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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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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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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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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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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냥의 전리품

DUMMY

띵-


[ 도마의 무게는 0 - 2,000Kg까지 소유자가 원하는대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


“뭐지 이 쓸데 없는 기능은?”


들고 다니기엔 가벼울 수록 좋겠지.


“영키로로 해줘.”


최저 무게로 설정하고 나무 테이블에 내려놓자.


휘이잉-


“으아아!!”


머리칼을 휘날릴 정도 바람에 도마가 날아갔다.


텁!


날아가던 도마를 디루그가 잡아줬다.


“이 나무토막이 뭔데 그렇게 놀라는거냐 준우.”

“고마워요 디루그씨. 이것도 도마예요.”

“그렇군 이전에 재료손질 할 때 썼던 그 판과 같은거군.”

“예, 근데 이렇게 날아갈 것 같으면 내가 더 묵직한 나무로 찾아다줄까?”

“아.. 아니예요.”


생각이 짧았다.

가벼우면 들고 다니는데 힘은 안들겠지만, 바람에 날아가거나 제 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3키로로 해줘.”


그 정도면 묵직한 나무가 옆으로 밀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존에 쓰던 미니도마에 잘 씻은 감자를 올렸다.


“꿀꺽-!”


아다만트 나이프를 조리하는데 쓰는 것은 처음인지라 꽤나 긴장됐다.

감자 위로 나이프를 천천히 가져다대자.


서걱!


누르는 힘 따윈 필요도 없다.

나이프를 가져다대자 감자는 깔끔하게 썰려나갔다.


탁!


감자를 끝까지 자르고 도마에 나이프가 닿자..


쩌저적..!


도마가 잘려나갔다.

문제는.. 그 아래 커다란 원형 나무테이블까지 반으로 갈라졌다.


“끝에 살짝 닿았을 뿐이잖아..”

“준우 나무는 왜 자른거냐.”

“아··· 이게 칼이 너무 잘 들어서 실수예요.”


너무 잘 드는 나이프가 오히려 어색했다.


첫 퀘스트로 받은 요리가방에 없는 것 중 숯돌이 가장 아쉬웠다.


이젠 와츠에게 부탁하면 칼은 갈 수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훌륭하네.”


반으로 잘려버린 도마는 보르쿨과 디루그가 반씩 나눠 쓰기로 했다.


아다만트 나이프를 견딜 수 있는건 세계수 도마뿐.

세계수 도마 위.

반으로 자른 감자를 올리고 또 다시 나이프를 가져다댔다.


서걱-!


감자는 여지없이 반으로 잘렸고..


탁!


나이프가 나무도마에 닿았다.


“됐어.”


역시 도마는 멀쩡했다.


아다만트 나이프를 버틸 도마가 없으면 나이프도 무용지물.

요리엔 쓸 수 없을 뻔 했는데..


“멀쩡하네.”


손 끝으로 감자 아래 도마를 만져봤지만, 세계수 조각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걸 버티네.”


거대 곰도 꿰뚫어버린 나이프를 나무조각 하나가 버텨냈다.


“다 준비됐네 준우. 식사부터 하지.”

“네!”


몸은 안좋았지만, 뜻밖의 훌륭한 물건을 얻어 기분좋게 자리에 앉았다.


죽이 된 흰쌀밥에 여기저기 뭉개지고 부숴진 감자채볶음.

모양이 제멋대로인 달걀 후라이까지.


조악하지만 처음으로 오크들끼리만 만든 식사다.


“잘 먹겠습니다!”


단촐한 상이었지만, 남이 해준 밥은 몇 달만에 먹어본다.


“맛있네요.”


감자는 싱겁고 계란후라이는 짜다.

하지만 친구들과 야외에서 먹는 식사는 꿀맛이다.


“으윽..!”


어깨에 끔찍한 통증이 몰려왔다.


“괜찮나 준우? 내가 먹여줄까?”

