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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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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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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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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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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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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DUMMY

37.


하지만 둘에게 편하게 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언제 울드가 살의에만 몸을 맡긴 채 행동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셋은 상당한 경지를 이뤄 한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 이 시간에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당신들 같은 상대를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런 걸 갑자기 왜 묻는지 모르겠는데.”

“루테프가 사용합니다.”


순간적으로 울드와 케이론이 얼어붙었다.


“소크테라에게도 말을 했었습니다. 그의 말로는 흡수할 때는 사용을 못 한다고는 했지만, 그전에 만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의 얘기에 둘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울드가 입을 열었다.


“만약 황도라면 밖까지 도망쳐. 싸울 생각도 하지 말고.”

“왜 그런 겁니까”

“황도가 매개체이지 않나? 그럼 자연스레 강대한 기운이 모이겠지. 게다가 지금 루테프는 영혼 상태에 가깝다 보니 마나를 더 잘 느끼고 잘 받아들일 거야.”


울드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간단한 주술을 사용해도 정신적으로 지쳐. 하지만 루테프는 그럴 필요가 없어. 영혼만 있는 정신체니까. 그거보다 케이론, 가서 이나리와 핸드를 불러와 주게.”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유리의 눈은 자연스레 울드에게로 향했다.


“생각을 해보니 단검 가지고는 힘들 것 같아서 말일세. 케이론이 둘을 데리고 오면 말해줄 테니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어차피 할 것도 없지 않은가.”


반박할 거리도 없기에 유리는 그저 차만 홀짝였다.

그리고 찻잔을 거의 다 비웠을 때쯤.


“왔군.”

“왔군요.”


강대한 기운 3개가 집 근처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둘이 동시에 느꼈다.

케이론, 이나리 그리고 백발이 무성한 드워프가 천을 걷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새벽에 불러서 미안하네.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이나리는 어떠한 불평불만도 하지 않았지만, 드워프는 아니었다.


“일단 급한 일이라고 하셔서 오긴 했지만 뭡니까? 게다가 인간 놈도 같이 있군요. 같은 공기조차 마시기 싫은데 그냥 가면 안 됩니까?”

“핸드, 입조심 하세요.”

“그래서 이번에는 뭘 만들면 됩니까?”


핸드는 가볍게 무시했다.

이나리는 얼굴을 찌푸리기는 했으나 항상 있는 일인 것인지 포기하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단 한 순간이면 돼. 일회성이라도 좋으니 체내와 일대의 마나를 없앨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주게. 이나리는 그것을 위한 매개체를 만들어 주고.”

“범위는 얼마나 하면 될까요?”


울드는 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찰나에 움직일 수 있는 최대 거리가 얼마나 되나?”

“열 발자국입니다.”

“아, 잠시 잠시 잠시 잠시.”


강하게 손사래를 치며 핸드가 유리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에게 삿대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설마 제가 만들어야 하는 게 저 인간이 사용할 물건입니까?”

“그럼, 내가 사용할 거로 생각했나?”

“당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케이론이 사용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거라면 미안하군. 저 인간이 사용할 물건일세.”


핸드는 유리에게로 향한 손을 내렸다.


“그럼 전 못합니다. 아니, 안 합니다.”


핸드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당신이야 당사자니까 제외하고 라미아나 켄타우로스는 인간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던 종족이지만 저희는 아닙니다. 인간 사회에서 드워프라는 종족이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다들 알겠죠. 너도 알지?”


유리는 말도 하지 않고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어느 정도 대답이 된 것인지 핸드는 냉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그런 취급을 한 인간이 사용할 도구를 만들어 달라? 차라리 죽는 게 맘이 편합니다. 제 생각은 다들 아시겠죠?”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가 말을 하지 않아 핸드가 이어갔다.


“그럼 볼일은 끝난 것 같으니 저는 돌아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어느새 케이론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에 상당히 화가 난 것인지 그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뭐 하는 거지?”

“뭐하긴. 도구를 만들어 준다고 할 때까지 나가지 못하게 막는 거지.”


케이론의 말에 핸드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그럼 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해보자고. 얘기를 들어보니까 급한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인 것 같으니까.”


케이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상황이 점점 긴박해지고 긴장감을 버티지 못해 무슨 일이 일어나기 직전 이나리가 제지했다.

둘은 어쩔 수 없이 마나를 진정시켰다.


“핸드, 어떻게 하면 도구를 만들 건지 말하세요. 괜히 이렇게 서로의 얼굴을 붉힐 일을 만들지 마시고.”

“그거야 뭐 간단하지.”


핸드의 시선이 유리에게 향했다.


“저 녀석보고 죽으라고 해. 그러면 두말하지 않고 바로 만들러 가지.”


핸드의 말에 울드, 이나리, 케이론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유리가 사용할 도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가 죽으면 만든다고 하는 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무리 도구를 만들어 준다고 하여도 그 조건으로 죽으라고 하면 죽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겠지만.


“정말로 죽으면 만들어 줍니까?”


유리는 다르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는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

죽어줄 수 있다.

지금은 자신의 목숨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 만들어 주지. 네 손으로 목숨만 끊는다면 드워프의 명예를 걸고 무엇이든 만들어 주지.”

“그 말 지키셔야 합니다.”


유리는 품속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목을 그었다.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고 쥐고 있던 단검은 손에서 떨어졌다.

바닥은 삽시간에 피로 뒤덮였다.


“이런 미친···.”

“이나리, 케이론! 빨리 살리지 않고 뭐하나!”


울드의 외침에 이나리는 주술과 마법을 사용했고 케이론은 한쪽 방에서 여러 약재를 가지고 왔다.

