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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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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7:01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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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90
추천수 :
1,851
글자수 :
268,039

작성
24.06.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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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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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47화. 직진 (1)

DUMMY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최재범이 나에게 <아직 서른>을 연출하지 않겠냐고 권하는 순간, 미래가 그려졌다. 우리가 만든 영화가 전 세계에 개봉하고, 흥행의 물결에 맞춰서 세계 각국에 무대 인사를 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환호하고, 우리는 그런 관객을 보며 환호하고.


‘좋다!’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각오 단단히 해야겠지.

무려 마크 벤턴의 소설이다. ‘기회가 왔으니까 한번 해볼까?’ 따위의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전 세계 팬에게 몰매 맞을 거다. 기대가 큰 작품인 만큼 ‘이 장면이 저렇게 그려진 거야? 대단해!’라는 소리를 듣도록 알맞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섞을까?’

‘악마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는데, 동물로 변형시킬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소설 느낌을 살릴 방법을 최대한 나열해 보고 가장 좋은 것을 취해야겠어.’


일의 진행에 가속도를 붙이려면 소설을 빨리 시나리오 양식으로 변경해야 할 텐데.


‘날밤 사무실에 남는 노트북이 있겠지?’


최재범이 나를 감독으로 지목했을 때부터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일분일초가 낭비되는 것 같아서 아깝다.


‘할 게 태산이야.’


준비 과정마저 재미있을 것 같다.


‘너무 좋아!’


실실 웃음이 나왔다.

이런 나를 보고 강철수 피디가 따라 웃었다.


“행복해 보입니다.”

“그럼요!”


꿈만 같습니다.


“하하하하하-. 감독님이 기뻐하니 저도 좋네요.”


날밤 영화사에 온 후로 계속, 이 상태다.

최재범까지 후훗 웃는 통에 다들 미소 짓는데 홍길도 대표만 표정이 어둡다.


“걱정이 되는 건 저뿐인가 봅니다. 인사를 마쳤으니 앉아서 대화합시다.”


대표의 말에 따라 우리는 4인 테이블 주변을 빙 둘러앉았다. 대표는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다가 그대로 일어났다.


“하......”


다 들리도록 길게 한숨을 뱉으며 천천히 회의실 안을 걸었다. 대놓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대표를 보며 피디님과 최재범 그리고 나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긴장되게 왜 저러시지?’


대표는 우리가 진지해진 것을 확인하고 내 옆으로 왔다.


“감독님, 정말 <아직 서른>을 맡으실 겁니까?”


이 말을 하려고 분위기를 잡은 걸까?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이죠!”


확신에 찬 모습에 대표는 발길을 돌렸다. 두어 걸음 나아가 최재범 앞에 섰다.


“작가님, 왜 유일한 감독이죠?”


어라? 나한테는 자신 있냐는 듯이 묻더니, 최재범에게는 다시 생각해 보라는 듯이 묻는다. 대표님, 질문의 결이 다르잖아요!

섭섭함을 티 내기 위해서 눈을 크게 떴다. 보라는 대표는 시선을 피하고 엉뚱한 최재범과 마주쳤다. 그가 웃었다.


“유일한 감독이라면 잘할 것 같아서요.”

“저도 압니다. 가진 능력 안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걸 <칙칙폭폭>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얼떨결에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말을 들었다.

나에 대해서 저렇게 생각하셨구나, 감사하려는데-.


“근데 이 부분이 걱정됩니다. 유일한 감독이 가진 연출 능력치가 ‘1’입니다. ‘1’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서 ‘10’인 감독과 같아질까요? ‘1’도 그냥 ‘1’이 아니라, 이번에 <칙칙폭폭>을 하면서 ‘1’이 된 겁니다. 다음 작품에서 ‘2’가 될 거라고요.”

“대표님!”


팩트로 공격당했다.

발끈한척했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홍길도 대표가 이유 없이 저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다. 나를 아끼는 분인 걸 알기에, 망설임 없이 최재범을 이곳으로 데려왔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

아마도 뭔가 마음에 걸려서 나서시는 거겠지. 그런데요, 그게 뭐든 저는 이 작품이 하고 싶어요. 지금 제게 필요한 건 걱정보다 응원입니다.


“대표님, 저의 능력치가 ‘1’ 다음에 ‘2’일 거란 생각은 오산입니다. 최소 ‘8’은 될 겁니다.”


내가 겪어본 나란 놈은 그랬다.