“아..아니예요. 왼팔로만 먹을게요.”


보르쿨씨가 다가오는걸 겨우 막았다.

왼팔만 사용하는데도 오른쪽 가슴팍에 통증이 느껴졌다.


“잘 먹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식사로 자네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군.”

“그럴 것 같아요.”


나를 위해 간단한 치료와 식사까지 준비해준 오크들에게 감사했다.


“먼저 들어가볼게요.”

“그래 어서 쉬게.”


통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식사를 끝내곤 그저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 밖에.


예정대로였다면 오늘 모든 장독대에 시간제어를 사용해야 했다.


“살려면 어쩔 수 없었지.”


거대 곰을 사냥하려면 시간제어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누워서 현재 진행 중인 것들을 복기했다.


“장은 담가뒀고, 맥주도 1차발효는 끝나가고.. 보리랑 밀도 더 키워야지.”


쌀도 좋지만 아직 밀의 수확량이 많지않다.

시간제어 몇번을 반복해야 오크들이 매일 먹을 수 있는 양의 밀이 나올거다.


“조급할 필욘 없겠지.”


모든 곡식이 하루면 자란다.

시간제어를 사용한 덕에 쌀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장 다음엔 밀로 해야겠어. 그 전에···”


모든게 일사천치로 진행되고 있다.

단 하나 알고싶은 것은..


“밖에 누구 있어요?”

“무슨 일인가 준우.”


밖에서 화로를 정리중이던 보르쿨이 들어왔다.


“무라그 좀 불러주시겠어요?”

“그러지.”


녀석에게 물을 것이 있다.

아다만티움이 주는 고통을 견디게 하는 우유.

그것의 출처를 말이다.


“잘 시간에 왜 부르는거냐.”

“어제 준 우유, 어디서 난 거야?”

“아.. 그 얘기였군. 별거 아니다.”

“아니 어디서 났는지 얘기하라고.”


대답이 없더니 무라그는 이내 웃어보였다.


“내가 직접 데려가주지.”

“먼 곳이야?”

“아니 그리 멀진 않지만,그 몸은 회복되고 가는 걸로 하지.”

“시간이 없어.”


이곳에서 그런 귀중한 식재료는 언제 또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뭐가 그리 급한거냐.”

“갔는데 없을 수도 없는거 아냐?”

“그런 걱정은 필요없다. 언제든 구할 수 있으니.”


생각보다 쉽게 수락하는 무라그를 보니 어딘가 미심쩍었다.


“알겠어, 회복하는대로 바로 가자고.”

“단, 우리 둘이서만 가야한다.”


***


다음날에도 통증은 여전했다.


아침 일찍 나와 샘물로 샤워를 하고 식사를 준비했다.


“우리가 돕겠네 준우.”

“하아.. 감사해요.”


겨우 재료를 옮겨다 놨을 때, 보조들이 도착했다.


“우리가 준비해도 되는데 왜 벌써 움직이나.”

“감자채볶음이랑 후라이만 먹을 순 없잖아요.”

“우린 그걸로도 충분하네 으하하!! 얼마나 맛있는데! 자네가 해준 음식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아니예요, 맛있었어요.”


역시나 보조들이 해준 음식으로는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다.

우유를 구하러 가기 위해선 나아야 한다.


“나으려면 제가 음식을 해 먹어야할 것 같아서요.”

“그럼 밥이라도 우리가 할테니 필요한게 있으면 말만하게.”

“감사해요. 어제보다 물은 적게 넣어주세요.”


보르쿨이 밥을 짓고 디루그는 나의 주문대로 재료를 손질했다.


탁.타악-! 탁.


삐끗-!


“으윽..”

“조심 좀 하시지. 천천히 해도 돼요.”


감자를 썰던 디루그가 손을 베였다.


“칼이 감자도 못 써는구만.”


손을 벤 정도로 오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지만···


요 며칠 그들에 대해 무신경했던 것 같다.


