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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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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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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작성
21.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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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화

DUMMY

41.


지금 당장 할 것은 말을 모는 일밖에 없어 부지런히 말을 몰았다.

그러다 말이 지칠 때는 위에서 내려와 천천히 몰며 이동했다.

그때는 팔찌도 같이 확인했다.


‘이 근처부터는 사기가 많이 짙나 본데.’


보석은 원래의 하얀 빛깔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이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해 다시 올라타고 말을 몰았다.

그렇게 이동한 지 4시간째.

고삐를 붙잡고 이동하던 유리가 팔찌로 눈을 돌렸다.


‘왜?’


팔찌에 변화가 있었다.

황도를 가리키던 나뭇잎이 숲을, 정확히는 남쪽을 가리켰다.

그는 손에서 고삐를 놓고 서둘러 말에서 내려와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나뭇잎과 앞을 번갈아 바라보며 빠르게 움직였다.

숲속을 이동한 지 어느새 1시간이 지났고 2시간째가 되는 순간.


‘있다.’


강한 마나의 기운을 느꼈다.


‘온다.’


게다가 그 기운은 빠른 속도로 유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검을 들고 마나를 일으켰다.

준비가 끝나니 수풀 사이에서 대검 한 자루가 그의 목을 벨 기세와 함께 나타났다.

유리는 재빨리 몸을 숙여 피했다.

강한 바람이 머리 위를 휩쓸었다.


‘강력계. 부단장급 정도.’


유리는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며 곧바로 복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적은 무릎을 들어 올려 손을 쳐내고 뒤로 물러났다.


“흐읍!”


그 상황에서 대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그는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해냈다.

대검에 실린 힘에 땅이 갈라지고 파편이 튀었다.

유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거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적에게 쇄도했다.

적도 그걸 알기에 대검으로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했다.


‘단 한 번이면 된다.’


서로가 거리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쫓고 쫓기는 싸움을 했다.

유리는 한 손이라는 이점으로 흙을 뿌리기도 했으나 상대는 침착하게 대처하며 거리를 벌렸다.

수풀이 베이고.

땅이 갈라지고.

흙먼지가 일어나고.

100합이 넘도록 싸우는 데도 똑같았다.

그래도 유리는 시야를 가리기 위해 다시 흙을 뿌렸다.

적은 이번에도 거리를 벌렸으나.


‘지금.’


공격을 하지 않은 잠깐의 틈을 타 입고 있던 로브를 벗어 넓게 펼쳤다.

동시에 숨소리와 기운 그리고 기척을 모두 지웠다.

적은 검을 휘둘러 로브를 베고 찾아내려 했으나 이미 그를 놓친 뒤였다.

주위를 모두 둘러봤으나 그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대단하신 분이 뭐하러 이런 무뢰배를 피해 몸을 숨겼나?”


중저음의 목소리가 숲속을 울렸다.

유리도 듣고 있었으나 답을 하지는 않았다.


“당신이 그런다고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나!”


적이 나무 한 그루를 벴다.

나무가 쓰러지며 숲을 뒤흔들었다.


“이제 한 군데를 박살 냈을 뿐 기사단을 나와 활동하는 당신에겐 개인의 무력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능력도 없잖아! 안 그래!”


적이 로브의 모자를 내려 가면을 보이며 소리쳤다.


“아, 개인의 무력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자신의 딸이 납치되고 죽는 걸 내버려 둔 것이겠지!”


순간 살기와 마나가 끓어오르려 했으나 억지로 참았다.

이를 악물고 검으로 허벅지를 찔러 느껴지는 고통으로 어떻게든 참았다.

단검을 쥔 손에서는 피가 떨어졌다.


“이름이 분명 마리아였지!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하지 않나?!”


답이 들려오지 않아도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먼저 금색으로 빛나는 두 눈을 뽑아 버렸다. 그때는 아직 살아있어서 그런지 아주 촉촉하더군.”


대검을 짙게 감싸던 마나가 살짝 옅어졌다.


