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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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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8.06 19:09
최근연재일 :
2020.09.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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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594

작성
20.08.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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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0쪽

7화 왕태자 이혁(1)

DUMMY

“자네 그 소식 들었는가? 어제 유길준의 집에서 친일파와 일본인 놈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는군.”


“뭐? 아니, 도대체 누가 그런 거사를 일으켰다는 말인가?”


“쉿, 나도 잘은 모르네. 그런데 하얀 무명옷에 귀신 탈을 쓴 의병이 유길준을 쳤다고 하는구먼. 마침 그 자리에 일본 공사와 그 패거리도 있었고.”


“크하하! 그것 참 쌤통이군. 어째 조선에도 인물이 나타난 건가? 그동안은 원 신통치가 않았는데.”


“거참, 이사람. 조용히 하게! 지금 포도청 포졸들이 눈이 벌개져서 그 의병을 찾고 있는 거 안보이나?”


“그건 또 그렇군. 국모도 시해하는 놈들이랑 붙어먹은 놈들인데...”



이혁은 삿갓을 눌러쓰고 저자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유길준 사택의 범인에게 현상금을 걸어놓은 벽보를 본 것이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있었는데 모두 을미사변의 공범들을 욕하고 일본의 허수아비인 포도청을 성토할 뿐이었다.


게다가 유길준의 패거리를 암살한 이혁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그나저나 자네 들었나? 그 의병의 이름이 뭔지?”


“나는 못 들었네. 어서 말해보게.”


“허허. 이것 참... 맨입으로 말해줄 내용이 아닌데 말이야...”


“거사람 참! 내 주막에서 거하게 살터이니 어서 말해보지.”


“큼. 좋네. 그 의병의 이름이 뭐냐면....”



이혁은 귀를 기울였다. 사실 그도 자신이 뭐라고 불리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천마탈이라고 하네. 을미사변의 악적들을 모조리 벌한다고 말하며 일본 공사관 일당을 섬멸했다고 하지 않나? 크...”


“거참. 기괴한 이름이군. 도대체 한약재료인 ‘천마’와 ‘의병’이 뭔 관련인가?”


“푸하핫!”


두 사람의 말을 몰래 듣고 있던 이혁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 덕에 두 사람의 날카로운 시선이 쏟아졌다.


시절이 수상하여 친일파를 욕하는 자들은 죄다 관아로 잡혀갔기에 그들은 경계하는 눈초리를 했다.



“아니, 대체 당신은 누구요? 지금 우리말을 엿들은 것이오?”


“아아... 미안합니다. 그저 천마의 뜻을 오해하는 것 같아서 말이오.”


-아니, 저것들이 지금 내 위대한 이름에 시비를 거는 것 이냐? 찢어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겠구나.


‘너무 화내지 마십시오. 조선에는 천마라는 한약 재료가 있습니다. 중풍을 치료하는 데 쓰이죠.’


-뭐... 뭐야? 그럼 저놈들이 나를 하찮은 식물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중원에서 대단한 천마도 여기서는 이런 취급을 받는 군요.’


-뭐... 뭐야?! 이런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것들이!


천마신교에 입교하면서 이혁은 천마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혁으로서는 반가운 일은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 혼잣말을 하는 것을 들킬 일은 없어졌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럽게 구는 천마와 상대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 말하다 말고 지금 뭐하는 거요? 천마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소.”


그때, 천마랑 마음속으로 얘기하는 동안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시비를 걸어왔다.


-그래 어서 저 몰상식한 놈들에게 천마의 뜻을 알려주어라. 괘씸한 것들...


“미안하오. 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천마는 이런 뜻이 아니겠소? 하늘 천에 말 마. 하늘을 나는 말이라는 뜻이오. 아마 그 의병은 홍길동처럼 신출귀몰하게 일본 놈들을 혼내줄 모양이구려.”


잠자코 이혁의 말을 듣고 있던 천마는 화들짝 놀라며 대꾸했다.


아니, 천마가 하늘을 나는 말이라니? 천마를 뭐로 보고 하는 말인가?


-야, 너 지금 무슨 개소리야? 천마는 하늘에 있는 마(魔)라는 뜻이다. 똑바로 설명해!



천마가 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이혁은 천연덕스럽게 두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 과연 그렇소. 정말 대단한 식견을 가지셨구려. 어느 양반가문 출신이오?”


“하하. 거기까지는 비밀이오. 암행을 하면서 신분을 말할 수는 없지 않겠소?”


“과연 그렇구려. 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소.”


-야 이 새끼야. 빨리 똑바로 설명하라고. 천마의 의미는 그게 아니야!


이혁이 두 사람과 대화를 마치려고 하자, 천마는 이때까지의 고압적인 태도는 버리고 조급하게 말했다.


까딱하면 위대한 천마의 이름이 더럽혀 지는 것이다.


천마가 하늘의 마(魔)가 아니라 하늘의 말이라고?


천마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 이만.”


“살펴 가시구려.”



