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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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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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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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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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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594

작성
20.08.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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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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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9쪽

15화 천마탈(3)

DUMMY

‘제길, 이게 무슨 일이지? 뜬금없이 왕태자가 여기에 왜 온단 말이냐?’


채규상 관찰사는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이혁을 보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는 아직 대리청정이 시작되었다는 소식도 못 들었기에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렇다고 이혁이 가짜라고 보기엔, 너무 증거가 분명했다.


이혁이 고종의 친필 조서를 증거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영산강의 제방은 어찌되었는가?”


“수위가 제법 높아지기는 하였으나, 넘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공사현장을 담당하는 자는 누구인가? 그를 불러라.”


이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생각을 하더니, 관찰사에게 명령했다.


이혁의 생각에 관찰사는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어 보였다. 그래서 현장 담당자를 부른 것이다.



“그... 그것이... 지금 집에 있을 텐데...”


“무엇이?! 어찌 공사 담당자가 이 시간에 집에 있단 말인가? 그자의 이름이 무엇인가?”



쾅!


이혁은 화를 내며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의 눈자위가 붉어졌고 목소리는 천둥처럼 높아졌다.


감역의 근무지 이탈에 왕태자 이혁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현대인 관점에서 이 시대 관리의 태업은 이해 불가다.



-진짜 개판인 나라구나. 홍수를 막아야하는데 제방 공사를 책임질 놈이 집에서 엎어져 자고 있다니. 정말 이런 나라로 대업을 이룰 수 있겠느냐? 이혁.


한숨을 쉬며 비꼬는 천마의 말에 이혁의 얼굴이 불거졌다.


그의 입장에서는 면전에서 체면이 깎인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조선의 얼굴은 왕태자 이혁이기에.



그래서 그는 청천벽력 같이 무서운 목소리로 관찰사를 윽박질렀다.


“당장 그 후레자식을 내 앞에 데려오너라! 반시진 안에 그 놈이 도착하지 않으면 네 머리가 날아갈 것이야!”





**




오카모토를 만나고 나서 문한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멀쩡한 제방을 어떻게 무너뜨린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어서 집으로 돌아와 아들을 만났다.



“종구야. 네 생각에는 제방이 어찌 될 것 같으냐?”


아버지의 질문에 문종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정식 학력은 없었지만 눈치 하나는 빨랐던 그는 아버지보다는 머리가 좋았다.



“아버님. 제 생각에는 비가 점점 굵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산강의 보수현장에 사람을 더 보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괜히 돈 아끼다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을 수 도 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다. 사실 일본 공사관에서 제방을 무너뜨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예? 아버지. 제방이 무너지면 나주에 있는 토지가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 중에는 저희의 토지도 있고요.”

“크흠! 거기에 대한 대가는 이미 받았으니 걱정할 것 없다. 너는 누구를 제방에 보내야 할지 생각해 보거라. 우리 집안에 유식한 놈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걱정이다.”


아들의 말에 문한규는 근심어린 얼굴을 했다. 그의 집안은 지주 출신으로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부와는 연이 없었다.


그도 겨우 지방의 종 9품 감역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제방을 무너뜨리는 것은 상당한 건축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걱정 마십시오. 아버님. 마땅한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문종구의 얼굴은 밝았다. 그에게는 손 안대고 코를 풀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형님을 보내시지요.”


“누구를 말이냐?”


멍청하게 되묻던 문한규는 갑자기 질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종구가 지칭하는 사람이 누군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건 안 된다. 그놈은 나서면 안 돼!”


“형님은 예전부터 무술과 학문에 능하고 인심이 높았습니다. 안 그래도 나주 사람들이 보수 공사로 불만이 높은데, 형님 말고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나 아버지가 공사현장에 갔다가는 괜히 돌팔매를 맞을 것입니다. 게다가 저희는 이 지역 출신도 아니지 않습니까?”


“끄응...”


“형님이라면 제방의 지반을 약화시켜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뭐... 공사현장에 있는 놈들이 조금 상하겠지만... 할 수 없지요.”



이 시대의 내로라하는 남자들은 모두 첩 질을 했다. 그뿐 아니라 동네의 아낙이란 아낙들은 모두 건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문한규도 재미삼아 소작농의 아내를 건드렸다가 덜컥 임신을 했는데, 소문이 날까 두려워 서출을 하인으로 들였다.


