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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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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1,055

작성
20.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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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DUMMY

30.


작열하는 사막.

사람들이 말하길, 머나먼 과거에는 드넓은 사막 대신 광활한 우림과 함께 강대한 제국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제국이 죄를 지어 신들의 저주, 혹은 용들의 폭주로 메마르고 생물이 살 수 없는 황량하고 뜨거운 사막으로 변해버렸다고 하는데.

다만 어떤 역사서에서도 그런 기록이 없을뿐더러 단지 입으로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생물이 살 수 없다는 말과는 다르게 마수들이나 사막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냥 전설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땅을 햇살을 내려받으며 유리가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어르신께서 사용하신 주술이 효과가 있네.’


그 말을 증명하듯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상황에서도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은 채 쾌적하게 사막을 이동하고 있었다.

그것도 오직 유리만이.

그 말고 사막을 이동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면과 태양의 열기로 땀을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숨을 헐떡였다.


‘주술이 없었으면 저들보다 오래 버틸 뿐 별반 다를 바 없었겠지.’


더 이상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유리는 이곳 어딘가에 있을 웨어울프 주술사를 찾기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소크테라가 미리 언질을 주었어도 서로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일단 사막의 중심부로 향하기로 했다.


‘제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강렬한 햇살 아래서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 그는 한 기운을 느꼈다.


‘꽤 빨라.’


점차 땅이 진동했다.

유리가 마나를 끌어올리자 기운은 더욱 속도를 올렸고 그만큼 진동도 거세졌다.

그는 몸을 날려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방금까지 서 있던 곳의 지면을 뚫고 거대한 기둥이 솟아올랐다.

기둥은 미약하게나마 부피가 줄었다 커지기를 반복했다.


‘벌써 저 벌레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지면을 뚫고 올라온 것은 거대한 기둥이 아닌 매우 거대한 벌레였다.

통칭 기둥 벌레 또는 탑 벌레.

정식 명칭은 센싱 버그.

벌레가 지면을 뚫고 나온 모습이 기둥, 또는 탑처럼 보여 이 지역의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다.


‘앞으로 이 녀석을 얼마나 만날지.’


벌레가 굳게 닫혀 있던 아가리를 벌리며 그를 향해 대가리를 떨궜다.

유리는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벌레가 파고들며 생긴 충격파에 사방으로 모래가 흩날렸다.

흩날리는 모래들 사이로 벌레의 기나긴 몸체가 모래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일단 한 마리.’


벌레의 몸체가 사라지기 전 유리가 거리를 좁히고 검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모든 마나를 강력계로 사용을 하며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텼다.

부드러운 벌레의 피부는 검의 예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날이 향한 방향대로 아주 길게 갈라졌다.


끼에에엑!!!


벌레의 몸에서 거대한 장기와 함께 초록색 체액이 흘러나왔다.

땅속에서부터 기분 나쁜 울부짖음과 함께 거센 진동이 일어났다.

그것의 장기에서는 뜨끈한 열기가 흘렀고 체액은 모래를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얼마 가지 않아 울부짖음과 진동이 사그라들었다.

검에 묻은 벌레의 체액을 닦고 검을 거두었다.


‘이제 한동안 벌레를 마주할 일은 없겠지.’


멈추었던 발을 다시 부지런히 움직였다.

사막을 횡단하는 다른 이들이 더위에 나가떨어질 때도 그는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 넓은 곳에서 빠르게 이동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 이동하는데 마나를 쓰는 건 쓸데없이 소모하는 꼴이야.’


유리는 감각에 무언가 들어오는지 아닌지를 예의 주시하며 사구를 올라갔다.

그 너머로 보인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갈색의 메마른 모래밭이었다.

자연의 위대함과 웅장함을 느낄만한 장관이었으나 그가 느낀 것은 그저 막막함이었다.


‘이곳에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주술사를 찾아야 한다는 건가···.’


아무리 머리를 써본다고 하여도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에 한숨으로 마음을 달래며 사구를 내려갔다.

그렇게 또 한참을 이동하던 중 감각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움직임이 없기는 하지만···, 기척을 죽이고 이동하자.’


그렇게 판단을 끝내고 기척을 죽인 후 유리가 한 걸음 옮긴 순간.


푸확


‘읍!’


어떠한 전조도 없이 이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모래를 뿜으며 나타났다.

곧이어 땅이 꺼지며 모래가 뿜어져 나온 장소로 모든 것이 쓸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유리는 재빨리 마나를 일으켜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중심을 향해 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유리는 중심에 검은색의 2개의 뿔이 솟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개미귀신이었군. 처음 오는 지형이라 그런지 기운을 정체를 알 수가 없으니.’


유리는 전신에 마나를 일으켜 모래에서 발을 꺼내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자신의 범위를 벗어나자 개미귀신의 입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유리도 신경 쓰지 않고 발을 움직였다.


‘그런데 숲에서의 일이 끝나고 난 뒤로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


하지만 그 생각은 곧바로 머릿속에서 사라졌으며 자신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쓰레기 새끼. 이 상황에 그딴 생각이나 처하고 있다니.’


그렇다.

그때 자신이 확실하게 했으면 마리아는 지금도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주술과 관련된 일들을 조사하며 본질이 흐트러졌지만, 자신이 해야 할 것은 주술을 풀어서 딸을 구하는 것이 아닌 딸을 구하기 위해 주술을 푸는 것.

그런데 지금은 주술을 풀어야 한다는 이상한 정의감과 함께 나사가 빠진 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병신 새끼.’


그저 딸을 건드린 죽일 놈들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움직이면 될 뿐.



‘후···.’


유리는 깊은 한숨에 자신의 흐트러진 마음씨와 허접한 생각을 담아 날려 보냈다.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했다.

