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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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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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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451,055

작성
21.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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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3화

DUMMY

43.


그래서 기다렸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 정보를 더 얻기 위해 입을 열었다.


“북쪽과 서쪽이라고 했는데 동쪽이나 남쪽에는 뭐가 없었나?”

“그래. 조직에 대해 찾아보기는 했는데 나오는 건 없더군.”

“그나마 다행인 건가.”

“케르륵. 제국의 모든 장소를 안 뒤져도 되니 다행이지. 게다가 절름발이에 대한 단서도 찾았잖아. 뭐, 기간을 더 줬으면 모를까 2주로는 이게 한계야.”

“알고 있어. 너희들이 찾지 못한 걸 찾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지.”


유리는 소파에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주술이 뭔지는 알고 있어?”

“그런 단어를 들어만 봤지. 마법을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어찌 알겠나.”

“어디에서 들었는데?”

“그것도 기억나지는 않아. 지능이 생겼을 즈음에 듣긴 했지만, 지식이 없던 상황이라 알기에는 무리가 있었어.”

“그럼 주술에 대해서도 조사 좀 해봐. 이종족을 들쑤시면 나올 수도 있어.”


콜크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이제는 불가능한 걸 다 부탁하는군.”

“불가능하다니?”


콜크는 담배를 깊게 빤 뒤 입을 열었다.


“고귀하고 고결한 이종족 분들께서 잘도 이런 미물에게 관심을 쏟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예 죽이지도 않나 봐?”

“케르락. 말도 꺼내기 싫으니 그냥 넘어갔으면 하는데.”

“불가능하면 됐어. 그리고 네가 챙겼던 머더러즈 장서 어디 있어?”

“대부분 팔아 버려서 남은 거는 몇 개 없어. 저기 서재에 꽂혀있지.”


서재 앞으로 걸어간 유리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갔다.


“어떤 게 들고 온 거지?”

“가장 우측 상단에 있는 두 권. 하나는 시약에 관련된 거였고. 하나는.”

“역사서군.”

“그래. 그래봤자 근대사밖에 없지만.”


콜크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장서를 펼치고 집중했다.

내전. 왕위계승. 제국 건설.

차례차례 읽어나가 던 중 한 단락이 눈길을 끌었다.


- 제국의 도로 건설은 황실 전속 대장장이인 헤파이 스테이트가 집도했다. -


‘찾았다!’


어떠한 곳에도 기록되어있지 않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는 도로의 건설 책임자의 이름을 알아냈다.


“헤파이 스테이트에 대해 알고 있어?”

“그럼. 자손을 남기지 않고 60의 나이에 자살했지.”

“자살?”

“그래. 자신이 일하는 대장간에서 목을 맸다는군.”

“이유도 알고 있나?”

“내전의 주동자가 그를 데려왔다고 했지. 도로를 건설하고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에 자살했다.”


유리는 그 말에 책을 집어 던졌다.


‘젠장할!’


튕겨 나간 책은 콜크의 책상 위에 있던 유리병을 깨고 머리 옆을 지나갔다.


“케르쿠르락! 뭔 지랄이야!”

“닥쳐.”


순식간에 방안에 짙은 살기가 가득 차며 분위기가 변했다.

콜크는 그에 저항하며 손톱을 세웠다.


“유리, 아무리 너라 해도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


푸르게 빛나는 유리의 눈이 송곳니를 보이는 콜크를 주시했다.

콜크도 지지 않고 붉은 안광으로 노려봤다.

신경전이 일어났지만, 유리가 먼저 살기를 지우며 마나를 가라앉혔다.


“자세하게 얘기해봐···.”


유리는 소파에 기대며 고개를 숙이고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전에 확실히 말하는데 한 번 더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나지만 너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다.”

“알겠으니까 빨리 말해.”


콜크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사라진 기록을 살펴보면 루테프가 데려와 가르치고 왕국 전속 대장장이로 추천했다. 그래서 내전 후 수사망을 피하기가 힘들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정황이 발견됐지.”

“이름만 총책임자였지 실질적으로는 사형수나 다름없었군.”

“그래. 그 이상 가는 실력자가 없었기도 하고 건축 관련 지식도 가지고 있어 유용하게 썼겠지.”

“그 지식도 루테프가 가르쳤겠지?”

