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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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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15 10:5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0,902
추천수 :
1,063
글자수 :
202,511

작성
24.05.20 09:50
조회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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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2쪽

17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2)

DUMMY

붙었을까?

시나리오 공모전의 주최측은 수상작을 공개 발표하기에 앞서, 당선자에게 먼저 연락을 준다고 했다.

매년 발표일 전날, 오전 9시에 땡 맞춰서 메일을 보냈다는 정보를 입수! 올해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하며 오전 8시 55분부터 노트북 앞에 앉아서 새로 고침을 누르는 중이다.


‘탈락자에게는 어떤 연락도 없다고 했어.’


제발, 제발, 제발.

간절히 바라며 클릭, 클릭, 클릭하던 중에 새 메일이 들어왔다.


“아악!”


왔다, 왔다, 왔다!


‘나 됐구나!’


떨어지든 붙든.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실패다.


“아악!”


뒤통수가 벌에 쏘인 것처럼 짜릿하더니, 악악악악악! 무음의 함성이 터졌다. 입을 틀어막고 들썩이는 엉덩이를 애써 방바닥에 붙이며 노트북을 봤다.


- [당선작 발표] 대한민국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연락드립니다.


“후···.”


몇 등일까? 5등 안에 들어서 상금을 받게 되려나?

떨리는 손으로 메일을 열었다.

응모해 주셔서 감사하는 글과 함께 선정된 작품과 당선자 이름이 적힌 이미지 파일이 떴다. 내 이름이 어디에 있을까? 위에서부터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다가 꼬리에서 발견했다.


‘열 명의 수상자 중에 꼴찌잖아?’


난생처음 받아본 등수다.

대상, 우수상처럼 멋들어진 이름이 없는, 그냥 열 번째 입상자 ‘유일한’이다. 상품으로 문화 상품권 십만 원권을 준단다.


‘마음껏 좋아해도 되는······ 상황인가요?’


방금까지 호들갑 떨었던 모습이 겸손해진다. 공부 이외의 종목으로 성적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공모전에서 10등이 어떤 위치인지 모르겠다.

입상은 대단한 일 같은데, 수억 원의 상품을 쏟아낸 대회에서 십만 원 치 상품권이란 뭔가···! 마지못해서 준 거 같잖아. 엄마한테 결과를 알릴 때 위풍당당해도 될지, 아쉬워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징- 휴대폰이 울렸다.

지인의 대소사에 관심 많은 두식이 형이다.


“여보세요.”

- 공모전 결과 나왔다던데?


목소리가 차분하다. 평소라면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일한아- 로 시작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와다다다다다 털어놓고 난 뒤에, 내가 왜 전화했냐면? 거리며 본론을 꺼내는 두식이 형인데.

웬일인지 바로 질문이다.


- 메일 확인했어?

“네. 방금 봤어요.”

- 인마, 괜찮아. 축 처질 일이 아니야!


냅다 위로다.

내가 공모전에서 떨어졌을 거라고 확신했구나?


- 공모전에 출전한 사람한테 전화를 쫙 돌려봤거든? 된 사람이 없대.


그래서 저도 안됐을 거다, 생각했어요?


- 다들 우는소리 하던데, 너는 그러지 마라. 네가 영화를 전공했냐, 그전에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있냐? 첫술에 배부르길 바라면 욕심인 거야. 시나리오 공모전이 이런 거구나, 배웠다는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거다. 알았지?

“네, 형. 그런데요. 저는······.”


입상했다고 말하려는데, 두식이 형은 듣지 않고 계속 자기 말을 했다.


- 알아, 알아. 속상하겠지. 근데 진짜 이건 네가 될 수가 없는 싸움이었어. 열 편 뽑는데 삼천 편 지원했으면 경쟁률이 300 대 1이었다는 소리야. 시나리오가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는 게 아닌데 이만큼 몰렸다는 건, 묵은지 꺼내듯이 다들 아껴둔 걸 내놨다는 거지. 너는 겨우 석 달 준비해서 제출했잖아?

“맞아요, 그렇기는 한데...”

- 중간에 시나리오를 바꿨다고 했지? 그럼 더 시간이 없었겠네. 이제부터 내년 공모전을 준비해 봐. 그렇다고 내년에 무조건 될 거란 기대는 하지 말고···. 조감독 형은 일 년 넘게 준비하고 떨어졌어.


당선자 명단에 조감독 형의 이름이 없어서 알고 있었다.


- 이번 공모전은 어나더 레벨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네가 너무 의기소침해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을 하려고 형님이 전화했다. 이거지. 알았냐? 그나저나 합격자한테만 당선작을 공개했다는데···. 누가 됐을까?

“궁금해요?”

