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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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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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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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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OTT 플랫폼 (4)

DUMMY

최재범이 악수를 청하며 자신이 ‘마크 벤턴’이라고 했다. 그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주던 작가가... 당신이라고요?’


믿기지 않아서 마주 잡은 손을 봤다.

이 손으로 그 대작을 써내려 갔단 말입니까?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한국에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웬일이야.’


학창시절 나는 표정이 차가웠다.

인상이 부드러워야 아이들이 다가올 텐데, 웃는 법을 잊어버린 건지 도통 부드러운 얼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때 ‘마크 벤턴’은 자신의 소설을 통해 내게 말했다.


[웃고 싶다면 사람을 보라.]


이해되지 않았지만, 인상을 바꾸고 싶었기에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렸다. 평소라면 잤을 시간인데, 엄마 얼굴을 보겠다며 졸음을 이겨냈다.

새벽 한 시쯤 들어온 엄마는 자는 아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 뭐야, 안 잤어?


엄마가 활짝 웃었다. 너무 반갑다는 듯이 총총총 들어와 내 등을 두드렸다.


- 아이고 예뻐.


마크 벤턴의 말은 옳았다. 내가 처한 상황은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고, 내일이라고 나아질 거란 희망도 없는데.

웃는 엄마를 보니까, 나도 웃게 되더라.

만약, 마크 벤턴이 웃음이란 삶의 질이 좋아질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다면, 나는 여태껏 표정이 굳어 있었을 거다. 감사하게도 마크 벤턴은 웃음은 사람을 통해 언제든 쉽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봐, 너를 웃기기 위한 코미디언을 신이 보냈어.]


정말이었다.

마크 벤턴의 말처럼 내 주변엔 웃긴 사람이 많았다.

놀이터에서 요란하게 뛰어노는 아이를 보고 피식-.

아주머니들의 거친 입담에 피식-.

아저씨들의 오두방정 족구 실력에 피식-.

세상이 나를 웃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마크 벤턴의 책 덕분에 나는 서서히 웃음이 많아졌다. 인상 좋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마크 벤턴에게 고마워했는데.


‘진짜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고?’


최재범을 보고 놀랐다가.


‘근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랑 너무 다르잖아.’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어서 당황까지 했다. 이런 나를 보고 최재범이 웃는다.


“감독님?”

“네?”

“악수를 이제 그만-.”

“아, 네!”


생각하느라 너무 오래 잡고 있었나 보다. 미안한 마음에 바로 손을 놨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제가 배가 많이 고팠는지 먹어도 먹어도 음식이 계속 들어가네요. 식사를 마저 할까요?”


최재범은 바로 숟가락을 들었다. 많은 한정식 반찬 중에 젓갈을 살짝 퍼서 흰밥에 올리더니 싹싹 비볐다.

거참, 이상하다.


‘마크 벤턴이 젓갈을 먹는다고?’


팬클럽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에 의하면 ‘마크 벤턴’은 영국인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쭉- 자란 사람. 그래서 영국 문화를 너무나 잘 알아서 소설에 기가 막히게 녹여내는 사람.

최재범이 자신을 ‘마크 벤턴’이라고 했을 때, 생긴 건 한국인이지만 국적이 영국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국 사람이 구운 김에 밥을 싸서 간장에 찍어 먹나?’


젓가락질도 예술이다.


‘그냥 한국인 같은데?’


필명만 같은 다른 작가일까?


‘헛갈리네.’


내가 마크 벤턴을 한번에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는, 그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해서다.

마크 벤턴은 작품을 제외한 정보를 모두 비공개했다.

업무는 메일로 처리하고, 참석해야 하는 자리는 회사에서 대리 출석자를 보내며 철저하게 모습을 숨겼다.


‘십 년간,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이 없을 정도로 치밀했지.’


마크 벤턴이 궁금한 사람들은 ‘어디서 들었는데 이러이러한 사람이래요.’라며 이런저런 정보를 물어서 사이트에 올렸다. 그 중에 괜찮은 것도 있고, 허무맹랑한 것도 있고.