그런데 이놈이 조용히 밭이나 멜 것이지, 학문과 무예로 나주 지역에서 이름을 높이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여러모로 그에게는 골칫덩이였다. 자칫 본처가 아는 날에는 그야말로 작살이 날 것이다.



문한규가 고민하고 있던 그때, 밖에서 관원이 대문을 두드렸다.



“감역! 문을 여시오! 지금 큰일 났소이다! 전하가 오셨소!!”



끼이익-


종놈이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오며 경무관이 소리쳤다.


다른 관리도 아니고 나주의 경찰 사무를 지휘하는 그가 왔다는 것에 문한규는 안색을 굳히고 문 밖으로 나섰다.


그의 눈에 비를 뚫고 헐래 벌떡 뛰어오는 경무관이 보인다.



“허허. 체신 머리 없이 이게 무슨 짓이요? 경무관 나리. 누가 보면 비웃겠습니다.”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요. 나주부에 지금 왕태자 전하가 왔다는 말이요!”


“갑자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그런 헛소리를 할 거면 어서 돌아가시오. 밤이 늦었소이다.”



아무리 지역의 유지라고 해도 겨우 종 9품 감역이 경무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한규는 내심 경무관을 자신의 아래로 보았기 때문에 거만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게다가 문한규는 일본 공사관에도 튼튼한 줄이 있지 않는가?


경무관은 평소보다 자신을 홀대하는 문학규의 모습에 부아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시간이 없었다.


자그마치 왕태자가 나주부에 들었기에.



“개소리 하지 말고 어서 나를 따라나서시오. 나중에 나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니...”


“아니 이게 무슨... 놓으시오!”


경무관은 거두절미하고 문한규의 소매를 잡고 질질 끌었다.


나중에 문한규가 앙심을 품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봤자 종 9품 감역이 아닌가?

그리고 왕태자는 반시진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거 놓으시오!! 감히...”


그래서 경무관은 저항하는 문한규의 뺨을 후려쳤다.


쫘악!


“닥치고 따라오너라. 감역 문한규. 어명을 무시할 생각이냐? 대리청정 왕태자 전하의 명은 어명과 동일하다.”


“이익...”


군산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문한규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애초에 군산에 있던 그는 인력부족의 나주를 도와주러 왔을 뿐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로서는 억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알겠소. 가면 되지 않소? 가면.”


“흥! 진작 그럴 것이지.”




거의 질질 끌려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문종구는 중얼거렸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제방을 무너뜨리라는 일본의 요청은 까맣게 잊혀졌다.



“이거 사단이 났구나. 어서 형님을 찾아가야한다!”



**




관청에 잡혀온 문한규는 분기를 참기 못하는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왕태자의 신분에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지금 상황이 말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혁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관찰사와 경무관은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며 침묵했다.


솔직히 그들은 문한규 입에서 뇌물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서둘러 왕태자를 부추겼다.



“왕태자 전하. 저 놈은 근무를 태만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안 그래도 길어진 장마로 나주의 민심이 어지러운 바, 중벌을 내리시는 게 좋겠습니다.”


“......”


“어차피 종 9품 감역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한사람의 목숨으로 민심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 역시 올바른 왕도라 할 것입니다.”


옆에서 입에 발린 소리를 지껄이는 것을 무시하며 이혁은 문한규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인 감역 문한규라 하옵니다.”


“무엇이? 정말 네 놈의 이름이 문한규가 맞느냐? 아들 이름은 문종구가 맞고?”


이혁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두 손을 바르르 떨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공은 확장되었고 얼굴은 붉어졌다.


그는 한 번도 예상치 못했던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온 몸의 땀구멍에서 진한 땀방울이 흘러나오고 머릿속은 전쟁 통처럼 시끄러웠다.



아직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죄를 저지를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심지어 그 자신이 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의 아들이 대역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말이다.


이혁은 난생처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다.


그래서 그는 문한규가 문종구의 아비가 아니라고 대답하기를 바랐다.


모르면 몰랐지, 대역 죄인이자 친일파가 될 문종구의 가문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으니...



하지만 이런 마음도 모르고 문한규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제가 문종구의 애비가 맞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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