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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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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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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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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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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3)

DUMMY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싱글벙글-. 신애리가 나를 보며 연신 웃는다.


“어우 기특해. 설마설마했는데 시나리오 공모전에 딱 붙고! 어우 내 새-”

“끼···.라는 말은 오바인거 아시죠? 저는 우리 엄마가 낳았는데요.”

“알아, 알아!”


여기는 쿼카 엔터테인먼트 사옥이다. 신애리는 실장을 통해서 시나리오 공모전 결과를 알아낸 후, 내게 연락했다.

축하 인사는 짧게, 프레젠테이션 면접에 대한 팁을 주겠다는 말은 장황하게 늘어놓더니 당장 사옥으로 튀어오라고 했다.

당신이 뭔데 나를 오라 가라 합니까?라고 따지기에는 신애리가 영화판에서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안다. 대단한 분이 먼저 손을 내미시다니, 어이구 영광입니다. 하는 마음으로 찍소리 없이 달려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점심은 먹었어?”

“네.”

“뭐?”

“제육볶음이요.”

“맛있었겠다.”


신애리는 바나나를 오물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식단 관리 끝나면 자장면, 낙곱새 다음으로 제육볶음 먹어야지.”


휴대폰에 ‘제육볶음’을 기록하는 신애리를 보며 명동에 두고 온 두식이 형이 생각났다. 밥 먹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며 좋아했었는데-.

형과 노는 것보다 신애리의 조언을 듣는 게 뼈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아서 커피 한잔 사주고 여기에 와버렸다. 지금쯤 ‘일한이는 누굴 만나러 갔을까?’ 추리하느라 머리에 쥐가 났겠지?

미안해요, 형.

다음에 함박 스테이크 살게요.


쿼카 엔터테인먼트 사옥은 강남에 있다. 경사진 주택단지 위의 5층 상가 건물.

처음 외관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오래된 벽돌 건물이라 정겨웠다.


‘신애리답지 않게 소박하네.’


웃으며 들어갔는데, 방심은 금물!


‘전시장이야?’


내부는 화려함 그 자체다.

바닥부터 벽까지 삐까번쩍한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곳에 흘겨봐도 비싸 보이는 예술 작품이 무심하게 툭툭 놓였다. 복도 벽에는 소속 배우의 사진이 나열돼 있는데-.

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톱스타 다섯 명의 사진이 오른편에, 요즘 핫하다는 라이징 스타 다섯 명의 사진이 왼편을 차지한다. 이 어마어마한 곳의 대표가 신애리다.


‘올 때마다 사는 세계가 다른 게 확 느껴져.’


신애리가 나를 보고 빠직- 미간을 찌푸렸다.


“너, 표정이 굳었어.”

“대표님의 재력에 압도당했어요.”

“또? 여기 올 때마다 쫄 거야?”

“네.”

“빨리 익숙해지도록 해. 그리고 나, 내일 미국 가.”


<개천에 뜨는 별>이 엎어져 후반 작업 일정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빨리 한국을 떠나는 것 같아서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런 나를 보고 신애리가 눈웃음 짓는다.


“오, 서운한가 봐?”

“가면 오래 있어요?”

“오, 진짜 서운한가 봐?”

“진작 알았으면 그동안 감사했던 마음을 담아 선물이라도 준비하는 건데······.”


받기만 하고 준 게 없다.


“미국 주소를 알려주세요. 선물 보낼게요.”


진심을 담아 한 말에 신애리의 입이 씰룩씰룩 거린다. 진짜 기분 좋을 때 저런 표정이던데.


“어우, 귀여워. 이러니까 내가 너를 못 끊지!”


신애리가 활짝 웃는다.


“패션 위크 쪽만 돌고 열흘 뒤에 한국에 올 거야. 일정을 알려주는 이유는 공모전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할 거 같아서······.”

“설마, 학교에 치맛바람 일으키는 극성 엄마처럼, 프레젠테이션 심사에 오려고 했어요?”

“어!”

“싫어요!”

“유일한은 내 새끼다, 티를 내려고 했지. 심사위원 뒤에 딱 앉아서 압박할 생각이었는데 어그러졌어.”


속상한 표정을 짓기에 손사래 쳤다.


“잘 됐어요, 절대 오지 마세요. 신애리 님이 나타나면 불공평해지잖아요.”

“뭐가?”

“다른 경쟁자가 피해를 보잖아요.”

“그러려고 가는 거야!”


신애리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일한아, 프레젠테이션 심사는 공정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야. 공정성은 수상작 선정과 함께 끝났어.”

