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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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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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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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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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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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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화. 직진 (3)

DUMMY

소설 <아직 서른>이 재미있긴 한가보다.

은퇴한 전설의 캐스팅 매니저 ‘강철수’가 읽더니, 갑작스럽게 복귀 소식을 알렸다. 소설 속, 각양각색의 인생사를 맛깔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정말 그렇게 살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아오겠단다.


-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군요!


오래간만에 실력 발휘를 해볼까요? 하시는데, 내 심장이 쾅쾅 뛰었다. 오전부터 좋은 일이 휘몰아친다. 최재범이 감독으로 나를 지목하고.

신애리가 악마 역할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했고.

강철수 피디까지 마음을 합쳐서......? 이렇게 되면 더는 피디님이 아니잖아!


“매니저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편한대로 하세요!”


좋았어!

강철수 매니저가 <아직 서른>의 캐스팅을 맡아준단다. 감사함이 넘쳐 무서워질 지경이다. 한순간에 사라지는 꿈은 아니겠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꽉 잡아두고 싶다.


“매니저님-. 매니저님-.”

“하하하하 간지럽게 왜 그러세요.”


달라붙어 엉겼다.

강철수 매니저는 귀찮아하면서도 확 떼어내지 않으셨다.


“너무 감사해요.”


들뜬 분위기 속에 홍길도 대표만 차분하다. 마음 같아서는 <칙칙폭폭> 때처럼 같이 하자고 붙잡고 싶다. 그랬다가 혹시라도 영화가 잘못되면? 돈 받고 일하는 우리와 다르게, 투자하는 홍길도 대표는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된다.


‘제작비 회수 못하면, 회사까지 휘청일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큰 걸 알기에 섣불리 손을 내밀지 못하겠다.

그나저나 홍길도 대표의 표정이 이상하다.

애써 딱딱한 표정을 지으려고 얼굴에 힘을 준 것 같은데, 눈썹이 생뚱맞게 꿀렁거린다.


‘웃음을 억지로 참을 때 저런 표정이 나오던데.’


밝은 분위기에 스며들고 싶은데, 끼어들 타이밍을 놓치신 걸까? 그런 홍길도 대표에게 강철수 매니저가 룰루랄라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갔다. 눈가에 웃음이 자글자글한 게 딱 봐도 장난칠 분위기다.


“대표님, 저 이번에는 매니저 할 겁니다.”

“들었습니다.”

“명함 새로 파주세요.”

“담당 직원에게 말해놓겠습니다.”

“피디 관두는데 안 붙잡아요?”

“솔직히-.”


큽, 대표님의 입에서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피디보다는....”

“대표님이 생각해도 저는 매니저가 어울리죠? 피디는 영- 자질이 없었죠?”

“본인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뭐....”

“어우, 솔직하셔라! 얄미워!”


하하하하하 웃으며, 강철수 매니저가 홍길도 대표의 어깨를 툭 쳤다. 얼음이 깨지는 것처럼 대표의 굳어있던 표정이 풀렸다.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덩달아 신애리, 최재범 그리고 나도 웃었다.

엄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게 미안했는지 홍길도 대표가 허리춤을 긁적인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하지 말라고 안 할 감독님도 아니고, 제게 그럴 권한이 없는 것도 알면서 참견이 과했네요.”

“괜찮습니다.”


걱정해서 하신 말인 거 알아요!


“보아하니 좋은 사람끼리 모인 것 같아서, 응원하게 되네요. 그런 의미로-.”


터벅터벅.

대표는 비품 서랍에 다가가 종이와 펜을 한 움큼 꺼냈다. 그리고 회의 때 사용하는 긴 테이블로 걸어가 상석에 앉았다.


“다들 이쪽으로 오실까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우리는 대표가 나눠주는 종이와 펜을 들고 흩어져 앉았다. 나랑 최재범은 대표의 왼편 자리에, 강철수 매니저와 신애리는 오른편에 자리 잡았다.


“제가 강철수 매니저님과 신애리 배우님보다는 영화판 짬이 부족하지만-.”


대표가 웃었다.


“제작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더 잘 알 것 같아서 목소리 내어 보겠습니다. 빠르면 오늘 늦어도 며칠 내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겠죠?”

“네!”


최재범과 함께 작업하기로 했다.

