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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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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15 10:5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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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14
추천수 :
1,034
글자수 :
202,511

작성
24.05.08 16:25
조회
1,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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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2쪽

5화. 연출부 대타 (4)

DUMMY

“리허설 준비합시다.”


조감독의 말에 스태프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온다. 왔다.”


신애리가 세트장에 돌아왔다.

웅성대는 소리에 돌돌이 전선을 정리하다가 말고 고개를 들었다. 비품 상자 너머로 신애리가 보인다. 차에서 머리 식히고 오겠다더니, 금방 왔네.

한 공간에서 물 한 잔 같이 마셨다고 은근히 가까워진 기분이다.


“신애리 아직 화난 것 같은데?”

“열받을 만했지. 협찬받은 마이크를 검색해 봤더니 천만 원 후반대더라.”

“대박.”

“감독 멍청하지 않냐? 재벌이나 사용하는 마이크를 가난한 대학생 방에 세팅해놓고 ‘협찬이니까 그런 줄 알아라.’라고 하면 신애리가 ‘네, 알겠습니다.’ 할 줄 알았나 봐. 비싼 마이크 잡고 돈 없는 연기하기가 얼마나 어색하겠어.”

“PPL로 코미디 돼버린 영화 많잖아.”

“<수박 곰돌이> 봤어? 거기서 유치원생이 밥으로 호빵을 먹어. 네 번이나. 그 장면 때문에 아동학대 권장하지 말라고 악플 달렸잖아.”

“호빵이 협찬이었냐?”

“어.”

“미쳤네. 우리 영화도 그 꼴 나면 쪽팔린데.”


감독과 이십 미터 남짓 떨어진 구석.

내 목소리가 안 들리겠지? 안심한 스태프가 입에 모터를 단 것처럼 감독을 험담한다. 별별 이야기가 다 나와서 대충 이쪽 생태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겠다.


우선 계약하기 전까지 배우는 감독보다 위다.

제작자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투자자를 모으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시나리오가 아닌 누가 캐스팅되었느냐를 보고 베팅을 한다.

티켓 파워가 센 배우를 캐스팅할수록 투자금이 많이 모인다. 신애리 정도면 죽은 시나리오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모인단다. 그러니 제발 우리 영화에 출연해 주십시오. 하고 감독이 배우에게 매달렸겠지.


그러다가!


캐스팅 확정 기사가 나면, 감독이 배우 위로 올라간다. 이는 배우가 계약을 파기할 경우, 감당해야 할 위약금과 신뢰도 하락에 따른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배우는 감독의 사기꾼 같은 발언에 속지 않고 시나리오와 실력만 보고 작품을 고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아니면 지금처럼 촬영장에 와서 뒤통수를 맞게 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베테랑 배우 신애리다. 그녀가 어쩌다 <개천에 뜨는 별>같이 실력 인증이 되지 않은 신인 감독의 영화에 도장을 찍었을까. 스태프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외로워서 래요.’


비밀이라 속으로 답했다.

밴에서 신애리가 말해줬다. <개천에 뜨는 별>의 주인공이 또래 여자 두 명이라서 하고 싶었다고.


- 사람이 그리워서 이 작품을 택했어요. 같은 피부색을 가진 친구와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위로받을 것 같았어요.


처음 본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할 정도면, 해외 활동이 정말 힘들었나 보다.


- 모국어로 대화하고 익숙한 음식을 먹고 함께 으쌰으쌰 하면 좋겠구나, 기대하고 왔는데······.


말끝을 흐린다는 건 후회가 된다는 거겠지.


- 결정했으니, 최선을 다해야겠죠?


방긋 웃는 얼굴을 보는데 심장이 시큰했다.

치직-. 무전이다. 넋 놓고 있다가 얼떨결에 받았다.


- 일한아, 뭐해?

“전선 정리합니다.”

- 그만하고 감독님 자리에 생수 가져와.

“알겠습니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기 싫어서 오백 밀리 생수통 스무 개를 가져갔다. 한 개를 꺼내 감독님 자리에 놨더니 너도나도 손을 내민다. 여섯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들 목이 바짝 말랐나 보다.

감독님 자리의 모니터에 세트장이 나왔다. 신애리는 ‘신나라’의 방에서 눈은 지그시 감고 있다.


‘봐도 되겠지?’


슬쩍 감독님 뒤에 자리를 잡았다. 신애리가 인상을 썼다. 도저히 못 하겠나? 또 나가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되자 나도 목이 탔다. 이래서 물 가져오라고 했구나?

걱정과 달리 신애리는 웃으며 눈을 떴다.


“시작할까요?”

“시작합시다!”


감독의 말에 스태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신애리의 연기를 본다.