“와츠한테 두 분 나이프도 부탁해볼테니까 당분간만 기다려주세요.”


날이 무뎌질대로 무뎌진 칼을 쓰느라 이런 일이 생겼다.


“내 도끼를 써라 디루그.”

“고마워.”

“아니예요, 그 정도면 됐어요.”


피가 난 손으로 도끼를 든 오크를 말렸다.


“하지만..”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지금 상태로 여러 요리를 하긴 어려웠다.


어제 잡은 돼지의 목살을 가져다 큼직하게 썰었다.

뜨거운 물에 고추장을 풀고 한입거리로 썰어놓은 감자를 넣고 끓였다.


감자가 반쯤 익었을 때 양파를 넣고, 목살을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익힌다.


“이제 대파랑 다진마늘만 넣으면..”


간단한 고추장목살찌개가 완성되었다.


“후라이 하나만 해주시겠어요?”


흰 쌀밥 위에 새빨간 고추장찌개 몇 숟갈 떠 넣고 푹 익은 감자를 살살 으깼다.


“여기에.. 고기 한점 올리고 국물 좀 더 부어주면..”


흰쌀밥 사이사이 으깨진 감자가 부드럽게 혀를 감싼다.


매콤하면서도 기름진 고기국물이 입 안 가득 들어차니.


“훌쩍!”


이마에선 땀이.

코에서 묽은 콧물이 흘렀다.


“하아.. 맛있다.”


매콤하고 뜨거운 고기국물에 몸이 풀어졌다.


“후라이 좀 여기 올려주시겠어요?”


반숙 후라이를 올려 노른자를 터뜨렸다.


매콤했던 고기와 감자 위로 노른자가 흘러내렸고. 쌀밥과 함께 그대로 퍼올려 한 입 가득 넣었다.


나무 그릇이 빨갛게 물들 때까지 싹싹 비벼먹고 난 뒤에야 식사가 끝났다.


“후우..”


띵-


[ 맛있게 매운 고추장 찌개로 인해 흉부의 상처가 회복됩니다. ]


깊게 패였던 상처 안쪽부터 조금씩 새살이 돋았다.


“후우~”


큰 고통에 깊은 숨을 내쉬었고..


띵-


[ 상처 부위가 50%만큼 회복되었습니다. ]


“끝난거야?”


후각 외에 치료가 되다 만 것은 처음이다.


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단 거겠지..


“바로 우유 가지러 가려고 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다.


“준우, 나랑 갈 데가 있네.”

“어디?”


식사를 끝내고 야그나르가 찾아왔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자네 작업장을 만들 계획인데 말이야.”


드디어 집 앞 공터가 아닌 제대로 된 작업장을 가질 수 있게 된 건가.


“가자.”

“좀 괜찮아졌나? 어제보다는 낯빛이 밝아졌군.”

“그래?”

“한결 편해보이는군.”

“네 덕분이지.”


야그나르를 따라간 곳은 얼마 전 설치했던 닭장 옆 공터.


“예전의 그 닭들이 맞나..?”


최근 곡식의 종류와 양이 다양해지면서 야생닭들은 살이 부쩍 올랐다.

게다가


“살이 찌니까 애들이 여유로워졌네.”


발걸음조차 느긋했다.


“준우 네 덕에 기름진 닭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됐어.”

“마리수가 부족하지 않아?”

“어제 좀 많이 잡아먹어서 그렇네. 그간 태어난 닭이 많거든.”


그러고보니 잡아오지 않은 어린 병아리들 수가 굉장했다.


“저것들도 금방 크겠네. 조만간 맛있는 닭요리 해줄게.”

“벌써 기대되는군.”

“작업장은 저쪽인가?”


이미 근처에 오크 여덟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작업해줄거네. 공간은 이 공터를 전부 채워도 돼.”

“진짜?”


닭장 옆 공터는 꽤나 공간이 넓다.