각자 알아서 적당히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 벤턴이 한국인이라는 기사가 아주 작게 났다. 증거자료 없이 글만 적힌 기사에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계 영국인’도 아니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영어로 영국인의 삶을 써서 ‘영국인’의 마음을 건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 기사가 사실이었다면?’


최재범이 ‘마크 벤턴’일 가능성이 커진다.


‘잠깐만!’


그럼 지금 이 상황은-.

수억 명의 독자가 궁금해하는 ‘마크 벤턴’을 내가 만난 거잖아.

본명이 뭔지, 누구랑 친한지도 알게 됐어.


‘밥도 같이 먹었다고 하면, 난리 나겠지?’


자랑할 곳도 없으면서 생각만으로 신난다.

미역국 먹다가 웃음이 나서 콧구멍이 벌렁거려졌다. 이런 나를 최재범이 봤다.


“국 맛있죠?”

“네?”


딴 생각하느라 미역국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최재범의 말에 급히 쩝쩝 맛을 봤다.


“네, 맛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미역국이 맛있는 음식인 줄 몰랐어요. 영국에 가니까 이 맛이 그립더라고요.”


최재범이 흰 쌀밥을 미역국에 말아 한입 크게 먹더니 으흠- 하며 웃는다. 그때 목이 늘어난 티셔츠가 보였다.

마크 벤턴은 베스트 셀러 작가라서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 명품도 쉽게 살만큼 부자일 텐데, 최재범이 입은 옷은 저가 브랜드에 몇 년이나 입었는지 후줄근하다.


‘티셔츠가 몸에 달라붙네. 사이즈가 작은가?’


보풀도 일어난 것 같고.

보아하니, 남의 옷을 물려받아서 입는 내 상태와 비슷하다.


‘돈이 없나.’


최재범과 ‘마크 벤턴’을 같은 사람으로 보려고 할 때마다, 방해 요소가 나타났다. 사실 아까도 이상했었다.

마크 벤턴은 십 년간 정체를 들키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왔는데, 최재범은 알아서 자기소개를 했다. 이쯤 되니까, 동일 인물 맞나.... 의심이 든다.


“감독님?”


최재범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나를 불렀다.


“혹시, 저에 대해서 아세요?”


어우 놀라라.

방금까지 내가 하던 생각이 읽고 있었던 것처럼, 질문한다.


“마크 벤턴 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들어봤죠.


“엄청 유명하고 잘나가는 소설 작가잖아요. 아까 작가님이 본인의 필명이라고-.”


최재범은 기분이 좋은지 피식- 웃었다.


“사실 제가, 한국에서 저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거든요.”


작가님이 제가 좋아하는 ‘마크 벤턴’이 맞다면.


“베스트 셀러 상위권에 항상 작가님 작품이 올라가 있어요.”

“기쁘네요.”

“저도 출간된 책은 다 봤습니다. 다섯권 모두 좋아합니다.”

“한국에는 두 권만 번역되었는데요.”

“번역되지 않은 세 권은 영문으로 봤습니다. <짧은 손가락>을 가장 좋아합니다.”

“저도 <짧은 손가락>을 좋아해요. 쓸 때부터 정이 가더니 계속 그렇더라고요.”


지금 본인 입으로 썼다고 했다.

맞네, 유명한 ‘마크 벤턴’이 맞았네.

조금 전까지 긴가민가 고민했던 생각이 싹- 사라진다.


“작가님, 팬입니다.”


마크 벤턴을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

그렇기에 꼭 말해야 한다.


“소설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정말요? 다행이네요. 아까 저를 보고 표정이 굳기에, 불편해하는 줄 알았거든요.”

“마크 벤턴 작가가 한국인이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영국인이 아니라서 당황하셨구나?”


최재범은 자신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아는 것 같았다.


“네, 소설에 영국에 대한 글이 많았으니까요.”

“부모님 모두 영문학 교수세요. 두 분이 만났다 하면 영국에 관한 대화를 하니까, 본의 아니게 영국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죠.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습니다.”

“근데 왜-.”


영국인으로 알려지게 내버려 뒀어요?

차마 이렇게는 말을 못하고 둘러댔다.


“작가의 정보가 없어서 제가 오해했었나 봐요.”

“아, 그거요? 에이전시에서 작업한 겁니다.”


