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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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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작품등록일 :
2024.08.1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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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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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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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주말에 뭐 하세요?”


“절에 갑니다.”


“절..이요?”


소개팅.

30살이 넘으면 소개팅은 결혼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그렇기에 소개팅 하나하나가 중요했고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법.


“아... 창재 오빠한테 들었어요. 전공이..‘”

“불교 미술사입니다. 희주씨!”


말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불교 미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인가.


불교와 관련된 조각, 회화, 공예, 건축.

이것들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문.


“그게 뭐예요?”


정말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


그 모습에 잠시 헛기침을 내뱉었다.


‘비인기 학문의 서러움 진짜...’


불교 미술은 비인기 학문이었다.


2차전지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흔하디흔한 풍속화나 회화작품과 관련된 학문은 전혀 아니었다.


“저는 불화(佛畫)를 전공했는데요.”


“네.”


“사찰에 가면 부처님이 그려진 그림이 있습니다. 거기에 보살님, 신장님, 어떨 때는 스님을 그린 영전 같은 그림들이 있거든요.”


“그런 그림들을 공부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그냥 그림이 아니거든요.”


“네.”


대학원에서 불교 회화 즉 불화를 공부했다.

심지어 박사과정까지 마쳤으니 이 분야에 있어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거든,


처음에는 낯설어 했던 것과 다르게 관심 가져주는 김희주처럼.

막상 알고 보면 가장 신비롭고 재미있는 학문이 불교 미술이었다.


“근본은 종교 회화라 경전 내용을 넣거나, 불교 의식에 사용하는 그런 그림이 바로 불화입니다!”


“우와...”


감탄사까지 내보인 모습.

이번 소개팅 느낌이 좋았다.


“그러면 맨날 그거 공부하는 거예요?”


“맨 날은 아니고..”


“근데 그거 공부하면 뭐 해요?”


숨이 갑자기 턱 막혔다.


‘음.. 뭐하지?’


우선 지금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줬다.


사찰에 있는 박물관.

즉 성보박물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하는 일.


핸드폰으로 지난번 전시에 나왔던 불상(佛像)을 보여주는 것까지.


“이거 원래 보여드리면 안 되는데.. 여기서 복장물이 나왔거든요.”


“하하 네.”


“희주씨 이거 정말 비밀입니다. 비밀!”


“아..네. 그런데 성택 오빠.”


홍성택.

그게 내 이름이었다.


“이거 해서 얼마 벌어요.”


“......”


올게 왔다고 생각했다.


“오빠 박사 학위까지 있으니까. 500이상 벌죠?!”


보통 박사 학위를 받으면 500이상은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당신이 이공대 박사 학위를 받고

자격증이 수십개 이상 있다면!


“그게...”


“제 친구가 신랑이 박사 졸업하고 <우라노스> 길드 다니거든요. 거기 연구원이라는데 이번 성과금이 5000만원이었대요.”


“5.5000이요?”


성과금이라는 말에 지난번 주지 스님이 공부하라고 줬던 10만원이 떠올랐다.


“각성자도 아닌데 성과금만 5000이래요. 역시 박사 학위는 뭔가 달라도 정말 다른가 봐요.”


“........”


김희주의 눈빛에 호감이 엿보였다.


‘전공을..’


바꿀까 생각했다

같은 박사 학위라지만, 몬스터를 때려잡고 고수입을 얻는 헌터들과 비슷한 수입을 얻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거든.


“오빠는 연봉이 어떻게 돼요?”


“하하...그게..”


인문학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치킨집이 대박 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그래도 좋아서 하는 거 아니니.


문득 지도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용기가 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돈은 적게 벌지만, 만족감을 느끼는 삶을 사는 남자라고

이런 가능성 있는 사람이라고 어필하면 경제적인 관점 말고 진실되게 나를 보지 않을까 하는.


“3600법니다.”


“...월급이요?”


“연봉 3600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국가와 민족에 물려줄 문화유산에 대한 책임을..”


“아 죄송해요. 오빠 집에 가스불 켜두고 온 거 깜빡했어요.”


“?!”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떠나는 김희주를 바라보았다.


“하하...”


허탈함에 남은 파스타를 바라보았다.


‘하기야..’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현실은 언제나 냉혹했다.


남자가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더 이상 꿈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법이니까.


집에 돈이 많지 않다면 더더욱.


무엇이 잘못됐을까?


34살.

20.30대 전부를 여기에 매달렸다.


<사찰안에 사용 되는 의식용 불화> 라는 박사 논문 하나를 보고.


그러나 그 흔한 번듯한 직장도.

가정도 이루지 못했다.


남은 거라고는 집에 쌓여있는 수백 권짜리 박사 논문과 자기만족뿐.


비슷한 나이대 친구들 아이가 유치원 입학했다고 전화할 때도.

골프를 치러가자고 취미를 가지자고 할 때도.


나는 이제 박사 학위를 졸업했기에 이제 시작이었다.


“어렵다.”


사는 게 어려웠다.


학문도 결국 수요와 공급이었다.


세상이 원하는 학문은 던전 관련 연구, 반도체, 태양광 같은 것.

불교 미술은 공급만 넘쳐나지 수요는 그다지 없었다.


“기술 배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그동안 해왔던 게 너무나 아까웠으니까.


“진짜 나도 미쳤다.”


불교 미술을 공부하면 듣는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조각을 전공하면 인생이 조각나고.

복장물을 전공하면 인생이 복장이 터지며

불화를 전공하면 인생이 불화로 가득하다. 라는 유명한 말이.


인문학을 전공하는 모든 이들의 애환이 담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보니 저 말이 맞았다.


대학원을 졸업 후 나는 언제나 불화거든..


