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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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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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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594

작성
20.08.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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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0쪽

20화 경인철도 부설권(2)

DUMMY

총리대신 김홍집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그는 경인철도 부설권 매각이라는 엄청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자꾸 꼬여갔다.


분명 그는 조용히 일을 해결하자고 했음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일본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열강들이 모두 끼어들었다.



“그냥 우리에게 팔면 됩니다. 총리대신. 일본과 러시아를 어찌 믿고 철도 건설을 맡기겠소? 두 나라 모두 조선을 삼킬 생각으로 가득한데...”


미국공사관 부총영사 알렌이 김홍집을 설득했다.


두 사람은 총리대신의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방안은 검소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평소 재물을 탐하지 않는 김홍집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벽면에 걸려 있는 사군자의 그림이 방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총리대신 정도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검소하게 보이는 것도 일종의 정치이니, 김홍집은 어느 정도 이미지 메이킹을 할 줄 알았다.



“미국이 언제부터 조선의 철도에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겠구려.”


“허허. 열강의 귀퉁이에 있는 러시아나 아직 동양의 미개한 일본에 비하면 우리 미국은 우수한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사실 열강들은 러시아를 변방의 촌놈으로 무시했고 아직 러일전쟁 전이라 일본도 비슷한 대우였다.


하지만 김홍집의 생각에는 어차피 미국도 대영제국에 비하면 반딧불에 불과했다.


그런 생각을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지만....



“뭐... 일단 매각 조건을 말해보시오. 경인철도 부설권은 제일 높은 가격을 제시한 나라에게 돌아갈 것이니.”



움찔.


알렌의 눈썹이 위로 휘어졌다.


열강이 약소국을 잡아먹는 제국주의의 시대에 조선이 제값을 받고 철도 부설권을 판다는 소리가 거슬렸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그렇지, 조선이 자신의 기술력으로 철도를 지을 수 있겠는가?


자만심에 자연스럽게 알렌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허어! 총리대신 나리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군요. 모름지기 외교란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서로의 이익을 존중해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나름 잘나가는 일본도 그 옛날에는 우리 미국의 대포 한방에 문을 열었소이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할 거면 그냥 돌아가시오.”


“크흠! 오늘 너무하십니다. 그려! 우린 원래 이런 관계가 아니지 않습니까? 총리대신.”


김홍집은 원래 친일파였지만 여러 열강의 공사관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 시대의 계파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조금 전 알렌의 말은 그냥 듣고 넘길 수 없었다.


감히 조선을 뭐로 보기에 일개 부총영사가 총리대신을 겁박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려는 찰나,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알렌 부총영사. 오늘 뭘 좀 잘못 먹었소?”


“아... 아니, 왕태자 전하. 그게 아니옵고...”


알렌 부총영사는 기겁하며 갑자기 나타난 왕태자에게 허리를 숙였다.


여러모로 그는 지금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왕태자가 권력을 잡은 뒤로 처음 봐서 그의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았다.


원래 조선의 관리와 왕족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공손하고 머리가 나빴다.


그래서 더욱 위세를 부렸던 것인데 뭔가 오늘은 분위기부터 조금 다르다.



“아니면 뭐요? 경인 철도 부설권을 사고 싶지 않은 거요?”


“아... 아닙니다. 사고 싶습니다. 전하. 좀 전에 한 말은 저의 실언이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씨익-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도 알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가만 보니, 어차피 왕자도 미국에게 팔 생각인 것 같다.


그렇다면 배짱을 튕겨도 될 것이다.


“하지만 전하. 뭐든지 적정 가격이 있지 않습니까? 왕태자 전하께서는 양국의 우의를 생각하시어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마시옵소서.”


“허어... 총리대신이 그대를 곤란하게 했구려. 이거 실례했소. 총리대신. 어서 사과하시오.”


“...사죄드리오. 알렌 부총영사.”


이혁의 무리한 요구에도 김홍집은 일언반구 없이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좋은 가격을 받아내라고 한건 이혁이니 알아서 뒤로 빠지는 모양새다.



자연히 알렌의 얼굴이 밝아졌다.


역시 세상 물정 모르는 왕태자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흥분한 알렌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왕태자를 찬양했다.



“역시 대조선의 왕태자다운 영민한 판단이시옵니다. 그러면 저희 미국에게 철도 부설권을 파시는 걸로...”


“아니, 아니 그건 아니지. 알렌 부총영사. 총리대신의 실례는 사과했으니 이제 나와 협상을 제대로 해봅시다. 미국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얼마요?”



쿠구구쿵!


알렌은 갑자기 당한 일격에 머릿속에서 바위가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입찰가격을 묻다니! 왕태자의 질문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왕태자가 총리대신의 무례에 대한 사과로 철도 부설권을 거의 공짜로 준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은 대 미국의 부총영사가 아닌가?



“아...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소신이 잘 못 들은 것 같습니다. 허허.”


“음? 뭘 잘 못 들었다는 소리요? 그런데 내가 생각해보니, 실례는 알렌 부총영사가 더 많이 하는 게 아니요? 남아일언 중천금이거늘... 감히 왕태자의 의도를 의심한다?! 허... 미국 사람들은 다 그렇게 예의가 없습니까?”


삐질...


알렌은 이마에서 땀을 흥건하게 흘리며 침묵했다.


왕태자의 내공이 그의 생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원래 협상에서는 사소한 것들이 기세를 좌우하는데, 이혁은 일부러 총리대신이 사과를 하게하고 이쪽의 무례를 지적했다.