“기록상으로는 루테프가 건축을 넘어 마법 관련 지식도 가르쳤더군.”


유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그의 가족도 같이 사형에 처해졌나?”

“천애고아다. 그걸 제외하면 자신을 거둔 루테프가 가족이나 다름없겠지.”

“그럼 그에 관한 정보도 찾을 수 없겠군.”

“황궁의 도서실에 들어가면 찾을 수 있을 거다.”


유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되지도 않는 소리는 그만둬.”

“몰래 들어가는 건 힘드나?”

“감각계 마나 사용자가 나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단장님들에게서 숨을 수가 없어. 그래도···방법이 없는 건 아니군.”


그 말에 콜크가 눈을 빛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럼 나한테도 알려주지 그래? 그런 정보들은 접할 기회가 없으니 한 번 보고싶군.”

“너희들로는 불가능해.”

“인간들은 가능하다는 건가?”

“아니. 나만 가능해. 알려줄 생각은 없으니 그리 알아둬.”


콜크는 혀를 차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쉽곤, 그런데 복귀는 안 하겠지.”

“복귀하는 순간 이렇게 활동을 못 하는데 할 리가.”


똑똑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케르락.”


콜크의 울음소리에 코볼트 한 마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루. 전. 북쪽. 발견. 했다.”

“그래. 들어가 봐라.”


코볼트가 나가자 다시 대화가 이어갔다.


“절름발이는 당분간 북쪽에 머문 다음 서쪽으로 이동할 거야.”

“주기는?”

“대충 4일에서 5일 정도?”

“그럼 1주일 뒤에는 서쪽에서 활동하고 있겠군.”

“그렇지. 그보다 이제는 어디로 움직일 생각이지.”

“일단 길드부터 갈 생각이야. 그곳에만 있는 물건이 있으니까.”

“알겠다. 그리고 이거.”


콜크가 유리를 향해 초록빛 돌을 던졌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잊어먹은 건 아니겠지.”

“잘 사용할게. 여자는 알아서 처리하라고 전해줘.”


그렇게 방을 나서고 오두막을 빠져나와 길드로 향했다.

도착하고 나서는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아래에 도착해 문을 열고 물건을 챙겼던 방으로 들어가 여러 시약과 화약을 챙겼다.


‘길드장실도 살펴봐야겠어.’


안으로 들어가도 있는 건 없었다.

어질러지고 부서진 물건들.

소복이 쌓인 먼지와 거미줄.

찢기고 베인 벽지와 부서진 벽.

처참했다.

그래도 건질 게 있나 싶어 그는 그나마 멀쩡한 책상의 서랍을 열어보았다.

혹시나 숨겨진 공간이 있나 싶어 완전히 빼서 뒤집으면서까지 살펴봤으나 나온 건 없었다.


‘싹 털어갔군.’


먼지도 신경 쓰지 않고 덩그러니 남겨진 의자에 등을 기대앉았다.


“그보다 언제까지 숨어있을 거지? 나오지 그래?”

“알고 계셨군요.”


길드장실의 문 앞에 가면을 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부터입니까?”

“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아지트 내부를 제외하고는 통로에서 어떠한 기운도 느낄 수가 없어서 말이야.”

“신기한 장치군요.”


유리가 단검을 뽑아 들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너도 그 여자처럼 나를 회유하러 왔나?”

“폐하께서 가능하면 하라고는 하셨지만 불가능할 경우 죽이라고 하셨습니다.”

“그전에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

“따로 듣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 딸이 죽은 건 남쪽에서 저희 동료한테 들었지 않습니까?”


유리의 눈과 검이 푸르게 빛나며 거친 살기가 방안을 넘실거렸다.


“그거 말고.”

“그럼 제 질문에 먼저 답해주시죠. 저희와 손을 잡으실 겁니까?”

“폐하라는 놈의 목이나 내놓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지.”

“그럼 저도 답을 해드릴 이유가 없군요.”


사내는 그 말을 끝내며 유리에게 쇄도했다.

유리는 방심하지 않고 배낭을 내려놓으며 책상을 엎었다.

그러나 상대는 무리 없이 베어 넘기며 그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유리도 검을 들어 맞받아쳤다.

둘은 그대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당신 같은 사람과 검을 맞대니 호승심이 일어나는군요.”


