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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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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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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작성
20.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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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34화

DUMMY

34.


“저게 뭐지? 모래를 파는 건가?”

“글쎄.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건 아니니까 멀리 떨어지자.”

“꼭 그래야 해? 이 장소도 거의 2개월 만에 찾았잖아. 또 돌아다니기는 싫은데.”

“울드, 저번에 말하지 않았니. 주술은 뭐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정진해 나아가는 것.”


동료는 흐뭇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어서 움직이자. 우리를 봤나 보다. 이쪽으로 움직인다.”


둘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이동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모래를 파던 무리가 쉬지 않고 둘을 따라가고 있었다.


‘다 마나 사용자들이라 따돌리기에는 힘든데. 그렇다고 울드가 오래 버틸 것 같지는 않고.’


그 추측은 정확했다.


“우리 언제까지 걸어야 해? 이럴 거면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


벌써 지친 건지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직 약초를 다 못 캤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

“그래도 주술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거부터 시작된다며.”

“그렇다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건 더더욱 안되지.”

“알았어···.”


‘오늘 안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네.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주렴.’


둘은 하염없이 걸었다.

동료는 최대한 거리를 벌리기 위해 집이 있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울드와 움직였다.

그리고 여전히 쫓아오는 무리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둘의 속도가 떨어지며 거리가 가까워지기만 할 뿐.

울드의 체력도 점점 한계에 가까워져 갔다.


‘저들은 뭐길래 계속 쫓아오는 거지? 모습이나 마나도 숨겨서 정체도 모를 텐데. 오히려 그것 때문인 건가. 이 황무지에서 돌아다니니까?’


동료는 울드의 체력을 신경 씀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거리를 파악하며 걸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가, 많이 힘들어 보이는구나.”


상당히 수척해 보이는 금발에 금안의 남자가 울드에게 말을 걸어왔다.


“음? 누구세요?”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둘의 대화에 동료는 입을 뻥끗하지 못했다.

손끝, 발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동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 남자가 다가오는 소리도, 기척도, 기운도.


‘인간? 기사? 마법사? 도대체 정체가 뭐지···.’


동료가 쫓아오는 무리를 넘어 자신을 나그네라 칭한 남자까지 경계하고 있는 사이 울드는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뭐하러 오셨어요? 황무지일 뿐인데?”

“그저 뭔가를 좀 찾으러 왔을 뿐인데 인간이 아닌 너라면 알 수도 있겠구나.”


나그네의 말에 울드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제가···, 그 인간이 아닌 걸 어떻게 아셨어요.”

“멀리서 볼 때는 몰랐었단다. 그런데 가까이 와서 보니 생김새가 전혀 다르더구나.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한 것이겠지.”


그 말에 동료는 더욱더 경계했다.


‘처음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어. 그럼 이 녀석을 그냥 죽여야 하나. 동료가 근처에 있을지 모르는데?’


그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시선은 자연스레 울드로 향했다.


‘나 혼자였다면 모를까···,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어.’


동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울드는 천진난만하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뭘 찾으러 오신 거예요?”

“별거는 없단다. 이곳에 숨겨져 있다는 주술의 보고와 기디엘 요르의 흔적이란다. 혹시 알고 있는 게 있느냐?”


동료는 점점 더 이 나그네에 대한 경계심이 올라갔다.


‘어떻게 인간이 주술과 기디엘에 대해서 아는 거지? 분명히 주술에 대한 지식의 대가 끊겼을 텐데?’


이제는 울드의 범주를 벗어났기에 어쩔 수 없이 동료가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주술의 보고가 어디 있는지도, 기디엘 요르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그저 이 근방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약초를 캐는 약초꾼일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오늘 쓸 약초도 다 구하지 못해 갈 길이 바쁘니 아쉽지만 여기서 해어지는 것이 어떻습니까?”

“잠시. 도착했구나.”

“예. 루테프님.”


***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금색의 독수리가 새겨진 푸른 갑옷을 입은 이들이 루테프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지?”

“올도프 제국···, 왕국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그리고 루테프는 마지막 왕이시자 제국의 첫 번째 황제이셨던 윈 폐하의 형님이었죠.”