사과를 받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제 이쪽도 사과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알렌은 상대가 고단수라고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소신 알렌, 왕태자 전하의 의중을 의심한 점 사죄드립니다. 저희 미국은 50만 달러에 경인철도 부설권을 매수하려고 합니다. 다른 나라는 이 정도 가격을 절대 제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전하.”


알렌의 설명에도 불과하고 이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역사에서 헐값에 미국에게 넘겼던 경인철도 부설권은 일본에 백만 달러에 팔린다.


그런데 이 호랑말코 같은 놈이 두배나 남겨먹으려고 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백만 달러도 경인철도의 가치에 비하면 저평가된 수준이다.


미국이 일본에 철도부설권을 넘길 당시, 일본은 조선이 정치적으로 위기라는 소문을 퍼트려 미국에게 철도부설권을 팔게 했다.


일본의 음모로 미국은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이었으니, 제대로 된 가격을 받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백만 달러였는데, 알렌 부총영사는 그 가격의 몇 배를 남겨먹으려고 했던 것이다.



“오십만 달러...”


조용히 중얼거리는 이혁의 목소리의 방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고민했다.


어차피 누구에게 팔더라도 일본이 철도부설권을 가져갈 것이다.


그 놈들은 그런 놈들이니까.


실제 역사에서도 더러운 소문으로 미국 투자자들을 빼냈으니...


그렇다면 싼 가격에 미국에 팔 이유가 없다.



꿀꺽.



‘설마 또 칼을 빼어드는 건 아니겠지? 미국 부총영사를 죽였다가는 전쟁이다! 제발 거기까지는 가지 않아야 할 텐데.’


김홍집은 이혁이 어디로 튈지 몰라 두려워했고...



‘흐흐. 네가 뛰어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궁에서만 살았던 어린 왕태자가 돈의 가치를 어떻게 알겠어? 내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렌 부총영사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생각하는 조선은 무너져가는 나라였다.


어차피 러시아나 일본에 넘어갈 나라, 미국이 중간에서 조금 수수료를 땐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일본과 러시아를 견제할 목적으로 왕태자는 미국에 경인철도 부설권을 넘길 수밖에 없다.


그는 그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왕태자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가하오. 오늘은 10월 27일이니 10월의 마지막 날, 경인철도 부설권의 경매를 시작하겠소. 그리고 최저 매입가는... 백만 달러입니다.”



알렌 부총영사와 김홍집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특히 알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악다구니를 썼다.


“그런 가격으로는 아무도 사지 않을 겁니다! 전하!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이는 우호국인 미국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허어? 그래요?”


하지만 이혁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이때까지와 다른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어차피 지금의 미국은 2020년의 미국과 다른 나라다. 즉 조선의 우방이 아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어... 힘이 없다면 아무 것도 지킬 수 없다.’


그리고 이혁은 19세기의 국제관계가 냉혹하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아무도 사지 않는다면...”



꿀꺽.


조용한 방안에서 알렌이 침을 삼켰다. 아무도 사지 않는다면 어쩌겠다는 말인가? 조선에 다른 방법이 있다고?


조선에게 돈을 마련할 다른 방법이???



‘그런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알렌의 절박한 속내에도 불구하고 이혁은 냉혹하게 하고 싶은 말은 내뱉었다.


어차피 그에게는 다른 속내가 있었기에.



“팔지 않으면 그만이지. 그런데 알렌 공사... 한 가지 잊고 있었던 게 있는데...”


“그게 무엇이옵니까?”


“나는 일전에 아바마마가 약속했던 운산 금광 채굴권을 줄 수 없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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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경인철도 부설권(3) +5 20.08.27 2,061 41 8쪽
» 20화 경인철도 부설권(2) +3 20.08.26 2,201 50 10쪽
19 19화 경인철도 부설권(1) +3 20.08.25 2,339 47 9쪽
18 18화 천마탈(6) +5 20.08.24 2,392 48 14쪽
17 17화 천마탈(5) +4 20.08.23 2,413 45 11쪽
16 16화 천마탈(4) +2 20.08.22 2,424 47 12쪽
15 15화 천마탈(3) +4 20.08.21 2,466 52 9쪽
14 14화 천마탈(2) +4 20.08.20 2,620 50 12쪽
13 13화 천마탈(1) +2 20.08.19 2,832 59 9쪽
12 12화 왕태자 이혁(6) +5 20.08.18 2,939 56 11쪽
11 11화 왕태자 이혁(5) +3 20.08.17 3,132 62 10쪽
10 10화 왕태자 이혁(4) +4 20.08.16 3,381 67 11쪽
9 9화 왕태자 이혁(3) +2 20.08.15 3,247 65 9쪽
8 8화 왕태자 이혁(2) +5 20.08.14 3,389 68 11쪽
7 7화 왕태자 이혁(1) +1 20.08.13 3,676 62 10쪽
6 6화 을미사변(6) +8 20.08.12 3,785 71 10쪽
5 5화 을미사변(5) +3 20.08.11 3,759 67 11쪽
4 4화 을미사변(4) +3 20.08.10 3,900 72 8쪽
3 3화 을미사변(3) +7 20.08.09 4,254 80 9쪽
2 2화 을미사변(2) +3 20.08.08 5,182 95 10쪽
1 1화 을미사변(1) +2 20.08.08 6,736 10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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