썩 좋은 기억이 아닌지, 최재범은 말하며 인상을 썼다가 풀었다.


“내용은 영국 토박이가 쓴 글 같은데, 집필자가 영국인이 아니면, 영국인 독자는 네가 영국에 대해서 뭘 알고 이런 글을 써? 라며 반감을 품을 거라더군요. 계약하고 싶으면 영국인이 아닌 걸 숨기라고 했어요.”


이런.


“계속 거절당하다가 처음으로 제 글에 관심이 보여준 회사였어요. 붙잡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하란 대로 했어요.”


후회되는지 최재범은 짧게 한숨을 뱉었다.


“그것도 이제 끝. 더는 숨어지내지 않아도 됩니다.”


끝이라면....?


“저번 달에 에이전시를 옮겼어요. 이제 제가 누군지 공개하고 편하게 집필할 겁니다. 명동에서 팬 사인회도 준비하고 있어요.”

“우와!”

“막 돌아다닐 겁니다. 방송도 하고, 강의도 하고!”

“희소식이네요.”


너무 잘됐다.


“아, 그리고 또···. 감독님 아까 작업실에서 봤던 소설 있죠?”

“서른 살에 죽으면 이후 목숨값 주는 내용 말하는 건가요?”

“네, 그 작품을 영화로 제작할까 해요.”


바라던 바다.

마크 벤턴의 작품은 모두 영화 제작 제안을 받았다. 유럽 배급사 측에서 투자하겠다며 연락을 취했고, 해외 유명 감독이 관심을 보였다. 팬들도 제발 영화로 만들어 달라며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마크 벤턴’이 원하지 않아서 영화 제작은 힘들다, 였다.


‘이것도 이전 에이전시가 막은 걸까?’


회사를 옮기자마자 ‘마크 벤턴’인 최재범의 행보가 파격적이다.


“근데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최재범은 나를 빤히 봤다.


“제가 영화 제작 쪽은 전혀 모르거든요. 만나는 제작자마다 소설을 많이 각색해야 할 것 같다네요.”

“왜요?”


주옥같은 문장을 어떻게 건드려요!

한줄 한줄 다 소중한데, 지켜야죠!


“영국인에게 맞춰서 썼더니,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답니다.”


이건 인정.

읽다 보면 배경이 외국이어서, 낯선 상황이 있긴 하다.


“감독님. 각색은 감독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감독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건들면서 바꾸지는 않겠죠?”

“못하게 해야죠.”


당연한 권리입니다.

저라면 절대 안 건듭니다.


“시작도 전에 걱정이 많네요. 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감독을 만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히 그런 감독이 있을 겁니다.”


마크 벤턴의 작품이라면, 최고의 감독이 붙을 테니까요.


“고마워요. <칙칙폭폭>은 감독님이 직접 쓴 글이죠?”

“네?”


갑자기 여기서 제 작품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선율이 작업실에 있기에 봤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 마크 벤턴이 내 글을 봤단다.

누추한 실력이 들통난 것 같아서 부끄럽다.


“공모전 수상작은 사이트에 공개된 자료라서 누구나 봐도 된다던데요. 맞죠?”

“네. 그렇긴 한데요...”

“재미있었어요. 시나리오 형태의 글을 처음 봤거든요. 여기 적힌 글이 어떻게 영화가 될까? 궁금했는데 촬영본이랑 비교해서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현장 편집본도 보셨어요?

작업실에 보내진 영상은 그 안에서 불법 촬영 및 퍼나르기만 하지 않는다면, 누구랑 같이 보든 상관없다. 박선율 음악감독이 작업할 때 최재범도 같이 봤나 보다.

쑥스러워서 얼굴이 터지려고 한다.


“감독님. 제 글도 그런 과정을 겪고 영화가 되겠죠? 각색되고 촬영되고···.”

“엄청난 영화가 나올 거예요.”


내 영화도 아닌데, 설렌다.

악마가 어떻게 디자인될까?

남자가 목숨을 넘길 때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머릿속에 벌써 그림이 그려진다.


“작가님, 꼭 좋은 감독을 만나길 바랄게요!”


내가 그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작품이 될까.

잠깐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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