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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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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7:01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53,892
추천수 :
1,851
글자수 :
268,039

작성
24.06.27 10:50
조회
330
추천
28
글자
12쪽

48화. 직진 (2)

DUMMY

<아직 서른>의 악마를 신애리가 연기하면 어떨까?


‘최고지!’


천방지축 장난기 어린 모습부터 죽음을 비웃는 잔혹함까지.


‘다 소화할 배우잖아.’


최재범의 입에서 신애리란 이름이 나올 때, 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신애리만의 악마가 탄생할 거란 기대에 당장 촬영하고픈 욕구가 올라왔다.


“탐나는 작품이네요.”


강철수 피디다. 그는 조금 전 <아직 서른>을 읽지 않았다며 서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마침 내가 <아직 서른>을 종일 갖고 다니던 참이라 빌려줬더니.


“대사 있는 인물이 서른두 명이나 되는군요.”


홀로 앉아 인물 분석에 빠졌다. 강철수 피디는 진지했다.


“인물마다 사연이 달라서,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배치해야겠어요.”


눈빛이 번뜩인다. 피디님은 책의 내용을 읽기보다 후루룩- 넘기며 배역의 특징을 뽑아 수첩에 적었다.


“감독님, 이들은 어떻게 캐스팅할 겁니까?”


감독으로 지목받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아서,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이 있지 않은가.


“오디션을 보기에는 숫자가 많으니까, 추천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비슷한 연기를 한 경력이 있는 사람 위주로 연락이 올 겁니다. 신선하지 못해요. 관객은 또 쟤야?라며 피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 대사가 적고 한 씬 이내로 나오니까, 임팩트만 줄 정도의 연기력이면 될 텐데요. 이럴 경우.....”


누굴 출연시켜야 합니까!


“이미지 캐스팅이 답입니다. 한번 나오고 마는 인물이기에 연기력보다는 팍! 치고 빠지는 이미지가 더 중요해요. 등장과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거죠. 이미지 캐스팅을 하려면 비연예인까지 통틀어서 찾아내야 합니다.”


힘든 여정이 예상되는 말이다.


“반드시 캐스팅 매니저가 필요하겠군요.”


......라고 전설의 캐스팅 매니저가 말했다.


“음식 왔습니다!”


배달시킨 먹거리가 도착했다.

동시에 문자가 들어왔다. 신애리다.


[운동 끝났어. 정리하고 출발할게.]


신애리가 온다는 소식에, 다급히 상황을 알렸다.


“피디님!”

“왜요?”

“신애리 님, 이십 분 후에 도착이요. 참고로 저번 주부터 식단 관리 시작했어요.”

“이런! 한참 음식에 예민할 시기군요.”

“운동 직후라 장난 아닐걸요?”

“빨리 먹읍시다!”


강철수 피디는 배달 음식을 감싼 봉투를 거칠게 뜯었다.


“배우들 다이어트할 때 보면 가여워요. 쫄쫄 굶고 오겠죠? 그런데 여기서 맛있는 냄새가 나봐요. 얼마나 괴로울까요?”

“많이 시켰는데, 신애리 배우 도착하기 전에 다 먹을 수 있을까요?”


내 말을 들은 홍길도 대표는 직원이 모인 사무실 쪽을 봤다.


“지원군을 부릅시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착하면 착.

척하면 척.

손발이 딱딱 맞는 게 재미있어서 우리는 가끔 이러고 논다. 사실 법인카드로 배달 음식 시킬 때, 식사를 거른 직원의 몫까지 넉넉히 주문하는 게 날밤 영화사의 룰이다.


‘일부러 직원 음식까지 시켰으면서-.’


꼭 뭔가 일이 터진 것처럼 장난을 쳐야 직성이 풀렸다.


‘이렇게 해야지 직원들이 덜 심심해한다나?’


이런 우리를 보며 최재범은 무슨 일이 터졌나, 싶은지 두리번댔다.


“작가님!”

“네.”


제가 역할 하나 드릴게요. 빨리 적응하세요.


“저기 서랍 보이죠? 앞접시랑 종이컵 열 개씩 꺼내서 세팅해 주세요.”

“네?”

“빨리, 빨리. 의자에 앉아있을 시간 없어요. 신애리 님 오면 음식 다 빼앗긴다고요!”


그럴 일은 없다.

신애리는 식단 생활이 익숙해서 옆에서 누가 뭐를 먹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놀 때, 적군처럼 쳐들어오는 역할이 필요해서 종종 써먹는 캐릭터다.

최재범은 그런 줄도 모르고 시킨 대로 비품을 챙기러 갔다. 얼굴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걸 보아하니.


‘역할이 생겨서 좋죠?’


