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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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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ongchirisa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6.19 03:39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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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8
추천수 :
174
글자수 :
637,166

작성
21.06.1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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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86장 운명의 사슬

DUMMY

제86장. 운명의 사슬



눈을 뜬 우리는 여신상의 앞에서 기절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치열한 전투를 벌였음에도 몸에 상처도 없고 옷도 이 신전에 들어올 때처럼 깨끗했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은 꿈이었나 싶었지만 내 왼손엔 햐얗고 검은 방패가 달려있었고 다른 이들도 자신의 옆에 주어진 신기들이 놓여져 있었다.


“끄억?!”


몸을 일으켜 허리를 피자 피로가 단번에 몰려온다. 아까 전의 전투에서 느꼈던 고통과 그로 인한 피로가 축적된 것이 단번에 터진 듯 몰려들어 허리를 피자마자 난 다시 쓰러졌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몸...몸이 안 움직여...!”


“저도예요...꿈쩍도 못할 거 같아요...”


“엘렌~업어줘~!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가!”


“나도다 바보야. 아프고 피곤하고 뻐근하고 배고프고 지금 아주 난리야...카린, 치유마법 좀 써봐....”


“히, [힐].....크윽...! 안 되겠어요. 마력이...마력이 없어요....”


아까 전투는 뭐였던 걸까. 영혼의 전투였던 건가? 근데 왜 마력도 없어진 거야....


“마, 마리아님...한번만 더 치유마법을...! 저희에게 자비를....!”


겨우겨우 여신상에 손을 뻗으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여신상에 빌었다. 그러자 천장에서 작은 빛이 세어 나왔고 곧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


“가, 감사합니다...으으윽...! 죽겠다아~!”


다른 여자들을 부축하며 겨우겨우 신전의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해는 져있었고 옆에 있는 오두막에서 조명의 빛과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연기가 보였다.


“오오! 다들 시련에 통과.....괜찮으신가요?”


노크를 하자 문을 열고 나온 교주가 반갑게 맞이해주려다 우리의 꼴을 보곤 측은하게 우리를 바라봤다. 곧 나와 다른 이들을 부축해 소파에 앉히고 차를 내주었고 감사하게 스튜와 빵까지 저녁식사로 대접해주었다.


정말로 배고팠기에 허겁지겁 먹은 그 스튜의 맛은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정말로 맛있어서 눈물까지 나왔다.


“해가 질 때까지 시련이 끝나지 않아 오늘은 포기하고 있었다만, 다행히 전원이 무사히 나와서 다행입니다. 각자 엄청난 신기를 얻으셨군요. 보자마자 신기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과 마력을 지녔습니다.”


“걱정끼쳐 죄송했습니다. 아 저 한그릇 더 먹어도 되나요?”


“많이 했으니 마음껏 드시죠. 아침부터 지금까지 굶으셨으니 배가 많이 고팠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2그릇은 더 먹은 후 우린 소파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교주님이 덮어주셨는지 각자 담요가 덮여있었고 우리 파티에선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난듯하다.


교주님이 오두막 안에서 보이지 않기에 혹시나 해서 밖으로 나가자 신전 안에서 허겁지겁 뛰어오는 교주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주님?!”

“허억...허억...!”


교주님은 무슨 큰일이라도 났는지 갑자기 내게 달려와서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무엇을 말하려다가 숨이 막혀 거친 호흡을 내쉬며 진정시킨 후 내게 소리쳤다.


“마리아님께서 계시를...! 지금 마왕이 대규모의 부대를 이끌고 마왕성에서 출발하였답니다!”


그의 말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원래 계획은 우리가 쳐들어가서 마왕성을 무너트리는 건데, 저쪽에서 지금 선수를 쳤다.


곧 무언가를 깨달은 나는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쥐어싸맸다.


이틀 전에 만난 대악마 루즈펠. 그의 소행이다. 그는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 정확히는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내 앞에 그가 나타난 것 하나만으로, 이미 모든 계획은 틀어졌던 것이다.


어떻게 이틀 만에 병력을 꾸려서 마왕성에서 출발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루즈펠은 우리들이 마왕성을 쳐들어갈 것을 이미 들여다보았고 먼저 이쪽을 습격하는 것으로 선수를 쳤다.


