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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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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작품등록일 :
2024.08.17 01:32
최근연재일 :
2024.09.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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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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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79

작성
24.08.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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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성유물

DUMMY

1-


이게 대체 뭐야.


머릿속에 온갖 상상이 떠올랐다.


주지 스님이 어디서 가짜 유물을 사 왔다.

조사하는 모습만 보이기 위해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게 진짜 뭐야.”


[드. 들린다!]


[세존의 음성이 들려!!]


[아아 정말이구나. 그 예언은 진짜였어!!]


상자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마치 미니어처처럼 작은 그들 수십 명이 모여있었다.


[세브라스 수도원과 연결됐습니다.]


눈앞에는 이상한 메시지도 나타났고

지금 펼쳐진 저 폐허와도 같은 건물이 수도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수도원?’


사제들이 공부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공간.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곳은 말 그대로 폐허였다.


한때는 화려했을 건물들 대부분은 박살 나 있었고

오직 멀쩡한 어떤 작은 건물 앞에 제단처럼 보이는 단상만이 있었다.


‘그런 게 연결됐다고?’


심지어 저 다 망한 것 같은 수도원과 내가 연결됐다는 이야기.


[세존이시어 들리십니까?!]


그때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어떤 노인이 단상에 올라갔다.


그의 수염은 허리까지 자라있었고

낡은 사제복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었다.


[세브라스 수도원의 수도원장 유타르라고 합니다. 세존이시어!]


스스로를 유타르라 소개한 노인.


“아..네.”


그 말에 무엇을 답해야 할까?

떨떠름하게 답하자 노인의 몸이 부르르-떨리는 모습.


[아아..진짜였군요. 진짜 그 예언이 맞았어. 세존께서 이리 화답해주시다니!]


“저기 죄송하지만, 저는 세존이나 그런 거창한 존재가 아닙니다.”


세존(世尊)

그건 석가모니 부처님을 의미하는 말.


그런 거창한 말을 내가 들을 수 없었다.


[세존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충격에 굳은 노인이 다시 물었다.


“저는 세존이 아니고 홍성택입니다.”


[홍..성택이요? 당신은 세존이 아니라고요? 그럴 리가. 당신의 목소리는 하늘에서 들리지 않습니까?!]


“그건 저도..”


솔직히 모르겠다.

갑자기 다른 세계와 연결됐고

내 목소리가 저들에게 들려 소통되는 이유가.


“어쨌든 저는 세존 같은 거창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스스로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호칭되는 건 넘어갈 수 없었다.

특히나 불교 미술을 배웠다면 더더욱!


[세존이 아니시라니..]


[당신 말을 듣고 여기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오!]


[아아... 끝이야. 우린 끝났어..]


[곧 이단 심문관들이 이곳에 올 거야.]


[우린 다 죽은 목숨이라고!]


세존이 아니라고 말하자 갑자기 패닉에 빠진 사람들.


그제야 사람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피골이 상접했고

몇몇 사람들은 중상이라도 입은 듯 죽은 듯 누워있었다.


“저기 무슨 일 있으신가요?”


그들에게 물었다.

어쩌다 그렇게 됐다고.


[사제들이 며칠 굶었더니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나 봅니다. 추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며칠 굶었다는 말에 주변을 둘러봤다.

탕비실에 과자는 많았거든.


‘될까?’


작은 이들이었기에.

내가 과자를 조금만 뿌려주면 배고픔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도와주신다고요?]


도와준다는 말에 놀라는 유타르.

그가 반응하기 전에 탕비실 과자를 잘게 부숴 상자 위에 털어봤다.


“어?”


그러나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과자부스러기가 상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


[세브라스 수도원과 사용자가 연결됐습니다.]


오직 같은 메시지만 나올 뿐.

이들을 직접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안함에 이들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유타르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


[괜찮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이제 정말 끝이군요.]


“.......”


[예언은 분명 나르나트 고원에서 세존을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제단에 주저앉는 유타르의 모습.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사제는.’


존경받는 직업이 아닌가 했거든.

실제로 각성자들 사이에서 사제로 각성한 존재는 귀했고

낮은 등급으로 각성해도 좋은 대우를 받았다.