작가라서 집에서만 생활했다면서요. 나온 김에 다양한 경험해 보세요. 나는 회의실에 나가 직원을 불렀다.


“출출하신 분 식사하러 오세요-.”





***





식사는 십오 분 만에 끝났다.

그릇 바닥이 보이도록 깨끗하게 먹고서 탁자를 정리했다.


“입가심으로 커피 마실까요?”


홍길도 대표의 말에 최재범이 지갑을 꺼냈다.


“제가 사겠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손님을 잘 대접하는 것도 저의 일이라서요.”


홍길도 대표의 거절에, 최재범은 물러나지 않았다.


“대표님. 다음에 올 때 사주세요. 지금은 제가 계산하고 싶습니다.”

“또 올 겁니까?”

“대표님이 허락하시면요-.”

“그러면 지금도 제가 사고, 다음에도 제가 살게요.”


또 티격태격하네. 저러면 금방 친해진다던데.

누가 사든 나는 ‘캐러멜 마키아토’를 마실 거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회의실 문을 쳐다봤더니, 신애리다.


“저 왔어요-.”


두 손 가득 커피가 들려있다.


“일한아, 너는 캐러멜 마키아토 맞지?”

“감사합니다.”


후다닥 뛰어가 음료를 받았다.

신애리는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다. 메이크업 담당자가 바뀌어서 화장이 옅어졌다더니, 귀여움이 배가 됐다. 흰 티에 청바지, 그 위에 하늘거리는 노란색 카디건을 걸쳐서 나보다 어려 보였다.

신애리는 회의실 안을 빠르게 둘러보며 눈인사를 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재범과 눈이 마주친 신애리는 ‘오!’하고 놀랐다.


“일한이가 인사시켜주겠다고 한···. 작가님이세요?”

“네, 최재범입니다.”


신애리는 최재범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방긋 웃었다.


“반갑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최재범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얼굴을 들었다. 그 짧은 사이에 귓불이 붉어졌다. 오래전부터 신애리의 팬이라더니, 진짜였나 보다.


‘쑥스러운가 봐!’


다행히도 최재범은 평소보다 ‘많이’ 말끔하다.

탑 영화사 사람과 회의하기 위해서 차려입고 나왔고, 숍에 가서 머리도 만졌다. 덕분에 신애리 앞에서도 심각하게 후줄근해 보이지 않는다.

나이스 타이밍인데?


“저의 필명은 마크 벤턴입니다.”


최재범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다.


‘신애리 놀라겠지?’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해 빤히 쳐다봤는데-.

응? 덤덤하다.

최재범의 정체를 알았을 때,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던 나와 홍길도 대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저는 ‘쿼카 엔터테인먼트’ 이사 겸 배우 신애리입니다.”


산뜻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내 쪽으로 몸을 돌린다. 이게.... 끝?


‘마크 벤턴인데?’


어째 신애리의 반응은 날밤 영화사 직원 중 한 명을 소개받는 것처럼 밋밋하다. 혹여나 내가 처음 최재범을 봤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를 다른 마크 벤턴으로 오해한 건 아닐까? 당사자 앞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확실히 짚고 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신애리 님!”


따라가 옆에 앉았다.


“저 할 말이...”

“일한아, 너 지금 나한테 ‘님’이라고 그랬어?”


신애리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랗게 변했다.


“누나라고 부르던 일한이 어딨어? 몇 주 안 봤다고 거리를 두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요.


“우리 데면데면해진 거야?”

“그럴 리가요. 작가님이 계셔서 그래요. <아직 서른>을 영화 제작하기로 했거든요. 대표님과 피디님께 조언 구하러 온 자리라서, 분위기가 너무 가벼우면 실례가 될까 봐.....”

“예의를 갖추려고 존칭을 하는 거다?”

“네.”

“그럼 ‘님’ 말고 선배라고 불러. 현장 느낌 나고 좋네.”


알겠습니다.


“애리 선배, 저기 계신 분은 진짜 <짧은 손가락>의 저자 마크 벤턴이에요.”

“알아, 방금 소개하셨잖아.”


근데, 왜.


“놀라지 않으세요?”

“놀라야 해?”

“영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 예술을 하는 사람 중에 신비주의 많아.”


네?

이렇게 가볍게 넘긴다고요?


“작가님에 대해 궁금한 건 작가님한테 직접 들을게.”


오히려 나보고 과장되게 행동하지 말라는 듯 눈을 흘겼다.

그렇다면 제대로 대화를 해봐?


“작가님, 이쪽으로 오세요! 대표님이랑 피디님도요!”


테이블 주변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나는 감독으로서 이 모임의 목적을 밝혔다.


“<아직 서른>을 영화로 제작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 계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선!”


저는 감독을 맡은 유일한입니다,라고 소개하려는데.