“그래도······.”

“프레젠테이션은 말 그대로 시나리오를 계약하기 위해서 영업하는 자리야. 시장통을 생각해 봐. 사과를 팔려는데, 화장을 곱게 한 여자가 지나가. 그럼 뭐라고 해야 너를 볼까?”

“사과가 피부에 좋아요.....?”

“그렇지, 근데 뒤에 어린애를 데리고 엄마가 지나가면?”

“사과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아요.”

“잘하네. 사과는 바뀌지 않지만, 파는 멘트는 달라져야 해. 근데 그보다 빠르게 사과를 파는 방법은 사과에 프리미엄 스티커를 붙이는 거야. 이거 백화점 판매용인데 시장에 가져온 거다, 시장가로 판매할 테니 사라. 보여주는 거지.”


신애리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네가 발표할 때 내가 응원하면? 유일한의 작품에 쿼카 엔터테인먼트 대표 스티커가 붙는 거야. 너를 픽하면 혹시나 쿼카 엔터테인먼트 배우를 캐스팅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심을 심어주는 거지.”

“으악!”


너무 대단하잖아요!


“이건 치맛바람 수준이 아니잖아요.”

“분위기만 태워주려 했지. 근데 내가 그걸 못하고 미국에 가게 생겼다 이거야. 실장님께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더니 안된대.”


신애리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내가 가는 건, 너랑 친분이 있으니까 놀러 간 것처럼 포장이 되지만. 실장님이 가면 회사에서 보낸 사람 같아져서 문제가 된대.”

“마음만으로 충분히 감사해요.”

“다른 수상자는 학교 선후배, 교수, 친인척까지 싹 응원하러 올 텐데. 너는 혼자 갈 거잖아.”

“괜찮아요.”

“괜찮긴, 발표할 때 환호하는 사람이 있어야 힘이 나지. 너는······.”

“조용할까 봐요?”

“에이, 마음에 안 들어.”


신애리는 툴툴대며 백 페이지 분량의 파일을 줬다.


“이거 받아. 프레젠테이션 심사위원 정보야.”

“네?”

“실장님이 너 주래.”

“우와······. 우와······. 감사합니다.”

“내가 가는 건 싫어하더니, 이건 또 좋아?”


첫 장에 목차가 있는 것부터 심상치 않더니 세부 목록이 스무 개를 넘긴다.


“제가 뭐라고······.”

“뭐긴, 신선한 자극제지. 내가 두 살 때 배우를 시작하다 보니까, 기억이 있을 때 이미 연기를 하고 있었어. 내 의지나 의견 따위 없이 그냥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다행히 적성에 맞고 잘 풀리기도 해서 만족하지만. 내가 선택한 시작이 아니라는 사실에 가끔 울컥하거든.”


파일을 넘겨보느라, 신애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길을 기웃거려볼 기회조차 없었으니까. 그래서 시작점에 있는 너를 보면 대리만족이 된달까?”

“신애리 님!”

“응?”

“심사위원이 세 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분량만 보면···.”

“너, 내 이야기 안 들었지?”

“뭐요?”


고개를 들어 신애리를 봤다.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죄송해요. 다시 말해주면....”

“아니다, 됐다. 파일 분량이 왜 많냐고 묻는 거야?”


끄덕이자 신애리가 옆에 와서 함께 파일을 봤다.


“심사위원은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사람이라, 개인의 의견이 아닌 회사의 방침에 따라 작품을 고를 거야. 누가 나오느냐보다 그가 속한 회사가 다음 분기에 어떤 작품을 진행하는지 알아둬야 해.”


그래서 제작사 자료가 가득했구나.


“프레젠테이션 심사에 들어가는 회사는 ‘5959필름’, ‘CJJJ 필름’, ‘날밤 영화사’ 세 곳이야. 두 곳은 대기업에 속해있고 ‘날밤 영화사’만 독립된 곳이지.”


여기까지는 나도 알아본 내용이다.


“회사마다 열 명이 넘는 피디가 속해있어. 그중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서 고르는 작품이 달라질 거야.”

“피디마다 담당하는 장르가 다르다고 했어요.”

“맞아, 우선 ‘5959 필름’을 보자.”


신애리의 말에 나는 빠르게 파일을 열었다.


“여기는 웹플릭스의 자회사라 불릴 만큼 OTT 사업에 힘을 써. 해외에서 반응이 좋아야 수익이 크기 때문에 한국인만 공감할 만한 작품은 배제할 거야.”


사극, 군대 이야기, 유교 사상 등이 강한 작품은 거른다는 소릴까?