학교에 다니다 보면, 선생님이 뜬금없이 ‘다음 진도 나가기 전에 너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겠다.’라며 시험지를 꺼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던 나는 그럴 때마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때 받은 점수를 능력치 1이라고 한다면!’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낮은 점수의 시험지를 들고서 ‘이런 문제가 나오는구나.’ 문제 유형을 파악했다. 그러면 다음 시험은 백 점이었다. 바로 능력치가 ‘10’이 된 거지.


“<칙칙폭폭>을 연출하면서 감독의 역할이 무엇인지, 촬영된 영상이 후반에서 어떤 과정으로 다듬어지는지 배웠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학습됐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아직 서른>을 <칙칙폭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내겠습니다.”


포부를 듣고 안심하길 바랐건만, 홍길도 대표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감독님. <아직 서른>은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에요. 거장 감독도 그런 자세로 접근할 겁니다. 유일한 감독이 연출한다고 하면, 다들 왜? 하고 물을 겁니다. 여기서 ‘왜’는 순수한 질문이 아닙니다.”


불만을 표출하는 거겠죠.


“저도 알아요.”


몰라서 들뜬 게 아닙니다.


“저도 제 실력을 아니까, 작가님이 <아직 서른>을 영화 제작할 계획에 있다고 했을 때 조용히 있었어요. 감독 후보에 제 이름을 넣을 생각조차 못 했어요.”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다면 말이 달라지죠. 누가 물으면 저를 택한 건 작가님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겁니다.”


책임은 작가님께 있어요!


“그랬다가는 험한 소리 들을 겁니다.”

“대표님, 저는요. 미움받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괜찮아요.”


속이 뜨거워졌다. 말을 할수록 ‘하고 싶다’에서 ‘해야 한다’로 생각이 옮겨졌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미리 겁먹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할 겁니다.”

“합시다.”


최재범이 추임새를 넣었다.


“해요, 우리!”


마음이 합쳐져 으쌰 으쌰 하려는데, 홍길도 대표가 최재범 앞을 가로막았다.


“작가님, 유일한 감독은 꽂히면 직진입니다. 중간에 작가님의 계획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감독 교체가 되잖아요? 상처 크게 받을 겁니다.”

“저도 직진입니다.”


절대 그럴 일 없다는 확신에 찬 답에, 내 입은 귀까지 올라갔다.

최재범 최고!

이런 나를 홍길도 대표가 무섭게 쳐다봤다. 떽! 가만있어!라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입꼬리를 슥- 내렸다.


“작가님. 좋은 일에 자꾸 걱정을 더해서 죄송합니다만.”

“말씀하시죠.”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영화는 감독의 기량과 상관없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사실이다.

기술 스태프가 생각만큼 영상을 뽑아주지 못하거나, 배우가 교체되는 등 많은 변수가 따른다.


“그 책임을 유일한 감독이 지게 될 겁니다.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무거워요.”


홍길도 대표의 말에 정신이 번뜩 차려졌다.


‘설마.....’


대표는 내가 살아온 삶을 보며, 감독님은 고통을 미리 끌어다 썼으니 남은 생은 편안할 거란 덕담을 하곤 했다. 쓴맛 단맛 골고루 맛보고 살아야 한다며, 이제 감독님은 단맛을 먹을 차례라며 단내 나는 곳으로 걸어가라고 했다.


‘나를 보호하고 싶으셨던 거구나.’


그래서 이렇게 강하게 행동하신다고 생각하니까, 울컥했다. 이런 나를 최재범이 툭 쳤다.


“마음 약해진 건 아니죠?”

“아닙니다. 그저 이 상황이 감사해서요.”

“감독님은 젊어서 절대 혼자 책임질 일 없어요.”


최재범이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스물한 살이잖아요. 그 나이에 제 작품을 맡았다고 하면, 대단한 도전이라기보다는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질 겁니다. 무모하다는 건 실패할 가능성을 안고 간다는 뜻이죠. 작가는 그걸 알고 젊은 감독과 손을 잡은 거예요.”


실패란 단어에 홍길도 대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최재범은 말을 이어갔다.


“감독님. 다른 팀원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참여할 겁니다. 영화가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이 작품을 택한 자신을 탓해야죠. 감독의 프로필을 알고 선택했잖습니까?”


옮소!

끄덕이는데, 홍길도 대표가 고개를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작가님, 그 말은 영화가 잘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영화가 잘 나오길 바랍니다. 흥행하길 원해요. 단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입니다.”

“실패하지 않는 길도 있잖습니까?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면서 그런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는 거죠?”