이 순간을 위해 몇 주간 세트장을 만들어 온 미술팀이 모니터 주변에 모였다. 세트장에 조명이 더해지자 색감이 살아난다. 이걸 기가 막히게 카메라 감독이 잡아냈다.


“괜찮은데?”


미술 감독의 말에 감독이 웃는다. 의상과 메이크업도 과하지 않게 잘 스며들어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하던 신나라가 탄생했다.

좋다, 이제 배우만 잘하면 된다.


“애리 씨, 준비되면 말해줘요.”


감독의 말에 뒤늦게 서울에서 달려온 신애리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세트장에 들어갔다. 빠르게 화장을 수정하고 나왔다.


“준비됐습니다.”

“액션!”


대형 기획사에 거절당하고 라이브 방송을 켠 신나라가 눈물을 머금고 노래하는 장면이다. 감정 소모가 큰 연기인만큼 리허설은 힘을 빼고 가기로 했다.

신애리는 연기보다 카메라와 동선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좋았어요. 동선 기억하고 바로 촬영 갑니다.”


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대기는 하염없이 타더니, 실전은 금방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첫 번째 컷은 마스터 샷입니다.”


조감독의 말에 나는 두식이 형을 붙잡았다.


“형. 저요, 세트장에 들어가서 대기해요? 아니면 밖에 있어요?”

“밖에 있어. 마스터 샷은 인물과 공간이 전부 나오게 최대한 카메라를 뒤로 빼서 찍거든. 세트장 전체가 노출되기 때문에 배우 빼고는 다 나와야 해.”

“알겠습니다.”

“씬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는 롱테이크니까, 숨소리 들어가지 않게 오래 참아야 한다.”

“넵.”

“죽지는 말고.”

“넵.”

“귀여운 놈. 장난인 거 알지? 숨 쉬어."

“넵.”

“이 컷을 보면서 부분 촬영을 할 거야. 똑같이 세팅해야 하니까, 잘 봐 두도록!”

“7씬의 기준을 만드는 거네요.”

“그렇지.”


또 하나를 배웠다.


“슛- 가겠습니다.”


조감독의 말에 정적이 흐른다. 진짜 촬영이다.

얼음 땡 놀이를 하듯이 모두가 한자리에 멈췄다. 슛- 소리 이후에 소리나 그림자로 촬영에 방해하면 목숨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죽기 싫어서 차렷을 했다.

감독이 무전기를 통해 후- 하고 바람을 불자, 세트장에 있는 조감독의 무전기에서 후- 소리가 난다. 무전기로 세트장 안에 신호를 줬다.


“사운드-.”


감독의 말에 동시녹음 기사가 손을 들어 주변 음을 살폈다. 헤드셋을 통해 민감하게 소리를 잡아낸다고 했다.


“발소리 뭐야!”

“죄송합니다-.”


저 멀리 있던 제작부 형이 발걸음을 멈추고, 죽은 듯이 고개를 숙였다. 더 깊은 정적이 흐른다.


“체크!”


동시 녹음기사의 오케이 사인에 감독은 촬영 감독을 봤다.


“카메라!”

“롤!”


촬영감독의 오케이 신호에 조감독이 슬레이트를 카메라 앞으로 가져갔다. 잘 봐 둬야 한다. 다음부터는 내가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씬번호, 컷번호, 테이크 번호를 이어서 말하라고 했는데-.


"씬 7에 1 다시 1!"


짝!


저렇게 하는 거구나! 조감독이 슬레이트를 치고 빠지자, 감독이 모니터 속 신애리를 봤다.


“액션!”


순간 배우 신애리는 <개천에 뜨는 별>의 신나라가 된다. 나는 머릿속에 시나리오를 띄웠다.


S# 7. 신나라의 방_오후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기 전.

신나라는 책상에 앉아 기획사에서 보낸 메일을 떠올린다.


[내레이션: 얼굴 흉터가 성형으로 가려질 것 같지 않네요. 계약은 없던 일로 하죠.]


신나라는 ‘예상했던 일이다. 무너지지 말자, 나를 기다리는 너튜브 구독자에게 감사하며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버티다 보면 분명 길이 열릴 거야.’라며 애써 힘을 내보지만.

냉정한 현실 앞에 마음이 무너지는 건 막기 힘들다.

곧 약속한 방송시간인데 어떡하지? 힐링하는 방송이기에 언제나 밝아야 하는 신나라.

상처받은 마음을 털어내고 웃으며 방송을 시작한다.


이 장면을 신애리가 연기하게 된다.


‘감정 변화를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다.


신애리는 고개를 숙였다. 아담한 어깨가 살짝 들썩이더니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정면을 봤다. 아주 미묘하게 눈가의 떨림이 잡혔다.