유리는 초점이 흐려지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땀을 흘리며 마법과 주술을 사용하는 이나리.

옆에서 그녀를 보조하고 각종 약재를 배합해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대는 케이론.

당황한 눈빛을 한 채 가만히 서 있는 핸드.

안타까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울드까지.


‘그냥 죽게 놔두면 될 것을···.’


유리는 눈을 감았다.


***


‘천장?’


정신을 차린 유리는 조심히 일어났다.


“으윽···.”


목에서부터 전해오는 통증에 낮게 신음을 내며 힘겹게 자리에 앉았다.

목을 쓰다듬자 붕대가 감겨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아는 있나 보네.’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몸을 풀었다.

붕대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상처 부위도 만져보았다.


‘거의 다 아물었네. 너무 무리하게만 움직이지 않으면 되겠어. 그리고 점점 죽는다는 것에 무덤덤해지고 있어.’


어느 정도 몸을 다 푼 유리는 벽에 걸려있는 옷들을 챙겨입고 검을 챙겨 천을 걷고 나갔다.


“이제야 일어났나 보군.”


나가자마자 울드와 케이론이 유리를 반겼다.


“새벽에는 죄송했습니다.”

“알면 됐어. 그보다 몸은 어떤가?”

“너무 무리하게만 움직이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됩니까?”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케이론, 이제 데리고 가면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럼 날 따라오게.”


케이론이 먼저 울드의 집을 나서자 유리도 뒤를 따라갔다.

목을 그은 뒤로 정신을 잃고 있어 들은 게 없기에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보다 저희는 어디를 가는 겁니까?”

“핸드한테 가는 거야. 지금쯤이면 부탁한 도구를 다 만들었을 테니까.”


핸드에게까지 걸어가는 동안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둘에게 향했다.

정확하게는 케이론의 뒤를 따르는 유리에게로 향한 것이지만.


“이런 감정들을 받고 있는데 느껴지는 건 없나?”

“뭐, 저런 시선들은 익숙합니다.”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 그렇겠지?”


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케이론도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둘이 조용히 걷고 있는 사이 어느 순간부터 쇠를 두들기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거의 다 왔군.”


유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대장간이었다.


“들어가지.”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드워프들이 열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신기한 구조군요.”

“아무래도 드워프들 밖에 사용을 안 하다 보니 그들에게 편하게 만들어졌지.”


쉬고 있는 드워프들의 신선을 뒤로한 채 둘은 길을 따라 걸어갔다.

깊어질수록 망치질 소리는 줄어들었지만 열기는 점점 강해졌다.

가장 열기가 강한 곳에 도착하자 핸드가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둘의 눈에 들어왔다.

케이론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부르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유리는 방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낮췄다.


“작업이 끝나면 알아서 부를 거야. 그러니 조용히 기다리자고.”


몇 번의 메질과 담금질을 한 뒤에야 작업이 끝난 것인지 핸드가 땀을 닦으며 둘을 바라봤다.


“미친 인간이 왔군. 또 미친 짓은 하지 않던?”

“그건 어제의 상황이 그래서 그런 거지. 빨리 물건이나 주게. 아직 일이 남아있어.”

“바쁜 척하기는.”


핸드는 여전한 태도로 한쪽에 놓인 상자를 가져와 유리에게 건넸다.


“열어. 상자는 다시 주고.”


상자를 열자 안에는 몸체부터 보석이 있는 부분까지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흑색의 반지가 있었다.

유리는 반지를 꺼내고 상자를 핸드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시험 삼아 검지손가락에 끼워보자 크기가 딱 맞았다.


“사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 그냥 부수기만 하면 돼. 그럼 네놈의 기준으로 10걸음 정도 되는 범위에 존재하는 모든 마나가 사라질 거야. 시간은 대략 1초 정도.”

“1초면 충분합니다.”

“마나가 있으면 가능하겠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모든 마나가 사라진다고. 반지의 착용자 포함이야. 나머지는 울드가 알아서 할 거니까 내 공방에서 얼른 나가.”

“에? 잠시···.”


하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했다.

유리와 케이론은 그에게 떠밀리며 쫓겨나듯이 공방에서 나왔다.


“원래 성격이 저럽니까?”

“원래 저랬지. 핸드를 처음 본 건 150년 전이었는데 그때부터 저랬어. 우리도 포기한 지는 오래일세.”

“참 힘들게도 사는군요.”

“자네만 할까.”


둘은 대장간을 나온 뒤로 계속 걸었지만 이렇다 할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걸었다.


“떼어낼 방법은 없는 겁니까?”

“한번 말을 했는데도 저렇게 오는 걸 보면 이제 말로는 안 되겠지. 이대로 울드의 집으로 가는 것도 민폐이니···. 싸울 수는 있겠나?”

“적당히는 손을 못 쓰는데 괜찮겠습니까?”

“죽이지만 말게.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뭔지도 알고 공감은 가. 하지만 감정에 휩싸여서 상대방과의 차이도 인지하지 못하고 덤벼드는데 몸으로 겪어봐야지.”


그 말에 유리는 마나와 살기를 일으켰다.


“조금만 더 가면 공터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자고.”


공터에 도착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따라오던 이들이 나타났다.

총 20명.

모두 손에는 단검이나 검을 들고 있었고 거칠게 마나를 일으키며 살기를 뿌렸다.

유리는 그들을 살펴보며 목을 쓰다듬었다.


‘거의 다 아물기도 했고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는 하지만 조심은 하는 게 낫겠지.’


그가 몸 상태를 살펴보고 검을 뽑으려 하는데 갑자기 케이론이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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