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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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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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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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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594

작성
20.08.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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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0쪽

6화 을미사변(6)

DUMMY

부스럭-


갑자기 밖에서 들린 소리에 오카모토는 한 손을 칼자루에 올렸다.

군인 출신인 그는 별로 술에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그래서 낮은 목소리로 미우라 공사에게 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이잉-


그때, 바람이 불어오더니 어둠을 밝히던 촛불이 모두 꺼졌다.



“뭐야? 한참 좋았는데. 창문이 열려있나?”


토오 가쯔아키가 불평하며 창문을 보았지만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다.



“칙쇼!”


갑자기 경각심이 든 그는 고함을 지르며 창문을 모두 열었다.

좌중의 사람들은 모두 불안한 기색으로 침묵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토오는 달빛이 안으로 들어오자 개미새끼 하나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허리에 찬 일본도를 빼어들었다.


그리고 그는 유령처럼 누군가 테이블 위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치...칙쇼! 누구냐!”


다른 사람들도 이제야 눈치 챘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서있다는 것을.


조선인들의 하얀 무명옷을 입고 얼굴에는 무시무시한 탈을 쓴 그자는 불길한 기세를 흘렸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본좌는 고금최강 천하제일인, 천마신교 교주 천마다!”


콰가가가가-


이혁은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를 펼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빠가야로! 누구냐?”


토오 가쯔아키가 긴장하며 눈을 크게 떴지만 이혁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보법을 펼치며 이혁이 사라졌기에...



“무... 무슨 일이야?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미우라 공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몸을 부르르 떨었고, 조금 전에 토오 가쯔아키가 열어 놓았던 창문들이 저절로 닫혔다.


드르륵- 쿵!


드르륵- 쿵!


드르륵- 쿵!


토오 가쯔아키는 두려움에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감히 대일본제국의 영웅들을 위협하는 놈이... 당장 내 앞에 나와라!”


창문이 닫히자 창밖에서 흐릿하게 들어오던 달빛이 종적을 감추었고 술자리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명소리를 질렀다.



“크악! 크륵!”


“으악!!”


연회에 참여한 친일파 인사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토오 가쯔아키는 등 뒤에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며 도를 휘둘렀다.



“누구냐!”


잘 벼려진 일본도가 정확하게 이혁의 어깨를 베었다.



씨익-


토오 가쯔아키는 상대를 베었다는 자신감에 목소리를 높였다.


“크하핫! 고작 이정도 실력으로 겐요샤의 무사에게 덤빈...”


퐁!


그 순간 경쾌한 소리와 함께 토오 가쯔아키의 머리가 뽑혀 허공을 날았다.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죽음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깐 사이에 이혁이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뽑아버린 것이다.



“히... 히잇?!”


토오 가쯔아키의 죽음에 놀란 미우라 공사는 생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에 오줌까지 지렸다.


조금 지나면 똥이라도 바닥에 지릴 것 같다.


그는 발작하면서 소리 질렀다.



“일... 일본군!! 어디 있느냐! 일본군!”


도망치면서 소리를 질러보지만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분명히 밖에는 그가 데려온 일본군이 있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서 도망가는 사람들만 여기저기서 부딪치며 넘어질 뿐이었다.


평소에도 이런 자리에서 조선인 기녀를 학대하는 일이 잦았기에 일본군은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가 절망한 이때, 오카모토 류노스케가 정신을 차리고 목에 걸고 있던 비상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래도 위대한 제국군인 출신인 그는 이런 상황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었다.



휘익-


다다다다-


“하잇! 일본 제국 반자이!”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수많은 일본군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비상 전기가 복구되었다.


일본군은 총을 들고 한 사람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구석에 숨어있던 오카모토 류노스케는 멀리서도 거구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이혁의 키가 2M에 달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더 이상 승산이 없어 보이는 상황인데도 그는 덩치만으로 모두를 압도하고 있었다.


사실 우범신들은 이혁을 실제로 본적이 있었음에도 알아보지 못했다.


두 눈에서 핏빛 광망을 쏟아내고 온 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거한과 병치레가 잦은 왕자를 누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지금 이혁은 금강야수공을 시전하고 있었다.


3성의 삼재검법으로 복수를 할 수 없었던 이혁은 천마신교에 입교하는 조건으로 천마의 힘을 빌렸다.


그 덕에 원래라면 시전 할 수 없는 금강야수공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마 신교에서도 손꼽히는 외공인 이 무공은 적은 양의 내공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금강야수공은 야수처럼 강력한 근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시전자의 육체를 일시적으로 성장시켜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그리고 성취가 12성에 이르게 되면, 시전자의 육체를 도검이 통하지 않는 금강불괴로 바꾸어 주는 엄청난 무공인 것이다.



