박 난 작품이 세 편이나 들어왔어요. 이렇게 되면 이외의 작품은 경쟁에서 밀려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역시 그렇군요.


“아마도 상영관 측에서 공개한 7월 라인업을 보고 ‘이 구성에는 못 살아남겠다.’ 겁먹은 작품이 발을 뺀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우리보고 들어오라는 거죠.”

“나빴어요!”

“좋게 생각합시다.”


그렇다면.


“대표님. <칙칙폭폭>은 언제 개봉해도 관객 동원수가 비슷할 거예요. 이렇게 된 거 하루라도 빨리 개봉했다가 내린 후에 ‘극장 상영작’ 타이틀 달고 OTT 플랫폼으로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찬성합니다. 노아, 레오의 반응이 해외에서 좋잖아요. 국내시장에 집착하지 맙시다.”


강철수 피디가 동의했다.

의견이 하나로 모이자, 홍길표 대표는 강철수 피디를 봤다.


“출장 보고하시죠. 제주 국제 영화제 이벤트 팀과의 미팅은 어땠습니까?”

“최고였습니다.”


강철수 피디가 웃으며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다.


“아니 글쎄 대표님. 올해 제주 국제 영화제 홍보대사가 이두나, 김동원이랍니다. 확정이고, 공개는 다음 주에 한다네요.”


대박이다.

이두나와 김동원은 강철수 피디가 캐스팅 매니저일 때, 직접 발탁하여 키운 배우다. 강철수를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피디님의 말에 대표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요?”

“네. 두나랑 동원이가 심사에도 참여하고 행사 때 안내도 한답니다. 그리고-. 하하하하하하”


피디님이 웃는다.


“나 몰래 영화제 이벤트 팀에 연락해서는, 자기들이 <칙칙폭폭> 소개 멘트를 하겠다고 했답니다. 저를 놀라게 해주려고 깜짝 선물로 준비했다는데, 이를어쩌나, 알아버렸네요.”


웃는 피디님 덕에 조금 전까지 어둡던 분위기가 확 밝아졌다.

사람들이 이두나와 김동원을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 상영관에 오겠지? 어떤 이유로든 <칙칙폭폭>을 봐주기만 한다면, 영화가 잘 나왔으니까 좋게 입소문 날 거다.


“그리고 대표님. 매년 해변에서 야외무대 만들어 놓고, 영화 보고 음악 듣는 거 있죠?”

“야외 특설무대를 말하는 건가요?”


대표님의 말에 피디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거요.”


제주 국제 영화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영화제 측은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옆, 절벽 위 평지에 야외무대를 설치한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등 뒤로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장소. 그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다.

저녁 일곱시가 되면 남녀노소 모여앉아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영화를 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어떨 때는 잔잔하게.

어떨 때는 땀에 흠뻑 젖도록 화끈하게.

다녀온 사람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며 극찬하는 프로그램이다.


“하루에 한 편만 상영하잖아요. 출품작 중에서 다섯 편만 무대에 오른다고 들었어요.”

“감독님, 잘 알고 있네요.”


이 무대를 보기 위해서 영화제에 간다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반응이 뜨겁다 보니까, 매년 ‘관객상’과 ‘인기상’이 여기서 나온다.


“이벤트 팀에서 우리보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할 생각이 있냐고 묻던데요. <칙칙폭폭> 상영 후에 [해를 담은 노레] 공연이 이어지면 좋을거 같다고....”

“우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쳐버렸다.


“우와아아아-.”


좋아요. 너무 좋아요!

두팔 벌려 강철수 피디를 와락 안았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하하하하하 감독님이 좋아하니까, 기쁘네요. 제가 초짜 피디라 영화 제작하는 동안,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했거든요. 이렇게 부채감을 조금 덜어내네요.”




***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

나는 홀로 이코노미 석에 앉았다.

얼굴이 알려진 유해일, 김노아, 이레오는 안전을 위해 강철수 피디와 함께 비즈니스석으로 갔다.


‘대표님은 영화제 마지막 날 VIP 파티 때 오신다고 했지.’


그때 세계 각국의 감독과 배급사가 만나서 영화 수입 관련 대화를 한단다. <칙칙폭폭>이 OTT 플랫폼과 계약하지 못할 경우, 해외 판매를 준비해야 하기에 그에 맞는 자료를 챙겨서 오신다고 했다.

치치칙-. 기내 방송이 나오려나 보다, 스피커에서 긁히는 소리가 났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을 제주 국제 공항까지 안전하게 모실 기장 윤도현입니다. 오늘 비행은 제주도의 축제, 음악인의 축제, 즐길 준비가 된 자들의 축제, 제주 국제 음악 영화제 개막식을 향해 날아갑니다.]


“설렌다.”

“올해도 재미있겠지?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영화제에 가는 사람이 있나 본데?’


주변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까, 제주 국제 영화제에서 사전 예약자에게 뿌린 배지가 옷과 가방에 붙어있다. 비행기는 라디오처럼 방송을 하기도 한다더니.


‘진짜였구나.’


[즐길 준비되셨습니까?]


기장의 말에 사람들이 웃으며 ‘예-’라고 대답한다.


[날아오를 준비되셨습니까?]


나도 웃으며 속으로 답했다.


‘네.’


[더욱더 안전하게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즐겁고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출발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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