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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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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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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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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71

작성
24.05.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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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2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7)

DUMMY

이것들 봐라?

유해일에게서 돈을 빼앗은 중학생 세 명이 내 앞을 막고 섰다. 하필 뒤가 막힌 골목이다.


‘나가는 길이 여기뿐이네.’


귀찮게 됐다.

불도저처럼 녀석들을 밀치고 가버려? 그랬다가 ‘어른이 나를 치네-’ 하면서 뒹굴어버리면? 미성년자를 때린 성인으로 내가 당하겠지? 뒤탈 없이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을 살펴보니 CCTV가 없다.

건물에 다닥다닥 붙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윙윙 소리가 나고,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서 어둑하다. 대화 소리가 적당히 차단되고, 그림자로 얼굴이 가려지는 공간.

이 정도면,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밖에 드러나지 않겠어. 그걸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이 바닥에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중학생이 담배를 피워도 걸리지 않는 사각지대구나. 삥 뜯기 좋은 곳.’


바꿔서 생각하면-.


‘괜한 걱정을 했네?’


여기라면 나 역시 뭔 짓을 해도 숨겨지겠어.

나이스! 좀 편하게 움직여 볼까? <칙칙폭폭>의 주인공을 캐스팅하러 왔다가 별일을 다 겪는다. 폐쇄적인 공간이라, 행동에 자유가 생겼다며 좋아하는 나와 달리.

유해일은 으슥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서 몸까지 바르르 떤다. 겁먹지 말라는 의미로 어깨를 감쌌다.


“별일 없을 거예요.”


배우님께 점수를 따기 위해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빨리 끝내고 <칙칙폭폭>에 대해 이야기해봐요.’


다정함을 알아줬으면 하는 유해일은 고개를 숙이고 있고, 보든 말든 상관없는 양아치들은 내 미소에 표정이 굳었다.

뭐야 저 표정은? '우리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놈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뭐 그런 거야? 덤덤한 내 모습에 자존심이 긁혔는지 인상을 썼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고릴라처럼 상체를 부풀리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판판하게 펴진 가슴.

두식이 형이 봤으면 손가락으로 찌찌를 콕! 찔렀을 텐데.

그럼 저 새끼는 미친놈처럼, 하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형을 겁나 팼겠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웃겨요?”


아, 이건 미안.

치켜 올라간 입꼬리를 스르륵 내렸다.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

“시발.... 아저씨!”

“왜? 가져간 돈을 돌려주게?”


손을 내밀었다.


“잘 생각했어. 경찰서에서 여럿이 볼 때 주는 것보다 여기서 주는 게 덜 쪽팔릴 거야.”

“뭔 돈이요?”

“유해일 돈.”

“쟤가 우리 쓰라고 준거예요.”

“귀찮게 실랑이하기 싫어. 휴대폰에 돈 뺏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서 어차피 너희는 빼도 박도 못해. 주기 싫으면 마. 경찰 통해서 받으면 돼.”


가볍게 압박했더니, 돈을 가진 놈이 주머니를 만지작댔다. 옆에 있는 놈도 긴장한 듯 우두머리를 쳐다봤다. 불안해졌구나?


“며칠 내에 돌려받을 돈이니까, 잘 보관하고 있어라.”

“영상 지워요, 그러면 줄게요.”


꼴에 자존심은-.

덩치가 가장 큰 우두머리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다가 만다. 체구에서 밀린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했다.

하찮은 자식.

지금이야 체구에서 밀려서 움찔대지만, 녀석은 아직 성장기다. 더 크면 막무가내로 덤비겠지. 그때 가면 감당하기 어려울 거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짓을 못 하게 막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녀석을 내리찍듯이 쳐다봤다.


“금액부터 확인하고.”


빨리 달라는 의미로 펼친 손바닥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구겨진 오만 원권이 올려졌다.


“이게 다예요.”

“그래?”


돈을 챙겨 유해일의 주머니에 넣어줬다.


“아저씨. 이제 보는 앞에서 영상 지워주세요.”

“싫은데?”


녀석들의 표정이 굳었다.


“아, 왜요! 지워준다면서요!”

“내가 언제?”

“돈 달라면서요.”

“응.”

“가져갔잖아요.”

“원래 유해일 돈이었어. 당연하게 받은 거야.”