솔직히 경희궁을 탈출할 때처럼 직접 천마가 강림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천마가 자신의 몸을 빼앗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무튼 이혁은 갑자기 켜진 내부 전등에 눈을 찡그리며 손바닥으로 빛을 가렸다.

어둠속에서 있다가 갑자기 빛을 보면 눈이 아프기 마련이다.


전투 중에는 몰랐는데 토오 가쯔아키가 베고 지나간 자리가 찌릿하게 저려온다.



“누.... 누구냐?! 여기는 대일본제국의 고관들이 계시는 자리다. 썩 물러나지 못할까?”


일본군들은 허점을 보이는 그를 보면서도 두려움에 다가오지 못했고, 찰나의 시간동안 호흡을 가다듬고 밝은 빛에 적응한 이혁이 말했다.



“너희들을 조선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그의 부리부리한 눈이 일본군들을 바라본다.



퍽!


언제 튀어 나왔는지 모를 둔기가 이혁의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던 일본군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타다다다!


일본군이 총을 난사했지만 방금 처리한 일본군의 뒤로 숨은 그에게 맞는 것은 거의 없었고 일본군의 시체로 가려지지 않는 부위만 피해를 입었다.


“쯧!”


혀를 찬 이혁은 시체를 던졌고 거기에 맞은 일본군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이혁의 놀라운 힘에 놀란 일본군들이 다시 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이미 이혁은 동그란 탁자 뒤에 숨어서 총알을 피했다.


그리고 어느새 다른 병사의 뒤로 접근한 이혁이 또 한명의 옆구리를 둔기로 강하게 때렸다.


“으악!!”


둔기를 맞은 일본군은 미우라 공사의 바로 앞까지 날아 왔는데 일견하기에도 입에서 개 거품을 내뿜는 게 산사람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이혁은 원형 탁자를 들어서 몸 앞에 세우고 일본군들을 향해 돌진했는데, 하필이면 여기 있는 탁자들은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준비한 특제품이었다.


원목의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무쇠로 탁자 밑을 코팅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일본군을 몰살한 이혁은 피 묻은 둔기를 들고 훈련대 대대장들을 때려 죽였다.



퍽! 퍼벅!


“크...크륵... 살려줘!! 나는 그저 협박을 받았던 것뿐이네! 한번만 용서해주게!”


“내가 잘못했네. 제발 살려주게!”


퍽!



이두황, 이주회 ...비싼 옷을 입고 고급 장신구를 찬 훈련대 대대장들이 이혁의 발아래 쓰러졌다.


조선을 배신하고 국모를 살해하는데 공모한 조선인들은 마지막까지 목숨을 구걸 했다.


하긴 그렇게 본인의 목숨이 중요하니, 아무렇지도 않게 조선을 배신했을 것이다.



뚝... 뚝...


이혁의 둔기에서 진득한 핏방울이 떨어졌다. 이미 그의 하얀 무명옷은 핏빛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막아 막으라고!!”


미우라 공사는 다른 사람들을 앞으로 떠밀면서 도망쳤지만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일본군이 들어오고 나서 이혁이 괴력으로 문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문 열어! 문 열라고! 칙쇼!”


미우라 공사가 문고리를 당겼지만 침입에 대비해 쇠로 만들어진 문고리는 엿가락처럼 비틀려서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문 옆에 있는 전화기로 공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무슨 일이십니까?”


누군가 전화를 받자 미우라는 다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 상황을 알릴 수만 있으면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다.



“지금 괴한이 유길준의 집에...”


퍽!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혁이 둔기로 그의 머리를 깨부쉈기 때문이다.



“이제 여섯 명...”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로 이혁이 중얼거렸다.


그 피는 대부분이 적의 것이었지만 총알을 맞아서 흘리는 자신의 피도 있었다.


총알을 맞은 자리에서 욱신욱신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았다.


금강야수공이 평소보다 피부를 단단하게 만들고 출혈도 멈추게 했다.



아직까지 문을 열려고 발버둥치는 잔당들은 정말로 미친놈을 보듯이 그를 쳐다보면서 손가락으로 문을 긁고 있었다.


그 고통에 몸서리치는 발버둥에 손톱 끝이 다 뭉개지고 손 모양 그대로 핏자국이 문에 새겨진다.


그 모습이 마치 지옥에서 울부짖는 악마들의 모습과 같다.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익-


이혁이 피 묻은 둔기를 끌면서 걸음을 옮겼다.


살아있어서는 안 되는 자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을미사변을 주도한 오카모토 류노스케는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문 앞에 주저앉았고, 우범선 대대장은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철문을 걷어찼다.


쾅! 쾅!


“시발! 좀 열리라고!!!! 제발 좀!!”



유길준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도 죽게 될 것이다.



저벅 저벅


피를 뒤집어쓴 이혁이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둔기를 하늘 높이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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