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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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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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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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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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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범자

DUMMY

13-


지팡이에서 신성력이 순식간에 모였다.


‘이건.’


이전에 신성력을 사용할 때는 도구의 도움 없이 손으로만 사용했을 때와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저장한 것 같다.’


똑같이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


애초에 신성력으로 불화를 그려 기적을 일으키는 게 내 능력이었으니까.


그러나 콘웰의 지팡이에서 기다렸다는 듯 신성력이 모였고

그것들은 순식간에 허공에 불화를 그려 기적을 터트리는 모습.


“어? 나 방금 긁혔었는데?”


리자드맨에게 팔이 긁혔던 주민경이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


‘이렇게 사용하는 건가?’


주민경을 치료하며 정화를 펼쳤다.


순식간에 사방에 가득했던 방사능 오염이 말끔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앞에 더 옵니다.”


주민경과 다르게 정하나는 앞에서 달려오는 리자드맨을 가리켰다.


수십 마리가 몰려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고

정하나의 말에 의하면 저것들은 3성급 몬스터.


“버프를.”


“?”


버프라는 말에 눈을 깜빡였다.


‘그런 거 아직 안 배웠는데?’


생각해보니 수도원에서 배운 기술은 치료와 정화뿐.

돌아간다면 버프와 관련된 기술도 익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군요.”


“미안. 내가 아직 거기까지는..”


“그런 거에 의존하지 말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


혼자서 중얼거리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정하나. 그런 그녀를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짓는 주민경과 눈이 마주쳤다.


“당신..”


어째서인지 뒷말에 사이비라고 중얼거린 거 같지만, 듣지 못한 척했다.


“치료돼라!”


수십 마리의 리자드맨 속에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정하나의 모습.

마치 상처 따위 입어도 상관없다는 듯한 움직임이었고

그것이 곧 나를 향한 신뢰에서 비롯된 것임을 눈치챘다.


‘잠깐만.. 그런데..’


문득 약사여래를 떠올리며 치료만 사용하고 있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이게 낫지 않을까?’


단순히 치료돼라고 말하는 것보다.

약사여래의 이름을 외워서 신성력을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않는 생각이.


실제로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이름 즉, 명호를 외우는 것도 공덕을 쌓거나 성취가 일어난다고 하잖아?


“약사여래(藥師如來)”


“예?”


“...아닌가?”


옆에서 마법을 쏘아대던 주민경이 미친놈 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무시하며 아무런 변화가 없는 신성력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것도 잠시.


‘음.. 그럼 이건?’


“부.”

범자(梵字)

인도에서 전해지는 산스크리스트어.


실제로 옴마니반메훔, 사바하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불교식 주문. 진언도 다 저런 범자로 이루어진 글자였다.


그중 약사여래를 칭하는 범자는 단순히 <부>자.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세간에는 주술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자를 살짝 외우자 놀라운 결과가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사용 가능한 기적 중 범자가 추가됩니다.]

[범자 <부>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고


“어라?”


허공에 그려지는 약사여래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걱정해주신 겁니까?”


“.......”


순식간에 상처가 치료된 정하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마무리 할 테니. 이제 지켜봐 주세요.”


“..그래.”


실제로는 이전과 비슷한 정도의 신성력을 사용했을 뿐.


옆에서 주민경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혹시 마나 여유가 있으신가요?”


“방금 다 써서 이제는.. 아니 것보다 제 말에 대답을.”


“이거 한번 마셔보세요.”


텀블러에 담긴 물을 그녀에게 건넸다.


원통보전 앞에 샘에서 기른 물.


매일 아침 먹자 마나가 1 올라갔고

어째서인지 피부가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살짝 나를 경계하던 주민경이 물을 마시는 것도 잠시.


“어떻게 이런 시원한 물이.. 어라 입안에 남아있던 담배 냄새도 다 없어졌잖아?!”


‘그런 것도 됐구나.’


일종의 가글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것을 알았다.


하기야. 정화와 관련된 관음보살을 매개로 만든 샘.

저런 효과가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말도 안돼.. 마나도 회복된다고?”