‘오! 방금 기획사에서 보낸 사람의 메일이 떠올렸구나!’


딱 보고 알 수 있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내레이션이 깔릴 만큼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큰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떨어지지 않고 고일 만큼만 생겼다.


저게 가능해?


신애리는 눈물을 머금은 채 시선을 올려 명품 마이크를 봤다. 손끝을 파르르르 떨며 마이크에 다가가더니 차마 만지지 못하고 허공만 쓰다듬고 내렸다.

애지중지,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마이크는 자신을 구렁텅이에서 구해줄 무기니까,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거야!’


나를 거절한 사람이 아닌, 나를 일으켜줄 도구를 보며 힘을 내는 거지. 내가 밴에서 한 말을 저렇게 표현했구나. 시나리오에 어긋난 것 없이 감정만으로 새로운 서사가 더해졌다.


대단하다. 소름이 돋으면 닭살처럼 살이 오톨도톨해진다던데, 지금 내 목 주변이 그렇다. 한기가 느껴지며 살갗이 올라왔다.


‘다들 빠져들었네.’


감독이 입을 벌리고 모니터를 본다. 그 옆에 있는 스태프도 눈을 떼지 못하고 신애리를 봤다. 대단한 흡입력이다.


툭-.

명품 마이크를 바라보는 신애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슬픔은 이걸로 다 털어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가면을 쓴다. 그녀의 눈물 자국이 가려진다.


탈칵, 탈칵.

키보드를 두드려 너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다.


“요정나라 카페는 오늘도 영업합니다. ‘좋아요’에 행복 한 스푼, ‘구독’에 행복 한 스푼을 더해주세요. 오늘 들려드릴 곡은-.”


연기가 끝났다.

감독은 첫 컷에 망설임 없이-.


“오케이!”


외쳤다. 누구라도 외칠 수밖에 없었을 만큼 몰입되는 연기였다. 다들 박수를 칠 것처럼 손을 뻗기에 나 역시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짝짝짝!


“와-”


짝짝짝!


뭐지? 왜 내 박수 소리만 들리는 것 같지?


“막내야, 쉿!”


촬영감독의 호통에 놀라서 멈췄다. 진짜 나만 박수 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한 두식이 형이 입이 귀에 걸려 다가왔다.


“씬이 끝날 때까지는 배우 감정 깨지면 안 되니까, 소리 나지 않게 환호하는 게 예의야.”

“미안해요. 몰랐어요.”

“그래도 잘했어. 신애리가 네 박수소리에 웃더라.”


그래요? 아... 직접 봤으면 좋았을 텐데.

신애리의 연기에 놀란 스태프들은 서로서로 시선을 맞출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저 장면으로 영화 한편 본거 같아.”

“씹어 먹더라.”

“신애리 신애리 하는 이유가 이건 거지.”

“우리만 잘하면 대박 난다.”


앞선 불안을 다 날릴만한 만족감이다.


“이번 컷으로 이번 씬 촬영을 마칩니다.”


조감독의 말에 다들 큰소리로 환호했다.


“와우!”

“인정!”

“신애리 최고!”


네? 이번에도 나만 못 알아들었다.

뭐야, 뭔데? 왜 소리 내며 좋아하는데? 왜 나만 빼고 박수 치는데?


“두식이 형, 이건 뭐예요?”

“마스터 컷에서 감정이 너무 좋아서 추가 촬영 없이 이 컷 하나로 가기로 했어. 나눠서 연기하면 몰입도 떨어질 거 같다고 만장 일치함. 이로써 여덟 컷 사라짐. 7씬 종료!”


“우와!”




***




너무 재밌다.

주차장 옆 창고에 여분 의자를 가지러 가며 실실 웃음이 나왔다.


“미쳤어, 미쳤어.”


시나리오가 영화로 바뀌는 과정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이야. 벌렁대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는다.


“와..... 씨 이건.”


진짜 재미있다.


-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지.


흥을 깨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 네가 우릴 따돌리고 있는 거야.


따돌려?

다투는 소리 같은데? 하필 내가 지나가야 하는 샛길이다.

여자 목소리였는데 무슨 일이려나. 촬영장이라 영화 관련 사람밖에 없을 텐데···. 우리 팀일까? 다툼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히 골목 안을 봤다.


어? 핑크 스페이스 리더 지민과 막내 제시카다!

제시카 얼굴 알아놓으려고 핑크 스페이스 멤버 사진을 봐뒀는데 똑같이 생겼다.

저녁에 온다던 제시카가 벌써 왔다. 촬영이 중단 없이 이어질 거 같아서 기쁜데....!


‘쟤 왜 울고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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