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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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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15 10:5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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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01
추천수 :
1,063
글자수 :
202,511

작성
24.05.14 10:20
조회
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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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11화. 연출부 대타 (10)

DUMMY

이야.....!

천천히 둘러봤더니, 신애리의 차에는 별것이 다 있다.

물컵, 포크, 앞접시 기타 등등.

손만 뻗으면 필요한 생필품이 잡혔다. 더욱 놀라운 건 하나같이 고급이다. 명품에 관심 없는 내가 알 정도면 엄청 유명하다는 건데. 이게 다 얼마야?

식당 아주머니가 자식들 결혼시킬 때 비싸서 살까 말까 고민했다는 브랜드가 일회용품처럼 다뤄졌다.


“받고 싶은 금액을 말해봐요.”


오물오물.

신애리는 배가 고팠는지, 방울토마토를 입에 가득 넣고 말했다.


“스카우트되는 자리다, 생각하고 시원하게 불러보세요.”


신애리는 내게 원하는 만큼 돈을 줄 테니 연출부를 하라고 했다.

어마어마한 부자가 저런 말을 하니까 심장이 뛴다. 엄마가 일을 줄이도록 많- 이 주세요! 이런 말을 해도 될까.


가난해서 고달프게 살았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문 앞에 빛 독촉장과 협박하고 간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밑동이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버는 돈이 고이지 못하고 새어나갔다.

채우려 할수록 더 허기져지는 삶.

엄마는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잠이 쉬이 들지 못했다. 아침이면 끔찍한 하루를 어떻게 견뎌야 하나, 눈물부터 훔쳤다.


‘웃질 못했지.’


가난은 서서히 엄마의 몸을 망가트렸다. 뭉친 근육은 파스로 해결되지 않았고, 감기에 들면 일주일을 꼬박 앓아누웠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다.

돈, 돈, 돈!

돈으로 머릿속이 가득한 내게 신애리가 자꾸 되묻는다.


“얼마를 원하는데 그렇게 심각해요? 응응?”


그러게요. 얼마를 불러야 만족스러울까요.

연출부를 하지 않으면 계획대로 반도체 생산직에 가면 그만이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엄마의 남은 빚을 말해볼까?

매일 불어나는 이자를 아침마다 계산한다. 오늘 새로 갱신된 빚이 얼마였더라?

신애리가 금액을 듣고서, 이 자식 선 넘네? 어이없어할지도 모르지만.


‘먼저 시원하게 부르라고 했잖아?’


침을 꼴깍 삼키고 슬쩍 신애리 옆으로 다가갔다. 뒷좌석에서 나누는 대화가 운전석에 있는 실장에게 들릴까, 신경이 쓰였다.


“제가 받고 싶은 금액은요-.”


조용히 웅얼거렸다.


“.......입니다.”

“응?”


용기를 내서 한 말인데, 신애리가 듣지 못했다.


“다시, 다시. 뭐라고요?”


신애리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나는 신애리 귀에 바짝 붙어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금액을 말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들었는지 신애리의 눈이 커졌다.

놀란 것 같은데? 바로 거절당하려나.


“알았어요.”


신애리가 큰 눈을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줄게요.”

“준다고요?”


귀를 의심했다.

몇천 원이 아니라 몇천만 원인데······?


“일한 씨, 통이 컸구나? 지금 입금할게요. 계좌번호 알려줘요.”

“진짜입니까?”


이게 된다고?

넋을 놨더니 신애리가 그런 나를 보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왜요? 말하고 나니까 적게 부른 거 같아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너무 큰 금액이 쉽게 통과돼서 놀랐습니다.

꿈이야, 현실이야?

훅 치고 들어온 좋은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의연해지려 해도 자꾸 입이 벌어지고 눈이 커진다. 요상해진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다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장난치는 거 아니겠지?’


정신 바짝 차리자.

흐트러졌던 몸을 바르게 고쳐 앉았다. 지금 입금해 준다고 했다. 그러면 육 개월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빚을 정리할 수 있다는 건데?

와.... 씨.

더는 터무니없이 늘어나는 이자에 쫄지 않아도 되는 거야?

다시 생각해도 이건 대박이다.


“정말 줄 거예요?”

“응. 당장! 어떡할까요?”


바로 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꿀꺽 삼켰다.