“삭제하라고요! 경찰서니 뭐니 개소리하지 말고, 조용히 끝내자고요!

“이 자식들이!”


혼나려고!


“이전에 받아 간 돈까지 다 준 것도 아니면서 왜 큰소리야!”

“시발······.”


분해 죽겠다는 얼굴이다.

우두머리가 바닥에 침을 캭- 퉤, 뱉었다.


“아저씨, 우리 촉법이야. 개기면 다쳐요.”

“협박하는 거야?”


만 14세 미만이라서,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으니까. 대놓고 나를 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이고 무서워라.

하긴, 골목 안을 기웃대는 행인이 없었더라면 녀석들은 경고 없이 바로 나를 쳤을지도 모른다. 물불 가리지 못하는 사춘기 소년의 거침없는 하이킥이라 아팠겠지. 근데 어쩌냐.


‘나도 좀 치는데.’


너희가 애송이로 보일 만큼 험난한 학창시절을 보냈거든.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괴롭힘을 이겨내고 여기에 있는 거란다.

부모의 힘을 믿고 설치는 애들을, 부모의 힘없이 이겨왔어. 기술과 전력에서 내가 위라는 거지.

피해자가 지녀야 할 기본기를 알려줄까?

팔이 부딪히면 잘린 것처럼 고통을 호소해야 해. 천 원을 빼앗기면 천만 원을 잃은 것처럼 울어야 하며, 때린다고 겁을 주면 살해 위협을 받은 것처럼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해.

그러면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것처럼.

이 새끼를 건들면 일이 더럽게 꼬인다며 놈들이 피하거든.

방금 너희는 내게 촉법이란 말만 했어. 그러면 나는 당황하며 발끈해야 하잖아? 근데 그러지 않을 거야. 이미 맞은 것처럼 굴 거야.


“비켜!”


버럭 소리치자 녀석들이 움찔했다.


“건들지 마!”


소름 돋도록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쩌렁쩌렁 울린 소리에 녀석들이 뒷걸음쳤다.


“우리가 뭘 했는데요!”

“살려주세요!”

“아저씨, 왜 이래요!”

“누가 올까 봐 무서워? 촉법이라며?”


어디 덤벼봐. 그리고-.


“유해일 고개 들어.”


배우님, 거칠게 대해서 미안해요. 이 분위기에서 강하게 나가줘야 하거든요. 나중에 사과할 테니, 그냥 받아주세요.


“어깨 펴. 네가 움츠리면 저것들이 더 괴롭혀.”


유해일을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을 줬더니, 몸이 자연스럽게 펴졌다. 주머니에서 강철수 피디의 명함을 꺼내 유해일의 손에 쥐여줬다.


“어?”


명함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유해일이 커진 눈으로 나를 봤다. 내가 피디와 아는 사이라는 것에 안심되는지 몸에 힘이 빠진다.


“가자. 경찰한테 여태껏 당한 일을 말하자.”

“가긴 어딜 가요!”


또 저 자식이 끼어드네.

겁에 질린 우두머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막아섰다.


“유해일, 너 입단속 잘해라. 이상한 말 돌면-.”

“멍청아, 입단속은 너희끼리 알아서 해!”


유해일 대신 내가 답했다.

어이가 없어서.


“우린 있었던 일만 말할 거야. 다른 소문이 돌면 그게 우리겠냐?”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네가 평소에 어떤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는지 유해일이 많이 알겠냐? 종일 붙어 다닌 네 옆에 있는 놈이 많이 알겠냐?”


지금이야 친구랍시고 서로를 믿네, 우정이네 하지.


“너희 사이 틀어지잖아? 사회에서 매장될 에피소드를 누가 알고 있을까? 네 옆에 바로 걔가 알고 있겠지. 같이 사고 쳤으니까. 같이 애들 괴롭혔으니까. 생생하게 기억하겠지.”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너희들 서로서로 하는 짓 다 봤잖아. 다투면 다른 애들 괴롭히듯이 너를 괴롭힐 거야. 당해봐야지 '내가 걔랑 왜 같이 다녔나' 후회할 거다.”


친절하게 예를 들어 줄게.