진짜 시작이다.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투자자가 원하는 글이 뭔지 알려드릴게요. 돈을 많이 끌어와야 안정적인 제작이 가능할 테니까요. 이건 감독님보다 작가님이 잘 알아두셔야 합니다.”


갑자기 호명된 최재범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저요?”

“네.”


최재범은 종이와 펜을 집었다.

받아 적을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하고 대표가 입을 열었다.


“원작자는 글 전체를 계획하고 작성한 사람이기에 작품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모든 내용이 중요하죠. 그래서 영화로 제작할 때 뺄 내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감독을 힘들게 하죠.”


대표는 자기 앞에 있는 종이에 글자를 써서 들어 올렸다.

‘비가 온 뒤, 산 너머 무지개가 떴다.’라는 글자가 보였다.


“이 글을 적는데 얼마가 들었을까요? 잉크 몇 방울, 종이 한 장이라서 백 원 정도 사용되었겠죠.”


네.


“그렇다면 이 글을 영화로 만들면 얼마가 들까요? 최소 5천만 원이 들 겁니다. 공간 대여, 살수차 대여, 오십여 명의 스태프 인건비, 그리고 CG 작업비가 지출되겠죠. 시나리오는 한 줄 한 줄에 노동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수고하고 찍은 장면이 편집될 때, 허무해진다.


“현실적으로 말씀드리죠. 미국은 판타지의 경우, 제작비를 천억 원 이상으로 측정합니다. 손익분기점을 삼천억 원으로 잡고 그 이상 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투자자가 붙습니다.”


관객으로 끌어들일 인구수가 많기에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 삼천육백억 원을 들인 판타지가 개봉돼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천만 관객만 들어도 대박이라고 할 만큼 시장이 작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강국이 되었죠.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굳이 시각적인 곳에 돈을 들이지 않아도 흥행할 수 있는 길을 뚫은 거죠.”


로맨스가 대표적인 예다.

두 인물의 감정묘사만 잘 되면, 어마어마한 흥행을 불러온다.


“그렇다 보니까,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판타지에 대한 관심은 낮습니다.”


투자금을 회수 못 할 위험이 있기에, 투자자가 잘 붙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작품은 예외 아닌가?’


마크 벤턴의 여섯 번째 소설이기에, 유럽이 관심을 보일 테고.

신애리가 출연을 확정해 주면 미국에서 반기겠지.


‘해외 배급망은 확실히 뚫을 수 있어.’


제작비만 마련되면, 회수는 걱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제작할 경우, 어느 정도 금액을 마련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대표님.”

“말씀하시죠.”

“한국에서 판타지를 만들려면 제작비가 얼마 정도 듭니까?”

“미국의 삼분의 일 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삼백억 원이네요. 그러면 손익분기점을 천억 원으로 잡고 그 이상 수익이 난다고 판단되면, 투자자가 붙는다는 거죠? 제작비를 삼 백억 원으로 잡고, 거기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쓰면 될까요?”

“아니요. 그 금액은 그래픽을 최소화하는 한국식 판타지일 때의 액수입니다.”


분장과 합성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아직 서른>은 주인공이 악마라서 계속 하늘을 난다. 땅을 흔들어 파도를 키우고, 바람을 끌어와 차를 뒤집을 때면 수십 명의 사람이 휘청인다.

이건 합성이 아니라, 정말 뭔가를 만들어서 흔들어야 한다.


“우리 영화는 그러면....”


미국 판타지 영화랑 비슷하니까.


“제작비를 천억 원 이상으로 잡아야 하는 거죠?”


말하면서 입술이 떨렸다.

와-. 내 입에서 이런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오다니!


“아니요.”


대표는 두 팔을 벌려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더- 많이 듭니다.”


네?


“왜요?”

“우리나라에는 그래픽 촬영 전문 장비가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장비를 해외에서 빌려오거나, 해외로 이동해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죠. 회차당 몇십억 원씩 나가요.”

“와....”

“와, 소리 나오죠? <아직 서른>을 소설 그대로 가면 제작비가 삼천억 원은 나옵니다. 한국에서 품을 영화사 없습니다.”


결국, 미국 가야 하나요?

저도 짐을 싸야 할까요? 차기작은 미국 영화사에서 제작하게 될까요? 그러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겠다던 최재범의 바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물음표가 머릿속을 채웠다.


“천오백억 원 정도 예상하고, 제작에 들어간다면 관심 보이는 회사가 있을 겁니다.”


다행이다.