- 어. 장도연이 몇 등 했는지 알고 싶은데, 직접 물어보면 겁나 잘난 척할 거 같아서 연락 안 했음.

“장도연은 없었어요.”

- 응?


아까 확인하면서 내 이름 못지않게 함께 찾아봤던 이름이다.


“저도 좀 의아하더라고요. 공모전에 출전하지 않았을까요?”

- 했어. 잇스타에 대놓고 시나리오 제출하고 기대된다고 글 올렸다가 연출 전공자한테 욕 릴레이로 들었어.

“그럼 진짜 실력으로 떨어진 거구나.”

- 너, 자꾸 뭐를 아는 것처럼 말한다?

“저 됐는데요.”


조용하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휴대폰을 귀에서 떨어트렸다.

하나, 둘, 셋.


- 꺄아아아아아아아 미친놈아아아아아아! 그걸 왜 이제 말해!


이럴 줄 알았다.


- 몇 등?

“막차 탔어요. 십 등.”

- 시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존나 쫀득한 턱걸이구나!


어우 시끄러워.

두식이 형의 뜨거운 반응에 기분이 묘하게 풀린다. 십 등이란 등수가 괜찮게 다가왔다.


- 축하해! 축하해! 와······. 이 능력자 새끼! 어떡하지? 어떡하지? 누구한테 먼저 자랑을 하지? 아우... 어디다 소문을 내야 같이 뒤집힐까? 에이씨.. 뭐야. 뭐야. 왜 다들 떨어져서 초상집 분위기인 건데!!! 이러면 연락할 곳이 없는데.


당선은 내가 했는데, 형이 더 난리다.


- 야, 눈물 난다. 우선 만나자. 나와, 나와!

“아르바이트 구해야 해요.”


빚 청산 이후에 투잡은 하지 않기로 했다. 수능시험공부할 시간을 확보하는 선에서 찾는 중이다.


- 인마, 오늘만 째. 형이 축하 턱 쏠게. 나와, 나와!


그럴까.


“제가 쏠게요.”

- 네가 사든, 내가 사든 우선 만나자. 아니다! 이건 무조건 내가 사야 해.


큼큼 목을 가다듬은 두식이 형이 사극에 나오는 신하 같은 얇은 목소리를 냈다.


- 유일한 감독님. 스태프 모집할 때 저를 잊지 마셔요. 연출부 뽑을 때, 저를 기억해 주세요. 샤바샤바 이렇게 손을 싹싹 빕니다요.

“크크크크크 뭐 하는 거예요?”

- 맛있는 밥으로 로비할 테니, 받아주시어요.


모기처럼 앵앵거리는 두식이 형을 장단 맞추고 전화를 끊었다.


“미치겠다. 진짜.”


전화를 끊고서 웃음이 터졌다.

박두식 돌은자!

크크크크크크크

아... 좋다.


수상작 마지막에 있는 내 이름을 보고, 살짝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두식이 형의 반응을 보고 다시 살아났다. 이제 알겠다. 이건 마음껏 좋아해도 되는 일이다.

창문을 열고 마당에서 빨래는 너는 엄마에게 소리쳤다.


“엄마! 나 됐어요!”


뒤돌아 본 엄마가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엄마, 나 공모전 붙었어요.”

“어머머머머머머머.”


짝짝짝짝짝.

엄마가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엄마 말 맞지? 너는 될 거라고 했잖아. 거기 심사위원이 글을 볼 줄 아네!”




***



목소리 좀 낮춰요!

명동 한복판에서 내가 밥을 살 거다, 아니에요 제가 살 거예요. 이러면서 두식이 형과 한바탕 실랑이를 했다.


“지독한 새끼.”


욕 한 번 세게 먹고 내가 사기로 했다. 형이 가고픈 식당이 있다기에 따라갔더니 제육볶음 집이다.


“형, 통화할 때 함박 스테이크를 먹자고 했잖아요?”

“거기보다 여기가 더 유명해.”

“내가 산다고 해서 저렴한 메뉴로 바꾼 거죠?”

“어!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은 난데, 네가 기회를 안 주니까! 거기 함박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는데....”

“가자 가자- 함박 스테이크 먹으러 갑시다.”


등을 떠미는데 형이 버텼다.


“됐어. 제육 냄새 맡으니까 또 이게 먹고 싶네.”


툴툴대더니 두식이 형이 내 팔뚝을 주먹으로 툭 쳤다.


“새끼야, 너무 잘 됐다.”

“고마워요.”


맛집이라더니, 줄이 길다. 십여 분 기다려 들어간 식당 안은 매콤한 향이 진동했다.


“사장님, 여기 제육볶음 두 개요!”


주문을 마친 두식이 형은 물을 벌컥 마시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일한아, 장도연 어떻게 됐는지 들었어?”