이럴 때가 아니다. 왕궁으로 가야한다. 왕궁 역시 언제나 마왕성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으니까. 이미 그곳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난 우선 곱게 자고있는 동료들을 깨웠다. 비몽사몽한 상태의 여자들에게 교주가 소리치자 모두 잠에서 확 깨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우리를 바라봤다. 그리곤 나처럼 머리를 부여잡고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이럴 때 필요한 나무열매가...! 아아악! 그건 다른 세계지!


“왕궁으로 간다! 에리! 모두를 데리고 먼저 왕궁으로 가있어!”

“너는?!”


이 마을에 볼일을 끝내면 바로 갈게! 위급한 상태니까 먼저 가있어! 그것만 찾으면 바로 갈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 난 주문을 외워 다른 녀석들과 달리 산 아래에 있는 마을로 텔레포트했다.


마을은 어느 아침처럼 평화로웠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에 사람은 적고 아침 일찍 운동이라도 하는 듯 마을을 달리는 사람들, 신문을 집집마다 뛰면서 전해주는 신문배달부, 그리고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정도가 거리에 있었고 그 거리는 고요하기까지 했다.


나는 어느 한 무기점으로 갔다. 우리가 올랐던 산의 근처에 있는 그 무기점엔 에반이 말한 실력있는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의 몰골은 밤을 샌 듯 초라했지만 그가 손질하고 있는 무기만은 빛났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밤을 세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왔군.”

“죄송합니다. 이게 그 검인가요?”


그가 방금까지 손질하던 검에선 엄청난 마력이 느껴졌다. 그야 당연했다. 이 마력에 기초가 된 것은 무려 부르는 게 값인, 1천만 루나는 그냥 넘어가는 재료다.


시간은 어제 새벽. 우리가 최전선에서 내려올 때 있었던 일이다.


“엘렌!!”

“응? 에반이잖아?”


붕괴되기 전엔 최전선 안에 텔레포트 가게가 있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 알베도에 의해 최전선과 함께 텔레포트 가게가 무너지고 지금은 최전선 아래에 임시로 텔레포트 가게가 세워졌고 우리 파티는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자 에반이 말을 타고 달려왔고 우리의 앞에 멈춰섰다.


“무슨 일이야? 습격?”

“아니, 이걸 건네주려고.”


그는 그러면서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내게 던졌다. 다행히 잘 받아 깨지진 않아 병 속에 안전하게 있는 물체를 확인하니, 뿌리와 함께 가득 마력을 담은 노란 꽃이 병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응...? 이건...!”


그 병 안에 있는 내용물을 눈치 챈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서조차 귀해서 1천만 루나는 그냥 호가하며 부르는 게 값인 꽃. 촉박한 땅에서 희귀하게 자라며 그 약을 달인 물을 마시면 어떤 병이나 상처도 낫는다고 한다.


그 병은 분명 내가 에반에게 한번 건넨 것이다. 그게 벌써 몇 달 전이라고 생각하면, 저 꽃이 흙속에 있지 않아도 저렇게 무사하게 있는 것도, 또 기껏 건넨 비싼 것을 다시 돌려주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걸 왜?”


“네가 말했지? 너보다 용사인 내 쪽이 더 필요할 거라고. 하지만 이젠 아냐. 나와 달리, 넌 수많은 것들을 해냈어. 솔직히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의 원수도 갚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 네가 가지고 있어줘.”


“마왕을 쓰러트리는 건 너 아니었어? 이건 마왕과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야. 네가 가지고 있어.”


“아니. 마왕을 쓰러트리는 건 너야.”


그는 말에서 내려와 병을 다시 건네려는 내 손을 두 손으로 밀어냈다.


“알베도가 쓰러지면서, 날 옥죄고 있던 사슬은 끊어졌어. 그것도 네 덕분이지. 하지만, 널 옥죄고 있는 운명의 사슬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고 있어. 네가 끊어내. 마왕을 죽이든, 마왕에게 죽든. 그 결말을 내는 건 너여야 해. 그러니 갖고 가.”