“다음에는 심장이었지. 뽀얀 속살을 가르고 나온 새빨간 심장은 아주 뜨겁게 뛰고 있었지. 딸아이의 마지막 말은 궁금하지 않나?!”


유리는 차갑기만 한 눈으로 적을 노려봤다.


“조용히 아빠라고 입을 열며 눈물을 흘리더군. 그 아빠라는 사람은 지금 이러고 있어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럼에도 들려오는 답은 단 한 마디, 단 한 단어도 없었다.

적은 다시 마나를 흘려보내 검의 마나를 짙게 만들었다.

그리고 주위의 나무를 향해 휘둘렀다.

베이고 쓰러지며 숲이 흔들리고 동물들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유리만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가 어디 있는 거야!’


어떠한 소리도 기운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그는 무작정 행동했다.


쨍그랑


갑자기 뒤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적은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감각계가 아니라 어설펐으나 조금이라도 더 감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환장하겠군.’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유리가 깨진 소리 이후로 아무것도 없었다.


쨍그랑


똑같은 위치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주의를 기울이며 소리가 들린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깨진 유리 조각만 있을 뿐 별다른 건 없었다.


바스락


이번에는 나뭇가지가 밟히는 소리가 들려와 그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유리 소리와 마찬가지로 있는 건 없었다.

검을 휘둘러 주위를 정리했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발자국도 없었다.

그에 신경 쓰지 않고 검을 휘둘러 일부러 틈을 보여줘 유리가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그런데도 유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바스락


또 들려오는 나뭇가지 소리에 근원지를 바라봤으나 보이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나뭇가지도 없었다.

나무 위도 바라봤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바스락


또 소리가 들리고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이제는 한번이 아니었다.

한 곳도 아니었다.

사방에서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애써 무시하며 검을 휘둘렀으나 한계가 있었다.

정신을 나가게 할 것만 같은 소리에 검을 놓고 귀를 막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머릿속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씨발! 작작 들려!”


이제는 서 있는 것도 힘든 것인지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웅크렸다.

그제야 유리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차가운 푸른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목을 강하게 조였다.


“켁!”


적이 강하게 발버둥을 쳤으나 그럴수록 유리는 힘을 더욱 강하게 줬다.

강력계의 마나 사용자이기에 풀릴 수도 있겠으나 상대는 여전히 한쪽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한 손으로 팔을 떼어내려 하거나 주먹을 쥐어 유리를 향해 휘둘렀지만 소용없었다.


“가만히 있어라.”


한 손으로는 무리였다.

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목을 더욱 강하게 졸랐다.

얼마 가지 않고 적은 그렇게 정신을 잃고 몸을 축 늘어뜨렸다.

유리는 배낭에서 투명한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적의 입에 집어넣었다.


***


“나는 언제.”

“이제야 정신이 든 건가.”


적은 고개를 들어 유리를 바라봤다.

유리는 대검을 땅에 꽂아 등받이 삼아 땅바닥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이 마나를 끓어 올려 밧줄을 풀려고 했으나 마나가 모이지 않았다.


“나한테 뭘 한 거지?”

“내가 대답을 안 한다고 아주 마음대로 지껄이더군.”


유리의 눈빛은 푸르게 빛나며 귀기를 흘렸다.

적은 고개를 내리고 하늘을 바라본 채 대화를 이어갔다.


“이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것 같나?”

“물론.”

“의미 없는 발버둥일 뿐이야 그러니 그냥 포기해. 고문해도 얻는 건 없을 거다.”

“그건 해보면 알겠지. 그전에 내가 앞으로 물어보는 것에 답을 할 생각은 있나?”

“있을 것 같나?”

“그렇겠지.”


유리는 단검을 쥐고 적에게 다가갔다.


“그 생각이 오래가는지 지켜보지.”

“괜히 시간 손해를 끄아아아악!!!!!!”


상상 이상이었다.

분명히 다리를 찔렀을 뿐인데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상처 부위에 다시 검을 쑤셔 박는 느낌이었다.

적은 몸부림을 쳤으나 밧줄 때문에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했다.


