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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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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15 10:5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0,830
추천수 :
1,038
글자수 :
202,511

작성
24.05.16 08:20
조회
946
추천
28
글자
12쪽

14화. 연출부 (3)

DUMMY

오랜만에 사무실이다.


“저는 오늘부터 핑크 스페이스 팬클럽의 팬이 될 겁니다!”


어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날뛴다. 촬영지 주변으로 오천여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는데, 그걸 무전기 하나로 싹- 정리하는 핑크 스페이스 팬클럽 회장을 보고 존경심이 생겼다.


“와.... 진짜, 말이 안 되는 현장이었잖아요.”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팬클럽 회장이 인파에 흩어져 있던 팬클럽 회원 천여 명에게 전달했고.

‘감독이 이런 그림을 원한대’ 전달받은 회원이 주변 사람에게 알렸다. 팬이 아닌 사람이 ‘뭐 어쩌라고?’ 불만을 품기도 전에 너도나도 ‘네, 협조하겠습니다.’ 분위기를 만들어 버리니까. 얼떨결에 다른 사람까지 이끌려 흐트러짐 없이 촬영이 진행됐다.


“순식간에 수천 명이 이쪽으로 휘릭-, 저쪽으로 휘릭- 움직이는데 너무 멋지더라고요.”

“그래서? 핑크 스페이스의 팬이 아니라, 팬클럽의 팬이 되겠다?”

“네!”


어이없다는 듯이 두식이 형이 킥킥 웃는다. 나불나불 신나서 들뜬 나를 보며 과자를 오독오독 씹었다.


“그냥 핑크 스페이스 팬클럽에 가입하는 게 어때?”

“핑크 스페이스에는 관심 없는데요.”

“하여튼 유별나. 너 이름을 유일한에서 유별나로 바꿔라.”

“됐거든요.”

“아까 제시카가 네 앞으로 과자를 보냈어. 먹을 거 오가는 사이는 찐이라던데. 둘이 친구 된 거야? 두 살 차이라 금세 가까워졌나 봐.”


두식이 형의 입에 가득한 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거 제 과자였어요?”

“아쉽게도 내가 양아치가 아니라서-.”


발로 내 의자 옆을 가리켰다.


“네 거는 거기 있잖아. 출근해서 못 봤어?”


봤는데, 두식이 형과 내 자리 사이에 놓여 있기에 당연히 형 건 줄 알았다. 백화점 쇼핑백이라 낯설기도 했고 무엇보다 안에 들어있는 상자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컸기에 소품인가? 생각했다.


“이게 다 과자라고요?”

“어, 잡숴봐.”

“집에서 엄마랑 먹을게요.”


영화일 하면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을 말하자면 협찬으로 들어온 것을 나눠준다. 며칠 전에는 홍보팀에서 립스틱을 줬다. 엄마가 입술에 바르고는 예쁘다며 방방 뜨는 바람에 한참을 웃었다.


‘이건 또 엄마가 얼마나 좋아할지.’


기대되는데?


“엄마 생각에 웃음이 나? 네가 그렇게 나오면 네 과자를 못 뺏겠잖아.”

“미안해요.”

“괜찮아. 제시카가 너한테만 보내는 게 미안했는지, ‘연출부 용’으로 하나 더 보냈거든. 사이즈가 작긴 한데, 내용물은 비슷하겠지. 나는 지금 그거 먹는 중인데, 아오... 맛있어.”


두식이 형이 수제 쿠키 같은 걸 입에 넣어줬다. 씹는데 꾸덕꾸덕한 초콜릿이 입안 가득 퍼졌다.


“우와···.”

“장난 아니지? 이런 걸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어보겠냐.”


그러게요! 호강하네요.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세트장 촬영을 앞두고, 빠진 게 있나 점검하러 사무실에 오긴 했는데······. 딱히 할 게 없다.


‘꽁으로 먹는 날이구나.’


다들 늘어져 버렸다. 엎드려 자거나, 대놓고 쉬겠다며 휴가를 낸 스태프도 있다. 촬영장에서 당장 무슨 변수가 일어날지 몰라 바짝 긴장했던 때와 다른 모습이다.


“어윽- 커피나 한잔할까?”

“두식이 형, 카페인 필요해요? 제가 살게요. 나가요!”


그간 두식이 형에게 얻어먹은 간식을 보답하려고 현금을 챙겨왔다. 속주머니에서 바스락대는 지폐가 빨리 사용해 달라고 소리친다.


“맛있는 커피 마시러 가요!”

“어이구- 됐네요. 막내가 돈을 얼마나 받는다고. 건방지게!”


아닌데요. 형보다 계약금 많이 받았는데요.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연출부 형들은 나를 최저임금 받는 짠한 동생으로 여긴다. 쿼카 엔터테인먼트 실장은 나를 채용하며 조건을 내걸었다.