“맞네. 그 대단한 핏줄을 가지고 있는 작자가 모든 것의 원흉이야.”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울드가 고개를 돌렸다.


“올도프가 제국이 된 데에는 윈 폐하께서 내전에 승리하신 데에 있습니다. 주동자인 루테프는 교수형에 처해 졌죠. 그 이후 반란군의 끄나풀을 제거하고 제국이라는 이름을 달며 올도프를 재건하고 지금의 황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몇백 년 전 재건한 혼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매개체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루테프가 매개체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깊게 침음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울드가 입을 열었다.


“당연히 루테프 놈이 매개체를 만들 수는 없겠지. 루테프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맞겠지.”

“예? 그게 무슨···.”


울드는 다시 고개를 천장으로 돌렸다.


“자네가 말했지? 윈이 이겨서 제국이, 황도가 완성됐다고.”

“예.”

“반대일세. 루테프가 졌기에 제국이 된 거야. 자기가 죽음으로써 제국을, 황도를 매개체로 완성한 거야. 먼 훗날 부활 주술로 다시 돌아와 황위에 오르기 위해.”


유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전에서 이겨 자신이 왕위에 올라 제국을 만들고 군림하며 살아가는 것이면 모를까.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죽음으로써 그 모든 것을 만든다니.

‘굳이 그래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정말로 왜 그래야 했을까? 자신이 죽어가는 것도 아니고. 잠시···, 죽어 간다고?’


계속 생각하며 도달한 한가지 가정을 중심으로 다시 생각했다.

죽어가기에 마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주술이었고 그중에서도 부활 주술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혈통을 이용해 어떠한 명령이라도 군말 없이 따를 신하를 구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겠지. 그러면 납치범들의 정체는 루테프와 그의 추종자들. 이 가정이 정답에 가깝기는 하겠지만···.’


유리가 울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거의 3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죽은 자의 신하로 사는 게 가능한 겁니까?”

“내일을 살아갈 생명을 주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과 권리 그리고 자격을 주면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겠나.”


따뜻한 밥과 마실 물과 안락한 생활과 힘을 준다고 했으니까요.


이곳에 오기 전 마주했던 조직원 중 하나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면 자신을 신으로 볼 테고 신으로만 보인다면 뭔들 못하겠나.”

“신이라···.”


비샤, 아일린 그리고 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 세 명의 신.

그들이 신이란 것을 깨닫고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


“그렇겠군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어. 규모가 너무 큰 데다 이 정도면 능력이 있는 놈들도 분명 수두룩하겠지.’


뜻밖의 장소에서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됐지만,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위치는 모를뿐더러 예상한 것보다 상당한 규모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으니까.

그리고 의문점도 있었다.


‘부활 주술도 부활 주술이지만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자세히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


“궁금해하는 눈이야.”


어느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울드를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지쳐 보이는 것은 눈으로.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가 쫓아야 할 놈들이랑 자의는 아니지만 같은 주술을 사용했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마음 같아서는 중요한 점만 듣고 싶지만···.”

“싶지만?”

“그러다간 무언가를 놓칠 것만 같아서 말이죠.”

“그럼 천천히 듣게. 우선 자네의 의문점을 해결해보자면 자세하게 아는 이유는 놈을 만난 그날 우리는 녀석에게 잡혀갔어. 그리고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옥 같은 날을 보냈지.”


유리도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몇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부활 주술을 알아내는데 굳이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길게 가지는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부활 주술에 관한 지식만 가져간 게 아니군요.”

“맞아. 전부 가져갔어. 보고의 위치와 더불어 주술에 관한 지식 등등. 모든 것을 말이야.”

“그럼 부활 주술은 어떻게 된 겁니까? 몇 년이면 제물로 바칠 아이들을 모으기에는 충분하겠지만.”


순간 딸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 분노가 일었지만 애써 진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신들의 눈을 속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시간이 부족하지. 하지만 나에게 사용된 부활 주술은 완전한 게 아니야.”

“그게 가능한 겁니까?”

“내가 납치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었지? 그다음 이야기일세. 놈은 몇 년 동안 나에게 고문을 하는 것을 빌미로 동료에게서 정보를 캐냈었지. 그런데 그날은 나에게 어떠한 고문도 하지 않고 동료의 앞으로 끌고갔어.”