놀라서 마법을 사용해 보는 주민경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당신 진짜 정체가 뭐예요?”


그녀의 말에 대답하기 앞서 마력 포션에 대해 물어봤다.


“이 정도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포션이요?”


“네. 혹시 마탑에서는 얼마에 팔고 있나요?”


“애초에 마력 포션이라는게 연금술 학파에서 만드는 거라. 한 병당 50만원 이상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주민경은 생각보다 포션에 관심이 많았는지 추가적으로 몇 가지 더 설명해줬다.


마탑 소속 마법사라는 고급 인력에서부터

연금술 재료와 시간을 들여야 이 정도 표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까지.


그렇기에 50만원도 생각보다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건.’


텀블러에 담긴 찰랑거리는 맑은 물.


복잡한 제작 방식을 가지는 마탑의 물약과 다르게.

이건 그저 수도원 샘물에서 기른 물일뿐.


그렇기에 원재료, 노동력은 마탑과 비교가 불가능했다.


‘괜찮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쌀과 물.

이것만 팔아도 큰 수익이 날 게 분명했으니까.


“이걸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거 대량생산 가능해요?”


주민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량생산? 샘이 마르지 않는 이상 무한정 제작할 수 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그냥 제 스킬입니다.”


“그런 스킬이 있다면 그건...”


국가 전력급이라는 주민경의 중얼거림.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정하나에 의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수고했어.”


“가죽이 필요하시다고.”


이곳에서 필요한건 리자드맨 가죽 100장.


“수거팀에 연락하면 작업해서 보내줄 겁니다.”


“그런데..”


수거팀까지 보내준다는 이야기.

정하나를 보며 살짝 볼을 긁적였다.


“이렇게까지 해줘도 되는 거야?”


길드 소유 던전은 물론.

작업한 몬스터의 사체도 보내준다는 이야기.


“이것도 부족합니다.”


무슨 소리냐는 듯 정하나가 말했다.


“제가 받은 은혜에 비하면요.”


“그렇다면..”


“그리고 길드에 이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정하나는 냉정하게 지금 상황을 분석해줬다.


방사능 때문에 평상시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던전.

그러나 내가 정화해줬기 때문에 안에서 사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사실 길드에서 그냥 개방해준 건 아니고 두 가지 조건을 걸었어요.”


“두 가지?”


주민경이 손가락을 두 개 펴보았다.


“정화가 가능 시 안에 있는 생태계 조사.”


‘어쩐지.’


마법사인 그녀가 사냥을 하면서 주변 흙을 채집하는 행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 두 번째는요?”


“얼마 전 위성 사진으로 관측된 모습이에요.”


사진 속 거대한 첨탑이 세워져 있었다.


‘이건?’


그것은 인근 철근을 모아 만든 어떤 구조물.


위성 사진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모습은 알 수 없었으나.

그 첨탑 주변으로 수많은 리자드맨이 모여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는 특이 현상이 하나 있어요.”


저 거대한 구조물과 같은 첨탑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했다.


“몇몇 사람들은 몬스터가 인간의 행위를 모방한 거라고 보기는 하지만...”


주민경은 말끝을 흐리며 저 첨탑에 대해 설명해줬다.


얼마 전부터 군락을 이룬 몬스터들이 저런 거대한 건축물들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저것이 완성되자 갑자기 몬스터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까지.


‘그럼 큰일인 거 아니야?’


저 인근에 있는 리자드맨만 해도 수천 마리였다.


저것들이 폭주해 인근 도시로 향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도시 하나쯤은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설이에요. 가설.”


심각한 표정을 짓자 주민경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랜 시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자 넝쿨이 뒤덮인 건물.

버려진 차량과 녹슨 표지판.


바람에 흩날리며 그것들이 불렴화음을 내는 것이 들렸고

어째서인지 불안함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


사방에 가득했던 방사능이 사라졌다.


벌써 3일째.

이곳에서 리자드맨을 미친 듯이 사냥했고

그 수가 세 자릿수를 넘어간 상황.


“벌써 100장 다 모았네?”


가죽 100장은 모았으니 이제 5성급 마석만 구하며 됐다.


