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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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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15 10:5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0,895
추천수 :
1,063
글자수 :
202,511

작성
24.05.18 10:50
조회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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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2쪽

16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1)

DUMMY

스태프 쫑파티가 끝났다.

볼록한 배를 만지작거리며 식당을 나왔다.


“어우 잘 먹었다- 악! 깜짝이야. 형이 거기에 왜 있어요?”


어둑한 골목에서 신애리의 매니저가 나타나, 내 팔을 잡아당겼다. 골목으로 따라오라는 말에 순순히 쫓아갔다.


“형같이 덩치 큰 사람이 어두컴컴한데 서 있으면 무서워요.”

“미안, 길이 엇갈릴까 봐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갔네.”

“아까 집에 가지 않았어요?”

“두고 간 게 있어서 다시 왔어.”

“찾았어요?”

“어. 너!”

“그거 신애리 님 말툰데. 툭하면 저 찾으러 왔다고···. 설마 같이 왔어요?”


말하면서 등골이 오싹했다.

진짜 왔을 거 같은데....?


“애리는 차에서 대기 중이야. 네가 쓴 시나리오를 오늘 반드시 봐야겠단다.”

“소오- 름!”

“그러게 진작에 보여주지 그랬어? 바로 집으로 갈 거지? 데려다줄게.”


시간을 확인했다. 뛰어야 겨우 막차를 탈 수 있겠구나. 전철 한번 갈아타고, 내려서 마을버스 탄 다음에 종점에서 언덕을 올라가면 한 시간 반이 훅- 지난다.

이 험난한 여정을 자가용으로 뚫으면 사십 분 각이다. 편하게 집에 갈 수 있다면야-.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발걸음 가볍게 주차장에 갔다. 익숙한 신애리의 밴이 아닌 낯선 국산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다.


“렌터카네요?”

“회사 차야. 기자가 달라붙는 거 싫을 때는 이렇게 해.”

“직원으로 위장하는 겁니까?”

“비슷한 거지.”


자동차에 다가가 뒷문을 열었다.


“으악!”


어우 심장이야!

얼굴에 하얀 마스크 팩을 올린 신애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왔어?’ 하면서 웃는데 시꺼먼 눈구멍 두 개, 콧구멍 두 개만 보였다.


“뭐예요!”

“내일 화보 촬영이라 관리하는 중.”


싱긋 웃는데 살벌하다.

벌렁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신애리 옆에 앉았다. 매니저는 내게 묻지 않고 우리 집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몇 번 가봤다고 저장해 뒀나 보다.


“자, 이제 시나리오를 주시죠.”


맡겨놓은 물건 찾으러 왔습니까?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신애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우, 뻔뻔해.

세계적인 스타가 일개 연출부의 막내의 시나리오를 보기 위해서 야밤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이 상황을 누가 믿을까?


“와···. 진짜 대단하다. 이 정도의 집념이 있기에 세계적인 배우가 된 거겠죠? 한번 꽂히면 포기를 모르네요.”

“대신 원하는 것을 주면, 그만한 대가를 제공하지. 이거 받아.”


홍삼 엑기스 상자다. 신애리는 자기 덩치만 한 쇼핑백을 내 쪽으로 밀었다.


“사무실에 갔더니 며칠 사이에 광고주가 선물을 많이 보냈더라. 다른 배우들 앞으로 온 것까지 쌓여서 고를 게 많았어. 어머님 홍삼 드시지?”


“오······. 감사 감사.”

“마스크 팩도 챙겨왔는데, 줘?”

“지금 얼굴에 한 거요?”

“어. 효과 좋아.”


그렇다면.


“주세요!”


엄마한테 연예인이 사용하는 마스크 팩이라고 하면, 놀라서 팔짝 뛰겠지? 히죽히죽 웃는 나를 보며 신애리가 뒤를 쳐다봤다.


“트렁크에 담긴 것까지 보면 입이 찢어지겠는데?”

“오- 뭐가 더 있어요?”

“종류별로 담아왔으니까, 필요한 만큼 가져가. 일한아, 나랑 사이좋게 지내면 삶이 한가위처럼 풍요로워질 거야. 좋겠지?”


신애리는 생색내며 얼굴에 붙은 마스크 팩을 떼어냈다. 앗, 눈부셔. 얼굴에서 빛이 난다.

손으로 조그마한 얼굴을 촵촵촵촵촵 두드리는데, 배우는 배우다. 참 예쁘게 생겼다.


“신애리 님은 말할 때 보면 우리 엄마 같아요. 한가위가 뭐야, 한가위가.”

“할머니 손에 커서 그래. 그리고 너!”

“네?”

“언제까지 신애리 님이라고 부를 거야? 우리 세 살 차이야. 누나라고 해도 돼.”

