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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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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15 10:5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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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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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2,511

작성
24.05.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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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2쪽

6화. 연출부 대타 (5)

DUMMY

“매니저 오빠가 한 말은 기억에서 지워버려.”

“어떻게 그래······.”

“너는 촬영장에 가면 배우인 거야. 배우는 ‘핑크 스페이스’의 일정을 몰라도 돼.”


리더인 지민은 제시카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


“언니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내일 오전 일정은 너랑 상관없다고 했지?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네 자리를 없앨 거야. 걱정하지 말고 영화 촬영에 집중하고 와.”


지민의 말에 제시카의 얼굴에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울긴 왜 울어. 없던 일정을 잡아놓고서 너보고 오라 가라 하는 회사가 나빴어.”

“미안해. 내가 단독 일정을 잡는 바람에···. 언니들이 따돌려서 도망치는 거라는 오해가 생겼어. 너무 미안해.”

“그 글을 쓴 사람. 분홍지구 아닐 거야.”


분홍지구는 핑크 스페이스의 팬덤이다.

제시카를 조사하기 위해서 검색한 ‘핑크 스페이스’의 정보 덕에 저들의 대화가 이해된다. 알아보기 잘했구나, 흡족해하며 샛길 안을 슬쩍 쳐다봤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제가요, 이 길을 지나서 저쪽 컨테이너에서 의자를 가져와야 하거든요. 잠깐만 대화를 멈춰주시면 빨리 지나갈게요.

이 말을 하지 못해서 벽에 기대어 훔쳐 듣고 있다. 원해서 듣는 게 아닌데도,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것 같아서 양심이 따끔하다. 제시카가 울지만 않아도 천연덕스럽게 지나가는 건데.

눈물에, 포옹에.

범접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끼어들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분홍지구 중에 네가 배우 지망생이었던 거 모르는 사람 없어. 다 이해해 줄 거야.”


찾아보니까 그렇더라.

핑크 스페이스가 속한 랄랄라 엔터테인먼트는 음반 기획 회사로 시작해서 아이돌 양성 회사로 성장했다.

1대 아이돌부터 현재 글로벌 아이돌까지 꾸준히 성공 사례를 배출하며 대한민국 3대 음악 전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 잡았다······.라고 알려졌지만.

틈틈이 배우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같이 안됐을 뿐.

한때 배우팀을 형성해 오디션까지 열었다. 대형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기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만큼 훌륭한 인재가 뽑혔다.

연기를 지도하던 선생이 재능 있는 아이가 많다며 기대해 달라는 인터뷰도 했다. 그 안에 제시카도 있었다. 중학생 대표로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는데 귀엽더라.

이후 오디션이 사라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들 몇몇을 영화에 출연시켰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랄랄라 엔터테인먼트가 선택한 작품은 국외자본이 들어오는 대작이었다.

작품성보다 스케일을 보고 계약했는지, 모두 저러기도 쉽지 않을 텐데···. 할 정도로 별로인 작품만 선택했다.

잘못은 회사가 해놓고, 수익 창출이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에게 배우 대신 아이돌을 하라고 권했다. 그 과정에서 제시카는 핑크 스페이스 일원이 된다.

..... 라고 나물 위키에 적혀있었지.


“우리 제시카 드디어 원하던 연기를 하네?”


지민이 밝은 목소리를 냈지만.


“힝···.”


제시카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뚝! 좋은 일이잖아. 마음껏 기뻐해도 돼. 팬들이 이때를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

“아닌 사람도 많더라. 성준 오빠가 댓글 보여줬는데···.”

“그 미친놈?”


미친놈? 누군지 몰라도 미운 털이 박혔나 본데?


“보나 마나 악플 보여줬겠지. 심각한 글이면 홍보팀한테 말해서 정리해 줄게. 제시카!”

“응···.”

“언니가 그랬지? 굳이 너한테 그런 글 보여주면서 마음 힘들게 하는 사람은 네 편이 아니라고!”

“알아.”