심지어 저들의 차림새, 건축물들을 봤을 때 중세시대와 비슷해 보였기에.

사제들이 학대받은 흔적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거든.


“무슨 일 있으신가요?”


[하하하 그저 깨닫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것이. 죽음으로 다가왔군요.]


[세존...아니 성택님. 죽으면 그쪽 세계로 갈 수 있습니까?]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말투.

대학원에서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을 자주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선배 나 이제 공부 포기할 거야.

-먹고살아야지. 하하하..

-죽고 싶다. 진짜 내가 뭐 하는 걸까?


후배와 선배들 혹은 동기들.

대부분이 저런 유타르와 같은 모습을 보였고

어느 순간 대학원에서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게....]


유타르는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리쿠세닌 이라는 자신들의 대륙.

그곳에서 빛의 신 아델을 믿는 사제라는 이야기까지.


[그저 궁금했습니다. 사라진 아델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대륙의 대부분은 빛의 신 아델을 믿었다.

그러나 그의 진짜 가르침은 사라졌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대륙을 돌아다녔다는 이야기까지.


[어느 순간 우리를 이단으로 몰았습니다.]


[그저 가르침을 찾고 해석하고 싶었는데 이단으로 몰려 수많은 형제들이 순교했습니다!!]


가르침을 찾자.

대륙의 다른 사제와 성기사들이 그들을 이단으로 몰았다.


대륙의 공적이 됐고

탄압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까지.


마지막으로 우연히 들은 예언에서 이곳에 세존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들었기에.

남은 사제들과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고 알려줬다.


“저런...”


안타까움이 들었으나 마땅히 도와줄 수 없었다.

저들이 믿는 종교가 내가 아는 것이 절대로 아니니까.


[겨우 찾은 이 가르침은 영영 알 수 없게 되겠군요.]


유타르가 품 안에서 꺼낸 오래된 양피지.

대륙을 떠돌며 얻은 고대 유물 중 하나라고 했다.


[이것만 멀쩡했어도 남은 가르침 하나 정도는 배우고 죽을 수 있을 텐데.]


자신의 죽음보다.

그는 멀쩡하지 않은 양피지에 안타까워했다.


“그게 무슨 내용인가요?”


어째서 저것에 목숨을 걸까 궁금했기에 물었다.


[세존과 제자들의 문답을 적은 내용입니다. 아델께서 남기신 가르침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되더군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아델께서 먼저 제자들에게 물음을 던지셨습니다.]


[뗏목을 타고 강을 넘었는데 그 뗏목을 계속 가지고 다닐 거냐는 물음이고 그 뒤로는 양피지가 잘려 읽을 수가 없군요...]


‘어 잠시만.’


유타르의 말에 들린 내용은 내가 아는 내용이었다.


‘저거 뗏목의 비유 아니야?’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뗏목을 비유로 들어 가르침을 설파했던 일화.


“제가 그거 좀 알 거 같은데요?”


[예? 성택 님이요!?]


“잠시만요.”


스마트폰을 꺼내 뗏목의 비유를 검색해봤다.

그와 함께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맞자 빠르게 유타르에게 말을 걸었다.


“그건 아마 이런 내용일 겁니다.”

뗏목으로 강을 건넜다.

고마운 뗏목이었기에 그걸 짊어지고 산을 넘을 거냐는 물음.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뗏목의 비유는 불교 이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있어 기초적인 일화다.


“뗏목은 그저 강을 건널 때 고마웠고 도움이 되는 존재였지요.”


[아.. 네.]


“그런데 다음에 넘을 산에 이걸 짊어지고 갈 필요가 있을까요?”


[당연히 없죠? 아마 버리고 산에 오를 겁니다.]


“공부나 수행도 그런 거예요. 예전에 배웠던 지식으로 지금 같은 지혜를 배웠죠?”


[.......]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이전의 배웠던 상식 지식 등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런...]


“깨닫기 위해서 뗏목은 수단이지 진리는 아니잖아요?”


[?!!?!?!]


뗏목의 비유가 주는 교훈은 간단했다.


