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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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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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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594

작성
20.08.0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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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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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
9쪽

3화 을미사변(3)

DUMMY

-젠장. 도대체 왜 이렇게 더운 거야?


“10월인데 뭐가 그렇게 덥다고 하시는 겁니까? 엄살이 심하시군요.”


-내가 덥다면 더운 거지. 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젠장.


북한산에 등산을 하고 있으니 더울 수도 있지만, 천하제일인이었던 천마가 더위를 느낄 리가 없다.


게다가 그는 실제로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지금 괜히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한 번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이혁이 삼재검법을 선택하다니...


안정성이 높은 삼재검법으로 주화입마를 유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는 지금 기분이 아주 나빴다.


그래서 괜히 투덜거리는 것이다.


-제길. 영약도 하나 없는데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야? 그것도 약관이 한참지난 놈을.


“그렇긴 하죠. 그런데 일주일 만에 고수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신 건 어르신 아닙니까?”


-끄응...


천마는 자기가 내뱉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불평할 수 없었다.


무도종사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한번 한 말을 주워 담겠는가? 그래서 그는 괜스레 말을 돌렸다.


-허! 거참 날씨도 좋고 풍경도 수려하구나. 본교가 있는 십만대산보다는 못하지만.


이혁은 고소를 머금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맞장구를 쳤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조선의 풍경은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있지요. 제가 있던 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는데 말입니다.”


-뭐? 너 조선에서 태어난 거 아냐?



아차, 이혁은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고 대충 얼버무렸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무림인들은 오성이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군요.”


-뭐야?! 이 새끼가. 너 지금 날 무시 하냐? 어?! 천하제일인을 무시 하냐고!


천마는 길길이 날뛰면서 분노를 표출했고 이혁은 머리가 아팠다.

머릿속에서 사람이 날뛴다고 생각해보면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훈련대 장교가 말을 걸었다.


“왕태자 전하, 괜찮으십니까? 좀 쉬시겠습니까?”


마침 북한산의 중턱에 올라 주위 경관도 좋았기 때문에 이혁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일각도 되지 않아서 주변을 정리하자, 이혁은 투덜거리는 천마를 무시하고 간이의자에 편히 앉았다.


천마가 시끄럽게 욕설을 퍼붓고 있지만,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북한산의 경취가 고즈넉하다.


1895년의 10월에도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다.



- 왜 웃어?


갑자기 이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는데, 며칠 뒤에 일어날 을미사변과 이 풍경이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은 멸망한다. 그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아니, 그래도 될까?’



조금만 실수해도 미래의 대한민국과 그의 가족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생긴다.


‘가만히 놔두면 미국에게 쳐 맞고 멸망할 일본제국을 건드려도 될까?’



절래 절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어차피 을미사변이 일어나는 10월 8일까지는 아직 3일이 남았다.


그래서 그는 옆에 서있는 장교에게 말을 걸었다. 을미사변 때 배신한 훈련대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이 장교도 친일파일까?’


“그런데 자네의 이름이 무엇인가?”


“소신, 훈련대의 2대대장 우범신이라고 하옵니다.”


“뭐?! 다시 말해보아라. 그대의 이름이 뭐라고?”


이혁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가 우범신이라면, 일본 낭인들과 공모하고 궁궐의 훈련대를 해산한 사람이다.


“소신, 훈련대의 2대대장 우범신이라고 하옵니다.”



눈앞에서 친일파, 아니 반역자를 마주한 이혁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사실 뉴스에서 친일파나 위안부 얘기를 할 때면 분노하기는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관심했다.


오래전 일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힘이 들었으니...


그래서 이혁에게 빙의하고 나서도 신중하게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명성황후를 살해한 공범을 만나게 되니, 사지가 바르르 떨리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군... 그래. 나는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오겠네.”


“네. 왕태자 전하.”


이혁은 겨우 감정을 숨기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눈에 보이는 북한산의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왠지 핏빛으로 물든 것 같다고 생각한건 그의 착각이었을까?



‘역시 을미사변이 일어나도록 놔둘 수는 없어. 명성황후를 구해야한다.’


