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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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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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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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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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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9화 경인철도 부설권(1)

DUMMY

“왕태자 전하, 전주부에서 소식이 왔나이다.”


“그렇소? 어떤 소식이오? 문종구는 잡았겠지?”


며칠 후, 정신을 차린 이혁은 관찰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한양에서의 일도 바빴지만, 바로 나주를 떠나지 않은 것은 문종구의 일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708인의 친일파 인명록에 이름을 새길 문종구를 놓쳤다가는 일이 커질 수 있다.



“물론입니다. 문종구를 포함한 그 식솔들을 모두 잡아서 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런데...”


불안하게 말끝을 흐리는 관찰사를 보며 이혁은 눈 사이를 좁혔다.


‘당당하게 공을 자랑하지 않는 걸 보니, 또 뭔가 잘못된 것인가?’


어쨌든 얘기는 들어봐야 했기에 이혁은 그를 독촉했다.



“어서 말해보시오. 무슨 일이 또 생긴 거요? 빨리 말해 보시오.”


“그것이... 별일은 아니지만, 문한규의 서출이 도망갔습니다. 분명히 호랑이 사냥을 다녀왔다고 증언한 군관이 있는데... 나주를 빠져나간 걸 본 사람이 없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뭡니까?”


“서출이라. 문한규에게 서자가 있었나?”


“예. 본인은 숨긴다고 했지만 나주와 군산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놈이 호랑이 사냥을 다녀와서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혹시 그놈이 전하를 저격한 게 아닐까요?”


채규상 관찰사는 괘씸하다는 듯이 눈꼬리를 올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실 그로서는 이번 기회에 조정에 잘 보일 생각이었는데 미꾸라지 하나를 놓쳐버렸으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반면 이혁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의 생각에도 문한규의 서자와 저격 사건은 연관이 있어보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의 얼굴을 아는 자가 있소?”


“물론입니다. 워낙에 잘생긴 얼굴이라 동네 여자는 모두 흠모했으니 나름 유명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의 얼굴을 그려 올릴까요?”


“그게 좋겠소. 내 이름으로 서자의 얼굴과 이름을 적은 벽보를 붙이시오. 감히 왕태자를 시해하려한 자를 살려둘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이혁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채규상을 붙잡았다.



“아. 그런데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만식이라고 하옵니다. 서출이라 성도 없었는데 무슨 의리로 아비의 복수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래... 만식이라... 알겠소.”


그때, 다시 등을 돌려 방을 빠져나가려던 관찰사가 다시 이혁을 향해서 물었다.


천마탈에 홍수까지 여러 일로 그도 정신이 없어, 중요한 일을 잊었던 것이다.


사실 그는 요 며칠 재난 가구와 피해 상황을 집계하는 것으로도 많이 바빴다.


영산강 지류에서 터진 물난리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이다. 천마탈 덕에 인명피해는 적었지만....



“아 참! 문한규의 재산은 어찌할까요? 토지를 제외하고도 상당한 재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직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집계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요? 지금 나주 토지의 시세가 얼마나 되오?”


“음... 물난리로 침수당한 곳이 많아서 저렴할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침수당한 토지를 문한규의 재산으로 사도록 합시다. 그리고 토지의 원주인은 좋은 조건으로 소작을 부치면 어떻겠소?”


이혁은 별로 기뻐하는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게 지시했다.


조선의 군대가 약한 이유 중 하나는 군량이다. 지난 임오군란을 생각하면, 구식 군대의 쌀에 모래를 섞어서 줬을 정도이니...


나주의 토지로 군량미를 대면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나주 지역의 수해를 극복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다.


물론 조선과 지방정부에는 그럴 돈이 없기에 이혁은 문한규의 돈으로 토지 소유자들에게 토지 매매대금을 지급할 생각이었다.


그 후에 토지 소유자에게 원래보다 좋은 조건으로 소작을 부치게 하면 일거양득이 아닌가?



“그렇게 하면 모두 좋아할 겁니다. 당장 먹을 것과 잘 곳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토지의 소유자는 누구로...”


관찰사는 눈을 좌우로 굴리며 이혁의 눈치를 봤다.


사실 조세를 피하고자, 차명으로 토지를 소유하는 일은 흔했기 때문이다.


그가 중간관리자로 토지를 관리하면 중간에 떨어지는 콩고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혁이 그의 생각을 눈치 채지 못할 리 없다.



“토지의 소유자는 내가 될 것이며 관리자는 경희궁이 될 것이오. 당연히 조세도 면제될 것이니, 그대는 상관할 바 없소.”


“끄응... 알겠습니다. 전하.”



대놓고 실망하는 관찰사를 보며 이혁은 미소 지었다.


참으려고 해도 자꾸 입 꼬리가 올라간다.


이렇게 속이 빤히 보이는 자는 의외로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약간의 이득만 챙기게 해주면.



“채규상 관찰사.”


“예. 전하.”


“이제 조선은 바뀌게 될 것이요. 그 조선에 그대의 자리 하나 없겠소? 그때까지 나주부와 이곳의 백성들을 잘 지켜주시오. 물론 군산에 있는 문한규의 토지도 전주부와 연계해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오.”


“무...물론이옵니다. 전하! 소신.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 사라질 때까지 전하를 위해 충성하겠나이다.”


“좋소. 내 관찰사만 믿겠소.”


