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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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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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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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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594

작성
20.08.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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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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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0쪽

2화 을미사변(2)

DUMMY

이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한다.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천마에게 무공을 배우는 게 가장 빠르다.


일단 살아남아야 조선을 위해서 뭐라도 할 게 아닌가?


-좋다. 너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지.


의외로 천마는 순순히 무공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조했다.


사실 그는 꿍꿍이가 있었는데, 처음부터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내공검법을 가르쳐주고 주화입마를 유도할 생각이었다.


태생부터 악당인 그가 자신의 무공을 가르쳐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죽하면 천마신교에서도 대놓고 욕은 못하고 끙끙 앓았을까? 그의 지랄 맞은 성격에 당한 무사만 한 트럭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떤 무공을 가르쳐 주실 건가요?”


평소에 무협지를 즐겨 읽었던 이혁은 천마가 대단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공을 배우려고 했던 것이다.


작금의 조선은 위태롭다. 궁궐에 일본 낭인들이 침입해 설치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데 그의 생각에는 천마라는 존재가 이렇게 순순히 무공을 가르쳐줄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혁은 천마를 한번 떠보았던 것이다.

만약에 천마가 대단한 무공을 가르쳐준다고 하면, 십중팔구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다.



-허허. 천마신공, 무당혜검, 달마신공... 무엇이라도 좋다. 내 너를 천하제일인으로 만들어주마. 흐흐...


“하지만 저는 무공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런 무공을 쉽게 배울 수 있나요?”


-걱정마라. 본좌가 누구냐? 일주일 만에 너를 고수로 만들어주마!


“......”


이혁의 예상대로 천마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았던 사람이 일주일 만에 고수가 될 수는 없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천마의 불손한 의도를 파악했던 것이다.


천마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다. 일단 주화입마에 빠뜨려놓고 이혼대법을 시전하려고 했으니...


-자 어떤 무공을 배우고 싶으냐? 본좌는 웬만한 무공은 모두 알고 있다.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가르쳐주마. 흐흐.


‘무공을 배워야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신공을 배우면 빠르게 강해지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천마를 믿을 수 없어. 나는 무공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니 천마가 속이려고 들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잠시의 고민 끝에 이혁은 결론을 내렸다.



“삼재검법을 가르쳐주세요.”


-뭐...?


천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런 하찮은 무공을 배우겠다는 이혁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혁이 삼재검법을 배운다면 신공으로 주화입마를 유도하려는 그의 의도는 실패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천마는 당황하며 이혁을 설득했다.


-생각 잘해라.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신공을 놔두고 왜 그런 쓰레기 같은 무공을 배우겠다는 거냐? 너는 강해지고 싶지 않으냐?



하지만 이혁은 완고했다. 그는 무공의 강함보다 안정성을 중시했던 것이다.


빠르게 강해지는 것보다 기초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 그는 초심자니까.



“삼재검법을 배우겠습니다.”


-......


천마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물론 이혁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



다음날 아침, 이혁은 고종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드리기 위해 경복궁을 찾았다.


경희궁의 내관이자 이혁의 심복인 조내관도 동행했다.


이혁은 내관들을 주렁주렁 달고 돌아다니는 게 불편했지만 궁의 법도는 지켜야한다.



“그럼 밖에서 기다리게.”


“예- 폐하.”


이혁은 조내관에게 말하고 경복궁에 들어갔다.


왕의 침소 앞에 도달하자 상선이 그를 힐끔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하- 왕태자 전하 드셨사옵니다.”


“들라하라.”



드르륵-


이혁은 궁녀들이 열어주는 문 사이로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역사책에서 사진으로 가끔 보기도 했던 고종은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명성황후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이혁은 어색하게 절을 하며 인사를 올렸다.



“아침 문안인사 드리옵니다. 아바마마.”


“그래. 어젯밤에 별일 없었느냐?”


“예.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도 별래 무강하셨습니까?”


“그래. 왕태자. 우리도 편히 잠에 들었습니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명성황후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이혁은 생각했다.


눈에 가시 같던 친일파를 숙청하고 있는 중이니 기분이 좋을 법도 하다.


벌써 10월 1일에 중추원 원장 어윤중이 해임되었고 유길준과 김가진도 오늘 좌천되거나 물러날 것이다.


사실상 김홍집을 바지사장으로 세워놓고 요직은 친러파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을사오적으로 유명한 이완용이 이 당시에는 친러파였다는 점이다.



“그래. 왕태자. 오늘은 무얼 할 생각이오?”


다정하게 묻는 황후를 보면서 이혁은 만감이 교차했다. 열심히 일본에 저항했지만 그녀가 조선에 미친 해악도 적지 않다.


을미사변을 막아야할까? 그런데 그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만약에 그가 역사를 바꿨기 때문에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조선이 독립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지?