이때까지 이혁은 을미사변에 대해서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역사에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런데 눈앞에서 친일파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보니, 한국인으로서 치욕스러운 조선의 역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피가 거꾸로 솟는 분함, 일본 제국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역사에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때, 그의 기분 변화를 눈치 챈 천마가 말을 걸었다.


-왜 그래? 어? 무슨 일이야?


“지금 저와 말한 저 녀석이 배신자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뭐? 배신자! 내장을 꺼내서 창자로 순대를 만들어 먹어도 모자랄 놈들이 아니냐? 그걸 가만히 두었어? 내가 이걸 그냥...


천마는 좌초지종을 묻지 않았다. 이혁 입장에서는 그게 고마웠다. 자신이 미래인이라는 걸 알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마가 화를 내자 이혁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눈에서는 핏빛 광망이 흘러 나왔다.


흥분한 천마의 영체가 이혁의 상단전에 영향을 준 것이다.


“우악! 진정하세요. 저에게 계획이 있습니다.”


이혁은 일단 그를 진정시켰다.


역시 천마의 영체는 대단했다. 그가 살심을 품은 것만으로도 이혁은 사람을 죽이고 싶어졌다.


-계획은 무슨 놈의 계획? 어서 당장 저 놈을 찢어죽이고 그 일족을 멸할 것이다!!


사실 천마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은 아니었지만 그도 모르게 이혁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에 생긴 일이다.


“걱정 마세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


-흠... 그래?


천마는 이혁의 말에 혹하는 느낌이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혁은 말했다.


“네. 정말로요. 친일파 놈들은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쓸어버릴 겁니다.”




**



정상에 오른 이혁은 천마의 지도를 받으며 3일 동안 밤낮으로 삼재검법을 펼쳤다.


사실 순종 이혁의 체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혁은 이미 천마의 영향을 받아 상단전이 반쯤 열린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력이 강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친일파를 척살하겠다는 목표까지 확고해졌기 때문에 동기가 부여되었다.


그 덕에 그는 삼재검법을 3성까지 연공할 수 있었다.


삼재검법의 초식이라고는 가로로 베기, 세로로 베기, 찌르기 밖에 없어서 익히기는 어렵지 않았다.



“후욱!”


이혁은 우범신과 며칠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조선의 왕실에 불만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시 그는 왕비를 살해하는 것에 포섭이 된 것 같다.


...역사대로 훈련대는 반역을 꾀하고 있었다.



-우와. 대단한데?


이혁이 검을 내지르는 것을 보며 천마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아무리 뛰어난 무림인이라고 해도 3일 만에 삼재검법을 3성까지 익히기는 어렵다. 천마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놀라운 성취인 것이다.


“다 대협의 도움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뭐? 대협? 이게 미쳤나... 정파의 말코 도사들에게나 쓰는 말을 하고 있어!


이혁은 좋은 의도로 한 말이지만, 천마는 평생 동안 악당으로 살아왔기에 버럭 화를 냈다.


- ‘가만... 근데 내가 왜 얘를 도와줬지?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닌데. 제기랄.’


사실 천마는 원래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성격이 못되었다.

더럽고 급한 성격으로 새로운 제자들이 들어올 때마다 곤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배우는 이혁의 성취에 자기도 모르게 재미를 들였다.


천마는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그는 이제 다른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려고? 놈들을 혼내줘야지?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혁은 병사들과 함께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우범신 대대장을 바라보면서 대꾸했다.


그를 죽이거나 하야시키는 건 쉬운 일이다.


‘어차피 그동안 김홍집 내각에서 친일파는 일소되었을 테고... 하지만 그게 정답일까? 오히려 우범신을 미끼로 주범을 잡는 게... 먼저 우범신의 대대에 끄나풀을 심어놔야겠군.’


이렇게 고심하는 이혁의 마음도 모른 채, 천마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 다 죽여야지. 흐흐. 배신자들은 사지를 찢어서 곱창을 만들고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죽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더 이상 그런 놈들이 설치지 않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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