“팬들한테 혼나기 싫어요. 안전을 위해서 거리 둘 겁니다.”

“음... 그럼 그러든가.”


자기가 생각해 봐도 걱정이 되는지, 더는 밀어붙이지 않았다. 신애리는 태블릿을 건넸다.


“시나리오 보여줘. 메일함 같은데 백업해놨지?”


비싼 홍삼 엑기스에 마스크 팩까지 받았으니, 시나리오쯤이야 보여줄 수 있다. 고분고분 신애리의 말을 들으며 힐끗 쳐다봤다. 기대감에 눈이 반짝거리고 있다.


“제가요,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제 일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으세요?”

“너, 말할 때 보면 라파엘 레오 감독님을 닮았거든.”

“라파엘 레오 감독..... 님?”


이름만으로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영화감독이에요?”

“아니,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연극 연출가. 창작극으로 유명해.”

“으흠-.”


대충 가볍게 넘기려는데 신애리의 표정이 진지하다.


“환갑을 넘긴 그분과 네가 왜 겹쳐 보이는 걸까? 생각을 해봤지.”

“내 말투가 어르신 같나 보죠.”

“그건 아니고.”


신애리는 딱 잘라 말을 끊었다. 더는 장난스럽게 말을 받아치지 말라는 듯이 눈을 흘기는 통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라파엘 레오 감독님은 장면을 설명할 때 배우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딱 집어서 알려주거든?”

“만난 적이 있어요?”

“프랑스에 가면 같이 밥 먹는 사이.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뵙지.”


유럽을 옆 동네 가듯이 말한다.

하긴 방송을 보니까, 연예인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외에 자주 가더라. 주된 활동 무대가 미국인 신애리라면 더 하겠지. 후반 작업 끝나면 다시 미국으로 가려나?


“어이 일한.”

“네?”

“나 이야기하잖아. 멍 때리지 마.”

“아, 죄송해요.”

“라파엘 레오 감독님은 배우가 ‘맛있다’를 표현해야 한다면, 어떤 음식을 먹는데 어떤 맛에 감동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셔. 듣는 순간, 식감부터 어느 정도 씹었을 때 그 맛이 터질지 계산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지. 너도 그랬잖아?”

“제가요?”

“나한테 ‘신나라’를 설명할 때, 지문에 없는 내용을 상상으로 덧붙여서 몰입을 도왔잖아. 그런 부분이 라파엘 감독님과 겹쳐 보였던 거 같아.”


어이쿠.

부담스럽게 저를 그런 대단한 분과 엮으면 어떡해요. 그분은 천부적인 거고-.


“저는요-. 어떻게든 받은 만큼 일하려고 쥐어 짜낸 거예요.”


촬영하는 동안 힘들었다.

신애리는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있으면 일차적으로 감독을 붙잡고 늘어졌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나를 불러서 답을 찾아내라고 달달 볶았다.


“저 살 빠졌어요. 태어나서 고기를 가장 많이 먹었던 시기에 몸무게가 줄었다고요.”

“몰라, 그래서인지 자꾸 너를 테스트해 보고 싶어.”

“무슨 테스트요?”

“그건 시나리오 보고 말해줄게.”

“치....”


툴툴거리며 시나리오가 열린 태블릿을 신애리에게 내밀었다.


“처음 써본 글이니까 기대하지 마세요.”

“오케이.”

“옆에서 누가 제 글을 본다고 생각하니까, 어우···. 불편한데요?”

“깨워줄게, 집 도착할 때까지 자.”

“죄송해서 어떻게 그래요.”


하고 등받이에 기댔는데···. 피곤했는지 잠들어 버렸다.





***




눈을 떠보니 우리 동네다.

신애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보고 있다.


“별로예요?”

“일한아, 이거 글이 너무 똑똑한데?”


칭찬이라고 하기에는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왜 그러지?


“이상해요?”

“똑똑해서 입상은 할거 같은데...”

“정말요?”


앗싸!

피곤함이 확- 날아가는 듣기 좋은 소리다. 1등에서 5등까지는 상금과 제작사 앞 프레젠테이션 참여 자격이 주어진다. 6등부터 10등은 상금 없이 프레젠테이션 참여만 가능하다.


“5위안에 들 수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고, 뭐든 받긴 하겠어.”


상금이 필요한 나는 반드시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수정할 곳이 있을까요?”

“밝은 글을 예상했는데, 무거워서 의외였어. 이런 타입을 선호해?”

“아니요. 심사위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계산해서 쓰느라 글이 어두워졌어요.”


잘했죠?

으쓱대는데 신애리는 여전히 심각하다.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을 했다.