- 사회는 얼마를 받느냐가 곧 계급입니다. 조감독보다 많이 받는 연출부 막내는 꼴 보기 싫겠죠? 미운털 박히기 싫으면 계약금 비밀로 하세요.


그렇게 난, 쿼카 엔터테인먼트에 고용된 파견 연출부원이 되었다. 덕분에 쿼카 엔터테인먼트 실장이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야 한다는 구실이 생겼고. 그 핑계로 신애리를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했다.

비록 그때 받은 돈은 사라지고 없지만.


‘두식이 형에게 고마움을 전할 정도는 있답니다.’


꼭 사줘야지.


“커피가 별로면, 샌드위치 어때요? 아침밥 안 먹었죠?”

“사도 내가 사. 너 자꾸 부담스럽게 왜 이래?”

“일한이 대신 내가 살게. 카페에 다녀올 사람 있어?”


장도연이다. 피디의 방에서 나오며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었다. 손에 들린 시나리오가 <개천에 뜨는 별>이 아닌 걸 봐서는 또 자기 작품을 회의했나 보다.


‘월급은 <개천에 뜨는 별> 제작비로 받고, 출근해서 하는 일은 자기 영화 준비니······. 꿩 먹고 알 먹고 알차게 사는구나.’


처음에 장도연에 대해서 들었을 때는 이룬 업적이 화려해서 노력형 인간이라 생각했다. 겪어 보니까, 이기적인 욕심쟁이다.

연출부가 무슨 일을 하던 자기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외면하다가, 캐스팅하고픈 신애리가 다가온다 치면 세상 해맑게 웃으며 친절했다.


“일한아, 샌드위치 먹고 싶었어? 내가 사줄게.”


장도연은 내가 쿼카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걸 안 후로 잘해준다. 신애리와 대화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나를 놓으려는 꼼수가 보여서 불편하다. 숨은 의도가 있는 친절은 달갑지가 않거든요!


“괜찮습니다. 저 돈 있습니다.”

“알지, 그냥 내가 너 아껴서 사주는 거야.”

“도연 선배, 바빠요?”


때마침 조감독이 다가왔다. 손에 처음 보는 시나리오가 들려있다.


“시간 있으면 시나리오 봐줄래요?”

“네가 쓴 거야?”

“네. 수정을 많이 했더니, 방향성을 잃은 건 아닌지 걱정돼서요.”

“이럴 때만 선배지?”

“어휴-, 왜 그러세요. 제가 얼마나 존경하는지 알면서.”

“그런 녀석이 현장에서 스크립터- 스크립터 한 거야?”


설마, 직분 뒤에 ‘님’자 안 붙였다고 저러는 건가?

조감독과 장도연은 대학 동문인데, 조감독이 한 학번 아래라고 했다.


“서운했다면 죄송합니다. 워낙 바삐 진행되다 보니까 거기까지 생각 못 했어요.”

“하하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네가 이렇게 사과하면 내가 이상해지잖아. 장난이야, 장난.”


장난은 무슨.

북적이는 사무실에서 다 들으라고 크게 말했다는 건. 대놓고 ‘계급’ 확실히 따지자는 거다.

근데 학교 선배든, 나이가 많든, 현장에서 조감독과 스크립터 사이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도 현장에서 조감독한테 조감독, 조감독 짧게 불렀으면서.


‘유치하네.’


장도연은 조감독이 내민 시나리오를 받지 않고서 대화를 이어갔다.


“드디어 입봉 준비하는 거야?”

“시나리오 공모전으로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 어렵네요.”

“너도?”


끄덕이는 조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자신 있어 보이는 표정에 나랑 두식이 형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파이팅!’


얼핏 듣기로 삼 개월 후에 ‘대한민국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이 열린다. 영화인 사이에서 중요한 공모전인데, 수상자는 ‘대형 영화 제작사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를 얻는다.


‘잘되면 바로 제작에 들어간다고 했지.’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큰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대중의 이목을 끄는 작품을 만들거나, 영상학과 교수의 추천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형편이 어려워 독립 영화를 만들지 못했거나, 영화과를 나오지 않아서 영화 제작에 대해 모르거나. 어떤 이유로든 제작사가 바라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대형 제작사’와 만날 기회를 제공하기에 특별하다고 했다.

거기에 조감독이 출전하는구나.


“너, 공모전 일정 뜨기 전부터 너무 열심인 거 아니야?”

“매년 일정이랑 지원 요건이 비슷하잖아요. 다들 저만큼 준비하고 나갑니다.”

“근데 이를 어쩌지?”


장도연이 손으로 엑스자를 만들었다.