세상에 꽁돈은 없다잖아.

엄마도 친한 언니가 ‘자기한테 인감도장과 통장을 맡기면 돈을 몇 배로 불러주겠다’라고 하기에 믿었다. 어디 사는지 다 아는 고향 사람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그 사람에게 크게 사기당했지.

나라고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생각해 봐. 오늘 신애리가 제시카에게 뭐라고 했어? 받은 개런티만큼 연기를 해내라며 우는소리 쏙 들어가게 혼냈잖아. 그 기준을 나한테도 적용하겠지.

저 돈에 더러운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확인이 필요하다. 공손히 손을 모으고 물었다.


“제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예비 고용주님!

물로 입을 행군 신애리가 히힛- 웃는다.


“다른 건 아니고-.”


찜찜하게 말끝을 흐렸다.


“저는 두 살에 데뷔해서 지금껏 배우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배우 이외의 삶은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한계가 있어요.”


그럴 수 있다. 나 역시 부자인 신애리의 일상이 어떨지 감이 오지 않으니까.


“일한 씨가 신나라가 사용하는 명품 스피커를 보고 무기라고 했잖아요. 내가 감독을 뒷담 할 때 신나라를 닮았다고도 했죠. 그때 충격받았어요. 나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했거든요. 그때 촉이 왔죠.”

“촉이요?”

“네, 촉! 이 사람이 나보다 <개천에 뜨는 별>의 신나라를 잘 이해하는구나. 방향을 잡아 달라고 부탁해야지!”


방향을 잡아달라는 말에 회의실에서 신애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는 게 연출력이고, 길을 잃지 않게 잡아주는 사람을 감독이라 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저보고 감독님의 역할을 하라는 건가요?”

“쪼끔. 막힐 때만 도와달라는 거예요.”


이거 나중에 들통나면 감독이 노발대발할 거 같은데? 연출부 형들도 건방진 행동이었다며 혼낼 거 같다.


“부담스러워요.”

“부담은 무슨.”


신애리가 반달눈이 되어 웃는다.


“시도나 해보자는 거예요. 어차피 우리가 준비한 연기를 사용할지, 안 할지는 감독이 결정할 테니까. 리허설 때 보고 별론데? 하면 끝인 거죠.”


그건 또 그렇다.

감독이 승낙해야 촬영으로 이어지니까.


“일한 씨, 같이 해봅시다.”


신애리가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니까, 궁금해진다. 도대체 주연 배우는 제작 현장에 어디까지 참견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요, 이런 걸 우리끼리 정해도 되는 거예요?”

“저는 돼요.”


신애리는 자기 몸통만 한 커다란 가방을 뒤적거려 작은 가방을 꺼냈다. 작은 가방을 열어 온갖 잡동사니를 만지작대더니 지갑을 찾아냈다. 그 안에서 끝이 살짝 구겨진 명함이 나왔다.


“<개천에 뜨는 별>에 우리 회사가 투자했거든요. 조금이긴 하지만."


짜잔- 하고 명함을 건네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받은 명함에 ‘쿼카 엔터테인먼트 이사 신애리’라고 적혀있다. 뭐야 이거.


“영화에 스태프 한 명 꽂을 정도의 힘은 있어요.”

“이사님?”


우와······!


“직분만 이사예요.”


어휴, 그게 어디예요.

겸손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소속사를 잘못 만나서 크게 데이면 자기 회사가 갖고 싶어지거든요."

"자기 회사요?"

"네, 제가 차렸어요.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됐네요.”


신애리는 더 대단한 위치였다.

어쨌든, 신애리가 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내게 나쁜 조건이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잘 부탁드립니다.”


해야지.

하고 말고!




***




미쳤나 봐.

통장에 스쳐간 거액을 보고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대박, 이게 현실이라니!

심장이 날뛰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 상태로 볼링장에 가면 두식이 형에게 잡혀 ‘아무 이유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볼링공을 굴리다가 흥분이 두 배가 되겠지? 심장에 해롭다.

차분하게 오늘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세트장 구석 벤치에 앉았다.

릴랙스- 릴랙스-.

차분하게 전화를 기다리자. 지금쯤 매우 당황했을 한 사람.

징-.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일한아, 너 도대체 뭐를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나지막한 엄마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린다. 울음이 섞였다.