원래 왕의 비자금은 내수사가 관리하지만, 왕태자인 이혁이 자신의 주머니를 고스란히 맡길 수는 없었다.


혹시 고종이 딴마음을 먹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유교 국가에서 아직 이 나라의 왕은 고종이다.


그래서 이혁은 경희궁에서 자체적으로 나주와 군산의 토지를 관리하고 친위대의 군량미로 충당하기로 했다.


국고에서 군량미가 빠져나가지 않으면 좋아할 사람도 많고 그만큼 경희궁의 입지도 올라간다.


“그럼 잘 부탁하오. 채규상 관찰사.”



**




나주를 빠져나온 이혁은 천리신법을 발휘해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하하하! 대악인이라고 자신하시더니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기절한 사이에 그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급기야 사람들과 술자리까지 하다니.”


- 끄응... 내가 원해서 간 자리가 아니다. 내일 모래면 뒤질 노파가 애원하는데 어쩌겠느냐?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죽일 수도 없고.


천마는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변명했다. 사실 그도 이혁이 깨어나면 이 일로 놀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그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입이 싼 경무관 놈이 그의 선행을 미주알고주알 이혁에게 일러바친 것이다.


경무관이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분기에 차서 소리쳤다.


- 으윽... 아무래도 도저히 그 놈이 용서가 안 되는 구나. 돌아가서 경무관 그놈의 멱을 따야겠다. 감히 천마의 치부를 유포하다니.



“하하. 덕분에 이렇게 칭찬도 듣고 얼마나 좋습니까? 참 잘하셨습니다. 어르신. 역시 무림의 대협이라면 어려운 사람을 모른 채 해서는 안 되지요. 안 그렇습니까?”


-끄응... 당장 길을 돌려라. 내 경무관 그놈을 당장...!


계속되는 이혁의 놀림에 천마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서 화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신교의 대마두가 사람을 구했다니... 중원 무림의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장난삼아 놀리고 있었지만 이혁 나름의 친근함의 표시였을 뿐이고 사실 그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천마가 아니었다면 그 많은 나주 사람들이 수장되었을 테고 조선은 식량난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신법을 펼치던 걸음을 멈추고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천마 어르신. 장난스럽게 말씀드렸지만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어르신이 저의 백성들을 구해주셨고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주셨습니다. 나주는 조선의 곡창지대입니다. 이곳이 수장되었다면 조선은 10년은 과거로 후퇴했을 테지요.”


- 흠? 그래? 역시 나의 판단이 옳았구나. 고수는 앉아서 천리를 내다본다고 했다. 내 다 알고 한 일이야. 허허허헛!



피식-


다시 거만해진 천마를 보면서 이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웃음보가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만 보면 천마가 생각보다 단순하고 귀엽다고 그는 생각했다.


사실 그에게는 고마운 일 뿐이다.


처음에는 이혁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줬고 복수도 갚아주었다.


이혁은 이제 천마에게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셨군요.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어르신. 역시 고금제일 천하제일인은 다르군요!”


- 허허허헛! 그렇지! 네가 이제 그걸 알았구나! 허허.


“이번에도 천마 어르신이 저를 도와주셨으니 다음에는 제가 어르신을 즐겁게 해드려야겠습니다.”


- 흠? 무얼 말이냐? 본좌는 사사로운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 피와 살이 분리되는 살인이나... 성격 고약한 놈을 혼내주는 일이라면 모를까...


천마가 의구심을 표시하자 이혁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경인철도 부설권, 조선의 첫 번째 철도를 짓는 일은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일본 놈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설권을 가지려 들 테니.


그런 이유로 이혁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아아. 한양에 가면 분명 그런 일이 있을 것입니다. 엄청나게 재밌는 일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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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경인철도 부설권(3) +5 20.08.27 2,069 41 8쪽
20 20화 경인철도 부설권(2) +3 20.08.26 2,209 50 10쪽
» 19화 경인철도 부설권(1) +3 20.08.25 2,350 47 9쪽
18 18화 천마탈(6) +5 20.08.24 2,404 48 14쪽
17 17화 천마탈(5) +4 20.08.23 2,425 45 11쪽
16 16화 천마탈(4) +2 20.08.22 2,432 47 12쪽
15 15화 천마탈(3) +4 20.08.21 2,474 52 9쪽
14 14화 천마탈(2) +4 20.08.20 2,629 50 12쪽
13 13화 천마탈(1) +2 20.08.19 2,841 59 9쪽
12 12화 왕태자 이혁(6) +5 20.08.18 2,947 56 11쪽
11 11화 왕태자 이혁(5) +3 20.08.17 3,143 62 10쪽
10 10화 왕태자 이혁(4) +4 20.08.16 3,395 67 11쪽
9 9화 왕태자 이혁(3) +2 20.08.15 3,257 65 9쪽
8 8화 왕태자 이혁(2) +5 20.08.14 3,396 68 11쪽
7 7화 왕태자 이혁(1) +1 20.08.13 3,686 62 10쪽
6 6화 을미사변(6) +8 20.08.12 3,796 71 10쪽
5 5화 을미사변(5) +3 20.08.11 3,768 67 11쪽
4 4화 을미사변(4) +3 20.08.10 3,911 72 8쪽
3 3화 을미사변(3) +7 20.08.09 4,265 80 9쪽
2 2화 을미사변(2) +3 20.08.08 5,195 95 10쪽
1 1화 을미사변(1) +2 20.08.08 6,749 10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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