“네 시나리오를 봐줄 수가 없어. 나도 공모전에 출전하거든.”

“네?”


듣고 있던 조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옆을 보니 두식이 형의 표정도 만만치 않게 굳었다.


“선배가... 왜요?”

“조건이 되니까?”

“선배는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고 이번에 차기작 계약도 했잖아요. 그런데도 공모전에 나간다는 게······.”

“그게 왜? 이번 작품 끝나면 다음 작품 들어가야지. 공모전 수상작, 타이틀 좋잖아.”

“그런 거 없어도 같이 작품 하자는 제작사 많잖아요.”

“많지, 근데 거긴 상금을 안 주잖아.”


장도연의 말에 조감독은 할 말을 잃은 듯 멈춰 섰다.


“상금 때문에 공모전에 나간다고요?”

“그럼 안돼? 나 돈 좋아해.”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이 으쓱대는 장도연을 보고 조감독을 등을 돌렸다. 더는 상대하기 싫다는 듯이 자기 자리로 갔다.

다들 아닌 척 연출부 대화를 들었나 보다. 졸지에 사무실 분위기가 얼음장이 됐다. 누가 톡 깨줬으면 좋겠는데.


‘두식이 형 나서주세요!’


제길···. 두식이 형도 심각하다. 형은 그 상태로 장도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크립터‘님’. 제가 일한이랑 함께 커피 사오겠습니다. 카드 주세요.”


극존칭과 딱딱한 말투에 장도연이 피식- 웃었다. 두식이 형의 기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나 보다. 무심하게 자신의 신용카드와 카페 쿠폰 용지를 줬다.


“여기 커피 맛있어. 쿠폰에 도장 받아줘.”


사무실을 빠져나온 두식이 형은 장도연이 준 쿠폰의 카페가 아닌 곳을 향해 걸었다.


“어어? 이 카페 저쪽인데요.”

“조감독 형은 거기 커피 안 마셔.”

“아.....!”


졸졸 두식이 형을 뒤따랐다.


“장도연 저저저저 황소개구리 같은... 녀...아흐.... 생태계 교란종 같으니라고!”


발끈한 두식이 형에게,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다.


“장도연 스크립터가 시나리오 공모전에 나가면 이상한 거예요?”

“못돼 처먹은 거지. 기성 감독이 되기 위해서 도전하는 자리에 기성 감독 자격증을 딴 사람이 끼어들면 누가 이기겠냐? 아마추어 경기에 프로가 뛰어드는 게 말이 돼? 급이 다르잖아. 급이!”

“그건 그렇네요.”

“하는 말 들었지? 상금을 받으려고 도전한단다. 아이고야-. 진짜 상금 받기 위해서 공모전 준비한 애들이 들으면 욕하겠다. 장도연 부자야. 부모가 어디 교수라고 했어.”

“상금이 커요?”

“오천만 원!”


헉!

대박이다.


“아쉬울 거 없는 애가 왜 저러겠어? 힘없는 애 밟으면서 자기만족하는 거야. 장도연이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 받고 다음 해에 다시 출전했을 때 다들 동명이인이라 생각했대. 근데 작년 수상자랑 같은 거야. 놀라움보다 왜 저런 행보를 보이는 거지? 의아했다니까.”

“왜 그랬을까요?”

“겪어 보니까 알겠어. 상 받고 여기저기서 관심받는 게 좋았던 거겠지. 명예욕 쩌는 거야.”


그래서 신애리에 집착하는 걸까? 작품과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출연을 거절했음에도 집요하게 달라붙는다고 했다. 그 이유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그냥, 신애리가 일등이니까.

세계적인 배우랑 작업한다, 자랑하고 싶어서?


“잘난척하고 싶으면 프로 싸움에 나가라고. 연말에 상업영화 대전 열리잖아! 왜 거기는 발을 빼고 아마추어 경기를 기웃대는 건데. 아 짜증 나!”

“상을 못 받을 수도 있잖아요.”

“부모가 교수라니까? 입김이 없겠어?”

“그렇게까지 할까요?”

“글쎄다. 나는 영 찝찝하다.”


오천만 원이란 상금이 아른거린다.


“형, 제가요. 상금을 원해서 공모전에 나가면 어떻게 돼요?”

“나가! 나가! 나가서 장도연 저 나쁜 계집애. 혼내 줘!”

“그러다 조감독이 피해를 보면요?”

“영화에 영도 모르는 너한테 졌으면 조감독이 실력이 없었던 건데, 누굴 탓해? 인정해야지. 뒤탈 없어. 아무나 장도연 저 나쁜 계집애 이겨줘!”




***




잠을 자려는데, 상금 오천만 원이 아른거린다.


“해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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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6) +1 24.05.24 829 29 12쪽
20 20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5) 24.05.23 859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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