유리는 무시하며 검에 마나를 더 집어넣었다.

그대로 검을 쳐내려 했는데 상대가 손목을 붙잡았다.


“도망치지 마시죠. 재미없습니다.”


손목을 부수려는 듯 강하게 쥐었으나 유리는 신경 쓰지 않고 비어버린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가면이 부서지며 사내가 멀리 날아갔다.

다음 곧바로 쇄도하며 단검을 찔렀으나 사내는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유리에게 달려들었다.


‘조장급밖에 안돼. 내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을 텐데?’


유리는 공격을 흘리거나 맞받아치며 자신의 검에 집중한 사이 사내의 발을 밟아 부숴버렸다.


“크윽!”


사내도 반격을 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나 발이 불편한 만큼 움직임이 둔해졌다.

가볍게 검을 피한 유리는 겨드랑이 밑으로 검을 찔러넣고 힘을 주고 내리그으며 어깻죽지를 끊어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빈손으로 얼굴을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컥!”


그리고 사내의 위에 올라타고 검날을 목에 가져다 댔다.


“대놓고 황도에서 이동하는 걸 보면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는 건가?”


사내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냉소를 지었다.


“그걸 제가 왜 가르쳐줘야 합니까?”


유리가 말없이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사내의 이빨 몇 개가 튀어나오며 바닥을 굴렀다.


“아예 상대가 안 된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시작해라!”

“무슨 소리···!”


사내의 외침을 끝으로 폭발음과 함께 방안이 크게 흔들렸다.

동시에 천장에서 흙먼지와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죽어도 살아난다는 건 너희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어떻게 얻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능력에도 끝은 존재하겠죠! 같이 죽읍시다!”


그리고 지하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


가라앉았던 유리의 정신이 깨어났다.

동시에 모든 감각과 존재감이 느껴지며 머릿속을 엄청난 정보량이 휩쓸었다.

구역질을 하며 위액을 쏟아내고 발작을 했다.

체내의 마나도 거칠게 들끓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유리가 진정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저 평범한 숲속이었다.


‘황도로 가고 있던 길이었군.’


유리는 물로 입을 행구고 팔찌를 확인하며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얻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능력에도 끝은 존재하겠죠!


사내의 외침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더 죽으면 그들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으니 최대한 죽지 말아야겠어.’


그리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인 덕에 동이 트기 전에 입구에 도착했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여러 사람과 함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 동이 트자 황도의 문이 열려 차례로 들어갔다.


“단지 들르는 길일 뿐이니까 상부에는 알리지 마라.”

“알겠습니다.”


보증서를 보여주고 무리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벌집으로 찾아가 회귀 전에 건넸던 물건들을 똑같이 건네고 가게를 나왔다.

다음으로 오두막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여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회귀했다는 건 이미 알고 있군.’


그 생각을 가지고 의뢰했던 정보를 받기 위해 콜크를 찾아갔다.

짧게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것을 다 듣고 아지트로 향했다.


‘이곳에도 찾아올지는 미지수야.’


배낭에 각종 물건을 넣고 길드장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은 방법으로 죽이지는 않겠지.’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죽기 전에 검을 나누었던 사내가 나타났다.


“저는 처음 만나는 겁니다만 당신은 아니겠죠?”

“잘 아네. 그럼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도 알고 있겠지?”


사내는 재빨리 검을 뽑았다.

유리도 망설이지 않고 책상을 엎었다.

사내는 검을 휘둘러 책상을 베고 검을 내찔렀다.

하지만 맞받아치지 않고 그 힘을 역으로 이용해 강하게 잡아당겼다.


“윽!”


사내가 힘에 못 이겨 그만 균형을 잃었다.

유리는 곧바로 역으로 꺾어 팔꿈치를 부서뜨리고 검을 빼앗았다.

다음 재빨리 뒤를 잡으며 입을 막고 목을 감쌌다.


“으읍!”


그리고 힘을 강하게 줬다.

사내가 몸부림을 칠수록 유리는 더욱 강하게 힘을 줬다.

얼마 가지 않고 사내는 정신을 잃었다.

유리는 밧줄로 묶어두고 조용히 입구로 움직였다.

상대는 기운을 감추는 주술을 사용하기에 고개만 살짝 내밀어 밖을 확인했다.


‘설마 혼자 온 건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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