“성준이 그놈은 댄서 자격 없어. 팀 내에 이간질해서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지민이 화났다. 올라오는 감정을 누르다 목소리가 떨렸다.


“대표님께 말해서 성준이 그놈. 다른 곳으로 보내 달라고 할게. 무시해.”

“성준이 오빠도 저번에 그만둔 매니저처럼 앙심 품고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면 어떡해?”

“해보라지! 그때처럼 또 고소할 거야. 한번 해봤더니 별거 아니던데? 그러니까 너는, 널 아껴주는 사람의 이야기만 들어. 네가 영화에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언니들이 뭐라고 했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제시카가 입을 우물쭈물한다.


“너는 잘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그래, 그 말만 기억하는 거야. 연기하고 싶다는 애를 내년에, 내년에, 하면서 6년을 질질 끈 회사에 본때를 보여줘. 내가 이렇게 배우로서 자질이 있다! 놀라게 해줄 만큼 잘하고 와.”

“고마워.”


지민이 제시카를 꼭 안았다.


“촬영 끝나면 다른 배우들처럼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거야.”

“시간 맞으면 스케줄 하러 오라고 했는데···.”

“오긴 어딜 와! 너 그러다 쓰러져.”


대답이 없다.


“너를 지켜주려는 언니들의 마음을 무시하면, 네가 우리를 따돌리는 거라니까.”


처음에 들었던 따돌린다는 말이 저거였구나. 다툼인 줄 알았는데, 애정이 어린 다그침이었다.


“네가 예의 차려야 하는 사람은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고 했지?”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

“그래, 너를 아껴주는 언니들과 분홍지구 말만 듣는 거야. 알았지?”

“응.”

“연기 연습은 했어? 비행기에서 잠도 못 자고 시나리오 보던데···.”

“레슨 선생님이 가이드 잡아준 영상을 계속 돌려봤어.”


치직-.

설마, 이 타이밍에?

치직-.


- 일한아, 뭐 하냐. 의자 가지러 공장에 갔냐! 만들어서 가져오냐!


무전이 들어왔다. 와중에 두식이 형의 목소리가 크다.


- 유일한, 죽었냐?

“살아있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 뛰어!


어쩔 수 없이 샛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요란하게 울린 무전기 소리에 놀랐는지, 눈물 범벅이 된 제시카와 격양된 지민이 내 쪽을 빤히 봤다. 첫 대면이 이래서 너무 민망합니다만-.


“지나가겠습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지민의 말에, 손으로 입을 지퍼 잠그듯 닫는 시늉을 했다.


“입 닫고 조용히 살겠습니다.”

“다 들었죠?”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니 곱게 보내주길 바랍니다.

슥슥슥슥- 벽에 붙어서 빠르게 통과하려는데 옷깃이 잡혔다. 머리통이 내 코쯤 오는 조그마한 지민이 잔뜩 화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어이구야! 신애리를 봤을 때도 심각하게 예뻐서 인형인가, 사람인가 두 눈을 의심했는데.

지민과 제시카도 미모가 장난 아니다.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이라 그런지, 매우 훌륭하구나. 후광이 뭔지 알겠다.


“여기서 들은 말은 모른척해 주세요."

"네."

"사실이라서 소문나도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안 합니다.”


안심시키기 위해서 나의 신분을 밝혀야겠다.


“제시카 님!”

“네?”

“저녁에 오는 줄 알았는데 낮에 와줘서 고마워요.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가시죠.”


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안녕하세요, <개천에 뜨는 별> 연출부 유일한입니다.”


들고 있던 무전기를 보였다. 뒤에 스티커로 <개천>이라고 적혀있다. 눈물을 훔치던 제시카는 화들짝 놀라더니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안녕하세요, 핑크 스페이스의 제시카입니다.”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이라 목이 뻣뻣해질 만도 한데, 방송에서 본 것처럼 허리가 폴더처럼 접힌다. 이에 질세라 나도 허리를 접어 다시 인사했다.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배우에게 붙는 불편한 소문은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반드시 입단속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휴-. 넘겼다.