“대체로 사기꾼일 겁니다.”

“사기꾼이요?”

“제작비 마련을 핑계로 투자자를 모아서 주식 놀음하는 곳이 꽤 됩니다. 이슈 터트려서 주가 올린 후에 차액을 벌어들이는 방식인데, 이런 곳은 이슈가 많은 작품에 달라붙습니다. 마크 벤턴의 소설이다, 홍보하고 주식 올라가면 차액 만들어서 제작비로 사용하는 건데···. 위험하죠.”


신애리까지 캐스팅되면, 우리 영화는 정말 좋은 먹잇감이 되겠구나.


“자본금 탄탄한 안전한 회사가 접근 가능할 정도로 금액을 맞춰서 시나리오를 써야 합니다.”

“그게 어느 정도 일까요?”

“명성이 있으니까, 팔백억 원 언저리로 맞춰 보세요.”


말이 쉽지, 실사가 아니다 보니까. 한 줄의 글이 얼마를 지출하게 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회사는 제가 알아봐 줄게요.”

“대표님-.”


오늘을 끝으로 참여 안 할 것처럼 냉랭하게 대하던 홍길도 대표가 이후에도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든든하다.


“감사합니다.”

“이럴 때 멋지게 날밤 영화사에서 제작합시다!라고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럴만한 힘이 없어서 아쉽네요.”


멋쩍게 웃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대표를 보며, 코끝이 찡했다.


‘오늘 나를 울릴 셈인가요.’


자꾸 감동을 준다.


“대표님. 날밤 영화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사가 될 겁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진심이다. 잘되면 잊지 않고 꼭 찾아올 거다!

정말 정말 파이팅!


“감독님, 저도 시나리오에 대해서 드릴 말이 있어요.”


조용히 듣고 있던 신애리가 살짝 손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감독님’이라고 부르는데 혼자 ‘일한아-’라고 하기가 뻘쭘했는지, 아까부터 나를 감독이라고 부른다.


“감독님. 저는 그냥 배우가 아니에요. 수백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어요.”


알고 있어요.

쿼카 엔터테인먼트 대표잖아요.

신애리는 회사의 간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의 신뢰도 상승을 위해서 악랄한 캐릭터는 피한다고 했다. 최재범이 신애리를 악마 역으로 지목했을 때부터 ‘인간을 괴롭히는 존재인데 과연 신애리가 해줄까?’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매력 있는 캐릭터라며 신애리가 좋아하기에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악마를 연기했을 경우, 쌓아 올린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 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얘는 악랄하면서도 귀엽고, 멍청하면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재치 있는 캐릭터잖아요?”

“그렇죠.”

“파멸되는 순간까지 우스꽝스러워요.”


비참하게 무너져 죽음을 갈구하나, 악마이기에 그 상태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


“소설을 보면 인간을 따라 하다가 무너지기 때문에, 얘로 인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높아져요. 이 느낌이 영화에서 잘 표현된다면, 악하다는 생각보다 가엽다는 마음이 커서 연기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긍정적인 반응이다. 정말요?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에서 이야기고요. 시나리오로 넘어오면서 미묘한 감정이 잘려나가면, 그냥 인간을 괴롭히는 존재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저도, 우리 회사도 작품을 거절할 겁니다. 이 부분 신경 써서 작업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나는 최재범을 봤다. 들으셨죠?


“함께 괜찮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봐요.”





***





한 달간, 최재범의 집에 살다시피 했다.

남자 둘이 있으니까,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수염이 얼굴을 뒤덮는다. 나는 어려서 그런가, 수염이 얇고 띄엄띄엄 나오는데, 최재범은 짐승 같다. 구레나룻이 턱수염과 연결돼서 아주 그냥 복실하다.


“깎아요! 그렇게 하고 쿼카 엔터테인먼트에 갈 거예요?”


먼저 씻고 나온 내가 소리쳤다.


“신애리한테 시나리오 최종고 직접 주고 싶다면서요!”


드디어 완성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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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OTT 플랫폼 (3) 24.06.17 643 30 12쪽
37 37화. OTT 플랫폼 (2) 24.06.15 661 33 12쪽
36 36화. OTT 플랫폼 (1) 24.06.14 697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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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메소드 연기 (1) 24.06.12 690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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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뭉치면 살고 (4) 24.06.10 748 34 12쪽
31 31화. 뭉치면 살고 (3) 24.06.08 784 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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