난 그의 말에 저항할 수 없었다. 계속 마음 한구석을 괴롭히던 것. 그것이 운명의 사슬이라는 것을 깨닫자 나는 그 사실에 저항할 수 없었다.


난 더 이상 마왕에게 분노하지 않는다. 나와 에리를 죽인 로즈와 마왕을 증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마왕을 만나고 싶던 것은, 내가 로즈를 구해낸 것은, 분명 그들이 만들어낸 운명의 사슬이 날 옥죄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로즈는 마왕군 간부라는 사슬을 얼음의 마녀로서의 자신을 죽임으로 끊어냈다. 그러자 얼음의 마녀와 연결되어 있던 나의 쇠사슬도 조금은 풀린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편해졌다. 그렇기에 조금 기뻤다

.

자신을 옥죄던 사슬의 일부가 풀리며 그 강도가 느슨해졌으니까.


하지만 아직 내겐 사슬이 또 하나 남아있었다. 아마 그 사슬은 나뿐만 아니라 이 세계 곳곳에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마왕. 그 사슬을 끊어내는 열쇠가 마왕에게 있기에, 나는 그를 만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에게 분노하지 않으면서도, 목숨을 걸면서도 그를 만나야했던 이유는 그것이었다.


“에반.”


나는 내게 뒤돌아 다시 말에 탄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너라면 내 성격을 알겠지. 난 죽어서도 마왕을 죽일 거야. 너의 기회가 오지 않게.”


아마 난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건 분명 기뻐서였다.


그는 내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 채 한 5초를 멍하니 날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배를 잡고 폭소했다.


“어. 기대하고 있을게. 다녀와.”

“아아. 그래.”


그리고 난 대장장이에게 파나셰야를 건네며 이 꽃의 힘을 담은 검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그게 바로 이 검이다.


확실히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검. 들기만 해도 힘이 솟고 기운이 나기 시작한다.


“아 잠깐.”

“응? 왜 그러....?”


대장장이는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이 검의 손잡이를 향해 팔을 뻗어 잡았다. 내 손 바로 위에서 검을 잡고 있는 그의 팔을 따라 그의 얼굴로 시선을 옮기니 그는 하품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신기하군. 이 검을 잡고 있으면 없던 기운도 생겨. 이 검이 손에서 떨어지면 바로 쓰러져서 잠들 것 같아. 그러니 이 상태로 계산부탁해. 시간에 맞추느라 이틀을 꼬박 밤을 샜어. 오늘은 문 닫고 하루 종일 잘 거야.”


내가 생각해도 악독하고 무리한 부탁이긴 했다. 선금으로 백만 루나를 주며 이틀 내로 이 꽃을 이용해 최강의 검을 만들어 달라. 시간 안에 완성되면 보수로 2백만 루나를 더 주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다. 이틀만 잠도 안자고 일하면 한화 삼천만원이 들어온다. 당신들이라면 안하겠나? 나였어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이 제안을 했을 때 대장장이의 표정은 미안하지만 정말 재밌었다. 특히 두 눈동자가 떨리는 난처하면서도 기쁜 표정 덕분에 하마터면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난 가방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카운터에 올렸다. 그러자 그는 검과 자신의 머리에서 손을 놓고 그 돈주머니를 안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감사합니다 손님. 다신 오지 마십쇼....쿠울....”


그가 잠들었다. 이젠 웃음을 참지 않아도 되겠지. 아, 이럴 때가 아니다. 마왕이 오고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있는 검집을 챙겨 파나셰야의 검을 넣었다. 이제부터 이 검의 이름은 화검 파나셰야다. 화검의 화가 불 화(火)가 아니라 꽃 화(花)인 게 좀 그래도 만지기만 해도 피로가 가시고 몸이 살아나는 것 같은 검이기에 멋은 안 나도 충분히 사기적인 검이라고 생각한다.


그후 난 대장장이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무기점의 앞에 휴무라는 팻말을 걸고는 무기점을 나와 왕도로 텔레포트하였다.


작가의말

이틀만 밤새면 한화 3천만.....!


그렇다고 해도 임상실험은 하지 마세요. 진짜 큰일날 수 있습니다.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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