그에게서 진득한 살기도 흘러나왔다.

공기가 무겁게 짓눌렸다.

동시에 펼쳐둔 감각으로 많은 생물이 자신에게서부터 벗어나는 게 흘러들어왔다.


‘어차피 목숨은 여러 개. 수십, 수백, 수천 번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방해하는 것들과 납치범들을 죽이고 딸을 구한다.’


진득한 살기를 거둘 생각도 없이 유리는 발을 움직였다.

사막을 걸어갈수록 많은 모래구덩이가 곳곳에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구덩이의 가운데에서 하나씩 기운을 느꼈다.


‘죄다 개미귀신이군.’


유리는 구덩이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계속해서 사막을 걸었다.

여전히 감각을 넓혀둔 채 개미귀신들의 범위가 닿지 않는 자그마한 공간으로 유유히 걸어 개체군을 빠져나갔다.

해가 거의 질 때부터 허기가 느껴져 육포로 허기를 달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안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지.’


그렇게 걸어가는 와중 자신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거대한 생물의 기운을 느꼈다.


‘지금쯤이면 벌레가 다시 접근할 때가 되기는 했지. 분명 최소 6시간 최대 반나절이었지.’


기운의 속도는 거리가 좁혀질수록 점점 빨라졌다.

유리는 기척이 지면을 뚫는 타이밍에 맞춰 자리를 벗어나고 검을 휘둘렀다.

센싱 버그는 힘을 써보지도 못한 채 몸의 일부가 베여 장기와 체액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주술사를 찾을 때까지 몇 번이나 방해를 받을지 모르겠군.’


유리는 시체를 뒤로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센싱 버그나 개미귀신만 마주하였다고 그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마수와 생물들이 유리를 집어삼키기 위해 호시탐탐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물론 그의 감각 밖에서 이기는 하지만.

그것들도 유리의 살기에 함부로 감각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것 상관없이 도마뱀이랑 모래폭풍만 조심하면 돼.’


사막을 걸어 다닌 지 꽤 시간이 지나고 영지와도 상당한 거리가 생겼을 즈음 감각으로 다수의 기운이 들어왔다.


‘느껴지는 기운의 크기나 움직임으로 봐서는 싸우고 있어.’


하지만 거리가 있어 기운만 느껴질 뿐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저 방향으로 가봤자 괜히 귀찮은 일에만 휘말리겠지.’


유리는 기척들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방향을 바꾸고 움직였다.

어느새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고 달이 차올랐다.

모래가 빠르게 식어가 기온이 내려갔다.

유리는 몸을 숙여 모래에 손을 가져갔다.

차갑고 건조한 모래의 감촉이 손을 타고 그에게 흘러갔다.


‘차가운 걸 보니까 이 근처에는 없어.’


모래에서 손을 뗀 유리는 불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모래에서 손을 떼고 몸을 일으킨 순간 사방에서 거센 진동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유리가 짚었던 곳의 모래가 점점 아래로 빨려 들어가더니 거대한 물체가 그곳을 뚫고 나타났다.

바로 센싱 버그였다.


‘도대체 어떻게 내 감각에 걸리지 않고 접근한 거지? 그보다 이렇게 가까워질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윽!’


벌레들이 어떻게 가까이 접근했는지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한 마리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진동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심해졌다.

유리조차 거센 진동에 몸을 똑바로 가누지 못했다.

이윽고 사방팔방에서 모래를 뿜어대며 센싱 버그들이 나타났다.

총 10마리였다.

유리가 마나를 끌어 올리며 검을 뽑았다.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5마리가 유리를 향해 대가리를 곤두박질쳤다.

그에 맞춰 유리도 마나를 불태웠다.

흉흉한 기세가 주위로 퍼져나갔다.


‘망할 것들이 계속 방해를!’


5마리의 벌레들이 거리를 좁히며 집어삼키기 위해 아가리를 벌려 흉측한 이빨을 들이밀었다.

유리는 그것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한 마리를 반으로 가르자마자 기민하게 움직여 공격을 피해 신체를 가르거나 찢어발겼다.


끼에에엑!!!


벌레들의 상처에서 끈적한 초록색의 체액이 뿜어졌다.

체액이 묻든 말든 유리는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들었다.


캬아악!


벌레들도 물러서지 않고 아가리를 벌리며 머리를 내리꽂았다.

허나 그 행동들은 단 하나도 유리에게 닿지 못했다.

공격을 유유히 피하며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울음소리와 함께 끈적한 체액을 뿜어내며 벌레들이 쓰러져갔다.


“꺼져!!”


더 이상 유리의 근처에 살아있는 벌레는 없었다.

유리는 벌레의 체액을 털어내며 그 장소를 벗어나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밤이 깊었음에도 유리는 휴식 없이 사막을 걸었다.


‘불면증에 걸린 게 다행이야. 그만큼 많은 행동을 더 할 수 있으니.’


넓게 펼쳐진 감각에 느껴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원래부터 주변에 숨죽이고 있던 기운조차 그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황급히 근처를 벗어났다.


‘방금이 특이한 경우겠지.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다시 벌레들이 덤벼들 테지만 그전에는 아무런 방해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 바람대로 바람 소리만 들려올 뿐 어떠한 생물들이나 마수들조차 유리의 근처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단 한 마리조차도.

자신의 사냥터를 만들고 사는 개미귀신조차도 살기를 느끼자마자 터전을 버리고 달아났다.

어느새 달은 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갔고 반대쪽 지평선에서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차갑게 식었던 모래가 다시 뜨겁게 달궈졌다.


‘오늘로써 14일째. 남은 시간은 16일.’


하루하루 줄어가는 시간과 비례해 유리의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유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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