“뭐가 어떻게 돼요? 캐스팅했대요?”


신애리가 거절한 배역에 누가 들어갔을까?


“너,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혀를 끌끌 찬 두식이 형이 웃는다.


“장도연 이제 어떡하냐?”

“무슨 일 있었어요?”

“차기작 무한 대기 타게 생겼으-.”

“피디님이랑 바로 작업 들어간다고 했었잖아요?”

“권선징악이 아직 통하는 세상인가 봐. 고생하는 스태프 챙기지 않던 <개천에 뜨는 별>의 피디가 잘렸어.”


이상하다.

피디는 영화사 대표의 사촌 동생이라서 잘릴 걱정 없다고 했다.


“피디가 대표 몰래 뒷광고 받다가 걸렸어. 돈 왕창 받고 광고 아닌 척 제품을 영화에 등장시켰대.”

“너튜브는 뒷광고 잡히면 영상을 내리잖아요. 영화는 장면을 빼요?”

“장면을 빼면 이야기가 숭숭숭 흉하게 구멍 날 텐데 되겠냐?”


힘들겠구나.


“야, 신애리는 촬영장에서 자기가 홍보하는 광고와 겹치는 제품이 있으면 바로 말했잖아. 근데 제시카는 가만있으니까. 제시카가 광고하는 건 상관없는 줄 알았단다.”

“거짓말하네.”

“당연히 구라지. 제시카가 랄랄라 엔터테인먼트에서 미움받는 거 알고, 만만하게 생각한 거 같아.”


양아치 새끼.

욕이 입안에 머문다.


“가편집 영상을 본 제시카 소속사 대표가 상황을 알게 된 거야. 제시카가 광고하는 제품이 11개인데, 겹치는 품목을 족집게처럼 네 개를 찾아냈다더라.”

“제품 네 개면, 영화에 어느 정도 등장한 거예요?”

“십 프로 이상.”

“와.... 어떡해.”

“어떡하긴, 좆 된 거지. 랄랄라 엔터테인먼트가 문제가 되는 제품이 나오는 영상을 빼거나, CG로 가리지 않으면 고소한다고 했대. 상표마다 블러 처리한 영화 본 적 있어?”

“없죠.”

“영화사에서 작품 손상된다고 CG 작업은 힘들다고 하니까, 랄랄라 엔터에서 형님들 불러서 엎어버렸단다.”


조폭의 도움으로 시작한 회사답다.


“놀란 영화사 대표가 피디한테 그 제품을 CG 처리하라고 했거든?”


말하고는 두식이 형이 웃는다.


“피디가 죽어도 제품 노출시켜야 한다고 한 거야. 이 새끼가 미쳤나, 대표가 열받아서 어떻게 된 일인가 알아봤다가 피디가 뒷광고 계약한 걸 알아차린 거지. 그렇게 딱 걸렸어.”

“꼬시다.”

“까발라져서 친인척이고 뭐고 대표가 피디를 잘라버렸으-.”


두식이 형이 손을 들어 목을 슥- 베는 시늉을 했다.


“개봉 날아감. CG로 제품을 지우면 영화가 얼마나 우스워지겠냐? 이 소식을 들은 투자자들이 발을 빼 버림. 신애리 역사상 처음 미개봉 영화가 탄생했다.”

“신애리 입장에서는 이력에 오점 남기지 않아서 오히려 잘 된 일 아닐까요?”

“그럴수도 있겠네. 신애리가 돈이 필요한 사람은 아니니까.”

“하여튼 어질어질하네요.”

“도망치기 바쁜 피디가 장도연 영화를 제작할 정신이 어딨겠냐? 날아갔지.”


한 곳에서 삼십 년 운영한 맛집이라더니, 제육볶음의 빛깔이 끝내준다. 슥삭슥삭 비벼서 한 입 먹으려는데 휴대폰에 메일이 들어왔다.


- [당선자 일정 안내] 대한민국 대한민국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연락드립니다.


어?

놀란 표정을 읽은 두식이 형이 나를 빤히 봤다.


“왜 그래?”

“시나리오 공모전, 프레젠테이션 일정이 나왔나 봐요.”

“어디, 어디!”


두식이 형이 숟가락을 입에 넣다가 말고 내 옆으로 왔다.


“같이 보자.”


머리통을 맞대고 메일을 봤다.


- 시상식 당일, 프레젠테이션을 심사할 제작자와 식사 자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반드시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참석? 이게 무슨 소리지?

멀뚱히 형을 쳐다봤다.


“일한아 이때부터 면접이 시작되나 보다. 밥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관해 대화하는 거지. 프레젠테이션 전에 이놈이 감독감인지 아닌지 점수를 매겨보겠다는 말 같은데?”


훅-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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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6) +1 24.05.24 832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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