나도 대표와 같은 생각을 했다. 말할 때마다 최재범에게 묘한 객기가 느껴졌다.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되묻는 홍길도 대표를 보고, 졌다는 듯이 최재범이 끄덕였다.


“물론 이유가 있죠.”

“말해주셔야, 영화제작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최재범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평생 먹고 살 돈은 이미 모았습니다. 도박과 주식만 손대지 않는다면 노후는 걱정이 없어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말을 하고서, 최재범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 여섯 권이라, 작가로서 슬럼프가 오면 강사로 전향도 가능합니다.”


부러운 삶이다.


“<아직 서른>을 끝으로, 제 안에 있는 캐릭터가 모두 사용되었습니다. 저는 생활 방식도 단순하고 만나는 사람도 제한적이라···. 더는 주변을 통해서 나올 인물이 없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이 걱정이죠. 와... 근데 있죠.”


최재범이 눈을 치켜뜨고 나를 봤다.


“유일한 감독과 대화하다 보면, 그의 세계에는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해요. 연령대도 특징도 다 다르죠. <아직 서른>의 캐릭터는 정형화된 인물인데, 유일한 감독은 다채롭고 특이한 존재로 받아들여요. 이러니 그의 머릿속에 어떤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요.”


최재범에게 처음 듣는 말이다.


“대화하며 유일한 감독이 말한 캐릭터로 소설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어요. 나중에는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하기에 저런 캐릭터가 머릿속에 존재할까? 부러워졌죠. 그러다 그가 말한 캐릭터를 영화에 구현하고 싶어졌어요.”


꼬르륵-.

꾸르륵-.

진지한 이야기를 듣는 중인데, 여기저기서 배고프단 소리가 들린다.


“큽”


최재범이 웃었다.


“출출하네요.”

“먹으면서 대화를 이어갈까요? 점심치고는 늦었군요.”


강철수 피디는 테이블 끝에 놓인 맛집 리스트를 가져왔다. 직원들이 별점과 함께 리뷰를 적어놓은 귀한 자료다.


“작가님 먼저 고르세요. 손님 우대입니다.”

“감사합니다.”


종이를 가만히 보던 최재범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부추 핸 썹 - 고기전이 다함]


“이게 뭡니까?”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로되-.


“앞은 가게명이고, 뒤에는 그 집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입니다.”

“아......”


최재범은 피식 웃더니, 모둠전과 알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조금 전 무거운 분위기가 깨졌다. 이 틈을 타 강철수 피디가 최재범에게 다가갔다.


“생각해 놓은 배우가 있습니까?”


전직 캐스팅 매니저다운 질문이었다.


“피디님께 말하면 누가 되었든 연결해 주실 겁니까?”

“신애리만 빼고요.”


강철수 피디의 장난에 최재범의 표정이 굳었다.


“아쉽네요, 악마는 무조건 신애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신애리가 악마라..... 묘하게 어울리는군요!”


강철수 피디가 나를 봤다.


“신애리 캐스팅은 우리 감독님이 전문일 텐데요.”

“그게 무슨....”

“둘이 친해요, 부르면 바로 오죠. 그렇지 않은가요. 감독님?”


사실이라서 끄덕였다.


“진짜입니까? 신애리는 3년 후까지 일정이 잡혀있어서 캐스팅이 힘들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거요.


“비밀인데, 뻥이에요.”


말하고 웃었다.

신애리는 요즘 쉬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게 전화를 걸어서 뭐하냐고 묻는다.


‘필라테스 같이 하자고 하기에 싫다고 했다가 어휴... 어찌나 혼났는지.’


텔레파시가 통했을까, 때마침 신애리에게 전화가 왔다.


“어? 어떻게 알고 전화했지? 작가님, 신애리 님 만나볼래요?”

“네?”

“이쪽으로 오라고 할까요?”

“정말입니까?”


그럼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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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OTT 플랫폼 (4) 24.06.18 567 27 12쪽
38 38화. OTT 플랫폼 (3) 24.06.17 598 29 12쪽
37 37화. OTT 플랫폼 (2) 24.06.15 617 33 12쪽
36 36화. OTT 플랫폼 (1) 24.06.14 650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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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메소드 연기 (1) 24.06.12 644 28 12쪽
33 33화. 뭉치면 살고 (5) 24.06.11 693 28 12쪽
32 32화. 뭉치면 살고 (4) 24.06.10 703 33 12쪽
31 31화. 뭉치면 살고 (3) 24.06.08 740 32 13쪽
30 30화. 뭉치면 살고 (2) 24.06.07 777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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