***




눈이 퉁퉁 부은 제시카는 소맷자락을 쭉 빼서 눈을 꾹꾹 눌렀다. 저런다고 쉽게 가라앉을 얼굴 상태가 아닌데, 어떻게든 진정시키겠다며 애를 쓴다.


“중앙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세트장이에요.”

“연출부님. 제가요···. 인천 공항에 도착했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들어오라는 거예요.”


아무것도 묻지 않은 나에게, 제시카는 알아서 자기 이야기를 했다.


“회사에 들어와야지 남양주 가는 차를 붙여주겠다고 했어요. 원래 약속은 인천 공항에서 바로 여기로 오는 거였거든요?”


......라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아.... 네.”

“연예부 기자를 불렀다고 <개천에 뜨는 별>을 앞두고 드는 생각을 인터뷰하고 가래요. 그래서 싫다고 했어요. 오전에 영화 일정 어긴 것도 큰 잘못인데, 인터뷰한다고 더 늦게 가면 안 된다고 거절했어요.”


어? 조감독에게 들었던 말과 다르다.

조금 전, 신애리 촬영분을 끝내고 다음 일정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 남은 촬영분에는 모두 제시카가 등장했기에, 제시카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조감독은 모두를 대기시켜놓고 제시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것 봐라. 씹는다. 통화음이 가다 말고 끊긴다. 톡을 보냈더니 읽고 답이 없다.

장난하나!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

버럭 댄 조감독은 이내 걱정으로 바뀌었다. 사고가 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랄랄라 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핑크 스페이스는 한국에 도착했어요. 빡빡한 해외 일정으로 인해서 멤버 전원이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네요. 몇 시간 쉬고 각자 다음 스케줄을 하기로 했답니다.’였다.


그 몇 시간이 어느 정도인데?

얼마나 기다리라는 건데?


통화 내용을 스태프에게 전달하는 조감독이나, 듣고 있는 스태프나 이례적인 싹수없음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러다가 끝끝내 오늘 안 오는 거 아닐까? 극도의 불안감으로 조감독은 세트장에서 피가 바짝 말라가는 중이다.


조감독을 그렇게 괴롭혀 놓고, 뭐? 몰래 인터뷰 일정을 잡아? 랄랄라 이거 나쁜 회사네.


“인천 공항에 렌터카 회사가 많더라고요. 지민 언니가 차 빌려서 여기까지 데려다준 거예요. 도망친 거죠. 그러니까, 아까 지민 언니의 모습을 보고 오해하면 안 돼요.”


주저리주저리 자기 이야기를 왜 하나 했더니. 지민 언니 이미지 살려주려는 거였다.


“우리 팀 사이좋아요.”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지금 제시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흐흐흐흐흐-.’


제시카가 언제 올까, 학수고대하는 스태프 앞에 제시카가 짠! 하고 나타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할 뿐이다.


‘난리 나겠지?’


오전에 신애리가 드라마틱 하게 등장했을 때도 뒤집혔는데.

이번에도 못지않게 놀라겠지?

세트장 문이 가까워진다.


‘어우 떨려!’


드디어 들어간다.


“여러분!”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여길 봐주세요!”


제가 누구랑 왔냐면요-.


“안녕하십니까. 제시카입니다.”


두 손을 모은 제시카가 허리를 굽혔다. 고개를 든 제시카의 얼굴을 보고 다들 넋이 나갔다.


“제......시.....카?”

“제시카네?”


네, 그렇습니다. 이 상황을 제가 설명하자면-.


“공항에서 바로 왔대요!”

“와-.”

“반가워요.”

“잘했어요.”


이 소리에 회의실이 벌컥 열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 조감독이 뛰어나왔다. 아침에 신애리를 발견했을 때도 저러더니, 입꼬리가 광대로 서서히 올라간다.


“어떻게 된 거예요?”


신난 스태프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제시카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새벽 여섯시까지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약속을 어겨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예의 바르기로 소문난 아이돌답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조감독이 제시카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오느라 수고했어요.”


들었죠?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고개를 들어봐요. 다들 웃고 있다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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