아무리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해도.

상황에 맡게 배울 건 배우고 버릴 때는 버려야 했다.


즉, 가르침마저 집착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 그럴 수가.. 아아.. 이게 그런 뜻이었군요. 마하- 아델.. 마하-아델! 세존께서는 자신의 가르침조차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쳐주신 거군요.]


수도원장이라는 직책답게.

조금만 설명해주자 뗏목의 비유를 완벽하게 이해한 모습.


그동안의 설움이 터진 것인지 아니면 지혜를 배워 기쁜 것인지.

유타르는 울먹이며 내가 말해준 뗏목의 비유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어..수도원장님?]


[말도 안 돼.. 세존께 무슨 가르침을 받으셨길래..]


[수도원장님의 경지가 올라갔단 말인가?!]


“?”


그러나 갑자기 유타르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유타르의 몸을 감싸는 것도 잠시.


[세브라스 수도원의 유타르의 경지가 높아졌습니다.]

[수도원이 파멸 단계에서 멸망 단계로 변했습니다.]

[신성력이 1올라갑니다.]


“?!”


이상한 메시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 이거 설마?’


이 모든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불교의 가르침과 비슷한 저곳의 교리.

그것에 대해 조금 설명해주자 저들의 경지가 올랐고

갑자기 내게 신성력이라는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


‘저 수도원을 발전시켜야 나도 강해지는 건가?’


심장이 쿵쿵-뛰었다.


신성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제로 각성하는 것.


1성급이라도 해도 사제로 각성하면 중견 길드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했다.

심지어 정부에서는 사제를 정부 소속으로 만들기 위해 따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머릿속에 수많은 불교의 교리가 가득했다.

게다가 내가 일하는 곳은 성보박물관이고 자문을 구할 스님들도 많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택님..]


한참을 울먹이던 유타르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에는 이전에 볼 수 없던 현기가 엿보였다.


[당신은 세존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 내게 있어 당신은 세존과 비슷합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걸... 당신에게 바칩니다. 애초에 이 제단은 신에게 공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공양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진짜 부처님도 아니고.’


그래도 가만히 유타르의 행동을 내버려 두었다.

힘들게 살아가는 저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


‘뭐 똑같겠지.’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었기에.

유타르의 행위도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그칠 게 분명했다.


사찰에서도 부처님 앞에 수박, 떡, 쌀, 돈 등을 공양했다고 해도.

그것들이 진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지는 않잖아?


[세브라스 수도원에 마지막 남은 성유물을 세존께 바치니.]


[부디 우리에게 깨달음으로 인도하소서....]


유타르가 제단위에 어떤 염주를 올려두었다.

그것을 보며 사제들이 성호를 긋는 것도 잠시.


“어?”


그것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첫 공양을 받았습니다.]

[명성이 10증가합니다.]

[성 세브라스의 염주를 획득했습니다.]


“뭐야.”


[성 세브라스의 염주.]

[세브라스 수도원의 창시자이자 성인 세브라스의 유골로 만든 염주.]

[착용 시 신성력이 10증가합니다.]

[하루에 3번 초급 치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친 이게 뭐야.”


절로 욕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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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중도 +5 24.09.04 2,388 90 12쪽
16 +1 24.09.03 2,617 67 14쪽
15 <삭>자. +2 24.09.02 2,706 78 12쪽
14 범자 +5 24.09.01 2,821 86 12쪽
13 정화 +4 24.08.31 2,906 91 13쪽
12 성기사 +2 24.08.30 3,001 88 11쪽
11 원통보전 +1 24.08.29 3,184 102 12쪽
10 마하야나 +2 24.08.28 3,321 100 13쪽
9 속리산 +3 24.08.27 3,509 96 12쪽
8 농사 +2 24.08.26 3,660 101 13쪽
7 세트 24.08.25 3,786 104 12쪽
6 3D프린터 +2 24.08.24 3,813 104 12쪽
5 수도원 건물 +2 24.08.23 3,972 109 14쪽
4 불화(佛畫) +5 24.08.22 4,118 117 11쪽
3 고사리 +5 24.08.21 4,237 1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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