사실 대체역사 소설에서는 쉽게 역사를 바꾸고 거기에 대한 패널티도 거의 받지 않는다. 어차피 소설은 소설이니까 조선이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이혁은 실제로 과거에 와 있었다.


괜히 조선을 돕겠다고 나섰다가 일본제국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완전히 망하는 것이다.



“왕태자? 왜 그러시오? 어디 아픈 겁니까?”


식은땀을 흘리는 이혁을 바라보며 황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혁은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아닙니다. 어마마마. 소자 요즘 건강이 좋지 않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무예를 단련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료에 의하면 순종은 원래도 병약한 체질에다가 후사도 없었다. 그러니 신체를 단련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이혁은 무공을 연공하기 위한 핑계도 필요했다.


“그래서 며칠 산에 들어가 무예를 연마하고 심신을 단련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산에 들어간다고요?”


황후는 당황한 얼굴로 걱정을 나타냈다. 하긴 왕실의 유일한 적자가 궁을 나가겠다니 걱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고종은 찬성했다.


“중전, 이제 왕태자도 성인이요. 스스로 육체를 단련하겠다고 하는데 어찌 말리겠습니까?”


“폐하...”


“걱정 마시오. 내 충성스러운 훈련대 병사들을 붙여줄 것이니 왕태자는 걱정하지마라. 짐은 기특하구나. 모름지기 조선의 국본이라면 강인한 육체를 가져야지. 허허! ”


‘훈련대? 걔들은 을미사변 때 배신했던 애들인데?’


이혁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훈련대의 내부사정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아바마마.”



**



내각의 요직에서 변방의 의주부 관찰사로 좌천된 유길준은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짐을 싸고 있는 하인들에게 괜히 심술을 부렸다.



“빨리 빨리 움직이지 못할까? 멍청한 것들.”


“죄송합니다. 나으리.”


“왜? 너도 이제 내가 우습게 보이는 것이냐? 고얀 것.”


“아... 아닙니다. 나으리.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되었다. 여봐라! 저놈을 끌고 가서 매우 쳐라!”


“예-”


“나으리! 살려주십시오. 나으리!!”



퍽! 퍽!


유길준은 몰매를 맞는 하인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오늘 같은 날, 피를 봐서 좋을 건 없다.


곧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허허. 관찰사 나리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오?”


그때, 멀끔하게 차려입은 우범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궁궐을 수비하는 훈련대 2대대장인 그는 유길준과 함께 친일파에 속해 있었다.


또 그의 뒤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사람이 따라 들어왔는데,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흥! 화날게 뭐가 있소. 일이 끝난 이후에 내부대신 서리에 임명해준다는 약속이나 지키시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어려운 일도 아니니... 그보다 이쪽과 인사하시오. 이번 거사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이오.”


“그렇소? 이것 참 반갑소이다.”


유길준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묻지 않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창이 넓은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도 조용히 갓을 들어 얼굴을 보였다.



“아니 당신은...”


얼굴을 보고 놀란 유길준이 소리를 지르기 전에, 우범선이 끼어들었다. 혹시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 말은 하지 마시오. 아직 정체가 밝혀져서는 안 되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을 키워도 되겠소?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닌데...”


유길준은 일전에 부관참시당한 김옥균의 시체를 보고 민자영에게 원한을 가졌지만, 다른 왕족에게는 원한이 없었다.


그래서 우범선이 데려온 사람의 정체에 걱정이 앞선 것이다.



“걱정 마시오. 나에게 다 계획이 있으니.”


“무슨 계획이 있다는 말이오? 대관절 왕ㅌ...”


“어허! 그 입 다무시오. 전하의 이름이 새어나가서는 안 되오. 분명 원래는 ‘여우’만 처리할 생각이었소. 그러나 듣기로는 이혁 왕태자 전하가 신체를 단련하겠다는 명분으로 훈련대와 산행에 나섰다고 하오.”


그동안 일본 교관이 양성한 신식군대인 훈련대는 친일파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왕태자의 산행에 훈련대가 동행 했던 것이다. 이는 친일파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게 정말이오? 훈련대와?”


“흐흐... 왕태자 전하는 아직 훈련대가 우리 손아귀에 들어온 것을 모르시는 것 같소. 그리고 왕태자 전하와는 내가 같이 갈 생각이니 허튼 수작은 부리지 못할 것이오. 어쨌든 이때까지 유약했던 그가 군과 친해지려는 게 무슨 뜻이겠소?”


“...군을 장악할 생각이군요. 이미 내각에서는 친일파가 모두 좌천당했는데 군까지...”


“그러니 가만히 놔둘 수 없는 것이오. 한번 두고 봅시다. 왕실의 유일한 적자가 우리 손에 떨어지면 폐하가 어떻게 나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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