“'학폭 가해자 나락 보내는 방법' 돌던데 알려줄까? 취업하면 회사 사이트에 과거 쓰레기짓 하던 사진 올리고, 결혼하면 상대방 부모한테 ‘사람 때리는 놈’이라고 알려주고. 하는 일 잘 풀려서 방송에 나가면 첫 댓글에 폭탄 다는 거야.”


알겠냐?


“같이 싸돌아다니면서 차곡차곡 폭탄 많이 적립해 뒀지?”


신뢰로 뭉친 관계라면 이런 말에 타격받지 않겠지만.

힘의 논리에 의해 강자와 약자로 집합된 무리라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애가 있을 거다. 너희 같은 애들은 흩어지면 별 볼 일 없잖아? 내부에 분열을 일으켜 줄게.

회심의 한 방을 날려야겠다.


“유해일 활동 시작하면 학교에 못 올 거야.”


제가요?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이 나를 보는 유해일을 슥- 뒤로 숨겼다.


“그전에 용서를 구하도록 해. 이번에 들어가는 작품이-.”


<칙칙폭폭>이라고 유일한 감독의 영화인데.


“학교폭력에 관한 내용이 있어. 확정되면 배우가 이런 일에 연루되어 있는지 소속사에서 확인에 들어갈 거야. 그때 진짜로 학폭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잖아?”


전혀 모르는 말이라는 듯이 눈을 끔뻑이는 유해일을 보고 웃었다. 그냥 들어요!


“진짜 학교폭력 피해자가 연기하는 피해자로 홍보할걸? 기사를 쓰려면 자료 필요하니까 너희 이야기가 실리겠지. 언론에서 너희 이야기 보면 겁나 반갑겠다.”


조용하다는 건, 내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는 거다.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법무팀을 개인이 이기기 힘들어. 아무리 잘난 부모라도 덮지는 못할 거다. 어떡할까? 경찰서랑 소속사에 모두 너희 이야기를 할까?”

“잘못했어요.”


돈을 빼앗았던 녀석이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안 그럴게요.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죄송해요.”

“왜 나한테 사과를 하지?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해일아, 미안해.”


겁먹은 목소리에 유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쩌냐, 해일이는 아직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 셋 셀 동안 길을 터주면 경찰한테만 이번 일을 말할 거고, 계속 막고 있으면 법무팀에도 알릴게. 물론 이건 내 생각이라 해일이가 다르게 하자면 어쩔 수 없고. 하나, 둘-”


어찌할줄 몰라하던 녀석들은 슬금슬금 뒷걸음 치더니 사라졌다.


........

........

........


오래간만에 학창 시절이 생각나네.

잘 해결된 거겠지?

뒤에 있는 유해일을 봤다. 안심이 되었는지 아까보다 표정이 밝다.


“정말 경찰서에 갈 거예요?”

“어.”

“저는 이번 일을 그냥 넘겨도 괜찮아요. 돈도 돌려받았고···.”

“안돼.”

“소문나면......”

“어쩔 수 없지 뭐. 이건 네 일이 아니라, 내 일이거든.”


유해일처럼 당하던 시기가 있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빗자루 들고 성질을 부리는 바람에 탈출했다. 그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경찰서를 찾아가고, 학교에 통보하고 밥까지 사줬다.

덕분에 자유를 얻었고 공부를 했고, 전교 1등으로 인정받았다.

이제 나도 그 아저씨 같은 역할을 할 나이가 된 거지.


“어른으로서, 목격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할 거야.”




***




“어떤 놈들이야!”


경찰서로 달려온 강철수 피디는 유해일의 얼굴과 몸을 살폈다.


“3 대 1이었다며? 괜찮아?”


걱정스러운 피디님의 얼굴을 보고서야, 유해일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삼촌.....”


목소리가 떨리는 게, 곧 울겠다.


“무서웠어요.”

“일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하라고 했잖아.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네.”

“맞았어?”

“아니요.”

“돈만 빼앗긴 거야?”

“형이... 다 받아줬어요.”

“형이라니, 작가님이셔. 이제 감독이 될지도 모르는 분이야.”


그러고 보니까, 내 소개를 제대로 못했구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학교폭력 내용이 들어간 시나리오 <칙칙폭폭>을 쓴 유일한입니다. 캐스팅을 하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상황이 좀 꼬였죠?”


라고 말하는데. 유해일의 눈이 반짝인다.


“그 시나리오가 진짜 있는 거였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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