긴장했는지 목이 막혔다.

큼큼 목을 푸는 사이에 신애리가 최재범에게 질문했다.


“한국에서 제작하려고요? <아직 서른>같이 화려한 판타지물은 미국이 잘 만들어요. 추천할 만한 감독님 계시는데, 연결해 드릴까요?”


내 속도 모르고 신애리가 감독을 추천해 준단다. 대단한 감독을 권해서 작가님 마음이 바뀌면 곤란하다. 그러지 마세요!

제가 연출할 거예요!

다급히 제재하려는데, 최재범이 빨랐다.


“이미 감독이 정해졌어요.”

“그래요?”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비 과정에서 마음이 바뀔 수 있잖아요. 언제든 미국에서 제작할 마음이 생기면 연락 주세요. 제가 <사막 개미>란 작품을 했었는데, 그것도 소설이 원작이었거든요. 그때 만난 팀이 너무 좋았어요. 연락처 드릴게요.”


<사막 개미>란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구나, 이게 신애리구나. 세계적인 배우란 사실이 다시금 와닿았다. <사막 개미>는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로, 마크 벤턴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가 썼다. 신애리는 그 정도 급의 사람과 작업하는 게 익숙했던 거다. 그래서!


‘마크 벤턴 정도의 작가는 놀랍지 않은 거였어.’


이제야, 신애리가 최재범을 보고 감흥이 없던 이유를 알겠다.


“신애리 님, 제 소설이 판타지물인 걸 아는 걸 봐서는.... 혹시 읽으셨나요?”

“네, 재미있게 봤어요.”


신애리의 말에 최재범이 웃었다.


“악마 캐릭터 어땠어요?”

“매력적이죠.”


그렇다면!


“애리 선배님, 연기해 주세요.”


내가 부탁했다. 감독으로서 제안하고 싶었다.


“생각할수록 악마는 애리 선배님의 역할 같아요!”

“그래? 슬슬 작품 들어갈 때가 되긴 했는데···. 아니다.”


신애리는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저번 작품에서 한국 감독한테 데었더니, 당분간 한국 작품은 쉬고 싶어. 선입견이 생겼달까.”

“<개천에 뜨는 별> 때처럼 소통이 안 될까 봐. 걱정되세요?”

“응. 답답했거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서른>의 연출은-.


“제가 맡았어요.”

“응?”

“제가 감독이라고요.”

“뭐?”


신애리는 고개를 돌려 최재범을 봤다.


“정말이에요?”

“네.”

“뭘 보고요?”


홍길도 대표를 이은 두 번째 공격인가? 실력이 보증되지 않은 감독과 작업하지 말라고 하실 거면, 참아주세요. 제가 잘할게요. 믿음 가도록 나아진 모습 보여드릴게요!

안심 시켜드리려는데.


“뭘 봤기에, 이렇게 빨리 유일한 감독의 잠재력을 알아본 거예요? 작가님 장난 아니다!”


신애리가 기뻐했다.


“저 지금 유일한 감독 차기작에 캐스팅 제의받은 거예요?”


최재범이 끄덕이자 신애리가 활짝 웃었다.


“기분 너무 좋다!”


정말요?


“그럼 해주시는 거예요?”

“아니.”


웃으면서 거절하는 겁니까?


“감정적으로 정할 일은 아니라 바로 답은 못 해. 실장님과 상의해 보고 연락해 줄게.”

“네!”


시간을 달라는 거구나, 다행이다.


“차기작 들어간다니까 너무 좋다. 너는 잘할 거야.”


신애리의 격려에 힘이 났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강철수 피디가 벌떡 일어났다.


“더는 안 되겠군요.”


우리가 어떤 대화를 하든 <아직 서른>을 보던 강철수 피디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 정도 캐스팅을 감당할 사람이, 저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네?”

“감독님만 괜찮다고 하면, 제가 맡아볼까요?”


대- 박!

놀라서 소리도 못 내고 고개만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피디 그만하고 캐스팅하러 다녀볼까요?”


그래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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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OTT 플랫폼 (3) 24.06.17 598 29 12쪽
37 37화. OTT 플랫폼 (2) 24.06.15 617 33 12쪽
36 36화. OTT 플랫폼 (1) 24.06.14 650 27 12쪽
35 35화. 메소드 연기 (2) +1 24.06.13 643 30 12쪽
34 34화. 메소드 연기 (1) 24.06.12 644 28 12쪽
33 33화. 뭉치면 살고 (5) 24.06.11 693 28 12쪽
32 32화. 뭉치면 살고 (4) 24.06.10 703 33 12쪽
31 31화. 뭉치면 살고 (3) 24.06.08 740 32 13쪽
30 30화. 뭉치면 살고 (2) 24.06.07 777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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