***


“크헉!”


울드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2명의 남성에게 끌려가 바닥에 내동댕이 처졌다.


“루테프!”


감옥 안에서 동료가 온몸에 사슬이 묶인 채 피를 토할 듯한 목소리와 함께 의자에 앉아 내려다보는 루테프를 살기 어린 눈빛으로 노려봤다.

부정적인 감정을 오롯이 받고 있는데도 그의 태도는 그저 무관심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말해줬는데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가져와라.”

“예, 루테프님.”


루테프의 명령에 기사 하나가 검은색의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풀어라.”


보따리를 풀자 붉은색의 여러 덩어리가 드러남과 동시에 진득한 피 냄새가 지하 감옥을 가득 채웠다.

루테프는 일어나 하나를 주워들고 눈높이를 맞추고는 동료의 눈앞으로 그것을 들이밀었다.


“이게 뭔지 아나?”


동료는 그것의 정체를 알기에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주술의 조건에 부합하는 날에 구한 아이들의 심장이다.”

“···미친 자식.”


심장을 원래 자리에 돌려두고 수건을 받아 피를 닦으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알려줬다고 했지? 아직 한 가지를 알려주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네놈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기라도 했어?!”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야. 뭐 알려준다는 표현보다는 보여준다는 표현이 맞겠지. 이 정도 됐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할지는 잘 알고 있잖아.”


루테프의 눈에는 지독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정말로 미쳤어···.”

“감탄은 그만하고 부활 주술을 보여줘야겠지. 시작해라.”


루테프의 말에 기사가 검을 뽑으며 울드를 향해 움직였다.

동료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고개와 시선은 기사와 울드에게로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루테프, 저 녀석은 왜 저러는 거야···.”

“내가 명령한 대로 울드를 죽이러 가고 있지.”

“멈추라고 명령해.”


절망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루테프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부활 주술을 하기 싫어도 하게 될 거야.”


둘이 대화를 하는 와중 기사는 쓰러져있는 울드의 앞에서 검을 들어 올렸다.

동료의 시선은 검 끝으로 향했다.


“루테프 멈추라고 해. 멈추라 하라고.”


동료는 온몸이 사슬에 묶여있었지만, 무릎으로 기며 어떻게든 가까이 가기 위해 애를 썼다.

피부가 까질 정도로 기고 근육이 찢어질 만큼 힘을 줬지만 단 한 발자국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원인은 목에 걸린 마나 제어구.

겨우 목에 걸린 이 기구 하나 때문에 사슬을 끊거나 감옥을 부수거나 울드를 구하거나 루테프를 죽이는 일 중 그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동료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멈추라고 말해줘. 그러면 네가 하는 말은 모조리 들을게. 너의 개가 될게. 그러니 제발···.”


동료의 말에 기사는 루테프를 쳐다봤다.


“찔러.”


짧디짧은 그 말에 기사는 망설임 없이 행동했다.

검이 울드의 배를 깊숙이 찔렀다.


“크헉!”


기사가 검을 뽑자 삽시간에 바닥이 뜨거운 피로 적셔졌다.


“치명상은 피했겠지?”


검을 정리하며 기사가 답했다.


“예. 피를 많이 흘려 죽는 일은 있어도 당장은 죽지 않을 겁니다.”

“좋군. 그럼 이제 감옥을 열고 풀어줘라.”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으니 저 녀석이 죽기 전에 풀어줘라. 그렇지 않으면 계획이 틀어진다.”


기사는 감옥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마나 제어구와 사슬을 풀었다.

신체와 마나를 억제하는 물품이 모두 사라지자 동료는 이빨과 발톱을 세우고 쏜살같이 루테프에게 달려들었다.


‘루테프, 너만큼은!’


죽일 듯이 달려든 동료였지만 그 행동은 누군가에 의해 단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동료는 누군가에 의해 바닥에 엎드린 채 제압을 당했다.


“폐하, 이런 변견은 함부로 풀어주시면 안 됩니다.”

“자네가 있기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야, 마기나스 단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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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21.01.03 21 0 12쪽
41 41화 21.01.02 20 0 12쪽
40 40화 21.01.01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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