가족들은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제대로 된 밥벌이를 못하는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특히나 각성해 중견 길드에 들어간 동생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고

결국 집에서 나와 따로 살게 만든 것.


가족뿐만 아니라 세상과도 불화가 가득했다.


몬스터, 다른 차원의 공격으로 세상은 매일 혼란스러웠고

정부에서는 대부분의 예산을 <각성자>들에게 투입했다.


그 결과 가뜩이나 적었던 문체부 예산은 없다시피 했기에.

인문학을 전공한 다수의 전공자들이 실업자와 다름없는 신세였다.


“성공하려면..”


밀린 카드값.

아직 갚지 못한 학자금대출 이자 등이 떠올랐다.


“각성해서 몬스터나 잡을 수밖에.”


고수입의 종사자들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각성자 소위 헌터.

혹은 이공계를 졸업하고 던전 관련 분야 연구원뿐.


소개팅이 망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기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홍 선생. 이것 좀 봐주겠나? 내가 이번에 중국에서 어렵게 구한 물건인데 말이야.”


다음날 출근하자 기다렸다는 듯 주지 스님이 황급히 나를 찾았다.


그분 손에는 어떤 검은색 합이 있었었고

곳곳에는 범자(梵字)와 한자가 가득했다.


‘또 가짜 사오셨네.’


스님들을 대상으로 가짜를 파는 브로커들이 많았다.


수법도 다양했는데 외국에 반출됐던 물건, 도굴품 등 다양했고

평생 공부만 했던 순수한 스님들은 브로커들에게 좋은 먹잇감일 뿐.


“이거 진짜 어렵게 구한 거야. 무려 북한에서 반출된 유물이라고 하던데..”


“진짜요?”


대놓고 가짜라고 말할 수 없었다.


성보 박물관이라는 게 일반적인 박물관이 아니었거든.

내 고용주는 주지 스님이었고

그분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직장을 잃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주지 스님이 그럴 분은 아니시지만.’


“한번 홍 선생이 봐줘. 이거 진짜인지 아닌지.”


“알겠습니다.”


딱 봐도 가짜였다.


검게 칠해진 저 물감.

저거 페인트였거든.


“그런데 이거 뭐라고 하던가요?”


“북한의 어떤 탑에서 나온 사리합이라는데. 고려시대 합이래. 그리고 이런 검은색은 왕실 장인들이 아니면 못 칠하는 거고!”


주지 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진짜라면.’


못해도 국보급이었다.


고려시대 왕실 관련 유물은 왕실에서 구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리고 이런 희소성은 브로커들의 또 다른 좋은 수법이었다.


6·25 때 북한에서 도망치며 가져왔다는 불상.

북한 국경에서 몰래 가져왔다는 불화나 공예품, 심지어 도자기까지.


그런 사연을 가진 물건 중 진짜는 거의 없었다.


“그러면 제가 꼼꼼히 확인해보겠습니다.”


“하하하 우리 박물관에 새로운 보물이 들어오겠구만, 나는 홍 선생만 믿을게 알았지?”


이런 경우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번 스님이 사 왔던 불화도 결국 가짜였거든.


‘대충 조사하는 척만 하자.’


며칠 조사하는 척만하고

스님한테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 됐다.


그러면 아시는 분을 통해 다른 전문가를 초청할 거고 그들의 입에서 가짜라고 말하면 되니까.


내가 가짜라고 말해 스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

그들이 말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게 100번 나았다.


“그런데 그 브로커도 양심이 없다. 세상에 나무로 만든 사리합이 어디 있냐.”


자리에 앉아 합을 바라보았다.


검게 칠해진 정육면체 상자.

나무로 만들어졌고 그 주변에 범자, 한자를 비롯해 여러 장식이 달려있었다.


“심지어 왕실 발원인데 말이야.”


사리합 즉, 부처의 사리를 담고 있는 상자.

그걸 나무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걸 제외하고도 합 주변에 범자와 한자가 함께 적힌 경우는 더더욱 듣지 못했기에.


이건 100% 가짜였다.

게다가 어설픈 브로커가 만들었기에.

한눈에 봐도 티가 났던 것.


“고려가 좋지. 고려가.”


비싸게 팔려면 고려시대 물건이 좋았다.


불화, 불상, 공예품.

고려시대 물건은 부르는 게 값이었거든.


주지 스님이 얼마 주고 샀을지 문득 궁금했으나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상상하는 그 금액 이상일테니까.


그렇게 검은 합을 열어본 것도 잠시.


“어...?”


놀랍게도 그 안은 다른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게 대체 뭐야.”


검은 상자 안.

그곳에는 놀랍게도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고


[사용자와 세브라스 수도원이 연결됐습니다.]


“!?!?!?”


눈앞에 이상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 사실에 놀라 얼어붙은 것도 잠시.


[세존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상자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IMG_2920.jpg


작가의말

익산박물관 소장 미륵사지 석탑 출토 사리합입니다. 저런 사리합들이 탑 안에 있고 그 안에 사리를 포함한 여러 물품들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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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범자 +5 24.09.01 2,821 86 12쪽
13 정화 +4 24.08.31 2,906 91 13쪽
12 성기사 +2 24.08.30 3,001 88 11쪽
11 원통보전 +1 24.08.29 3,184 102 12쪽
10 마하야나 +2 24.08.28 3,321 100 13쪽
9 속리산 +3 24.08.27 3,509 96 12쪽
8 농사 +2 24.08.26 3,659 101 13쪽
7 세트 24.08.25 3,784 104 12쪽
6 3D프린터 +2 24.08.24 3,813 104 12쪽
5 수도원 건물 +2 24.08.23 3,971 109 14쪽
4 불화(佛畫) +5 24.08.22 4,118 117 11쪽
3 고사리 +5 24.08.21 4,237 1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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