“‘5959필름’은 심사자가 결정됐어. 작년에 스릴러에 투자했다가 대박 터트려서 승진한 ‘오구영’ 피디가 올 거야. 일 년 넘게 스릴러가 강세를 부리다가 이제 끝물이라는 말이 도는 것 봐서는 다른 장르를 택할 거 같아.”


파일에 적힌 이력을 보면, 오구영 피디는 전작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로맨스 영화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원래 주력했던 로맨스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네요?”


당선작을 떠올렸다.


“당선작에 로맨스는 없어요.”

“네가 청춘물이라고 하고서 액션을 넣은 것처럼 장르와 상관없이 로맨스를 짙게 넣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어.”


나는 처음 썼던 시나리오를 접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신애리의 조언대로 수상에 절절매느라 심사위원만 신경 쓴 글이 아닌 ‘배우가 연기하고픈 작품’ 이면서 동시에 ‘유일한’만의 생각을 넣은 글을 썼다.


제목은 <칙칙폭폭>.

열세 살, 남자아이 세 명의 우정을 다룬 로드 무비다.

산골 마을 전교생이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구, 재식, 민호.

이들은 모였다 하면 폭군 아빠에게 두들겨 맞고 사는 동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계획을 짠다. 초등학생이 생각해 내는 방법이 현실성이 있겠냐마는-.


- 우리는 하나다!


머리 맞대고 으쌰 으쌰 하는 것만으로도 동구는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다. 그런 동구가 서울로 떠난다.


- 잘 지내고 있겠지?


휴대폰이 없는 동구와 메일을 통해서 대화를 이어가던 어느 날.


[더는 버티기 힘들 거 같아서 편지를 남겨.]


동구에게서 유서 같은 메일을 받는다.

전학 간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는 중인데, 가정폭력의 주범인 아빠에게 도움을 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도망간 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아서 앞이 캄캄하다고.


- 버텨, 새끼야!

- 우리가 갈게! 설날에 받은 돈 다 싸 들고 갈 테니까, 같이 여기로 돌아오자!


호기 좋게 계획을 짰건만, 재식과 민호의 부모는 자식이 위험에 처할까 봐 서울에 보내주지 않는다.


- 십 대의 거침없음이 어떤 건지 보여드리죠.


가출했다.

재식, 민호는 ‘동구를 데리고 올게요.’ 쪽지 하나 남기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간다. 태어나 처음 산골 마을을 떠난 녀석들의 우여곡절 여행기다.


“가정폭력의 ‘폭’, 학교폭력의 ‘폭’. 이걸 해결하기 위해 기차 타고 떠나는 여행기라고 <칙칙폭폭>이라 제목을 지었을 때, 신선하더라."


신애리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때도 저 말을 했다.

어린 시절 삶이 고달플 때, 누군가 내 편이 되어 이 어둠을 함께 헤쳐나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던 마음을 시나리오에 담았다.


“다음은 ‘CJJJ 필름’. 여기는 공모전에 흥미 없어. 쓸데없는 질문만 하다가 갈 거야.”

“그럴 거면 심사는 뭐 하러 와요?”

“기업 이미지 생각해서 예의상 참여하는 거지. 여기는 잘 보일 필요 없어.”

“네.”

“마지막으로 ‘날밤 영화사’. 신생 제작사가 백없이 이렇게 큰 공모전에 참가한다는 게 말이 안 되거든? 대표와 이사진은 평범했고···. 아마도 실무자 중에 능력자가 있을 거야.”


신애리의 표정이 진지하다.


“누구기에 단박에 심사위원 자리를 차지한 걸까?”




***




심장아, 나대지 마라.

나는 지금 대놓고 아부를 떠는 수상자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와...... 치열하네.’


시상식은 단출했다.

부르는 순서에 맞춰서 상을 받으러 나가면 심사위원석 뒤에서 환호하는 지인의 박수가 터졌다. 나를 호명할 때만 조용했지만, 뭐 괜찮다. 예상했던 일이니까.


공모전에서 준비한 회식에 참여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는 순간! 경쟁이 시작됐다.

탁탁탁탁탁!

심사를 맡은 제작자의 옆자리가 빠르게 채워진다. 가까이에서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려는 수상자의 발 빠른 움직임에 밀려서 나는 구석에 앉았다.


‘신애리 님, 죄송해요. 기싸움에서 밀렸어요.’


나보다 열댓 살 많은 어른들의 경쟁에 끼어들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에 심장이 쿵쿵 뛸 때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


“칙칙폭폭-. 작가님이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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