“생각은 바뀌었나 모르겠군.”


검을 뽑았는데도 고통이 가시지 않아 고함만 질렀다.

그 와중에 적은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의 다리를 바라봤다.


“다리! 다리가!!!”


허벅지 아래로 있어야 할 무릎과 정강이 그리고 발이 존재하지 않았다.

유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적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사라졌었던 두 다리였다.

그러나 그는 안중에도 없었다.

다리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찾아오는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적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으어어어···.”


이제 적은 완전히 얼이 나가 있었다.


“내 질문에 답을 할 생각은 들었나?”


대답이 없어 유리는 잘린 부위에 다시 검을 쑤셔 넣었다.

적의 고함이 다시 숲속을 가득 메웠다.

유리는 검을 뽑고 적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말해주면 편하게 해줄게.”

“차라리 죽여.”


유리는 몸을 숙여 상처 부위를 바라봤다.


“쇼크로 죽지만 마.”


그리고 인정사정없이 단검으로 찌르고 벴다.

적이 고함과 함께 몸부림을 쳤으나 힘으로 눌러 고정하고 계속 반복했다.


“아까는 말을 잘도 하던데.”


유리는 상처 부위에 단검을 쑤셔 박았다.


“지금도 말을 해봐.”


이번에는 단검으로 상처 부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가만히 들어줄게. 그러니까 지껄여봐!!”


유리는 울부짖었다.

얼굴과 온몸에 피가 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찌르고 벴다.

그의 다리가 넝마가 되고 나서야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적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죽지는 않고 거품을 물며 정신만 잃은 상태였다.

유리는 적의 머리를 부여잡고 능력을 사용했다.


“지금부터 조직에 대해 모든 걸 말해.”

“예. 일단 저희는 모두 부.”


끝이었다.

적은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코에서 피를 흘리며 목숨을 잃었다.

그것에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


‘애초에 조직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하게 무슨 마법이나 주술적 조치를 해놨어.’


유리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래도 단서를 놓칠 수는 없어 시체의 옷을 벗기고 해부를 하며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전신을 살펴봤으나 마법이나 주술의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음으로는 살을 갈라 몸속도 살펴봤으나.


‘아무것도 없어.’


다를 건 없었다.

의복도 자세하게 살펴봤으나 장치나 도구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쓰고 있던 가면만 배낭에 넣고 적이 입고 있었던 로브를 챙겨입고 발걸음을 옮겼다.


‘말은 버리고 가야겠지.’


고개를 들어 해의 위치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하늘은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소크테라에게 가면을 조사해달라고는 하고 싶지만.’


유리는 나뭇잎이 가리키는 방향을 확인하고 움직였다.


‘시간적 손해가 너무 커. 콜크가 주술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해가 지고 밤이 되었는데도 유리의 발걸음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도 없고 일행도 없어 그의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12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이동한 뒤에야 황도의 입구에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했나.’


주변에서 해가 뜨길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일 아침 문제없이 황도로 들어가기 위해 로브에 물을 묻혀 얼굴에 묻었던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눈을 붙였다.


***


동이 트며 황도의 문이 열렸다.

유리는 자신의 차례가 다가와 보증서를 보여줬다.


“단지 들르는 길일 뿐이니까 상부에는 알리지 마라.”

“알겠습니다.”


경비병의 경례를 받고 곧바로 이동했다.

유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벌집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과 종업원은 없었고 바텐더만 진열대 앞에 앉아있었다.


“길베르트 데려와.”


바텐더는 말없이 일어나 길베르트와 함께 나왔다.


“이번엔 뭐가 필요한데.”

“현재 황도의 정세.”

“얼마나 자세하게?”

“전부. 특히 기사단이랑 납치사건 그리고 시체에 관해서는 더더욱.”

“기간은?”

“일주일 전부터 어제까지.”

“100골드.”


유리는 배낭에서 말한 액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길베르트는 돈을 챙긴 뒤 바텐더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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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21.01.03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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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21.01.01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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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20.12.30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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