물론 이혁은 천마의 사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과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천마의 뜻이 뭐가 중요한가?


언제나 거만한 천마를 놀려줄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야 이 개 새끼야!!





**





“너무 화내지 마시죠. 천마 어르신. 속 좁게 몇 시간을 삐져있는 겁니까? 조선인들이 우리를 의병이라고 치켜세워주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깟 천마의 이름이 뭐가 중요합니까?”


경희궁에 돌아오고 나서도 천마는 삐져있었다.

그래서 이혁은 고소를 삼키며 천마를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혁은 많은 조선인들이 자신을 지지해 주는 게 좋았고 ‘천마탈’이라는 이름도 꽤 마음에 들었다.


‘이제 왕태자 이혁이 정치에 나서는 일만 남았다. 내각 놈들은 몸이 달아있겠지.’


-흥! 그깟 천마의 이름이라고? 네 놈은 정말 건방지구나. 그리고 의병이라고? 나는 살인을 하라고 했지. 의병이 되라고 한 적이 없다. 의병이라고? 의-병-?!


“......”


겉으로는 쪼잔 하고 속이 좁아 보이는 천마이지만 그도 생각이 있었다.


이혁이 장난쳤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천마’라는 이름이 ‘의병’으로 사용되는 게 싫었다.



“의병은 좋은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악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그런 느낌이란 말입니다. 정의의 사도 모르세요? 저는 천마께서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게 문제란 말이다. 대 악인으로 두려움의 대상이어야 할 내가 말코도사나 땡중 들처럼 정의의 사도라니.


“...원하시는 데로 살인을 많이 하셨으니 된 거 아닙니까? 앞으로도 ‘천마탈’을 쓰고 다니면 그런 일이 많을 겁니다. 싫으십니까?”


-끄응...


천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음을 삼켰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법도 한다. 천마가 정의를 실현하는 건 기분이 나쁘지만, 살인하는 건 좋으니까.


“그럼 이제 그만하시죠. 곧 중요한 사람이 올 것입니다.”


-뭐? 누가 온다는 말이냐? 본좌는 지금 사람을 만날 기분이 아니다. 물러가라고 일러라.


피식-


툴툴거리는 게 생각보다 귀엽다고 생각하며 이혁이 대답했다.


“그건 곤란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



그 시각, 김홍집 총리대신은 머리가 아팠다.


각지에서 훈련대와 친일파를 처단하라는 유생들의 상소가 빗발쳤고 유길준의 사택에서는 미우라 공사와 여러 장교가 죽었다.


솔직히 그도 유생들이 시끄럽게 굴 것은 예상했지만 유길준의 사택에서 일어난 참변으로 그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각지에서 반란의 기미가 포착되었고 한양 내부의 분위기도 술렁였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요? 유길준.”


게다가 참변을 피한 유길준도 사라졌다. 총리대신 혼자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김홍집은 친러파를 몰아내고 외부대신 김윤식, 중추원의장 어윤중 등의 친일파를 복직시켰지만 인력난에 시달렸다.


오늘만 해도 그는 좌,우 포도청에 유길준 사택의 범인을 잡으라고 명령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훈련대 해산을 명령했다.


그뿐인가? 경복궁에 유폐되어 있는 왕을 찾아가서 ‘을미사변’을 종식시킨다는 칙서도 받아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대감. 어찌하면 좋습니까? 이러다가 정말로 반란이라도 일어나면 우리는 다 죽습니다.”


중추원 의장 어윤중이 다급하게 말했다. 해임되었다가 복직된 그는 기분이 좋아야 할 상황인데도 그렇지가 못했다.


“대감! 임오군란을 기억하십시오. 도대체 누가 이런 무지막지한 계획을 세운 것입니까? 중전 시해에 왕태자 암살 시도라고요? 저는 이런 일에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진정하시게. 나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여우사냥’은 유길준과 일본 공사관이 주도했던 일이 아닌가?”


“그렇습니까? 그런데 유길준은 어디 있습니까? 그는 참변을 피했다고 들었는데요.”


“모르겠네.”


‘어디 잘 숨어있겠지.’


난색을 표하면서도 김홍집은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보신에 뛰어났던 그라면 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과 친일내각이다.


“그냥 잘못을 인정하시고 사직하시지요. 대감. 어차피 친일파에서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습니까? 내각의 수장인 대감이 물러난다면 민심도 가라앉겠지요.”


“......”


김홍집은 인상을 쓰면서도 어윤중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아랫사람과 실랑이를 해봤자 손해 보는 것은 자신이다.


“크흠! 그럼 저는 대감만 믿고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설마 저희가 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시는 않겠지요?”


드르륵-


쿵!


한 소리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김홍집은 한숨을 쉬었다.



“휴-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군.”


제 한 몸 살겠다고 모인 친일파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 더욱 취약했다.


이러다가는 역풍을 맞아 친러파에게 밀리거나, 임오군란처럼 사단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은 일본 공사관의 도움도 못 받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다른 수가 없군.”


김홍집은 혀를 차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지금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한사람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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