슬쩍 5성급 마석을 구할 방법을 물어보자.

대수롭지 않게 주민경이 답해줬다.


“그 정도면 500만 원 정도 하지 않을까요?”


500만원.

그 정도 여유는 있었기에.

성유물 제작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모은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슬쩍 신성력을 운용해봤다.


그와 함께 콘넬의 지팡이에 빠르게 모이는 빛.

평범해 보이는 지팡이장식, 그 주변에 양각된 문양은 사제들의 손재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엿볼 수 있게 해줬다.


‘범자.’


경지가 올라가며 일으킬 기적의 개수가 늘어났다.


그중 범자를 사용하는 기적도 생겼고

현재 기술을 강화하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그걸로 끝일까?’


머릿속에서 범자가 활용되는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


단순히 경전을 적는 용도에서부터 사찰 천장 같은 곳에 새기는 것까지.


글자 하나하나에 힘과 뜻이 있었기에.

그것들을 조합해 불교식 주문인 진언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글자는 한 글자야.”


약사여래불을 뜻하는 글자. <부>

이 한 글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


‘될까?’


불교 공예품들을 보면 범자가 새겨졌다.

그것뿐만 아니라 불화, 조각에도 범자가 새겨졌고 그것들은 모두 각각의 뜻과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팡이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 몰랐다.


콘웰의 지팡이 끝.

그곳에서 반짝이는 크리스탈에 붉은 글씨로 <부>자를 썼다.


[콘웰의 지팡이가 강화됩니다+1]

[모든 능력치가 50%상승합니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가 범자를 새기는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준 모습.


‘됐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도 잠시.


지팡이를 들어 올려 정화를 펼치자 이전보다 넓은 영역에 방사능이 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어라?”


“홍성택씨 이게 무슨?”


그 모습에 정하나와 주민경이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힘을 아끼신 건가요?”


“아니요. 이건..”


주민경의 물음에 능력의 활용 방법에 대해 깨달았다고 말하려고 했던 것도 잠시.


“잠시만.”


다급하게 정하나가 나를 막아 세웠다.

그와 함께 어딘가 가리키는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 거대한 첨탑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가?’


위성 사진으로 봤던 그 첨탑.


그때는 제대로 된 형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안개, 독기, 방사능 등이 정화되자 제대로 확인할 시야가 확보된 것.


“저.저게 뭐야...”


폐허로 변한 철근을 아무렇게 쌓아 올린 모습.

마치 그것의 목적은 하늘에 닿기 위한 것처럼 위로 갈수록 뾰족하게 세워진 단순한 구조였다.


문제는 벽면에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뿐만 아니라 몬스터, 하급 마족할 것 없이 수많은 종족들이 걸린 모습.


‘뭐야.’


저것을 보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마르지 않은 피가 벽면을 가득 채워 혐오스러운 저 구조물에서..


“신성력이라고?”


어째서인지 신성력이 느껴졌으니까.


“위에 뭔가 있습니다.”


놀라 눈을 깜빡이던 내게 정하나가 속삭였다.


그녀의 시선에 따라 첨탑의 맨 꼭대기를 바라보니 등이 구부정한 리자드맨이 서 있는 모습.


키에에에에에- 녀석이 울부짖었고

들고 있던 지팡이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40830_214940963.jpg


작가의말

범자 <부>자입니다. 일부 다른 곳에서는 다르게 쓸 수 도 있습니다. 범자라는 거 직접 써봤는데 역시 어렵네요. 범자를 차용해온 도서는 <제불보살복장단의식>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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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중도 +5 24.09.04 2,388 9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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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삭>자. +2 24.09.02 2,707 78 12쪽
» 범자 +5 24.09.01 2,822 86 12쪽
13 정화 +4 24.08.31 2,907 91 13쪽
12 성기사 +2 24.08.30 3,001 8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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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하야나 +2 24.08.28 3,322 100 13쪽
9 속리산 +3 24.08.27 3,511 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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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세트 24.08.25 3,786 104 12쪽
6 3D프린터 +2 24.08.24 3,813 104 12쪽
5 수도원 건물 +2 24.08.23 3,972 10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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