“대형식당 넓이 정도는 되겠어..”

“고기 구울 땐 연기가 많이나니 흙보단 나무를 많이 사용할 생각이네.”

“맞아, 환기시설도 필요한데 그건 와츠한테 부탁해볼게.”

“그래 자네가 원하는 구조가 있다면 그것만 오늘 중에 그려줄 수 있겠나?”

“알겠어.”


나와 보조들만 쓸 수 있는 공간이 저렇게 넓다면 화로도 늘리고 커다란 화덕도 만들 수 있다.


“야그나르, 석빙고 때처럼 돌 좀 깎아줄 수 있어?”

“너의 부탁이라면 저들이 들어줄 것이다.”

“그래 맡겨만 주라고 준우!”


오크들은 언제봐도 든든했다.


“고마워요. 여러분. 크기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


화덕용으로 쌓아 올릴 돌 크기를 정해줬다.


“구조랑 동선 정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 완성되고 말씀드릴게요!”

“예.”


잊고있을 줄 알았던 작업장을 야그나르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금세 만들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준우.”

“고마워. 참 야그나르 조만간 무라그랑 마을 밖에 다시 나갈까 하는데 괜찮을까?”

“그 녀석과 자주 만나는 것 같군 준우.”

“사실···”


야그나르에게 우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우유가 어디서 났는지 알아?”

“흠.. 글쎄··· 본진에서 우유를 마시는 일이 종종 있긴 하지만, 내가 직접 발견한 적은 없어서 말이지.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군.”

“무라그가 알고 있다고 같이 가준다고 해서.”

“그럼 크룰크와 함께 동행하는게 어떤가.”

“아니야 이번엔 둘만 다녀올게.”


그를 견제하는 무라그와 달리.

야그나르는 내가 무라그와 함께 다니는 것을 염려 할 뿐이다.


“걱정마, 무라그가 날 해치진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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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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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구세주 등장 24.05.24 52 4 11쪽
41 새로운 종족 24.05.23 49 3 11쪽
40 맹독버섯의 위험성 24.05.22 50 4 11쪽
39 우유 먹으면 튼튼해져. 24.05.21 47 5 10쪽
» 사냥의 전리품 24.05.20 65 5 11쪽
37 곰 사냥꾼. 24.05.19 79 5 12쪽
36 숲은 내게 정육점일 뿐. 24.05.18 83 6 12쪽
35 걸작의 오류. 24.05.17 87 7 11쪽
34 이게 속세의 맛이다(1) +3 24.05.16 112 9 11쪽
33 이게 속세의 맛이다. 24.05.15 116 6 11쪽
32 음식 취향이 안 맞아. 24.05.14 124 7 11쪽
31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1) 24.05.13 134 5 11쪽
30 하룻강아지가 된 무라그. 24.05.12 132 5 11쪽
29 대족장의 막내아들. +1 24.05.11 136 8 12쪽
28 늙은오크 회춘하다(1) 24.05.10 155 10 11쪽
27 늙은 오크 회춘하다. +1 24.05.09 153 9 11쪽
26 늙은 오크의 고충. 24.05.08 156 9 12쪽
25 요리보조 오크1,2,3. +1 24.05.07 171 10 11쪽
24 쌀밥이 최고야. 24.05.06 179 11 11쪽
23 고추 먹으니 쌀밥이 땡겨. +1 24.05.05 184 10 12쪽
22 오크에게 고추먹이기. 24.05.05 182 9 11쪽
21 요리하는 오크. 24.05.04 197 12 12쪽
20 최초의 S급도구. 24.05.04 201 13 12쪽
19 전염병에 걸린 오크들. 24.05.03 205 13 12쪽
18 드워프가 좋아하는 음료. 24.05.02 211 13 12쪽
17 드워프와의 대결 24.05.01 221 12 11쪽
16 한국에서 온 요리술사. 24.04.30 23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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