“...... 미국으로 입양된 남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한국에 부모를 찾으러 온다. 그 과정에서 겪는 범죄의 세계. 거칠고 절대 악과 선이 나뉘어 있고 액션, 스릴러, 휴머니즘 등 복합적인 재미를 다 때려 넣었으니까. 뭐든 하나는 걸려서 좋은 점수 받긴 할 텐데······.”


할 텐데?

뭔가 마음에 안 드나 보다.


“부족한 부분 알려주시면, 열심히 고칠게요.”

“이런 시나리오는 상을 받아도 제작되기 어려워. 시나리오 자체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하느라, 캐릭터가 심심해졌거든. 인물이 예상한 대로 움직인달까?”

“그래야 읽기 편하잖아요.”


막힘없이 읽히게 하려고 복선이나 뒤트는 설정을 뺐다. 그걸 신애리가 알아차렸다.


“너의 시나리오는 인물에게 씌운 틀이 너무 확실해. 배우가 연기에 대해 고민할 포인트가 없어. 독보적인 캐릭터로 키울 의욕이 사라지는 글이야.”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작은 다 이렇던데요?”

“그래서 흥행에 실패했잖아. 영화는 좋은데, 캐릭터가 재미없으니까. 배우에게 대상작이라고 들이밀어도 하겠다고 붙질 않거든. 배우가 등돌린 작품은 대체로 흥행이 안돼.”

“괜찮아요, 저는 상금만 받으면 돼요.”


오천만 원을 받으면 언덕 아래로 이사 갈 거다. 그보다 적게 받으면 엄마랑 여행 다녀와야지. 제주도에 가면 좋겠다.


“제작 안 할 거야?”

“네. 이 시나리오는 영화가 되면 재미없을 거 같아요.”

“그걸 알고 썼어?”

“네. 오직 심사위원의 입맛만 맞췄어요.”

“왜 그랬어? 수상을 못 해도 여기저기 제작사에 돌릴만한 글을 썼어야지. 이 기회에 감독되면 좋잖아.”

“제가요?”


어휴- 영화를 배운 적 없는 내가 무슨.

생각도 안 해봤다.


“저는 <개천에 뜨는 별> 감독보다 더 못할걸요.”

“그게 어때서?”

“무능력하니까 다른 스태프가 너무 고생하잖아요.”

“그래서 신인 감독의 스태프는 페이를 더 주잖아.”


신인 감독의 경우, 능력 있는 스태프를 붙여서 실수를 줄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스태프의 임금이 올라간다. 어쨌든 저는-.


“예술을 할 줄 몰라요.”

“예술?”


푸하하하하하-.

신애리가 소리내 웃었다. 정말 웃긴지 눈물까지 맺혔다.


“너 지금 상업 영화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서 사람의 감정을 건드니까, 예술이죠.”

“모든 영화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상업이란 단어가 붙는 순간 최종 목표는 예술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수익이야. 자신이 가진 예술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멋진 직업군이지. 너는 왜 연출부 했어? 예술 하려고?”

“돈 벌려고요.”

“스태프 대부분 너랑 같은 마음이야. 감독도 시나리오를 고칠 때 작품성보다 관객이 좋아할까,를 고민해. 왜일까?”

“흥행하고 싶으니까요.”

“맞아, 그래야 몸값을 높여서 차기작에 들어가거든!”


신애리는 대화의 방향을 ‘상업’에 맞췄다.


“월급 받고 싶지 않아?”


나이가 어려서, 학력이 낮아서.

몇 가지 이유로 아르바이트만 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 들었기에 가기 싫은 대학에 가려고 준비 중이다.


“감독되면 매달 오백만 원씩 딱딱 받아. 열 달이면 오천만 원이 입금돼.”


신애리가 솔깃한 소리를 했다.


“프레젠테이션에 통과하면 감독으로 취업하는 거야. 더 놀라운 건-”


놀라운 건?


“영화가 흥행하잖아? 관객 수 올라갈 때마다 인센티브가 나와. 대박 터지면 몇억이 들어오지.”


눈이 번쩍 뜨인다.


“억···. 이요?”

“이런데도 상금에 집중할 거야? 상금을 포기하더라도 영화를 제작해야지!”




***




드디어 오늘 ‘대한민국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결과가 나온다. 바짝 긴장한 채 노트북을 열었다.

과연... 나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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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시작 +3 24.05.28 838 27 12쪽
23 23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8) +1 24.05.27 833 26 12쪽
22 22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7) 24.05.25 810 31 12쪽
21 21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6) +1 24.05.24 831 30 12쪽
20 20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5) 24.05.23 862 26 12쪽
19 19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4) +3 24.05.22 862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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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2) 24.05.20 909 31 12쪽
» 16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1) +4 24.05.18 964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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