- 어디서 그렇게 큰돈이 났어?


걱정스러운 말투에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엄마가 느껴졌다.


- 어떻게 다 갚은 거야? 나쁜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 건 아니지?

“아니지. 아들을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해요.”

- 그래. 아니어야 해···. 엄마 때문에 네가 나쁜 물이 들면 안 돼.

“업체에서 다른 말은 없었어요?”

- 크윽....


말을 잇지 못하는 엄마는 애먼 콧물만 삼켰다.


- 크... 읍.... 윽....

“괜찮아요?”

- 어.... 어... 다 끝났대. 이제 다시 보지 말자고 하더라... 연락 안 하겠대....


그래, 끝이다. 업자 새끼들아.

너희에게 줄 돈을 만드느라 엄마랑 나는 그간 너무나 힘들었다.


“엄마, 돈은 영화사에서 가불해 줬어요.”


훌쩍훌쩍 눈물을 삼킨 엄마는 힘줘 물었다.


- 그렇게나 많이?

“응. 그래서 반도체 회사 취소하고 계속 여기 일해야 할 것 같아요.”

- 준 만큼 고되게 부려먹는 거 아니야?

“아니야, 커피도 별다방꺼 주고. 저녁밥도 소고기 주고, 쉴 때는 볼링장 가요.”

- 어머머... 어머머머머...

“엄청 좋아.”

- 아이고 감사해라······.


일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 엄마는, 시상식 수상소감처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들인데 이름 한자 틀릴까 봐 반복해 물어가며, 전해지지 않을 인사를 했다. 이러다가 날 새겠다.


- 감사하다고.. 감사하다고 전해줘.

“응. 그럴게요.”

- 흐흑......


꾹꾹 눌러 울던 엄마는 뒤늦게 팍- 터졌다.


- 일한아.....

“응?”

- 일한아.....

“왜요.”


자꾸 이름 부르지 마요. 나도 울컥하잖아요.


- 엄마가 진짜... 너무 미안했어..... 너무너무..... 미안했어.


꺼이꺼이 넘어가는 숨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




숙소에 왔더니, 두식이 형이 샤워를 마치고 속옷 바람으로 나왔다.


“어이! 일한!”

“볼링 어떻게 됐어요?”

“연출부 2등. 치킨 얻어먹고 왔지. 그러는 너는 전화도 안 받고 어디 갔다가 왔어?”


말없이 웃었더니, 두식이 형이 내 얼굴을 이리저리 봤다. 그러고는 자기 캐리어 가방에서 샛노란 티셔츠를 꺼내줬다.


“잠옷으로 입었다가 내일 그대로 출근해.”

“이렇게 쨍한 색깔의 옷은 처음 입어보는데요?”

“그래? 병아리 같아서 잘 어울릴 거 같은데?”


놀림인지, 칭찬인지 구분이 안 간다.

얼떨결에 받아서 욕실에 들어갔다. 씻고 나왔더니 두식이 형이 빵- 터졌다.


“이상해요?”

“삐약- 삐약- 하면 존나 귀여울 듯.”


왜 저러나 싶어서 거울을 봤다.

괜찮네. 노란색이 나랑 잘 어울린다.

두식이 형은 옆 싱글 침대에 누워 이런 나를 구경했다.


“일한아, 누가 괴롭혔어?”

“네?”

“눈알이 빨개.”


울다 들어온 게 티가 났나 보다.


“누가 뭐라고 했어?”

“아니요.”

“인마 부당한 일 당했으면 참지 마. 며칠 일하고 갈 거니까 웬만한 일은 참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버리고 솔직하게 말해봐. 내가 위에 보고할게.”


걱정하는 형을 위해, 신애리와 맞춘 말을 했다.


“연출부 인원 충원하라는 말이 있었대요.”

“충원하라는데 왜 네 눈깔이 시뻘···. 어?”


눈치 빠른 두식이 형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뭐냐, 너.”

“그렇게 됐어요.”

“네가 충원된 거야? 좋아서 눈깔이 그렇게 된 거야?”

“잘 부탁드립니다.”

“시바 잘 됐다.”


형이 활짝 웃으며 내 침대로 넘어왔다. 무심하게 툭 어깨를 쳤다.


“재미있게 지내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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